S시의 최고 재벌 강지혁의 약혼녀가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죽게 되면서 임유진은 음주운전 가해자라는 죄명을 안고 3년 형을 선고받는다. 지옥 같았던 3년간의 복역 생활을 어렵사리 버텨낸 그녀, 겨우 출소하여 자유를 찾는가 싶었는데 소문의 그 강지혁을 건드리게 됐을 줄이야?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그녀는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애원했다. “강지혁, 제발 나 좀 놔줘.” 이에 강지혁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난 누나 절대 안 놔줘.” 모두 말한다. 강지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하지만 그는 옥살이하고 나온 환경미화원을 위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빼줄 것처럼 사랑을 속삭였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나던 날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둘의 사랑은 산산이 조각나 버린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그녀의 도망으로 그렇게 끝나는 듯했으나……. 몇 년 후의 어느 날, 남자가 그녀의 앞에 무릎 꿇고 애원했다. “유진, 너만 나한테 돌아온다면 나 뭐든 할게.” 그런 남자의 눈빛을 지그시 바라보던 여자의 입에서 이윽고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 “그러면 죽어.”
View More차 문이 닫히자, 외부의 모든 소란이 단숨에 차단되었다.차는 묵직하게 움직이며 천천히 도시를 벗어나고 있었다.하지만 한지영은 여전히 멍하니 백연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음이 아직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듯했다.“왜 그래, 그렇게 나만 뚫어져라 보고 있어?”백연신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스며들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지영이 고개를 들었다.“사실, 연신 씨... 굳이 기자들 입을 막으려고까지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백씨 가문의 후계자’라니... 이건 너무...”말을 잇던 그녀는 끝내 목이 메어, 더 이상 설명하지 못했다.그 순간, 백연신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만약 네 아이가 백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라면, 그럼 누구 아이가 후계자가 되길 바라는 거야?”순간, 한지영은 숨이 턱 막히듯 멈칫했다.그리고 이어진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단호함으로 가득했다.“한지영, 이 세상에서 내 아이의 엄마는 너 하나뿐이야. 그리고 네 아이의 아빠도 오직 나뿐이지. 그러니 네 아이는 반드시, 영원히 백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거야. 이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한지영의 눈가가 이내 촉촉해졌다.이 남자는 언제나 ‘용서한다’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으면서도, 행동으로는 매 순간 그녀에게 전하고 있었다.그가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그리고 두 사람의 미래가 결국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연신 씨, 당신을 사랑하게 된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그녀의 진심 어린 고백에, 백연신은 살며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좋아, 앞으로 며칠간은 저택에서 편히 있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 내가 모든 걸 처리할 테니까.”“응.”한지영의 시선 속엔 그를 향한 굳건한 믿음만이 가득했다.잠시 후, 그녀는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왜 우진 씨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사실 우진 씨가 저를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건 아니잖아요. 그냥 조금... 호감 정도였을
그 순간,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마치 식사 시간을 놓쳤다고 항의하는 듯했다.“배고프지? 내가 벌써 저택 주방에 연락해 놨어. 지금 가면 도착하자마자 저녁 먹을 수 있을 거야.”백연신이 휴대폰을 꺼내 저택 쪽에 전화를 걸어 식사 메뉴를 간단히 지시한 뒤, 한지영의 손을 꼭 잡고 사무실을 나섰다.그러나 평소처럼 정문으로 나서지 않고, 곧장 측문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문 쪽은 이미 기자들로 인산인해였다. 다행히 백연신이 미리 배치해 둔 경비들이 강력하게 길을 막고 있었다.기자들은 끊임없이 틈을 노렸지만,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백연신은 온몸으로 한지영을 가리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빗발쳤다.그러던 중, 한 여성 기자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회장님! 한지영 씨는 5년 전 회장님의 옛 연인이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혹시 그때의 죄책감 때문에 이번에도 한지영 씨를 감싸고 계신 건가요? 한지영 씨가 혹시 대표님을 속였다 해도, 대중 앞에서는 체면을 지켜주려는 겁니까?”순간, 백연신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의 시선이 차갑게 기자를 꿰뚫자,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숨을 곳조차 없다는 듯, 그 냉정한 눈빛 앞에서 모든 위장과 거짓이 드러난 느낌이었다.“제 말이 맞는 건가요?”기자가 간신히 목소리를 이어갔다.한지영은 백연신의 손을 꼭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떨림과 차가움이 긴장감과 불안을 고스란히 전했다. 손바닥은 젖어 있었고, 손가락 힘은 절박하게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은 백연신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과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녀가 상처받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켜야만 했다.백연신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한지영 씨가 가진 아이는 내 아이입니다. 앞으로 태어날 이 아이는 백씨 가문의 정당한 후계
“난 오해하지 않아. 네 뱃속 아이는 분명 내 아이야. 그리고 넌 연우진과 그런 관계일 리 없잖아.”백연신이 몸을 숙여 한지영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정말... 오해하지 않는 거예요?”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렇지. 왜냐하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나뿐이니까. 맞지?”그 말에 지영은 참아왔던 감정이 무너져 내린 듯, 와락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나... 나 연신 씨만 사랑해요. 줄곧, 언제나 연신 씨뿐이었어요. 나 다른 사람과... 그런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없어...”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매달렸다.백연신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낮게 속삭였다.“알아, 다 알아. 네 말 믿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정리할 거야. 네가 억울한 일 당하게 두지 않아. 그만 울어. 의사도 말했잖아, 지금은 기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래야 우리 아이도 편안하대.”‘우리 아이’라는 말에 지영은 눈물범벅 속에서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울지 않을게요. 나, 안 울게요...”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어깨의 떨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그녀는 울음을 그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백연신은 잠든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빛에는 깊은 연민이 스쳤다.그는 조심스레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얇은 담요를 덮어주었다.그러고 나서야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겉으로는 단순히 연우진의 글 한 줄 같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실검에 오를 정도라면 분명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연우진 뒤에 누가 있는 건가?대체 누가 한지영에게 이런 더러운 누명을 씌우려는 거지?그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한지영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순간,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연신 씨... 우리... 오해하지 말아요... 인터넷에 떠도는 거... 다 거짓말이에요...”꿈결 같은 목소리였지만, 찌푸린 그녀의 미간은 고스란히 불안을 드러내고 있었다.백연신은 잠시 말없이 그녀를
곧이어 몰려든 구경꾼들로 인해 그 글은 순식간에 핫이슈로 떠올랐다.한지영은 멍하니 그 게시물을 바라봤다. 글 속에는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녀와 백연신의 정체는 낱낱이 파헤쳐진 것이나 다름없었다.더구나 글이 이렇게까지 퍼지고 있는데도 연우진은 아무런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네티즌들의 추측을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였다.한지영은 오늘 낮에 걸려 온 연우진의 그 기묘한 전화가 떠올랐다.그가 말했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라는 게, 설마 이 일 때문이었단 말인가?하지만... 뱃속의 아이는 연우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그는 왜 그런 말을 한 걸까?!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자, 옆에서 휴대폰을 든 채 같은 뉴스를 보고 있는 백연신이 눈에 들어왔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 한껏 어두워져 있었다.한지영의 심장은 덜컥, 한 박자 놓친 듯 미친 듯이 요동쳤다.“연신 씨, 그게... 내 뱃속 아이는 정말 연우진 씨 아이가 아니에요. 맹세해요. 나, 정말 그 사람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는 말이에요...”한지영은 다급하게 변명하려 했다.그러나 백연신은 고개를 들더니 곧장 비서에게 명령을 내렸다.“나가. 그리고 누가 인터뷰 요청을 해도 전부 거절해. 회사 안에서도 뭘 말해야 하고 뭘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확실히 구분시켜.”“네!”비서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다.넓디넓은 사무실은 곧 고요해졌다. 숨소리와 심장 고동마저 또렷하게 느껴질 만큼.‘연신 씨... 설마 오해한 걸까? 내가 정말로 연우진과 뭔가 있다고? 내가 자기를 속였다고?’한지영의 가슴속에 두려움이 파고들었다.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자신을 도와주던 연우진이 왜 이런 짓을 한 건지.하지만 더 무서운 건, 백연신이 자신을 믿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었다.그녀는 그저, 다시는 오해 때문에 갈라서고 싶지 않았다.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 설명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목이 꽉 막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그 순간, 백연신이 얼굴을
“...”한지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그날 오전 내내, 백연신과 한지영은 ‘아이돌과는 어디까지 스킨십이 허용되는가’라는 ‘진지한’ 주제로 설전을 이어갔다.오후가 되자, 한지영은 다시 백연신의 사무실 소파에 파묻혀 앉아 간식을 집어 먹고, 따끈한 곰탕을 홀짝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이제는 이광경에 익숙해진 고위 임원들과 비서들조차 그녀를 대할 때 조심스럽고 공손했다. 눈치가 조금만 있어도 알 수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백연신 옆자리는 바로 이 여자의 것이리라는 걸.그러던 중, 사무실이 한동안 조용하던 그때, 한지영의 몸이 문득 굳어버렸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배 쪽으로 향했다.“왜 그래?”책상 앞에 앉아 있던 백연신이 곧바로 눈치채고 물었다. 그는 일하면서도 수시로 그녀를 힐끗거리며 살폈었던 것이었다.한지영은 눈을 껌뻑이며 그를 올려다봤다. 백연신이 어느새 펜을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나... 나 지금... 태동이 느껴진 것 같아요.”한지영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순간, 백연신도 그대로 얼어버렸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며 잠시 정적이 흘렀다.“태동...?”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흔들렸다.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이 시기에 태동이 시작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이 눈앞의 여자와, 그녀의 뱃속 생명과 연결되자...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그는 천천히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시선은 오롯이 그녀의 아직 살짝 볼록해진 배에 고정됐다.“앗, 또 움직였어요! 연신 씨, 손대봐요!”한지영이 흥분된 목소리로 그의 손을 붙잡아 자기 배 위에 얹었다.순간, 얇은 옷자락 너머로 전해지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 가볍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생명의 신호였다.백연신은 그 작은 떨림에 숨이 막히는 듯 가슴이 조여왔다.그녀의 뱃속에... 자신과 그녀의 아이가, 분명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와... 인터넷에서 봤을 때, 태동이 물속에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백연신이 여유롭게, 그러나 눈빛은 날카롭게 되물었다.“그... 그건... 소개팅으로 만난 거 맞지만, 우린 그냥 친구 사이예요. 비록... 결혼을 염두에 두고 시도 삼아 만났던 거긴 하지만... 서로 스킨십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한지영의 목소리는 그의 시선 아래에서 점점 작아졌다.‘제발, 왜 이렇게 마음이 또 불안한 거야...’한지영은 속으로 불안을 삼키며 자신을 다독였다.당시엔 솔로였고, 소개팅 한 번쯤은 지극히 정상 아닌가!게다가 연우진과는 선을 넘은 행동은 전혀 없었다.“그래? 그러니까, 너랑 그 사람이 손잡은 적도 없다는 거지?”백연신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응.”한지영은 짧게 대답했다.그 순간, 그의 숨결이 한지영의 얼굴 위로 스며들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연신 씨, 이.. 이게 뭐 하는 거예요?”무심코 내뱉은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그때, 백연신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그녀의 턱선을 스쳤다.“이런 정도로 가까이 있었던 적도 없지?”“응....”한지영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그의 입술이 귀 근처에 닿자,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귀를 간질였다.점점 뜨거워지는 귀를 본능적으로 손으로 가리려 했지만, 백연신이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아내며 속삭였다.“그럼, 이런 적도 없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귀를 스쳤다.순간, 한지영의 얼굴은 터질 듯이 새빨개졌다.“있... 있을 리가요!”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거리감을 두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임신 중인 몸이라 지나친 흥분은 금지되어 있는데...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그러고는 다른 한 손은 허리를 감싸, 그녀를 조금 더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지영아, 네가 내 아이를 가진 지금, 평생 나만 붙잡고 살 생각이라면, 앞으로 다른 남자와 친밀한 행동은 절대 금지야, 알겠지?”그의 눈빛은 단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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