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시의 최고 재벌 강지혁의 약혼녀가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죽게 되면서 임유진은 음주운전 가해자라는 죄명을 안고 3년 형을 선고받는다. 지옥 같았던 3년간의 복역 생활을 어렵사리 버텨낸 그녀, 겨우 출소하여 자유를 찾는가 싶었는데 소문의 그 강지혁을 건드리게 됐을 줄이야?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그녀는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애원했다. “강지혁, 제발 나 좀 놔줘.” 이에 강지혁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난 누나 절대 안 놔줘.” 모두 말한다. 강지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하지만 그는 옥살이하고 나온 환경미화원을 위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빼줄 것처럼 사랑을 속삭였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나던 날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둘의 사랑은 산산이 조각나 버린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그녀의 도망으로 그렇게 끝나는 듯했으나……. 몇 년 후의 어느 날, 남자가 그녀의 앞에 무릎 꿇고 애원했다. “유진, 너만 나한테 돌아온다면 나 뭐든 할게.” 그런 남자의 눈빛을 지그시 바라보던 여자의 입에서 이윽고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 “그러면 죽어.”
ดูเพิ่มเติม“내가 유일하게 후회하는 일이 뭔 줄 알아? 바로 널 사랑한 거야. 널 너무 많이 사랑한 것 때문에 내 모든 게 다 망가졌어.”진세령은 그렇게 말하며 원한 가득한 눈빛으로 소민준을 노려보았다.“진세령.”그러자 소민준은 이에 지지 않고 똑같이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내 핑계 대지 마. 모든 일의 시작은 너였어. 네가 너희 언니를 질투해서 죽이지만 않았으면 너나 나나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자수해.”“싫다면?”“그럼 강제로 연행당하게 되겠지.”소민준은 단호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112를 누르려는데 진세령이 갑자기 키즈 존에 있는 누군가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원아, 잠깐 이리로 와봐.”그녀의 말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심드렁하게 지켜보며 구석 쪽에 가만히 앉아있던 한 남자아이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진세령의 옆으로 다가왔다.소민준은 움직임을 멈추고 멍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다 다시 진세령을 바라보았다.“이 아이...”“응, 내 아들이야.”진세령은 마치 함정을 파 놓고 사냥감이 걸려들길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리고 네 아들이기도 하고. 이제 어떡할래? 아직도 신고할 생각이야?”소민준은 순간 손에 든 휴대폰이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서재.강지혁은 의자에 앉아 오늘 오후 고이준에게서 전해 받은 하겸에 관한 보고 자료를 훑어보았다.아이가 태어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이 다 세세하게 적혀 있는 매우 두터운 자료였다.다른 사람들은 해당 자료를 보면 그렇구나 싶고 아무런 문제도 못 느끼겠지만 강지혁은 자료를 보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기록이 지나치게 완벽했기 때문이다. 꼭 누군가가 일부터 훗날 조사할 사람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처럼.강지혁이 필요한 기록들은 그게 뭐든 빠짐없이 전부 다 적혀 있었다. 심지어 하겸의 돌아가신 부모님의 인적사항도 다 들어있었다.자료에 따르면 하겸의 부모도 고아라 친척이나 친구 같은 건 따로 없었다고
한지영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았다.그러자 백연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쓰게 웃었다.“그럴 생각은 없나 보네.”그러고는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한지영은 그의 뒷모습이 어두운 밤길에 완전히 잠식되고서야 거친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코끝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심장만 미친 듯이 아팠다.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며칠에 걸쳐 어렵게 내려진 결심은 왜 그가 눈앞에 나타나면 이렇게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걸까......소민준은 진세령을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다만 지금의 진세령은 그의 기억 속 화려했던 여자가 아니었다. 저렴한 옷을 입고 푸석한 머리를 간단하게 질끈 묶어 올리고 생기 하나 없어 보이는 지금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그래도 한때는 남자들의 여신이었던 여자였는데 지금은 40대처럼 초췌해져 있었다.“너...!”소민준은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를 몰랐다.“왜, 오랜만에 만나니까 난 줄 못 알아보겠어?”진세령이 물었다.두 사람이 있는 곳은 패스트 푸드점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하고 있었지만 소민준과 진세령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한때는 S 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물들이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가문 사이의 정략결혼부터 시작해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형 이벤트까지 했던 사람들이 볼품없는 몰골로 패스트 푸드점에 있을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오랜만이네.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너 찾으시던데 만났어?”소민준이 물었다.“아니. 지금 이 신분으로 찾아가서 뭐해. 어차피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날 지켜주지 못할 텐데.”소민준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진세령은 지금 탈주범 신분이라는 것을 떠올렸다.그는 임유진이 절벽에서 떨어진 사건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 사건에 진세령
한지영은 백연신의 말에 그간 품었던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내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정말 나 버리고 다른 남자랑 결혼할 거야?”백연신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울려 퍼졌다.한지영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뭐라고 답해야 할지를 몰랐다.백연신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애초에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던 것처럼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에는 확실히 이곳을 벗어날 생각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때 한지영이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요. 다친 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심각한 거 아니에요?”그녀의 손길에 백연신은 몸을 움찔하더니 이내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나야말로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나 좋아하는 거 아니면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날 구해준 사람이 괜찮은지 확인 좀 하겠다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에요? 난 좀 백연신 씨 상태가 어떤지 알면 안 돼요?”한지영이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 안 돼. 다른 사람은 다 돼도 넌 안 돼!”백연신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에 잡힌 팔을 빼려고 했다.한지영은 심장이 미친 듯이 따끔거렸지만 그의 팔을 놓아주지는 않았다.“심각한지 아닌지만 얘기해줘요. 그거면 돼요.”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그거 하나였다.백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지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의 팔을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한 비장한 얼굴이었다.아... 평생 이렇게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꽉 잡고 있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정말 알고 싶어?”백연신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알고 싶어요.”그리고 한지영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손 놔. 보여줄 테니까.”한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팔을 풀어주었다.백연신은 보여주겠다는 게 빈말은 아니었는지 그녀의 바로 앞에서 겉옷을 벗고 이내 셔츠까지 벗었다.밝은 달빛 덕에 한지영은 아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몸을 감
한지영은 백연신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10m 정도 되는 곳에 백연신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아직 안 갔나...?’백연신은 멍한 얼굴의 한지영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 보러 내려온 거야?”그러고는 다시 한번 똑같이 물었다.한지영은 백연신이 바로 앞에까지 와서야 비로소 다시 정신을 차렸다.“아까 굴러떨어졌을 때 많이 다친 거 맞죠? 어디 다친 거예요? 등? 허리? 아니면 다?”백연신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빈정거리며 웃었다.“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네, 걱정하는 거예요. 그러면 안 돼요? 다쳤으면 집에서 가만히 쉬기나 할 것이지 여기는 왜 왔어요?”만약 그때 창문을 열지 않았으면 백연신은 대체 언제까지 이곳에서 계속 서 있을 생각이었을까.한지영은 이 생각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백연신은 가볍게 소리 내어 웃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너 보고 싶어서 아픈 와중에도 달려왔다고 하면 감동하려나? 감동해서 다시 나랑 시작할 마음이 들려나?”“백연신 씨, 나 지금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에요.”“나는 아닌 것 같아?”한지영은 그의 말에 잠옷을 꽉 말아쥐었다.“나는... 백연신 씨랑 다시 시작할 생각 없어요.”다시 시작했다가 그 어느 날 백연신에게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와 또다시 5년 전처럼 버려지게 될까 봐 한지영은 무서웠다. 그리고 그때는 아마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까지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그래서 한지영은 여전히 백연신을 누구보다 좋아하면서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오늘 구해준 건 고마워요. 백연신 씨가 아니었으면 크게 다칠 뻔했어요. 어쩌면 병원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한지영은 입술을 한번 깨물더니 백연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요.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겨도 절대 나서지 말아요. 날 구해주지 말아요.”그녀의
그런데 그때 다른 한 명의 경비원이 에스컬레이터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피가 이렇게 있는데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두 분 말고 혹시 다친 사람이 더 있었던 건 아니고요?”피?한지영은 경비원이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정말 핏자국이 보였다.에스컬레이터 자체가 어두운색이라 한지영과 연우진 중 그 누구도 그곳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핏자국이 있는 곳은 백연신이 제일 마지막으로 부딪힌 곳이었다. 즉, 지금 보이는 이 피는 백연신의 피라는 뜻이다.한지영은 순간 심장을 누군가에게 꽉 틀어쥐어 버린 것처럼 호흡이 가빠오고 짙은 원망이 밀려왔다.‘다쳤으면 다쳤다고 말을 하지! 아니야... 내가, 내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어야 했어. 어두운색 옷을 입고 있었어서 내가 더 자세히 봤어야 했어!’집으로 돌아온 후 한지영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눈만 감으면 오늘 백화점에서 백연신이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쓰러졌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백연신은 대체 왜 다쳤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더는 그녀와 아무런 연결고리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걸까?하지만 그런 거라면 왜 하필 그곳에 있었고 왜 몸까지 날려서 구해준 거지?갖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며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한지영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꽉 감쌌다.‘이제는 두 번 다시 엮일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한지영은 어쩐지 백연신이 매우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게 다 끝난 줄 알았을 때는 갑자기 나타나서 대뜸 사랑한다고 외치고 확실히 끝맺음을 맺은 후에는 다시 또 이런 식으로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주었으니까.백연신과는 꼭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언가로 사정없이 엮여있는 것 같았다.새벽 2시.한지영은 생각만으로 벌써 2시간을 보냈다. 지금 상태로는 잠을 자긴 글렀다고 판단한 그녀는 결국 정신이라도 맑게 하기 위해 창가 쪽으로 향했다.그러고는 창문을 열려고 손을 움직이려는데 창문 너
한지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자기가 더 많이 다쳐놓고 지금 누가 누구 걱정을 하는 건지.“난... 괜찮아요.”백연신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고 미간은 잔뜩 찡그려진 채 고통을 간신히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이마에는 땀이 한층 맺혀있기도 했다.한지영은 얼른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많이 아파요? 어디 봐봐요.”백연신은 옅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난 괜찮아.”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한지영이 백연신도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백연신은 그녀의 손을 그저 흘깃 쳐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그녀의 얼굴로 가져갔다.“나 좋아하는 거 아니면 내 몸에 손대지 마.”“그게 무슨... 나는 그냥 백연신 씨 일으켜주려고 그래요.”“필요 없어.”백연신은 그렇게 말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지영 씨, 괜찮아요? 다친 데는요?”연우진이 다급하게 위에서 내려오며 물었다.“난 괜찮아요. 다친 데도 없고요. 나보다는...”그녀보다는 백연신이 훨씬 더 많이 다쳤다.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로 굴러버렸으니까.‘많이 다쳤을 것 같은데? 날 안고 떨어졌는데 멀쩡할 리가...’연우진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시선을 돌려 백연신을 바라보았다.“지영 씨 구해줘서 고마워요.”백연신은 그 말에 눈썹을 위로 치켜 올리더니 코웃음을 쳤다.“고맙다고?”“네, 고마워요.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연우진은 조금 어두워진 백연신의 눈빛을 보고도 전혀 시선을 피하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기도 했다.잠깐의 대치 끝에 백연신이 먼저 눈길을 돌렸다. 그가 시선을 준 곳은 다름 아닌 에스컬레이터 위쪽으로 정확히는 자신도 놀랐는지 벙쪄 있는 조나연의 얼굴이었다.조나연은 거리가 조금 있었음에도 한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백연신의 눈빛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얼른 손을 저었다.“난 아니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난 아니라고...!”그녀는 패닉에 빠진 채로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자리를 황급히 벗어났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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