녕홍소는 향로를 꺼버린 후, 창을 열어 방 안에 퍼진 향을 흩어냈다.요홍장은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향의 효과 때문에 머릿속이 괴로웠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어, 더없이 고통스러웠다.그때, 눈앞에 밝은 빛이 비쳤다.녕홍소는 남은 창문 지지대로 그녀 머리 위의 이불을 걷어, 간신히 그녀가 앞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이씨 아가씨… 아니면 요씨 아가씨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요홍장은 녕홍소의 싸늘한 표정과 단정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옷깃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꾀에 넘어가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 이불을 찢어버리고 싶었다.“녕홍소! 나를 가지고 논 것이냐!““그저 받은 대로 갚았을 뿐이오.“녕홍소가 공손히 답하자, 요홍장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풀거라!“녕홍소가 답했다.“조금만 기다리시오.“분노에 사로잡힌 요홍장은 애써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물었다.“무엇을 원하는 것이냐?“녕홍소가 담담히 답했다.“요 아가씨는 어느 나라 사람이오? 어찌 자꾸 나를 자꾸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오?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이오?“약이 머리를 뒤흔들고, 분노와 욕망에 사로잡힌 요홍장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너를 사모했기에, 혼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따라다닌 것이다. 나는 이제 너를 만족시켜 줄 수 있으니, 어서 날 풀어주거라. 우문맹화, 그 어린 계집아이는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왕인 아버지가 있는 것이 무슨 대수란 말이냐...“하지만 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 속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약의 효과가 워낙 세다 보니, 요홍장은 아픔 때문에 비명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흐느끼는 소리로 변해버렸다.녕홍소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했다.“요 아가씨,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면, 말조심하시오.“요홍장은 그의 눈에서 번뜩이는 살기를 보고,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방금 ‘채중’이란 말을 들었는데, 산채의
“녕홍소, 당신이 아무리 군자라고 해도, 결국은 이미 내 손 안입니다. 오늘은, 지난번 나를 내쫓은 그 원수를 갚으리라!”그 아씨는 방 안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누운 이가 녕홍소인지 확인한 후, 흐뭇한 얼굴로 저고리를 풀기 시작했다. 겉옷을 반쯤 벗으니, 고운 자태가 어슴푸레 드러났다.이때, 마침 바깥에 있던 한 시녀가 입을 열었다.“아씨, 결국 우문맹화를 놓쳤고… 서신도 잃어버렸습니다.”“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보내려 했던 편지가 도착하지 않아서 우문맹화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아씨, 이 녕홍소는 어찌 처리하면 될까요?”그 아씨는 억울한 듯 침대 위의 녕홍소를 돌아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계획대로 하거라.”“하지만 우문맹화 곁에 무엇인가...”그 아씨는 ‘쾅’하고 문을 세게 닫고는 차갑게 웃더니, 계속 옷을 벗기 시작했다.“내 일을 방해하지 말거라. 나 요홍장은 이곳에서 제일가는 미색이다. 수많은 사내가 내 치마폭에 빠져서 생명까지 바치려 했지. 이 녕홍소도 맛을 보고 나면, 그 계집아이 따위에 마음이 갈 리가 없을 것이다!”시녀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고개 숙여 물러났다.“자신감이 넘치는구나.“안지는 얼굴을 붉히며 주먹을 꼭 쥐며, 당장 아래로 내려가 몇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그러자 택란이 조용히 그녀의 손을 누르며 말했다.“언니, 조급해하지 마시지요.”앞으로 때릴 기회는 많을 것이다.택란은 요홍장의 자만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요홍장은 분명 안지 언니를 본 적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녕 공자도 아직 안지 언니를 본 적이 없으니, 정말 저 여인의 미색에 홀려 버린다면... 안지 언니의 마음을 잃어도 마땅한 법이었다!그리고 안지는 대체 왜 지금 손을 쓰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 뻔뻔한 여인이 올라탄 후에야 움직일 생각인 건가? 하지만 동생의 판단이 언제나 옳았으므로, 안지는 그저 이를 악물고 기다리기로 했다.요홍장은 녕홍소에게 신경을 쏟고 있었기에, 처마에
택란은 안지를 이끌고 목두를 따돌린 후, 여우롭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는데, 이내 꼬마 봉황이 공중을 질풍같이 가르며 거리 일대를 순식간에 훑어보며 지나갔다. 꼬마 봉황은 단번에 녕홍소의 행방을 파악할 수 있었다.녕홍소는 강북부에서 가장 번화한 상가 거리에 있었다!안지는 택란의 발걸음을 바싹 따르며,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택란아,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사칭하여 녕 공자를 꾀어낸 것이냐?”비록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말 속엔 이미 확신이 서려 있었다.“예.”택란은 길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 사실 진작에 눈치채야 했던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녕 공자를 데려간 사내의 회갈색 도포는 안왕부 하인의 옷차림과 비슷하기도 했다.“택란아, 그들이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느냐? 상대의 목적이 무엇이든, 녕 공자가 강북부에서 변고가 있어선 안 된다. 아니면, 나를 이곳에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찾거라. 네 속도가 제일 빠르지 않으냐?”안지는 초조한 듯 가슴을 쓰러내리며 말했다. 그녀는 못내 자신 때문에 녕 공자가 해를 입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러나 상가 거리에 이르자, 택란은 오히려 발걸음을 늦추며 안지를 옆 골목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저를 믿으십니까?”“내가 어찌 너를 믿지 않겠느냐?”안지는 당혹스럽긴 했으나, 솔직하게 답했다. 녕 공자를 너무 걱정해서인지, 택란과 함께 너무 빠른 속도로 걸어서인지, 아니면 너무 다급하게 말을 꺼내서인지, 가슴이 쿵쾅거린 안지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애써 숨을 고를 뿐이었다.그 모습을 본 택란이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그리 급히 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안지가 넋을 잃고 물었다.“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이미 누군가 나서서 녕 공자를 시험하고 있는데, 그저 지켜보면 되지 않겠습니까?”“허나, 만에 하나 그들이 녕 공자에게 해를 가한다면…”안지는 뒷말을 잇기 두려워져 바로 입을 다물었다.택란이 웃으며 답했다.“녕 공자는 문무를
지난번 외출 후, 택란과 안지 두 자매는 또 하나의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화창한 날씨에 두 자매는 냉명여를 이끌고 은밀히 문을 나섰는데, 호심정에 도착하자마자 그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녕홍소가 앉아 있어야 할 방에 웬 한 쌍의 부부가 있었기 때문이다!“택란아, 녕 공자가 떠난 것이냐?”안지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택란을 바라보았다. 택란이 고개를 들자, 구름 사이를 가르던 꼬마 봉황이 갑작스레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작은 머리로 그녀의 뺨을 살짝 밀었다.“반 시진 전에 녕 공자는 회갈색 도포를 입은 한 사내와 함께 이곳을 떠났습니다.”안지의 마음에 왠지 모를 실망감이 스며들었다.“급한 일이 있는 듯하니, 우린 먼저 집으로 돌아가자.”“그럼 거리를 둘러보고 집에 가는 게 어떻습니까?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니, 강북부의 상가 거리를 둘러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저도 오라버니들께 무엇을 드릴지 정하지 못해가지고요.”택란이 말하자, 냉명여도 눈빛을 반짝이며, 검을 품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좋습니다!”강북부의 상가 거리는 약도성의 경영 방식을 본뜬 곳이었다. 주 아가씨와 호명도 과거 놀러 온 적 있었는데 대흥국의 상인들이 묘기를 부리는 것도 있어, 매우 흥미롭다고 하였다.안지도 그 말에 흥미가 생겨, 마음속의 실망이 금세 사라진듯 말했다.“어서 가자꾸나.”꼬마 봉황은 다시 구름 속으로 날아올랐고, 세 사람은 흥이 가득한 채로 호심정을 떠나 성북의 상가 거리로 향하였다. 하지만 막 거리 모퉁이를 나서려 할 즈음, 갑자기 한 사람과 마주치고 말았다.“너냐!”목두는 품 안에는 가득 계화 떡을 품고 있었고, 손에는 엿 사탕 한 웅큼을 쥐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난 얼굴로 냉명여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마침 잘 왔구나. 나와 겨루자!”택란은 안지를 끌고 옆으로 비켜선 후,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녕홍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맞닥뜨린 줄 안 두 자매는 저도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냉명여가 냉랭히 답했다.“비키거라.”목두는
삼대 거두는 멀지 않은 곳에 숨어서 환타와 칠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차피 아이들이 사람을 붙잡지는 않았으니 혼나지는 않을 것이고, 게다가 똑똑한 그들이라면 자신들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발뺌할 것이기에 무사할 것이었다.잠시 후, 관리가 와서 환타와 칠성과 몇 마디 나누자마자, 역시나 이내 그들을 풀어주었다. 삼대 거두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이 다가오자마자, 삼대 거두는 집에 돌아가서 오늘 일을 외부에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너무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환타와 칠성은 속으로 웃었다. 직접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일은 숨길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영상은 유명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이런 반전 있는 사회적 사건은 틀림없이 화제를 모을 것이다.역시나, 그날 저녁 원경주가 인터넷에서 그들의 영상을 보고 말았다. 저녁 식사 후, 다들 함께 과일을 먹으며 쉬고 있을 때, 원경주가 영상을 보여주며 웃었다.“너희 지금 엄청나게 유명해졌어.”삼대 거두가 영상을 들여다보고는, 무상황이 놀라며 물었다.“무슨 일이냐? 어찌 관리가 있는 것이냐? 언제 일어난 일이야?!”우문호 또한 무상황 옆에 앉아 영상을 같이 보다가 물었다.“오늘 사람들 혼내주러 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황조부, 오늘 안 가셨습니까?”“우리 셋은 아이들을 위해 밀크티를 사러 갔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전혀 몰랐구나.”그러고는 두 아이를 보며 책망하듯 말했다.“이렇게 큰일이 있었으면 우리한테 바로 말했어야지! 전혀 모르고 있었잖냐.”우문호는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소란스러운 배경음에는 삼대 거두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특히 경찰이 보고 있는 영상도 흐릿하게 지나갔지만, 우문호는 그래도 삼대 거두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영감 세 명이 있다고 하는데...”무상황이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지금 우리보고 늙은이라고 하는 것이냐?”우문호는 그들의 하얀 머리를 보며, 영감이 아니라면 할머니일리는 없지 않는가 반문하고 싶었지만
110에 전화를 건지 몇 분 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의 업무 효율은 역시 높았다.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 칠성과 환타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때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걷고 있던 두 사람이 삼대 거두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 칠성과 환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공부는 하지 않고, 늙은이들과 강도질한다고 손가락질하며 욕까지 했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그 소리를 듣고 분노하여 함께 두 소년을 비난했다.“연예인처럼 잘생겨놓고 어떻게 나쁜 짓을 할 수가 있지?”쇼츠의 시대라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마치 고양이가 생선을 본 것처럼 흥분하며, 앞다투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도 된 듯 두 소년을 함께 꾸짖기 시작했다.경찰이 도착하기 전 10분 사이에, 벌써 부모가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다는 말에 부모의 책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안티가 될 자질이 충분했다.경찰은 도착하자마자, 현장을 통제하고 상황을 물었다.두 명의 ‘피해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그들이 대낮에 강도질을 하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도둑이요?”경찰은 칠성과 환타를 힐긋 쳐다보았다. 맑고 투명한 눈빛을 보니, 강도질을 저지를 아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네, 도둑질이요. 이 아이들 외에도 세 명의 공범이 있었는데, 제가 경찰에 신고하자마자 도망쳤어요!” ‘피해자’ 중 한 명이 흥분하여 소리치자,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던 구경꾼들은 갑자기 정의의 사도라도 된 마냥, 경찰 앞에서 두 아이의 부모를 비난했다.“대체 부모가 애들을 어떻게 가르친 건지 몰라요. 어린 나이에 못된 것만 배운다니. 이런 애들이 크면 사회의 해가 될 게 분명하니, 반드시 엄하게 처벌해 주세요.”단호한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목청 높여 동의하기 시작했다.경찰이 칠성에게 물었다.“정말 도둑질을 하려고 했어?”칠성은 난감한 듯 말했다.“저희는 그런짓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아직도 변명하는 거야? 여기 CCTV 영상도 있어서 바로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