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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last update 게시일: 2026-08-06 12:14:02

​계약서에 서명하고 맞이한 첫 토요일 아침.

​소율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눈을 떴다. 침대 헤드에 매달린 시계가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3년간 출근길마다 입었던 단정한 슬랙스와 블라우스 대신, 옷장 안에 걸린 옷들을 하나씩 꺼내어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진짜 연인처럼 보일 것.’

​계약서에 명시된 비공식 2번 조항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 도현과 약속된 일정은 청담동의 한 셀렉트숍 방문 및 인근 레스토랑에서의 점심 식사였다. 단순한 주말 데이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회장님의 눈을 속이기 위한 ‘연인의 자격 검증’ 무대였다.

​소율은 무난한 파스텔톤 카디건과 플리츠스커트를 골라 입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입술에 핑크빛 립스틱을 얹자, 평소 오피스 룩으로 무장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할 수 있어, 한소율. 그냥 업무의 연장선일 뿐이야.’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주문을 걸었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생경한 떨림까지 완전히 눌러 담을 수는 없었다.

​오전 11시, 청담동의 프라이빗 쇼룸 앞.

​소율이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익숙한 검은색 세단이 도로변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도현은 평소의 각 잡힌 정장 차림이 아니었다. 짙은 네이비색 카디건에 슬림핏 슬랙스를 매치한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접근하기 쉬워 보였지만, 그 특유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는 그대로였다.

​"일찍 왔군요, 한 대리."

​차에서 내린 도현이 소율을 향해 걸어왔다. 그의 시선이 소율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렸다. 소율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깔끔하고 보기 좋지만… 조금 더 화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

​"회장님은 내 취향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면 어떤 스타일을 선물했을지, 감시원들이 보고서에 적어 올릴 텐데 이 정도는 너무 평범해요."

​도현은 쇼룸의 유리문을 열며 소율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쇼룸 내부는 최상위 VIP들만을 위한 고급스러운 공간이었다. 매장 매니저가 도현을 알아보고 즉시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차 팀장님, 어서 오십시오. 말씀하신 라인업으로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여기 한 대리에게 어울릴 만한 의상으로 몇 착장 보여주시죠. 액세서리까지 포함해서."

​매니저의 안내로 소율은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쇼룸 직원들이 가져다주는 옷들은 하나같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이너 브랜드의 신상들이었다. 첫 번째로 입고 나온 옷은 라벤더 빛의 실크 드레스였다.

​소율이 커튼을 열고 나오자, 피팅룸 앞 소파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던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어떠십니까…?"

​소율이 어색하게 묻자, 도현은 턱을 괴고 소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소율의 모습이 또렷하게 담겼다.

​"색감은 좋은데, 어깨선이 조금 어색하군요. 다른 걸로 바꾸죠."

​이어진 두 번째, 세 번째 착장. 도현은 지독할 정도로 섬세하게 핏과 분위기를 점검했다. 그것은 여친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이라기보다는, 사업 프레젠테이션에 제출할 시안을 검토하는 완벽주의자 팀장의 눈빛에 가까웠다.

​마지막으로 소율이 입고 나온 것은 은은한 크림색의 랩 스타일 드레스였다. 우아하게 떨어지는 목선과 허리 라인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디자인이 소율의 흰 피부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피팅룸 커튼이 열리자, 도현의 움직임이 찰나 동안 멈췄다. 서류를 쥐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굳었다.

​"팀장님?"

​소율이 부르자, 도현은 이내 무심한 표정을 회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로 하죠. 가장 잘 어울립니다."

​도현은 직접 매장에 비치된 주얼리 트레이로 걸어가 깔끔한 다이아몬드 드롭 귀걸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소율의 앞으로 다가왔다.

​"잠시 멈춰 서봐요."

​도현이 손을 뻗어 소율의 오른쪽 귀에 귀걸이를 대보았다. 남성의 시원하고 옅은 향수 향이 소율의 코끝을 스쳤다. 지척까지 다가온 그 커다란 몸집과 서늘한 숨소리에 소율은 헉 하고 숨을 멈췄다.

​"팀장님, 제가 직접…."

​"가만히 있어요. 주위 시선이 있습니다."

​도현의 손가락 끝이 소율의 귓볼을 스쳤다. 아주 작은 마찰이었지만, 마치 불꽃이 튄 것처럼 소율의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했다. 도현은 귓볼을 살짝 만지작거리며 핀을 고정했다. 그의 손길은 정교하면서도 묘하게 끈적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완벽하군요."

​도현이 만족스럽다는 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소율의 심장은 이미 통제 불능 상태로 폭주하고 있었다.

​

​착장을 마친 두 사람은 쇼룸 근처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야외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 석이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 도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블라인드 사이로 레스토랑 구석 자리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7시 방향, 입구 쪽 2인 테이블에 앉은 신사모를 쓴 사내 보입니까?"

​소율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신문을 펼쳐 들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회장님 전속 수행비서가 고용한 사람입니다. 내가 누구를 만나고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밀착 감시하고 있죠. 오늘 우리가 보여주는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회장님 보고서에 들어갈 겁니다."

​소율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진검승부나 다름없는 연기판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호칭부터 바꿉니다."

​도현이 잔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회사 밖에서는 '팀장님', '한 대리'라는 단어는 절대 금지입니다. 연습해 보죠. 내 이름 불러봐요."

​소율은 입술을 옴짝달싹했다. 3년 동안 가슴속으로만 수천 번 불렀던 그 이름. 막상 그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입 밖으로 내어 부르려니 혀가 딱딱하게 굳는 것 같았다.

​"…도, 도현 씨."

​소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도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너무 딱딱합니다.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거래처 사장 이름 부르는 것 같군요. 조금 더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도현 씨…."

​"다시."

​"도현 씨, 음식 나왔습니다."

​이번엔 조금 나아졌는지 도현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웃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있었던가. 소율은 순식간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렇지, 그렇게 웃으면서 부르는 겁니다. 그럼 나도 해보죠."

​도현이 상체를 고쳐 앉으며 소율의 눈을 똑바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묘한 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소율 씨."

​그 낮고 그윽한 음성이 소율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소율은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소율 씨.'

​꿈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호칭이었다. 도현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나 낯설고 지독하게 달콤할 줄은 몰랐다. 소율의 뺨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귓가까지 화끈거리는 열감이 올려왔다.

​소율이 당황해 고개를 숙이자, 도현은 그것을 단순한 '연기 연습에 대한 긴장감'으로 오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 수줍어하는 표정 아주 좋습니다. 감시원 눈에는 완벽하게 사랑에 빠진 여자로 보이겠군요. 한 대리, 아니 소율 씨 연기 재능이 훌륭해요."

​소율은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연기가 아니에요, 팀장님… 아니, 도현 씨. 난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3년 동안 눌러왔던 진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숨기느라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다. 이 남자는 소율의 이 진심 어린 떨림조차 '훌륭한 연기'로 치부하고 있었다. 거대한 오해의 장벽이 소율의 마음을 씁쓸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레스토랑과 연결된 프라이빗 산책로로 나섰다.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아담한 길이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도현이 귓속말을 하듯 소율에게 낮게 경고했다.

​"감시원이 5m 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지금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소율의 어깨가 굳어졌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장 결정적인 컷을 하나 만들어 줘야죠. 회장님이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하도록."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도현은 걸음을 멈추고 소율의 몸을 자신 쪽으로 홱 돌려세웠다.

​"앗—"

​소율이 놀라 짧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도현의 커다란 손이 소율의 허리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의 거리가 찰나의 순간에 소멸했다. 소율의 코끝이 도현의 가슴팍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밀착되었다. 도현의 단단한 체온과 서늘한 향수 향이 소율의 감각을 통째로 마비시켰다.

​"팀장… 아니, 도현 씨?"

​소율이 떨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도현의 시선은 소율의 눈동자를 지나, 떨리고 있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 머물러 있었다.

​도현의 오른손이 소율의 볼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길게 내려온 소율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다정하게 넘겨주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소율의 뺨 피부에 쓸리듯 닿았다.

​쿵, 쿵, 쿵.

​소율의 심장 소리가 산책로 전체를 울리는 것처럼 거세게 요동쳤다. 도현의 얼굴이 천천히 내려왔다. 입술과 입술이 닿기 불과 1cm 전의 거리. 숨결이 서로의 입술 위에서 엉켜 붙었다.

​누가 보아도 완벽한, 연인들의 열렬한 키스 직전의 순간이었다.

​찰칵—!

​저 멀리 나무 숲 사이에서 아주 미세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감시원이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도현의 눈동자에 일순간 연기자다운 냉철한 빛이 지나갔다.

​하지만 도현은 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소율의 뺨을 쥔 손에 힘을 조금 더 가하며,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나직하게 읊조렸다.

​"잘했어요, 소율 씨."

​그의 숨결이 귓바퀴를 간지럽혔다.

​"방금… 진짜 연인 같았어요."

​도현이 천천히 얼굴을 떼어내며 완벽한 사업가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눈빛에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만족감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가짜 키스의 직전, 그의 품 안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굳어버린 소율의 가슴속에는 지독하도록 쓰라린 상처와 두려움이 피어나고 있었다.

​'진짜 연인 같았다니….'

​도현에게는 그저 깔끔하게 성공한 비즈니스 쇼에 불과했지만, 소율에게는 그 1초가 3년의 짝사랑 중 가장 잔인하고 지옥 같은 순간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12일.

과연 소율은 이 거대한 거짓극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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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날 오후 3시 10분, 축제장 휴식 천막 뒤.소율은 사람들 눈에 닿지 않는 천막 안쪽으로 도현을 데려갔다. 바깥에서는 해나가 손님을 안내하는 소리와 조리대에서 기름 튀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잠깐 숙이세요. 머리 벗겨 드릴게요."도현이 고개를 낮추자 소율이 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안에 갇혔던 더운 공기가 확 빠져나왔다. 그의 앞머리가 이마에 젖어 붙어 있었다."어휴... 벌써 몇 바퀴를 도셨어요. 눈은 안 불편해요?""시야는 괜찮아. 다리가 생각보다 짧아서 걷는 게 불편하지."그는 소율이 건넨 물을 한참 마셨다. 소율은 깨끗한 수건을 펼쳐 그의 이마에 대 줬다. 탈을 벗은 남편이 평소보다 숨을 조금 빠르게 고르자, 아까 해나에게 한 바퀴만 더 돌게 하겠다고 했던 자신이 떠올랐다."이제 다른 직원이랑 교대해요. 오전부터 계속 계셨잖아요.""조금 쉬고. 메인 통로는 지금 사람들이 몰릴 때라,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고 올게.""차 과장님, 제가 현장 책임자예요. 교대도 제가 정할 수 있어요."도현이 물병을 내리고 그녀를 봤다. 소율은 팔짱을 낀 채 버텼지만, 수건을 든 손은 계속 그의 이마를 닦고 있었다."그럼 한 차장님 지시대로 쉬지. 대신 보상은 있어야겠는데.""방금 쉬라고 했더니 무슨 보상이요?""오늘 온종일 한 번도 못 했잖아."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소율은 저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 부스에서 웃음만 마주쳐도 다른 직원 시선이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천막 하나 뒤에 남편이 가까이 서 있었다."여긴 축제장이에요.""알아. 그래서 사람 없을 때 말하는 거야."소율은 밖을 확인하고 남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 탈의 둥근 몸통이 둘 사이에 끼어 팔을 뻗어도 그의 셔츠까지 닿지 않았다."...푸흡. 여기서 어떻게 해요?""방금까지는 가까웠는데."도현이 한 걸음 다가오자 문어 배가 소율의 앞에 먼저 닿았다. 소율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잠깐, 잠깐만요. 다리 밟겠어요!""당신이 이걸 입혔잖아."

  • 14일간의 계약 연애   287화

    같은 날 오후 1시 15분, 해담지사 판매 부스.백세라가 온담 직원과 함께 부스로 들어왔다. 직원은 휴대전화 거치대를 들고 있었고, 세라는 판매대를 한 바퀴 둘러봤다."아침에 올린 영상 보고 온담 계정에도 문의가 들어왔어요. 여기서 잠깐 생중계해도 될까요? 상품하고 조리 과정만 비추겠습니다.""생산자분들께 먼저 여쭤볼게요. 화면에 나오실 분들 의견도 들어야 하고요."소율이 묻자 준호는 조리대를 정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의 생산자도 상품 설명은 직접 하겠다며 앞치마를 바로 맸다."우리 얼굴 나와도 돼요. 이 물건 만든 사람이 누군지 보여 줘야죠."온담 직원은 화면에 잡힐 사람과 범위를 확인하고 카메라를 고정했다. 부스 뒤쪽 생산자와 상품이 잘 보이는 각도였다.방송이 시작되자 준호가 갓 구운 문어전을 들어 보였다."어, 지금 찍는 거예요? 잠깐. 제가 팬부터 닦고...""이미 시작했어요, 대표님!"해나가 웃자 준호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하하! 좋습니다. 지금 부치는 건 오늘 들어온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겉은 이렇게 익고, 안은... 아, 잠깐만요. 먹어 보시면 훨씬 빨리 알아요."직접 만든 사람의 말에 화면 밖에서도 웃음이 났다. 세라는 휴대전화에 올라오는 질문을 골라 생산자에게 넘겼다. 맛과 보관 방법을 물으면 생산자가 답하고, 살 수 있는 곳을 물으면 해나가 부스 위치를 가리켰다.도현은 탈을 쓴 채 화면 바깥에 서 있었다. 온담 직원이 문어도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그는 한 손으로 시식대를, 다른 손으로 상품을 가리켰다. 화면 속 문어가 장바구니를 들고 판매대 앞을 맴돌자 댓글에 웃음 표시가 쏟아졌다.세라가 소율에게 낮게 말했다."사람들이 문어 보러 들어왔다가 물건을 보고 있어요. 잘 쓰시네요, 운영 담당을.""본인이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 지나가는 길을 아침부터 바꿔 놨거든요.""탈 안에서요?""네. 손짓만 해도 윤 대리님이 알아듣더라고요."해나가 바로 끼어들었다."처,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어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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