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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مؤلف: 꼬미 요괴
허서령의 뺨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가 잡은 손바닥은 따뜻했다.

정원을 한 바퀴 돈 뒤 그녀는 방으로 끌려갔다.

방에 들어가자 지강산은 곧바로 그녀를 문에 밀어붙이고 입을 맞추며 몸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자제력은 좋았다. 할아버지 댁에서 관계를 맺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댁에서 돌아온 뒤, 허서령은 이유도 모르게 몸이 점점 더 피곤해졌다.

잠이 쏟아지고 입맛이 없었으며 후각까지 예민해졌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냄새가 나면 속이 울렁거렸고 가끔 헛구역질도 했다.

항우울제 설명서에는 실제로 이런 부작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런 반응이 없었다.

‘약을 너무 많이 먹어 뒤늦게 부작용이 생긴 걸까?’

허서령은 근무 중 시간을 내 심리 상담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가 말했다.

“약에 그런 부작용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허서령이 물었다.

“더 좋은 약은 없나요? 적어도 졸음이 덜한 약이요. 일하는 데 지장이 너무 커요.”

의사가 다시 말했다.

“사실 사랑은 우울증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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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16화

    허서령의 의심은 점점 짙어졌다.금자 아주머니는 제비집을 내려놓고 천천히 자리를 떴다. 그러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당부했다.“사모님, 이거 몸에 좋은 거예요. 도련님 정성 생각해서라도 꼭 드세요.”“알겠어요. 먹을게요.”허서령은 미소로 대답했다.금자 아주머니가 사라지고 나서야 정윤슬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저 아주머니, 좀 이상한데요.”“평소에는 저렇지 않아.”허서령은 곧장 젓가락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꺼내 지강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강산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령아, 나 오늘 야근이라 집에 좀 늦게 갈 것 같아.”“알아요.”허서령이 대답했다.“강산 씨, 금자 아주머니한테 저 먹으라고 제비집 끓여 달라고 한 거 맞아요?”“응. 임신부가 먹으면 좋다길래.”“그런데 저 먹기 싫어요.”“그럼 먹지 마. 아주머니 드리든가, 아니면 놔뒀다가 내가 집에 가서 먹을게.”“그런데 아주머니가 꼭 저보고 먹으래요. 제가 안 먹으면 강산 씨한테 설명할 수가 없다면서 말이에요. 강산 씨가 왜 그렇게 부담을 줬나 싶어서 물어보는 거예요.”전화기 너머의 지강산이 갑자기 침묵했다.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허서령이 다시 물었다.“강산 씨, 듣고 있어요?”다음 순간 지강산의 목소리가 매우 급하고 엄숙하게 바뀌었다.“서령아, 제비집 먹지 마. 다른 음식도 전부 먹지 말고. 핑계를 대서 금자 아주머니를 밖으로 내보낸 다음, 제비집이랑 음식들을 전부 따로 챙겨 둬.”“아주머니를 의심하는 거예요?”허서령은 긴장한 채 주방 쪽을 돌아봤다.마침 금자 아주머니가 주방 문 앞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아주머니는 급히 몸을 돌려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지강산이 무겁게 말했다.“차라리 내가 사람을 잘못 의심하는 편이 나아. 너랑 아이한테는 단 하나의 변수도 생기면 안 돼.”“알겠어요...”허서령은 그의 걱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지강산은 원래 사소한 것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사람이었다.전화를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15화

    박규태의 죄는 한둘이 아니었다.증거위조와 증인 방해, 뇌물공여, 허위소송. 그것도 이번에 새로 벌인 일이 아니라 예전에 맡았던 사건들에서 저지른 범죄였다.누군가가 그의 과거를 아주 깊이 파헤쳐 묻혀 있던 범죄 증거를 모조리 끄집어낸 것이 분명했다.저녁 퇴근길에는 정윤슬이 운전대를 잡았다.정윤슬은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쥐고 있었다. 자세는 뻣뻣했고 허리도 꼿꼿했다. 맑고 커다란 눈은 일정한 간격으로 좌우 사이드미러를 확인하다가 다시 앞차를 뚫어지라 바라봤다.허서령은 정윤슬이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지만 굳이 말하지도, 달래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 했다.“윤슬아, 운전 정말 안정적으로 한다.”그 말은 정윤슬의 운전 실력에 대한 최고의 격려였다. 자신감이 붙은 정윤슬은 겸손하게 말했다.“서령 언니 차가 좋아서 그래요.”조수석에 앉은 허서령은 조금 심심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로 했다.“윤슬아, 무술 배웠어? 태권도 같은 거?”“어릴 때 할아버지한테 무술을 조금 배웠고, 성인이 된 뒤에는 태권도도 배웠어요. 그렇게 잘하는 수준은 아니고 그냥 몸 단련 정도예요.”“지태일 좋아해?”“지태일이 누구예요?”정윤슬은 어리둥절했다.허서령이 멈칫했다.“지 할아버지가 너한테 소개해 준 분. 할아버지 손자.”“아. 아직 못 만났어요. 저보다 열 살이나 많은데 세대 차이가 얼마나 크겠어요. 우리는 절대 서로 안 끌릴걸요.”허서령은 고개를 돌려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태일 오빠 정말 좋은 사람이야. 체격도 듬직하고 남자답고, 잘생긴 데다 멋있어. 정의감도 강하고 책임감도 있고. 무엇보다 그 집안은 네가 앞으로 올라갈 수 있게 든든하게 받쳐 줄 수 있어. 한 번쯤 서로 알아가 보는 건 생각해 봐도 괜찮아.”“알겠어요. 서령 언니.”정윤슬은 난감하게 한숨을 쉬었다.“제가 원하지 않아도 지 할아버지는 우리 집에 은인이시고, 우리 할아버지도 제가 지 할아버지 손자와 결혼하길 바라세요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14화

    점심을 먹은 뒤 법률사무소로 돌아왔다.하윤슬은 허서령의 뒤를 따라다니며 꽤 긴장한 모습이었다.“서령 언니, 저한테는 이게 첫 정식 직장이에요. 전담 보조원도 처음이고요. 제가 부족한 게 있으면 많이 가르쳐 주세요.”“그래.”허서령은 책상 앞에 앉았다.하윤슬은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지금부터 제가 뭘 하면 될까요?”허서령은 잠시 생각하다 당부했다.“아까 내가 스쿠터에 치일 뻔한 일은 강산 씨한테 말하지 마. 괜히 걱정할 테니까.”“네.”“지금은 딱히 시킬 일이 없어.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봐도 되고 네 일 해도 돼. 필요할 때 내가 부를게.”하윤슬은 눈빛을 반짝이며 미소가 점점 환해졌다.“그러면 여기서 공부해도 돼요?”“물론이지. 그런데 아직 졸업 안 했어?”“1년 정도 일하면서 돈을 모은 다음 석박사 통합과정에 들어가고 싶어요.”허서령은 지난번 지용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윤슬의 부모는 이혼했고, 하윤슬은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그 할아버지가 암에 걸려 지태일에게 하윤슬을 부탁하려고 했었다.겨우 스물두 살인 여자아이가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석박사 과정을 밟으려 한다니. 얼마나 뛰어나고 강인한 사람인가.지태일이 아무리 뛰어나고 집안 환경도 좋다지만,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건 확실히 조금 많았다.“할아버지는 요즘 몸이 좀 어떠셔?”“그저 그래요. 연세도 많으신데 아빠랑 작은 아빠는 치료해 봤자 돈 낭비라고 병원비를 안 내줘요. 저는 돈도 없고 집안에서 결정권도 없고요. 나중에 지 할아버지가 병원비와 수술비를 대신 내주셨어요. 대신 제가 할아버지 손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고요.”하윤슬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지만 웃음은 씁쓸했다.세상살이의 고통은 결국 가난과 질병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 의지대로 살 수도 없고, 현실을 깨고 나올 수도 없는 무력함까지 더해지면 더했다.“전공이 뭐야?”“생체의공학이요.”“정말 대단하다.”허서령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13화

    화학 공장 오염 사건에서 승소한 뒤 허서령은 하룻밤 사이 유명해졌다.제산시의 많은 기업 대표들은 성화 그룹 뒤에 막강한 뒷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웬만한 사람은 이 회사를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허서령은 소송에서 이긴 데다 아무 탈 없이 멀쩡했다. 실력도 뛰어나고 수완도 있으며 배경까지 강하다는 증거였다.그 뒤로 그녀에게 대형 사건을 맡기려는 의뢰가 끊이지 않았다.하준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했고, 자신이 사람을 제대로 봤다며 무척 흐뭇해했다.하지만 허서령은 아무 사건이나 다 맡지 않았다. 지금은 임신 중이라 휴식과 안정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했고, 업무량도 서서히 줄이는 중이었다.일이 많은 형사사건이나 상사사건은 더는 맡지 않고, 비교적 간단한 민사사건만 받았다.동료들은 그녀에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고 농담했지만, 허서령은 웃어넘길 뿐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점심시간이 됐다.허서령은 법률사무소의 보조 직원과 함께 사무실을 나와 근처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두 사람은 인도를 걸으며 일 이야기를 나눴다. 햇살이 길가의 커다란 나무 위로 쏟아지며 바닥에 얼룩덜룩한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때 갑자기 스쿠터 한 대가 엄청난 속도로 허서령을 향해 돌진해 왔다.보조 직원이 스쿠터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뒤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본능적으로 잔디밭 쪽으로 몸을 피했다.스쿠터는 그대로 허서령을 향해 들이받았다.위기의 순간, 허서령은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움켜잡는 것을 느꼈다. 강하게 잡아당기는 힘에 그녀의 몸이 부드러운 품속으로 쓰러졌다.두 사람은 함께 바닥으로 넘어졌다.허서령은 누군가의 몸 위로 눌리듯 넘어져 덕분에 다치지 않았다. 아래에 깔린 여자가 아픈 듯 비명을 질렀다.“아!”허서령은 황급히 그 여자 위에서 몸을 일으킨 뒤, 멀어지는 스쿠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스쿠터를 탄 사람은 잠시 멈춰 두 발로 바닥을 짚고 뒤를 돌아봤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허서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12화

    지강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주머니, 우리가 돌아온 게 그렇게 무서워요?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아 보이세요?”“아, 아니에요...”“편하게 계세요. 여기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전화해도 됩니다. 그렇게 당황하실 필요 없어요.”“네, 도련님.”말을 마친 금자 아주머니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지강산은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 눈 깊은 곳에 의문이 떠올랐고 시선도 무겁게 가라앉았다.허서령은 궁금한 듯 그를 바라봤다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금자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봤다.“왜 그래요?”“왠지 아주머니가 좀 이상해.”지강산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은 뒤 품에 끌어안았다.“뭐가 이상한데요?”“정확히 말은 못 하겠어. 그냥 느낌이 그래.”...한편, 다른 별장.지로운은 도은정과 함께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도미란은 집에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이 나란히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은정아, 네가 왜 여기 있어?”도은정은 당황한 기색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불안하게 말했다.“이모, 저... 사촌 오빠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 왔어요.”“무슨 할 말?”도미란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나이까지 살면서 못 본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곳은 아들과 며느리의 신혼집이었다. 할 말이 있다 해도 거실에서 하면 될 텐데, 굳이 2층까지 올라갔다니.2층에는 전부 방뿐이었다.게다가 그녀는 아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들이 뭐든 다 잘했지만, 유독 여자를 밝히는 성격만큼은 늘 골칫거리였다.지로운은 태연하게 아래층으로 내려와 술장 앞으로 다가가, 작은 잔에 술을 따르고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엄마, 무슨 일로 왔어요?”“한나는?”도미란이 물었다.“친구들이랑 해외여행 갔어요.”지로운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손가락 사이에 유리잔을 끼운 채 느긋하게 흔들었다.도미란도 소파에 앉아 가방을 툭 던지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허서령이 임신했어. 너도 빨리 한나랑 아이 만들어. 지씨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11화

    지강산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긴 머리카락을 따라 천천히 내려온 손이 목덜미에 닿았다. 그가 다정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울심시 항공원의 프로젝트는 사실 아주 간단했어. 아무 엔지니어나 가도 되는 일이었지. 네 고향이 있는 도시라는 걸 알고 나서야 내가 전근을 신청한 거야.”허서령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지고 촉촉해졌다. 그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난 친구가 부족한 사람도 아니고, 직장 동료와 깊게 사귀다가 형제처럼 지내는 일도 거의 없어. 그런데 우연히 한 번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백시욱이 동료들과 맞선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어.”“심인혜가 성격도 밝고 생김새도 귀엽다고 하면서, 같이 왔던 절친도 아주 예쁘다고 했지. 동료가 그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니까 백시욱이 네 외모와 직업, 이름까지 설명하더라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백시욱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어. 친구가 되고 싶었지.”“난 백시욱이 부르는 그런 어색한 술자리나 모임을 좋아하지 않아. 그래도 부를 때마다 갔어. 혹시라도 우연히 널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어. 널 다시 만난 날도 네가 반드시 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어. 사실 그때 정말 많이 설렜어.”허서령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제가 보기엔 엄청 태연했는데. 그때 저를 모른다고까지 했잖아요.”지강산은 난감하게 웃었다.“내가 어디가 태연했어? 감정을 감추려고 계속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잖아. 그럼 내가 뭐라고 해야 했는데? ‘전 여자친구, 오랜만이야’라고? 그러면 네가 얼마나 난처했겠어. 다들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 얼마나 사귀었는지, 언제 헤어졌는지 꼬치꼬치 물었을 거야. 소유하도 있었고. 걔 입이 얼마나 독한지는 너도 알잖아.”허서령은 그때를 떠올리자 서운함이 다시 올라와 작게 중얼거렸다.“강산시는 입이 정말 독해요. 저한테 천박하다고 욕했잖아요.”지강산이 멈칫하며 의아하게 물었다.“내가 언제 너한테 천박하다고 했어?”“한 번은 저를 집에 데려다주다가 제가 살던 월세방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화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화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화

    허서령은 진심으로 겁이 났다.지난번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허서령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지강산이었다.지금은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복도에 인적도 끊겼다. 지강산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강산 씨도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허서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몸을 바짝 붙였다.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세였다.“강산 씨 눈앞에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니에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꺼서 던져 넣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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