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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Author: 낙화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조사를 해보겠다고 말하고 있다니.

정루아는 안전벨트를 꽉 잡고 메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몰랐다면서 처음에 내가 이 얘기를 꺼냈을 땐 왜 의심 한 번 안 했던 거야?”

“그건 중요하지 않아.”

구태윤이 돌연 정루아의 손을 움켜잡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이미 다 지난 일이야. 나한테는 하나도 안 중요해.”

정루아의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안 중요해? 정시연은 내 모든 걸 뺏으려고 안달이 난 여자인데. 이제는 너를 구해준 공까지 가로채려 하잖아! 구태윤, 이건 나한테 전부가 걸린 문제라고.”

그러자 구태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설령 날 구한 게 정시연이라고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고작 목숨을 구해 준 은혜 때문에 그녀를 선택했다고 믿은 걸까.

만약 그렇다면 정루아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널 구한 건 나야!”

정루아는 고집스럽게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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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24화

    장옥경은 복잡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정원 그룹은 이제 놓아준 거니?”구태윤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무심하게 쳐다보았다.“하고 싶으신 말씀이 뭡니까?”“내가 말한다고 들을 거냐만은...”장옥경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그래도 엄연히 루아의 친정이잖아. 이렇게까지 들쑤셔 놓으면, 앞으로 루아가 부모 얼굴을 어떻게 보겠니?”그러자 구태윤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받아쳤다.“정 회장이 루아한테 손을 댔어요.”장옥경은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기가 찬다는 듯 덧붙였다.“결국은 그 집 부녀간의 일이지, 네가 대대적으로 판을 벌일 필요는 없잖아.”“엄마, 이미 끝났어요. 이제 와서 그런 말씀 해봤자 무슨 소용입니까?”구태윤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하지만 장옥경은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것을.그녀는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태윤이 곁을 지켜준 덕분인지, 불안해하던 구하준은 금세 안정을 되찾고 그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그는 아이를 병상에 조심스레 눕힌 뒤 병실을 나섰다.이내 차를 몰아 정시연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앞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이 그를 보자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대표님.”“응.”구태윤은 짧게 대답하고 곧바로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뜻밖의 방문에 정시연은 깜짝 놀랐다.“태윤 씨,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구태윤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부터 본가로 들어가서 요양하도록 하세요.”정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내 처지에 본가로 들어가면 서로 껄끄럽기만 하잖아요.”“껄끄러울 게 뭐 있죠? 형수님은 하준의 친모에요. 감히 누구도 입을 놀리지 못할 겁니다.”구태윤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남한테 말 못 할 짓이라도 저지른 게 아니라면 말이죠.”“그럴 리가...”정시연은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렸다.“그럼 태윤 씨 뜻대로 할게요.”구태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형수님 명의의 회사는 이미 사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23화

    정루아는 또다시 숨 막히는 압박감이 느껴졌다.결국 저도 모르게 손으로 목을 쓸어내렸다. 기분이 얼떨떨했다.저만치 앞서가는 냉정하고 오만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가슴 밑바닥에서 참담한 슬픔이 밀려왔다.더는 그에게 반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저 처량하게 뒤를 따라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지금껏 해온 모든 발버둥이 겨우 목숨만 유지하기 위한 짓처럼 느껴져 실소가 터져 나왔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가느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정루아는 구석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마치 폭우를 흠뻑 맞은 사람처럼, 축 처진 어깨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풀이 죽은 정루아의 모습에 구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주변을 둘러싼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가 먼저 발을 내딛자, 정루아는 넋이 나간 채로 뒤를 따랐다.지문 인식으로 도어록을 해제하고 집 안으로 들어서던 그때, 구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수화기를 귀에 대었다.“여보세요?”거리가 가까운 탓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흘러나왔다.장옥경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무언가 급하게 쏘아붙이고 있었다.“알았어요. 지금 갈게요.”구태윤은 짧게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시선을 돌려 정루아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떠난다는 소식에 먹구름이 가득했던 그녀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그와 함께 있는 게 그리도 싫은 건가.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이내 무심한 척 말을 건넸다.“호텔에 말해서 저녁 챙겨주라고 할 테니까, 따로 배달 음식 같은 건 시키지 마.”“응.”정루아가 건성으로 대답했다.구태윤은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로 향했다.“루아야, 정말... 나한테 더 할 말 없어?”돌아온 것은 ‘쾅’하고 닫히는 문소리뿐이었다.구태윤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는 고개를 돌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구하준이 다쳤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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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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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20화

    화면을 확인하자, 허도준의 이름이 떠 있었다.“여보세요?”정루아는 베란다 쪽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웃음기가 묻어나는 허도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며칠 뒤면 법원에서 조정 절차 때문에 연락이 갈 거야. 마음 준비 단단히 해둬.”이미 벼랑 끝까지 몰린 지 오래였다. 각오는 진작부터 마친 상태였다.그녀는 휴대폰을 꽉 쥐고 나지막이 물었다.“패소할 가능성도 있어?”“그럴 확률이 꽤 높지.”허도준이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매번 질 거라 겁먹을 필요는 없어. 만에 하나 이기기라도 하면 대박인 거니까.”정루아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당장 뾰족한 수는 없었다.“응, 알았어. 고마워.”“별말씀을.”허도준이 피식 웃었다.“수임료나 넉넉하게 챙겨주면 돼.”정루아가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동산 중개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집으로 할게요.”내부 인테리어가 완벽하게 끝난 곳이라 당장 몸만 들어와 살기에도 손색이 없었다.늦은 오후에 집 보러 왔기에 서류 절차는 다음 날로 미루었다.정루아는 중개사와 내일 다시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배진욱은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녀가 대화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이따가 또 다른 일정 있어?”“응, 연차 내고 왔거든.”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회사에 들어가서 마저 일해야 해.”배진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스케줄 없으면 같이 저녁이나 먹으려 했더니 아쉽네. 거기 레스토랑 진짜 괜찮더라. 또 가고 싶은데 참는 중이야.”“그럼 혼자 가. 아니면 친구 부르던가.”“사실...”배진욱이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귀국하고 나서 사귄 첫 번째 친구가 루아 씨야.”정루아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그럼 외국 나가기 전에는?”“어릴 적 친구들은 진작에 연락이 끊겼지.”배진욱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나 좀 불쌍하지 않아?”정루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건 진욱 씨가 애초에 친구 사귀는 데 관심이 없는 탓이겠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19화

    구태윤은 정루아의 허리를 낚아채 위로 번쩍 치켜들더니, 차가운 벽면에 밀어붙였다.처절한 몸부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이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읊조렸다.“루아야, 나 정관복원 수술했어. 이제 우리 진짜 아이 가질 수 있어.”“싫다고 했잖아, 당장 안 놔?”정루아는 그를 사정없이 할퀴었다.어느덧 목소리마저 갈라졌다.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남녀 간의 신체적 차이가 이 순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증명되었다.발버둥 치는 그녀의 저항은 마치 아이의 장난질처럼 손쉽게 제압당했다.광기만 남은 거친 행위가 끝난 뒤, 정루아는 녹차가 되어 있었다.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다.구태윤은 정루아의 아랫배를 쓸어내리며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루아야, 씨앗은 안에 심었어. 금방 싹을 틔울 거야.”정루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구태윤을 등 진 그녀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원망과 증오만 가득했다.이 남자가 지독하게 혐오스러웠다.그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며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그러고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침실로 돌아온 구태윤은 그녀의 곁에 나란히 누웠다.이내 쌕쌕거리는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정루아는 고단한 몸과 달리 정신이 유독 맑았다.남자가 깊은 잠에 빠져들기를 기다린 끝에, 그녀는 다리 사이의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아내며 서재로 향했다.서랍을 열어 꺼낸 것은 약병이었다. 미리 준비해 둔 사후 피임약이었다.구태윤이 언제 미쳐 날뛸지 모른다.그야말로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며, 게다가 오래전부터 아이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쳐 왔었다.그러니 정관복원 수술은 진작 해두었을 터였다.구태윤의 아이만큼은 절대 가질 수 없다.차가운 물 한 모금으로 알약을 삼키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녀는 맥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밤은 점점 더 깊어만 갔고, 짙은 고독만이 방안을 에워쌌다.가녀린 몸이 한껏 웅크려져 있었다.먹구름처럼 밀려오는 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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