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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양복쟁이들의 초대장 1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3 00:20:15

​"쯧. 어디서 싸구려 포마드 냄새가 진동을 하네."

​나는 캔커피를 홀짝이던 입술을 떼며 미간을 팍 구겼다.

아크 부대 지하 100미터 아래에 위치한 특수 격납고. 평소라면 매캐한 윤활유 냄새와 서늘한 금속 냄새만 감돌아야 할 이 신성한 구역에, 아주 이질적이고 역겨운 불청객들이 구둣발 소리를 내며 들이닥치고 있었다.

​번지르르한 명품 양복을 빼입고 넥타이를 꽉 조여 맨 중년 사내들.

그들의 가슴팍에는 하나같이 오늘 아침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전국 방위 길드 연합'이라는 촌스러운 금배지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국방부 마크를 단 부패한 냄새가 역력한 영관급 장교 몇 명이 호위병처럼 따라붙어 있는 꼬라지.

​"지금 당장 격납고 통제 시스템 풀고, 저 기체의 메인 동력로 설계도를 넘기십시오."

​가장 앞장서서 걸어오던, 뱀처럼 찢어진 눈을 한 양복쟁이가 서류 뭉치를 펄럭이며 소리쳤다.

그의 곁에서 우리 아크 부대 사령관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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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7화: S급 유치원의 남포동 상륙작전 2

    ​"...오 마이 갓."​탱글탱글한 게살의 단맛과 숙성된 간장의 폭발적인 감칠맛. 뜨거운 쌀밥과 차가운 알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식감의 교향곡.​"코리안 라이스 티프(Korean Rice Thief)!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밥도둑입니까!"​S급의 위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지 오래였다.스티브는 양손에 간장을 줄줄 흘려가며 미친 듯이 게딱지를 파먹기 시작했다.​그 옆을 보니 가관도 아니었다.항상 무사도를 운운하며 과묵하게 폼을 잡던 카미키 류지 영감도, 입가에 간장을 시커멓게 묻힌 채 두 손으로 게다리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점잖게 예의를 차리던 리 웨이 역시, 화려한 무복 소매를 걷어붙인 채 체통도 잊고 젓가락이 보이지 않을 속도로 양념게장의 붉은 살을 발라내어 입에 쑤셔 넣는 중이었다.​방금 전까지 심연의 위기니 인류의 방패니 떠들던 놈들이, 게장 껍데기 하나에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밥그릇을 비워대고 있는 꼴.이게 바로 대한민국 남포동 하숙집 밥상의 위력이었다.​"아, 짜증 나. 내 몫 남겨놔라."​나도 지지 않고 평상에 들러붙어 젓가락을 들었다.가장 크고 알이 꽉 찬 게딱지 하나를 집어 들려는 찰나였다.​"나의 유일하고도 영원한 구원자시여."​갑자기 하얀 수녀복 자락이 펄럭이더니, 훅 끼쳐오는 서양 백합 향수 냄새와 함께 누군가 내 왼팔을 덥석 끌어안았다.​바티칸의 성녀 소피아였다.그녀는 게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눈동자로 나를 뚫어지게 올려다보고 있었다.​"당신의 그 자비로운 뇌전을 잊지 못해, 기도와 금식을 전폐하고 이렇게 바다를 건너 달려왔습니다. 저의 영혼을 당신의 곁에 거두어..."​그녀의 풍만한 가슴팍이 내 왼팔에 부드럽게 밀착되었다.당황해서 팔을 빼내려 했지만, 성녀라는 직함에 안 맞게 악력이 엄청나게 강했다.​"어머. 우리 준위님. 외국 여자 취향인 줄은 몰랐네?"​뒤통수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마침 별다방 오후 출근을 앞두고 화장을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6화: S급 유치원의 남포동 상륙작전 1

    ​초여름의 끈적한 열기가 정수리를 꾹꾹 찌르는 수요일 오후.마당 한구석에 세워둔 선풍기가 미지근한 바람을 토해내며 좌우로 목을 돌리고 있었다.​나는 평상 위에 대자로 누운 채 반쯤 감긴 눈으로 파리 한 마리의 비행 궤적을 좇고 있었다.며칠 전 서울 깍쟁이들의 펜트하우스 창문을 두드려주고 온 뒤로, 거대 길드 놈들은 아주 쥐 죽은 듯이 납작 엎드려 있었다.뉴스에서는 연일 길드 연합의 주가 폭락 소식만 떠들어댔고, 내 계좌의 잔고는 평화롭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완벽한 잉여로움.이 훌륭한 백수 라이프를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끼기기기긱-!​평화로운 남포동의 비좁은 골목길을 찢어발기는 거친 타이어 마찰음.뭔 미친놈들이 동네 한복판에서 레이싱을 하나 싶어 미간을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쾅. 쾅. 쾅.​묵직한 차량 문이 연달아 닫히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커먼 방탄 밴 세 대가 우리 하숙집 대문 앞을 빈틈없이 틀어막았다.그리고 열린 철제 대문 틈으로, 도저히 이 허름한 달동네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삐까뻔쩍한 인간들이 줄지어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오 마이 갓. 맙소사. 전설의 흑기사가 이런 판자촌 같은 곳에 은거하고 있을 줄이야."​떡 벌어진 어깨에 금발을 뒤로 넘긴 백인 사내. 미국 1위 헌터이자 탱커의 정점, 스티브 레오였다.​"실례가 많소이다. 범상치 않은 기운에 이끌려 허락도 없이 발을 들였구려."​등 뒤에 거대한 청룡언월도를 멘 채, 짙은 무공의 기운을 갈무리하고 선 점잖은 사내. 중국 1위 헌터이자 무신(武神)으로 불리는 리 웨이가 두 손을 모아 정중하게 포권(抱拳)을 취했다.​그 뒤로는 일본식 검도복을 입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서 있는 카미키 류지와, 하얀 수녀복 자락을 펄럭이며 두 손을 모아 쥔 바티칸의 성녀 소피아까지.​숨만 쉬어도 세계 경제가 출렁인다는 글로벌 S급 랭커 네 명이, 흙바닥이 깔린 우리 하숙집 마당에 나란히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똥폼을 잡고 있었다.​"니들 뭐야."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5화: 펜트하우스의 벼락 2

    극한의 공포.언제 저 거대한 쐐기가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자신들의 명줄을 끊어놓을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절망감이 놈들의 얼굴을 하얗게 탈색시키고 있었다.​나는 콕핏의 외부 스피커 전원을 올렸다.내 나른하고 건조한 음성이 100층 상공의 매서운 바람을 찢고 펜트하우스 내부로 직행했다.​[파티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네. 서울 양복쟁이들.]​스피커의 미세한 하울링 탓에 내 목소리는 금속성으로 긁히며 더욱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어제 니들이 보낸 똥개들한테 전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나는 조종간을 아주 미세하게 틀어, 파일벙커의 쐐기로 깨진 유리창을 한 번 더 꾹 짓눌렀다.​빠지직!유리창이 한계점에 다다르며 비명을 질렀다.윤대호 회장이 머리를 감싸 쥐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내 식구들 밥상머리 건드리는 알량한 정치질은 여기까지 해라.]​내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증발했다.오직 살육을 앞둔 포식자의 차가운 본능만이 콕핏 안을 채웠다.​[한 번만 더 내 심기 거슬리게 귀찮은 짓거리 하면.]​나는 쐐기를 유리에 박아 넣은 채로 기체의 엔진 출력을 웅웅거리며 회전시켰다.금방이라도 건물 전체를 반으로 갈라버릴 듯한 압도적인 진동.​[다음번엔 창문 두드리는 걸로 안 끝나. 이 파일벙커로 니들 안방까지 다이렉트로 뚫고 들어갈 거니까. 알아들어?]​대답은 필요 없었다.바닥에 엎드려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떠는 놈들의 면상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금융 치료 겸 물리적 협박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나는 쐐기를 거두고 기체의 기수를 부드럽게 돌렸다.창문이 와장창 무너져 내리기 직전, 절묘한 타이밍의 후퇴.​[파티 마저 즐겨라. 샴페인은 얼려 먹는 게 제맛이지.]​외부 스피커를 툭 끄고, 나는 조종간을 남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콰앙-!소닉붐을 터뜨리며 레비아탄이 서울의 밤하늘을 찢고 부산을 향해 날아올랐다.뒤로 남겨진 펜트하우스의 양복쟁이들은, 아마 오늘 밤새 절대영도의 추위 속에서 덜덜 떨며 기저귀를 갈아야 할 것이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4화: 펜트하우스의 벼락 1

    고도 400미터.바람을 가르는 매서운 파열음이 레비아탄의 시커먼 외부 장갑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서울 여의도의 상공.발밑으로는 수백만 개의 네온사인이 혈관처럼 얽힌 화려한 도심의 야경이 매끄럽게 펼쳐져 있었다.​조종간을 가볍게 당겼다.기체 등 뒤의 스러스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퍼런 극소용돌이 불꽃이 허공의 대기를 찢어발겼다. 음속을 돌파한 직후의 날 선 관성을 물리적인 출력으로 억누르며, 나는 공중에 기체를 우뚝 정지시켰다.​파노라마 모니터의 광학 센서를 최대로 당겼다.망막 위로 타겟의 좌표가 붉은색 십자선과 함께 선명하게 떠올랐다.​여의도 한복판에 우뚝 솟은 H호텔.그 꼭대기, 100층에 위치한 최고급 펜트하우스.​두꺼운 통유리창 너머로 눈이 시릴 만큼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번쩍거리고 있었다.광학 렌즈의 배율을 100배로 증폭시키자, 유리창 안쪽의 풍경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모니터에 영사되었다.​번지르르한 맞춤 턱시도를 쫙 빼입은 사내들.크리스탈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얼굴에 탐욕스러운 웃음을 매달고 있는 화이트 타이거의 최무진 이사. 그리고 그 옆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고급 시가를 뻐끔거리는 해운대 길드의 윤대호 회장.​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한다는 거대 길드 연합의 수뇌부들이, 룸살롱 마담들마냥 아주 화기애애하게 파티를 즐기고 있는 꼬라지였다.​어제 아크 부대 지하 격납고에 똥개들을 풀어서 내 신경을 살살 긁어놓고.자기들은 저렇게 구름 위에 숨어서 최고급 샴페인이나 홀짝거리며 내 밥그릇을 털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었겠지.​나는 비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코웃음을 쳤다.​"초대장을 보냈으면, 손님이 도착할 때까지 문을 열어두고 기다려야지."​단전의 빙정 코어를 미세하게 개방했다.척추를 타고 흐르는 플렉소 일렉트릭의 무한 동력이 레비아탄의 심장부로 맹렬하게 쏟아져 들어갔다.​쿠웅-!​엔진의 출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기체 주변의 대기가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졌다.나는 조종간을 앞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콰아아앙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3화: 양복쟁이들의 초대장 2

    철컹-!묵직한 밀폐음과 함께, 파노라마 모니터에 시퍼런 부팅 화면이 떠올랐다.내 척추를 타고 흐르는 신경망 접속. 단전의 빙정 코어가 반갑다는 듯 서늘한 맥동을 시작했다.​[형님! 밑에 저 시끄러운 모기 새끼들은 뭐야? 밟아 터뜨려 버릴까?]​"됐고, 엔진 시동이나 걸어. 아이들링 모드로 살살."​[예스! 아주 신나게 예열해 드리지!]​우우우우우웅-!!!!​그 순간, 지하 100미터의 거대한 격납고 전체가 통째로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레비아탄의 가슴팍, 거대한 동력로 안에서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피스톤이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하지만 평소와는 달랐다.기체 내부의 열을 식혀야 할 냉각수 라인을 타고, 5만 마리의 머드 크롤러 마석을 진공 액화시켜 만든 '초전도 쿨링 액체'가 맹렬하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치이이이이익-!!!!​저항률 제로. 단 1볼트의 전력 누수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초전도 상태.그 압도적인 전도율이 내 빙정과 동력로 사이의 마찰을 한계치 너머로 폭증시켰다. 기체가 단순히 시동을 걸고 공회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테라와트급 전압이 주체하지 못하고 기체 외부 장갑판을 뚫고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크, 크아아악!!""이, 이게 무슨 소리야!!"​콕핏 외부 스피커를 통해 양복쟁이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당연한 반응이다.​20미터짜리 거대한 깡통 로봇이 뿜어내는 공회전의 진동과 풍압만으로도 격납고 내부에 카테고리 5등급짜리 거대한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바닥에 고정되지 않은 철제 공구함들이 종잇장처럼 날아다녔고, 감사 위원들이 거들먹거리며 들고 있던 서류 뭉치들은 이미 거센 돌풍에 찢겨 허공으로 흩뿌려지고 있었다.​파지지직!! 카아아앙!!​하지만 진짜 공포는 바람이 아니었다.레비아탄의 검푸른 장갑 틈새로 삐져나온 짙은 보랏빛의 뇌전 스파크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A4 용지 서류들에 닿는 족족 시뻘건 불꽃을 일으키며 시커먼 잿가루로 태워버리고 있었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2화: 양복쟁이들의 초대장 1

    ​"쯧. 어디서 싸구려 포마드 냄새가 진동을 하네."​나는 캔커피를 홀짝이던 입술을 떼며 미간을 팍 구겼다.아크 부대 지하 100미터 아래에 위치한 특수 격납고. 평소라면 매캐한 윤활유 냄새와 서늘한 금속 냄새만 감돌아야 할 이 신성한 구역에, 아주 이질적이고 역겨운 불청객들이 구둣발 소리를 내며 들이닥치고 있었다.​번지르르한 명품 양복을 빼입고 넥타이를 꽉 조여 맨 중년 사내들.그들의 가슴팍에는 하나같이 오늘 아침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전국 방위 길드 연합'이라는 촌스러운 금배지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국방부 마크를 단 부패한 냄새가 역력한 영관급 장교 몇 명이 호위병처럼 따라붙어 있는 꼬라지.​"지금 당장 격납고 통제 시스템 풀고, 저 기체의 메인 동력로 설계도를 넘기십시오."​가장 앞장서서 걸어오던, 뱀처럼 찢어진 눈을 한 양복쟁이가 서류 뭉치를 펄럭이며 소리쳤다.그의 곁에서 우리 아크 부대 사령관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여긴 1급 군사 기밀 구역이오! 민간인이 함부로 출입할 곳이 아니란 말이오!"​사령관의 호통에도 양복쟁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는 펄럭이던 서류를 사령관의 가슴팍에 아주 무례하게 툭 밀어붙였다.​"민간인이라뇨. 저희는 국방부 장관님의 정식 승인을 받고 파견된 '민·군 합동 감사 위원회' 소속입니다."​양복쟁이의 혓바닥에는 오만함이 아주 기름기처럼 좔좔 흘러넘치고 있었다.​"사령관님. 최근 낙동강 하구둑 방어전에서 아크 부대가 민간 길드의 작전권을 불법으로 침해하고 무력을 남용했다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 위험천만한 기체의 기술력을 군이 독점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국회 국방위원회의 지적도 있었고요."​그의 시선이 사령관의 어깨너머, 구속구에 묶여 있는 나의 흑기사를 향해 탐욕스럽게 꽂혔다.​"따라서 우리 길드 연합 감사 위원회는, 저 '레비아탄'이라는 기체의 안전성과 기술적 결함을 투명하게 검증할 의무가 있습니다. 순순히 설계도와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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