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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초공동 잠항 1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11:03:21

​칠흑 같은 대한해협의 밤바다 위로 매서운 해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대기 중인 수만 톤급의 연합 사령부 소속 이지스 통제함.

​그 거대한 함선의 갑판 위에는,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S급 랭커들이 각자의 무기를 빼 든 채 묵직하게 도열해 있었다.

​스티브 레오는 자신의 키만 한 초합금 방패를 갑판에 내리찍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리 웨이는 청룡언월도를 비스듬히 쥔 채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렸고, 카미키 류지 역시 일본도의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침몰한 고향의 바다를 묵직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제가 바다 밑바닥을 쑤셔놓으면, 독기를 머금고 수면 위로 도망치는 잔당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나는 해상 지휘함 옆의 수면 위에 반쯤 잠겨 있는 레비아탄의 콕핏 안에서 외부 스피커를 켰다.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녀석들은 여러분이 책임지고 막아주십시오. 단 한 마리라도 놓쳐서 부산 앞바다까지 기어들어 오게 만들면, 제 휴식 시간이 피곤해지니까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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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4화: 망국의 수문장 2

    맞닿은 무기를 통해 보랏빛 플렉소 뇌전이 놈의 갑옷을 향해 맹렬하게 역류하기 시작했다.​[미스터 하! 화면으로 보고 있소! 놈은 이 도쿄를 집어삼켰던 재앙의 파편 그 자체요!]​그때, 수면 위 이지스함에 대기 중이던 스티브의 다급한 무전이 통신망을 뚫고 들어왔다.​[크윽... 이 끔찍한 괴물이...]​그리고 스티브의 목소리 너머로,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은 낮고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수면 위 이지스함의 갑판.상황실 모니터를 통해 수심 3,000미터 아래의 영상을 지켜보던 카미키 류지였다.​자신의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조국을 통째로 바다 밑바닥으로 처박아버린 재앙.수백만 명의 원혼을 갑옷 삼아 뒤집어쓰고 기둥을 지키고 있는 저 끔찍한 원흉을 마주한 순간.​항상 허무주의에 빠져 반쯤 죽은 눈을 하고 있던 늙은 검객의 눈동자에, 시뻘건 분노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하 준위.]​통신망을 타고 류지의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콕핏으로 전해졌다.​[그 괴물에게서 떨어지시게.]​"갑자기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립니까."​나는 레비아탄의 무릎으로 놈의 복부를 걷어차 거리를 벌리며 대꾸했다.​[나의 조국을 유린한 짐승의 목이네. 부디 내 손으로 직접 썰게 허락해 주게나.]​어이가 없었다.저 영감님이 노망이라도 났나.아무리 SS급 각성자라 해도 여기는 수심 3,000미터의 해저 밑바닥이고, 당신은 물 밖의 배 위에 있다. 잠수복 입고 수영해서 내려오기라도 하겠다는 건가.​하지만 이어진 시스템의 경고음이 내 코웃음을 멈추게 만들었다.​삐비비비빅-!!!![경고! 수면 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밀도의 마력 파장이 응집되고 있습니다!]​나는 반사적으로 광학 카메라의 시점을 수면 위쪽으로 꺾어 올렸다.​이지스함의 갑판 위.류지가 자신의 일본도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두 눈을 감고 단전의 모든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었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퍼런 검기가 함선의 갑판을 쩍쩍 갈라지게 만들고, 주변의 해수면이 공포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3화: 망국의 수문장 1

    진공의 터널이 끝을 보이고 있었다.수심 3,000미터.​계기판의 고도계 숫자가 바닥을 가리킴과 동시에, 나는 조종간을 당겨 초공동 파츠의 미세 진동 출력을 서서히 낮췄다.기체를 둥글게 감싸고 있던 진공의 돔이 수축했다.그 찰나의 순간, 억눌려 있던 수만 톤의 바닷물이 사방에서 끔찍한 파열음을 내며 레비아탄의 장갑판을 덮쳐왔다.​쿠구구구궁-!​마치 거대한 프레스 기계가 전신을 사정없이 짓누르는 듯한 압도적인 둔탁함.20미터짜리 거대 병기의 두꺼운 흉부 장갑이 미세하게 우그러지며 날카로운 쇳소리를 토해냈다.시야를 하얗게 가렸던 수증기 구름이 차가운 해류에 휩쓸려 흩어지고, 완벽한 칠흑이 콕핏의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나는 전면 서치라이트의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시퍼런 빛줄기가 무거운 바닷물을 가르며, 해저 밑바닥의 풍경을 길게 훑고 지나갔다.​"이거 참. 구경 한번 살벌하네요."​모니터에 영사된 풍경을 보며, 나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발밑에 펼쳐진 것은 흔한 심해의 뻘밭이나 산호초 따위가 아니었다.수백 기압의 무게에 짓눌려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부러진 거대한 마천루의 뼈대들.​아스팔트 도로는 지진파에 찢겨 나간 듯 흉측하게 솟아올라 있었다.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수만 대의 자동차들이 진흙 속에 반쯤 처박혀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시야 한가운데에는 반 토막이 난 채 거꾸로 꽂혀 있는 붉은색 철탑의 잔해가 보였다.녹슨 철골 구조물 위로 심해의 발광 식물들이 혈관처럼 엉겨 붙어 푸르스름한 빛을 명멸시키고 있었다.​가라앉은 도시, 도쿄.10년 전 대해식이라는 재앙이 통째로 집어삼킨 거대한 문명의 묘지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쿵- 쿠쿵-!!​내 등 뒤로 세 줄기의 거친 물보라가 일며, 해저 바닥을 둔탁하게 울리는 진동이 연달아 전해졌다.최유라가 조종하는 발뭉과 두 기의 블랙맘바가 진흙탕 위로 육중하게 안착하는 소리였다.​[이... 이곳이 정말로...]​통신망을 타고 최유라의 떨리는 헛숨이 콕핏 안으로 흘러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2화: 초공동 잠항 3

    수심 1,000미터의 짓누르는 수압조차, 이 미친 진동이 만들어내는 기화 현상을 막아내지 못했다.​레비아탄의 뾰족한 전면부에서부터 발생한 거대한 기포가, 찰나의 순간에 흑기사의 전신을 완벽하게 집어삼켰다.​물속에 존재하지만, 물과 닿지 않는 상태.수심 1,000미터의 바닷속 한가운데에, 기체의 실루엣을 따라 거대한 '진공의 돔'이 형성된 것이다.​물의 마찰 저항력 제로(0).수압의 물리적 간섭 제로(0).​"길 엽니다. 발뭉, 그리고 블랙맘바 두 기. 제 꽁무니 진공 터널에서 절대 이탈하지 마십쇼."​나는 등 뒤의 메인 스러스터 출력을 단숨에 100%로 끌어올리며, 조종간을 끝까지 거칠게 밀어붙였다.​콰아아아아앙-!!!​심해 한가운데서, 거대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닉붐이 끔찍하게 터져 나갔다.물이 없는 진공 상태에서 뿜어내는 레비아탄의 미친 가속력.거대한 흑기사가 음속을 돌파하며, 칠흑 같은 바닷속을 새하얀 궤적으로 찢어발기며 앞으로 쏘아졌다.​이것은 그냥 물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것이 아니었다.공간 자체를 도려내고, 물리 법칙을 힘으로 박살 내며 날아가는 압도적인 질량 병기의 투척이었다.​"크, 캬아아아악?!"​우리를 포위하고 뜯어먹으려 덤벼들던 심해 해귀 떼가, 난생처음 겪어보는 속도와 압력에 기겁하며 궤도를 틀려 했다.하지만 물속의 끈적한 저항을 받으며 꼬물거리는 놈들의 반사 신경 따위가, 진공 상태에서 음속으로 날아드는 강철의 거인을 피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퍽! 퍼버버버벅! 콰아아직!​미사일을 쏠 필요조차 없었다. 플라즈마 커터를 켤 이유도 없었다.레비아탄의 거대한 어깨 장갑과 무릎, 그리고 팔꿈치가 닿는 족족, 해귀들의 두꺼운 점액질 장갑이 썩은 곤약처럼 터져 나갔다.​초당 340미터의 속도로 들이받는 20미터짜리 강철의 질량.그 무식하고도 절대적인 운동 에너지는, 놈들의 뼈와 살을 세포 단위로 으깨버리고 있었다.어설프게 회피하려던 놈들은 스러스터가 뿜어내는 후폭풍과 진공 돔의 경계면에 말려들어 척추가 반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1화: 초공동 잠항 2

    ​"과연. 삭막하네요."​나는 모니터의 소나 화면에 그려지는 기괴한 해저 지형도를 보며 조용히 탄식을 뱉었다.​수천만 명의 시신과 찬란했던 문명의 잔해가 가라앉은 이 거대한 해저 무덤.주인이 사라진 빈집은, 심연에서 기어 올라온 몬스터들에게 아주 훌륭한 산란장이자 멀티 앞마당이 되어 있었다.​삐이이이이익-!!!!​그 순간, 소나의 경고음이 찢어질 듯 날카롭게 콕핏을 울렸다.레이더망의 가장자리에서부터 시작된 붉은 점들이, 전방과 좌우, 심지어 후방의 심해저 바닥에서부터 미친 듯한 속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단순한 수십, 수백의 단위가 아니었다.화면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이며 쏟아지는 수천, 수만의 압도적인 군락.​광학 카메라를 적외선 및 심해 투시 모드로 즉각 전환했다.칠흑 같은 물속에서, 기괴하게 진화한 심해 변종 해귀들의 흉측한 윤곽이 모니터 위로 뚜렷하게 떠올랐다.​거대한 심해 곰치의 몸통에 백상아리의 아가리를 달아놓은 듯한 몰골.압도적인 수압을 견디기 위해 두꺼운 점액질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지방층으로 전신을 덮은 놈들.그 창백하고 미끈거리는 가죽 위로, 심연의 독기를 품은 시뻘건 발광 선들이 혈관처럼 번쩍거리고 있었다.​놈들이 아가리를 쩍 벌리자, 그 안에서 회전하는 수백 개의 톱니 이빨이 탁한 바닷물을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다.그 엄청난 숫자의 괴물 떼가 거대한 해일처럼 뭉쳐, 우리를 향해 전방위적인 쇄도를 시작했다.​[위, 위험합니다! 적 개체 수 파악 불가! 화면이 온통 새빨갛습니다!]​블랙맘바 1호기의 파일럿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치며 어뢰 포트의 덮개를 열어젖혔다.2호기 역시 양팔의 발사관을 전방으로 조준했다.최유라는 발뭉의 거대한 실체검을 뽑아 들고 양손으로 움켜쥐며 전투 태세를 갖췄다.​[어뢰 발사관 개방! 젠장, 수압 때문에 타겟팅이 흔들립니다!][블랙맘바 편대, 어뢰 쏘지 마십시오! 이 수압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폭압이 우리 기체 장갑까지 찢어놓을 겁니다! 근접전으로 뚫어야 합니다!]​최유라가 다급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40화: 초공동 잠항 1

    ​칠흑 같은 대한해협의 밤바다 위로 매서운 해풍이 몰아치고 있었다.거친 파도를 가르며 대기 중인 수만 톤급의 연합 사령부 소속 이지스 통제함.​그 거대한 함선의 갑판 위에는,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S급 랭커들이 각자의 무기를 빼 든 채 묵직하게 도열해 있었다.​스티브 레오는 자신의 키만 한 초합금 방패를 갑판에 내리찍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리 웨이는 청룡언월도를 비스듬히 쥔 채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렸고, 카미키 류지 역시 일본도의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침몰한 고향의 바다를 묵직하게 노려보고 있었다.​"제가 바다 밑바닥을 쑤셔놓으면, 독기를 머금고 수면 위로 도망치는 잔당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나는 해상 지휘함 옆의 수면 위에 반쯤 잠겨 있는 레비아탄의 콕핏 안에서 외부 스피커를 켰다.​"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녀석들은 여러분이 책임지고 막아주십시오. 단 한 마리라도 놓쳐서 부산 앞바다까지 기어들어 오게 만들면, 제 휴식 시간이 피곤해지니까요."​내 건조하지만 든든한 당부에, 스티브가 방패를 쾅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었다.​"걱정 마시오, 미스터 하! 바다 위로 올라오는 놈들은 우리 글로벌 연합이 목숨을 걸고 전부 찢어발기겠소! 당신은 그저 심해의 썩은 뿌리만 무사히 뽑아내 주시오!"​리 웨이와 류지 역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수심 1,000미터가 넘어가는 끔찍한 심연.그곳은 아무리 S급 랭커라 한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오직 두꺼운 장갑을 두른 강철의 거인들만이 내려갈 수 있는 사지.S급 랭커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고, 기꺼이 수면 위의 방어선을 책임지는 가장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좋습니다. 등 뒤는 확실히 맡기겠습니다."​나는 통신 채널을 전환하며 조종간을 앞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형님! 후방 및 좌우 측면, 아군 저거노트 세 기 강하 준비 완료! 통신 채널 동기화!]​레비아탄의 인공지능이 뱉어내는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파노라마 모니터 좌우로 거센 물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39화: 가라앉은 고향, 그리고 브리핑 2

    ​"자, 다들 밥값 했으면 밥값 하러 가야지. 일어서자."​나는 낡은 군복 외투를 어깨에 걸치며 마당을 가로질렀다.S급 랭커들이 그제야 표정을 굳히고 내 뒤를 바짝 따르기 시작했다.​바닷바람을 가르고 도착한 곳은 아크 부대의 지하 100미터 특수 격납고.​거대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매캐한 오존 냄새와 시퍼런 용접 불꽃이 시야를 어지럽게 때렸다.​"왔냐, 태수야."​방진복을 입은 철수가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녀석의 몰골은 며칠 밤을 새운 건지 거의 걸어 다니는 좀비나 다름없었다.​"수고 많으십니다, 구원자님! 그리고 글로벌 짐꾼 여러분!"​그 옆에서 신수지가 얼굴에 시커먼 기름때를 묻힌 채 용접용 고글을 이마로 밀어 올리며 낄낄거렸다.그녀의 손에는 몽키 스패너가 들려 있었고, 등 뒤로는 격납고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의 흑기사, 레비아탄이 보였다.​하지만 평소와는 묘하게 실루엣이 달랐다.기체의 어깨와 팔, 그리고 다리 장갑판 외곽을 따라 짙은 푸른색의 두꺼운 유선형 파츠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저게 뭡니까."​내가 턱짓으로 기체를 가리키자, 신수지가 도파민이 폭발하는 미친 웃음을 터뜨렸다.​"크하하하! 묻지 마라! 설명하면 내 천재성에 니들이 기절할지도 모르니까!"​신수지가 스패너로 새로 장착된 유선형 장갑판을 깡깡 두드렸다.​"수심 수천 미터의 심해. 뼈도 으스러지는 압도적인 수압과, 공기 중의 800배가 넘는 물의 마찰 저항력. 아무리 니 깡통 로봇 무력이 미쳤다 한들, 물속에서는 주먹 한 번 뻗는 것도 슬로우 모션이 될 수밖에 없지."​그건 나도 아는 사실이다.플렉소 일렉트릭의 무한 동력도, 저항이 극심한 매질 속에서는 출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그래서 이 천재 수석 연구원님이 밤을 새워 만들어낸 심해 전용 결전 파츠! 이름하여 '초공동(Supercavitation) 잠항 장치'다!"​그녀가 태블릿을 조작하자, 허공에 기체의 시뮬레이션 영상이 홀로그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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