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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남중국해의 쌍둥이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2 08:25:54

​"반대죠, 아저씨."

"뭐?"

"지킬 게 있으니까 악착같이 버티는 겁니다. 아저씨처럼 잃을 게 없으면 막살게 되거든요.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칼이랑,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 칼이랑... 부딪히면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류지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주변 공기가 서늘해졌다. 끓고 있던 바다의 열기가 무색할 만큼 차가운 검기(劍氣)가 뿜어져 나왔다.

​"입만 산 놈인지, 실력도 있는지... 확인해 볼까?"

​그가 검을 뽑으려는 찰나, 리 웨이가 끼어들었다.

​"그만하시오! 내 배 위에서 싸우지 마시오! 다 가라앉힐 셈이오?!"

​리 웨이의 호통에 류지가 쳇, 하고 혀를 차며 검에서 손을 뗐다.

​"전장은 바다 위다. 거기서 증명해 봐라, 애송이."

"그러죠. 구경이나 잘 하십쇼."

​나는 뒤돌아섰다.

까칠하긴. 그래도 실력 하나는 확실해 보였다.

저런 인간이 아군이라니 든든하긴 하네. 성격 파탄자만 아니면 딱인데.

​쿠구구구-!!

​그때, 배 전체가 요동쳤다.

지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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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57화: 춤추는 칼날, 노래하는 뇌전 2

    놈의 머리가 빙하 바닥에 처박혔다.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용암 튀고, 얼음 조각 튀고, 난리도 아니었다.​"어때요, 아저씨. 제가 좀 더 빠르죠?"​내가 스피커로 류지를 도발했다.류지가 쳇, 하고 혀를 차려는 순간.​쿠르릉!​처박혀 있던 파이로와, 등껍질이 깨진 옵시디언이 동시에 울부짖었다.놈들의 눈빛이 변했다. 생존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두 마리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동료애? 아니, 융합이었다.​철컥- 치이익!​옵시디언이 몸을 웅크려 방어 태세를 취하자, 파이로가 그 위에 올라탔다.검은 장갑차 위에 붉은 포탑이 올라간 형상.파이로의 용암이 흘러내려 옵시디언의 깨진 등껍질을 메우고, 더 단단하고 뜨거운 [용암 전차]가 되었다.​"키에에에엑!!"​놈들이 동시에 포효했다.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며, 내가 만든 빙하 필드가 급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발 디딜 곳이 사라지고 있었다.​"이런 젠장. 합체 로봇은 내 로망인데. 감히 괴수 따위가?"​빙하가 쩍쩍 갈라지며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류지가 밟고 있던 얼음 조각도 녹아내렸다.​"발판이 사라진다. 네놈의 얼음, 이게 한계냐?"​류지가 허공을 밟으며(경공술) 내 쪽으로 튀어왔다.​"그럴 리가요. 리필해 드립니다."​쾅!​레비아탄이 발을 구르자, 녹아내리던 빙하가 다시 두껍게 얼어붙었다.하지만 놈들의 열기가 워낙 강해서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았다.​"합체하니까 단단하고 뜨겁군. 내 검으로 껍질은 깔 수 있지만, 그 안의 심장까지 닿으려면 틈이 부족해."​류지가 냉정하게 분석했다.옵시디언의 방어력에 파이로의 열기 장막까지 더해지니, 접근해서 베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그럼 이렇게 하죠."​나는 레비아탄의 오른팔을 변형시켰다.손이 사라지고, 거대한 드릴 형태의 파츠가 회전하기 시작했다.​"아저씨가 껍질 좀 까주세요. 길만 터주면 제가 뚫어버립니다.""호오. 나보고 조연을 하라?"​류지의 입꼬리가 비틀렸다.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56화: 춤추는 칼날, 노래하는 뇌전 1

    [남중국해 빙하 필드]​쿠구구구-!!​내가 만든 거대한 얼음 대륙 위에서, 3km짜리 괴물 두 마리가 동시에 포효했다.그 소리에 빙하가 쩌적 갈라지고, 주변의 바닷물이 튀어 올랐다.보통 헌터라면 오줌을 지리고 도망갔을 광경이지만, 내 옆에 있는 아저씨는 달랐다.​"흥. 덩치만 컸지 굼뜨군."​카미키 류지.낡은 도복을 입은 이 중년의 검객은, 3km짜리 괴수를 보고도 '굼뜨다'고 평가했다.SS급의 패기인가, 아니면 그냥 성격이 더러운 건가.​"갑니다, 아저씨! 내기 잊지 마요!""짖지 마라, 애송이. 내 칼이 더 빠르다."​팟-!​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류지의 모습이 사라졌다.아니, 사라진 게 아니다.내 Z급 동체 시력으로도 잔상만 겨우 보일 정도의 초고속 이동.그는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 검은 도마뱀 [옵시디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키에에엑!"​옵시디언이 반응했다.놈이 꼬리를 휘둘렀다. 꼬리 끝에 달린 거대한 흑요석 철퇴가 공기를 찢으며 날아왔다.스치기만 해도 항공모함이 두 동강 날 위력.​하지만 류지는 피하지 않았다.그저 검자루에 손을 올리고, 한 걸음 더 내디뎠을 뿐.​발도(拔刀).​챙-!​맑은 금속음이 전장을 울렸다.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투욱.​옵시디언의 거대한 꼬리 끝부분, 집채만 한 철퇴가 깔끔하게 잘려 얼음 바닥으로 떨어졌다.절단면이 거울처럼 매끄러웠다.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하다는 흑요석 비늘을, 마치 두부 자르듯 베어버린 것이다.​"와... 미쳤네."​레비아탄 콕핏 안에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저게 사람인가? 기계인 나보다 더 기계 같다.마력 포격도 아니고, 그냥 쇠붙이 하나로 저런 절단력을 낸다고?​"크르르...!"​꼬리가 잘린 옵시디언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몸을 웅크렸다.그러더니 팽이처럼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등껍질에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들이 전기톱처럼 돌아갔다.​[죽음의 팽이 (Death Spinner)]​빙하를 갈아버리며 류지를 향해 돌진하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55화: 남중국해의 쌍둥이 2

    ​"반대죠, 아저씨.""뭐?""지킬 게 있으니까 악착같이 버티는 겁니다. 아저씨처럼 잃을 게 없으면 막살게 되거든요.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칼이랑,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 칼이랑... 부딪히면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류지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주변 공기가 서늘해졌다. 끓고 있던 바다의 열기가 무색할 만큼 차가운 검기(劍氣)가 뿜어져 나왔다.​"입만 산 놈인지, 실력도 있는지... 확인해 볼까?"​그가 검을 뽑으려는 찰나, 리 웨이가 끼어들었다.​"그만하시오! 내 배 위에서 싸우지 마시오! 다 가라앉힐 셈이오?!"​리 웨이의 호통에 류지가 쳇, 하고 혀를 차며 검에서 손을 뗐다.​"전장은 바다 위다. 거기서 증명해 봐라, 애송이.""그러죠. 구경이나 잘 하십쇼."​나는 뒤돌아섰다.까칠하긴. 그래도 실력 하나는 확실해 보였다.저런 인간이 아군이라니 든든하긴 하네. 성격 파탄자만 아니면 딱인데.​쿠구구구-!!​그때, 배 전체가 요동쳤다.지진? 아니, 해저 폭발이다.​"온다!"​리 웨이가 고함을 질렀다.정오가 되자, 바다 한가운데서 거대한 물기둥... 이 아니라 시뻘건 [용암 기둥]이 하늘로 솟구쳤다.​콰아아앙-!!!!​바다가 갈라지고, 끓어오르는 용암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두 개가 튀어 올랐다.하와이의 베히모스처럼 둔해 보이는 놈들이 아니었다.날렵하고, 흉폭하며, 거대했다.​하나는 전신이 시뻘건 마그마가 흐르는 가죽으로 뒤덮인 붉은 도마뱀.하나는 번들거리는 흑요석 비늘을 두른 검은 도마뱀.​[심해 군주: 작열의 파이로 (Pyro)][심해 군주: 흑철의 옵시디언 (Obsidian)]​크기는 각각 3km 정도. 하지만 놈들의 움직임은 덩치에 맞지 않게 빨랐다.마치 거대한 코모도왕도마뱀처럼 수면을 박차고 함대를 향해 돌진해왔다.​"키에에엑!!"​파이로가 입을 벌리자, 거대한 화염탄이 함대를 향해 날아왔다.​"전원 방어막 전개! 요격해!"​산둥함의 대공포가 불을 뿜었지만, 화염탄은 끄떡없었다. 이대로면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54화: 남중국해의 쌍둥이 1

    ​[남중국해 상공]​슈우우웅-!​레비아탄이 구름을 뚫고 강하했다.고도계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지만, 나는 계기판을 볼 필요도 없었다.피부로 느껴지는 열기만으로도 우리가 지옥 입구에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와... 이거 실화냐?"​콕핏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가관이었다.바다 색깔이 시커멓다 못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여기저기서 거대한 수증기 기둥이 간헐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수면 위에는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이 하얗게 익어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여기선 매운탕이 아니라 지리가 자동으로 되네. 사우나가 따로 없다."​[형님. 농담할 때가 아니야. 외부 온도 80도 돌파. 내 냉각수 끓기 직전이라고.]​레비아탄이 투덜거렸다.해저 화산이 폭발해서 바다 전체를 끓이고 있다니. 군주급이란 놈들은 하나같이 스케일이 무식하다.​[아군 식별 신호 감지: 중국 남해 함대]​저 멀리, 하얀 증기 속에 떠 있는 거대한 함대가 보였다.중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항공모함 [산둥함]을 필두로 수십 척의 구축함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특이한 건, 함대 주변으로 반투명한 푸른 막이 쳐져 있다는 거였다.​"결계인가?"​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갑판에 나와 필사적으로 [냉각 결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거 없었으면 배들이 진작에 찜통이 돼서 병사들이 쪄 죽었겠지.​쿠우웅-!​레비아탄이 산둥함의 갑판에 착지했다.함교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하 준위! 기다리고 있었소!"​리 웨이가 갑판으로 뛰어 나왔다.일주일 만에 보는 얼굴인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눈은 퀭하고 수염은 덥수룩한 게, 며칠 동안 잠 한숨 못 잔 폐인 꼴이었다.​"오랜만입니다, 리 웨이 씨. 얼굴이 반쪽이 되셨네요.""말도 마시오. 이놈의 열기 때문에 에어컨도 다 터져나가고... 지옥이 따로 없소."​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나에게 물을 건넸다. 미지근했다.​"상황은 어떻습니까?"​"최악이오. 저 바다 밑에... [쌍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53화: 준위님의 무릉도원 3

    -[아, 하 병장님! 아니, 이제 하 준위님이시죠?]​수화기 너머로 소피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식 들었습니다. 전략 부대 '아크' 창설과 준위 임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연합 본부에서도 난리예요. Z급에 걸맞은 대우라고.]​"아, 감사합니다. 소피아 씨 덕분에 잘 풀린 것 같네요."​공적인 축하 전화였다.미혜 누나와 하루 씨도 "누구야?" 하는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당연히 축하드려야죠. 저의 구원자이신데.]​소피아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그런데 준위님... 지금 혹시 혼자 계신가요?]"예? 뭐... 커피 마시고 있습니다만."-[흐음... 주변이 좀 소란스럽네요. 혹시... 그 여자분들 가게인가요?]​귀신같은 여자.하와이에서 부산까지 레이더를 돌리고 있나.​"아, 예. 단골이라서요."-[그렇군요. 휴식을 즐기는 건 좋지만... 너무 풀어지시면 안 됩니다.]​소피아의 목소리에 뼈가 있었다.​-[제 축복... 잊지 않으셨죠? 다음 작전 때는 제가 꼭 옆에 있을 겁니다. 틈주지 않을 거예요.]​통화 소리가 컸는지, 옆에 있던 미혜 누나와 하루 씨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카페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아, 하하... 예. 걱정 마십쇼.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미혜 누나가 행주를 꽉 짜며 웃었다. 눈은 안 웃었다.​"축하 전화인가 봐? 목소리가 아주... 꿀이 떨어지네?""아니요! 그냥 업무 연락! 국제 업무!"​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커피를 원샷했다.전쟁터보다 여기가 더 위험한 것 같았다.이놈의 인기란.​*​일주일은 화살처럼 지나갔다.남중국해로 떠나기 전까지 주어진 7일간의 휴가. 나는 그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알차게 낭비했다.​희선이, 히나와 함께 PC방을 점령했다.Z급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로 FPS 게임을 휩쓸었더니, 상대편에서 "핵쟁이 신고합니다"라며 난리가 났다.성배 아저씨와는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줬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52화: 준위님의 무릉도원 2

    내 레비아탄을 포함해 현존하는 모든 대 괴수 병기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핵심 연구 시설은 부산에 있다.​"오... 목표가 높네. 너 이과였냐?""공대생 무시하냐? 나 수석 졸업이다."​철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니가 지구 구하는 동안, 나는 내 인생 구하려고 지난주 내내 방에 콕 박혀서 자소서만 썼다. 삼천 그룹 연구직... 내년엔 꼭 명찰 단다."​짠했다. 그리고 멋있었다.나는 Z급이 되어서 떵떵거리고 있지만, 내 친구는 부모 빽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많이 묵어라. 밥심으로 하는 거지."​나는 내 계란말이 두 개를 철수 밥그릇에 올려줬다.​"고맙다... 너밖에 없다..."​철수가 울먹이며 계란말이를 씹었다.친구야, 힘내라. 내가 남중국해 가서 몹 잡을 때, 너는 토익 잡아라. 언젠가 네가 만든 부품으로 내가 싸우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는 츄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충성!"​하숙집 골목 입구에 설치된 검문소.완전 무장한 헌병들이 나를 보더니 각 잡고 경례를 붙였다.​"어, 그래. 고생한다. 밥은 먹었냐?""예! 먹었습니다! 하 준위님도 편안한 휴식 되십시오!"​나는 대충 손을 들어 답례하고 골목을 빠져나왔다.하숙집이 있는 골목 안쪽은 '통제구역'이라 조용했지만, 검문소 밖으로 나오자 남포동 특유의 활기찬 소음이 들려왔다.​"저 총각이 그 Z급이라며?""아이고, 평소엔 그냥 동네 백수 같더만."​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수군거렸다.나는 어색하게 목례를 하며 걸었다.목적지는 통제구역 경계선 바로 바깥에 위치한, 나의 안식처 [별다방]이었다.​딸랑-​풍경 소리와 함께 별다방 문을 열었다.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통제구역 바로 옆이라 장사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검문소 근무를 서는 비번 군인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평소보다 더 붐볐다.​"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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