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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무너진 성벽

作者: 릴리
last update 公開日: 2026-04-28 17:00:18

그날 저녁, 도진은 드물게 약속 시간을 지켜 귀가했다. 그의 손에는 화려하게 포장된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여기 선물. 백화점 시찰 나갔는데 당신 생각이 나서 샀어."

도진이 꺼내놓은 것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가방이었다. 지수는 가방을 받지 않은 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도진은 정말 모르는 걸까. 며칠 전 수진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온 뒤, 자신의 SNS에 자랑스럽게 올렸던 사진 속 가방과 디테일 하나 틀리지 않은 동일 모델이라는 것을. 

수진에게 던져준 가방을 아내에게도 건네며 ‘당신 생각’을 운운하는 도진의 뻔뻔함에 지수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도진은 지수가 가방을 받지 않자 머쓱한 표정으로 그것을 소파 위에 올려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지수는 거실에 홀로 앉아 그 화려한 가죽 뭉치를 응시했다.

수진과 도진이 저 가방을 고르며 얼마나 달콤한 밀어를 나누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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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야
명품 가방 아까워라 나나 팔게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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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진은 멀어지는 지수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우아하게 뻗은 그 뒷모습이 오늘따라 낯설었다. 지수가 내뱉은 ‘인자한 배려’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도진의 가슴속 깊숙이 박혔다. 아내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서늘한 위압감이 그를 짓눌렀다. 도진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누르며 발길을 돌렸다. 그가 돌아간 곳은 컨퍼런스 홀 구석, 하얗게 질린 얼굴로 떨고 있는 수진의 곁이었다.“한수진, 너 미쳤어? 지수가 영상을 가지고 있는 걸 알면서도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 가장 잔인한 축복   36화 여론전

    고급 주택 단지 ‘포레스트’의 입주민 전용 앱은 며칠째 특정 게시글로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시작은 ‘포레스트 맘’이라는 닉네임이 올린 사진과 영상이었다.[이런 게 텃세인가요? 우아한 겉모습에 속았네요.] (첨부 이미지: 찰과상과 피멍이 든 아이의 무릎과 손 사진) “단지 내에서 애가 다쳤는데 사과 한마디 없네요. 유명한 분이라길래 인품도 남다를 줄 알았는데... 아이들도 잘못하면 사과할 줄 아는데, 어른이 참...”댓글창은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ㄴ 헐,

  • 가장 잔인한 축복   34화 잔향의 악취

    이른 새벽, 고요를 찢는 마찰음과 함께 안방 문이 거칠게 열렸다. 지수는 불쾌한 예감에 눈을 떴다. 눈을 제대로 뜨기도 전, 천장의 조명이 눈동자를 찔러왔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도진이 침대 머리맡에서 지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이지수, 일어나 봐. 일어나서 내 말 좀 들어.”몸을 일으키던 지수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코끝에 지독한 악취가 스쳤다. 병원 특유의 차가운 소독약 냄새,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터져 나오는 끈적하고 화려한 장미의 향 . 수진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온몸에

  • 가장 잔인한 축복   38화 시작을 위한 준비

    도진의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담백했다. 아니, 그것은 정리라기보다 ‘삭제’에 가까웠다. 지수는 거대한 드레스룸에 가득 찬 명품 백들과 화려한 가구들을 무미건조하게 훑어보았지만, 챙겨갈 것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진의 손길이나 흔적이 조금이라도 묻은 것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3년이라는 세월 중 지수가 챙긴 것이라곤 원석과 비즈가 잠든 보석함 세 개,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담긴 포트폴리오와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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