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6화.

Author: 릴리박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08:50:00

6화.

다음날.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은별은 카페로 향했다.

어리디어린 너에게 더는 수줍어하는 우스운 꼴은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데 그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리디어린 여자가 은별을 맞았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발랄함이 물씬 풍기는 얼굴이었다.

“어서 오세요.”

은별은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남자를 찾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가 제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먼저 들었다.

“저기, 직원이 바뀐 건가요?”

“아, 아니요.”

다행이었다. 알고 보니 어리디어린 여자는 그와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짧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은별은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저의 복잡한 커피 메뉴얼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준비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을 때였다.

남자가 손에 봉투를 들고 카페로 들어왔다.

은별은 이어폰을 꽂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싱긋 웃는 싱그러운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폰을 귀에 꽂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그에게 인사하려는 순간,

“오빠, 밖에 많이 추웠지?”

어린 여자가 그에게 살갑게 다가가더니, 그의 손에 들린 봉투를 건네받았다.

그의 시선이 금세 어린 여자에게 향했다.

“아니, 괜찮았어. 배고플 텐데 커피랑 마셔.”

“내가 갔다 온다니까.”

“어차피 나도 편의점에서 살 것도 있었어. 그런데 넌 아침부터 그렇게 단 게 입에 들어가?”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야.”

남자가 어린 여자의 말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커피 그라인더를 작동시켰다. 어린 여자가 그의 행동에 반색했다.

“내 커피 내려주게?”

“응.”

“훗. 연하게 해줘. 진하게 마시면 심장 떨리니까.”

어린 여자의 말에 피식하고 웃는 남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동감 있어 보였다.

은별은 그들의 대화가 귀에 들리는 게 괜히 싫었다. 이어폰을 마저 꽂고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언제나 부드럽게 고막을 두드리던 불어가 오늘따라 비명처럼 귀 안을 마구 때리는 듯했다.

여전히 불편한 손가락을 치켜들고 타이핑 치는 것에 몰두했다. 기필코 오늘은 이 작업을 마무리하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두어줄 작성 했을까.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그가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타이핑을 치던 그녀의 손이 잘게 떨리면서 방향을 잃었다.

그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타탁!

쓸데없이 방향키만 위아래로 누르고 있는 고은별. 심장이 방방 뛰었다.

탁탁!

엔터키를 사정없이 두드리며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 안간힘을 썼다.

그때, 그녀 앞에 트레이가 놓였다.

에스프레소 더블, 얼음물, 스틱 설탕 2개, 초콜릿.

아침부터 단 게 입에 들어가냐며 어린 여자에게 묻던 그는, 저를 아침부터 설탕 속에 파묻혀 사는 여자로 아나 보다.

무엇보다 그녀는 조금 전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라니.

남자가 가져온 음료는 그녀의 주문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였다.

그녀의 시선에 초콜릿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불현듯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이곳에서 팔지 않는 초콜릿이 왜 항상 자신의 트레이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일까.

은별이 시선을 들어 제 앞에서 선 남자를 올려다봤다.

저를 향해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유리잔 안, 얼음처럼 청량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손, 괜찮아요?”

“아, 네. 덕분에. 고마워요.”

“타이핑 치기 불편하지 않아요?”

“조금.”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네? 뭘요?”

은별은 그의 말에 살짝 미간을 구겼다.

대체 뭘 도와준다는 거지?

“이어폰으로 듣고 말만 하세요. 타이핑은 제가 대신 쳐 드릴게요.”

은별은 잠시 고민했으나, 분명한 건 남자의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그럼, 부탁해도 될까요?”

“당연하죠. 그럼, 옆에 앉아도 될까요?”

은별은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카운터의 어린 여자에게 향했다.

은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옆에 앉아도 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남자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곧장 그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은별은 설탕이 들어간 달콤한 에스프레소로 입을 한번 축이곤 남자를 힐끗 보았다.

“…!”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와 눈이 마주쳤다.

후우…. 속으로 숨을 쉬고 다시 한번 에스프레소로 입을 축였다.

진정하고 일을 해야 했다.

은별은 서둘러 오디오 파일 재생 버튼을 눌렀다.

조금 전까지 비명처럼 들리던 불어가 감미로운 재즈처럼 그녀의 귀를 휘감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포화 상태인 유럽 시장을 벗어나서 중국 및 시장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고객의 개인별 니즈를 파악해….”

남자의 타이핑 치는 속도가 속기사처럼 빨랐다.

은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타이핑 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췄다.

“왜요? 제가 너무 느려요?”

“아, 아니요. 그 반대로 너무 빨리 쳐서 사실 좀 놀랐어요.”

“아… 저 평일엔 타이핑 치는 게 일이에요.”

“네?”

그럼 혹시 너도 나처럼 이런 일 하니? 묻고 싶었다.

“평일엔 시나리오 쓰거든요. 저 시나리오 작가예요.”

“시나리오? 와, 멋지다!”

그녀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은별의 반응이 흡족했는지 남자가 양쪽 입꼬리를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전, 손님이 더 멋진데요? 기자잖아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말하는 남자를 보며 은별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율주행 차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소비자를 위한 우리 기업의 목표입니다.”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은별이 번역을 마쳤다.

“끝났어요.”

“또 할 거 없어요?”

“없어요.”

“난, 있는데. 불어로 ‘당신 멋있어’를 어떻게 말해요?”

“뭐?”

남자의 질문에 순간 놀라서 튀어나온 반말이었다.

은별은 그에게 답할 대답보다, 이 순간 어린 남자에게 홀리지 않으려면 강력한 각성제가 필요했다.

즉, 카페인이 필요했다.

이미 에스프레소는 다 마셔버렸고, 눈앞에 초콜릿이 보여 입에 넣었다. 진한 달콤함이 뇌를 자극하며 혼란했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나 그것도 잠시.

머릿속은 금세 복잡해졌고, 간신히 잠재워 놓았던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빨리 뛰다니, 대체 무엇 때문에?

그래, 이 모든 것은 갑자기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초콜릿 때문이리라.

남자의 시선이 제 입술에 머무는 착각이 들었다.

“당신 멋있어.”

“쿠, 쿨럭!”

“어? 괜찮아요?”

“쿨럭! 괘,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심장이 떨리다 멎을 지경이다.

찐득한 액체로 녹아든 초콜릿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다 걸려버렸다.

은별은 정신을 차리려 얼음물을 마시곤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흠흠. Tu es superbe.”

“네?”

“불어로 말해 달라면서요. ‘당신 멋있어’.”

“와… 방금 목소리, 너무 섹시했어요.”

“…!”

은별이 잠시 당황하고 있던 그때, 남자가 그녀를 향해 몸을 정면으로 틀었다.

이윽고 그 촉촉한 입술을 천천히 벌린다.

“Tu es superbe.”

분명, 이 남자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요물이 아닐까.

은별은 바보처럼 넋이 나가버렸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11화.

    11화.“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 그리고 이거 놔!”은별이 그의 손아귀에서 팔을 빼려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반항처럼 보였나 보다. 더 센 힘이 그녀의 살결을 눌렀다.“고은별! 나 말고 딴 새끼랑 살림 차렸냐고!”그의 손에 들려 있던 물건들이 주방 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졌다.은별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기태의 흔적이었다.몇 분 전.욕실에 들어선 재훈은 콧노래를 불렀다.사실, 은별의 집에 무작정 쳐들어왔을 때 그녀가 자신을 받아줄까 반신반의했었다.차선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가 동거는 안 된다고 하면, 현관에 드러누울 작정이었다.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은별은 포기가 빨랐다.보수적인 줄 알았더니 이런 건 아닌가 보다. 아니면, 자신을 무진장 좋아하는 건가?후자일 거라 생각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칫솔을 찾기 위해 선반을 열었다. 그런데 칫솔보다 재훈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이 있었다.바로 남성용 면도크림과 에프터 쉐이브.이게 뭐지? 아까 마트에서 은별이 나를 위해 산 건가?그런 깜찍한 생각은 허무맹랑한 착각에 불과했다.면도크림과 에프터 쉐이브는 이미 개봉이 된 채 절반은 쓴 상태였다.하지만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했다.은별이 쓰는 칫솔과 똑같은 색깔의 칫솔이 선반 위에 곱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름까지 써진 채.‘기태.’네임펜으로 칫솔 손잡이에 꾹꾹 눌러 써진 이름이었다.재훈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칫솔을 집어 들 때, 그의 손에 비닐의 느낌이 스쳤다. 그가 번득이는 눈으로 그것을 확인했다.젠장, 콘돔이었다.‘기태’라는 남자가 썼을 물건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쾅!재훈이 욕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제발… 고은별은 내 엄마 같은 사람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랐다.‘딴 새끼랑 살림 차렸냐고!’설마, 내 입에서 아버지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 뱉어질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재훈의 손에 내동댕이쳐진 물건들….면도크림과 에프터 쉐이브, 칫솔.

  •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10화.

    10화.한 달 뒤.재훈은 달랑 캐리어 하나와 전기밥솥 하나를 들고 은별의 집에 무작정 쳐들어왔다.독립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무슨 돈이 있겠냐며, 있는 돈도 영화사에 투자했다는 어린 남자는 잘 곳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그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길이 없었다.이번에도 ‘거짓말하지 마’라고 말했다간 밤새 괴롭힘을 당할 게 뻔했다.은별도 그와의 동거가 싫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주지 싶었다. 하긴, 이러나저러나 결론은 똑같았을 테지만.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타이핑을 치고 있었다.은별은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소리소문없이 들이닥친 정재훈 때문에 오늘 일정이 엉망이었다.그런데 바로 눈앞.손만 뻗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만질 수 있는 거리에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발끝에서부터 저릿한 감각이 올라왔다.은별은 입 안에 고인 침을, 소리 없이 넘기려 괜히 자판을 소리 나게 쳐댔다.“왜요? 긴장돼요?”“뭐…?”“당신 긴장하면 자판에 엄청 힘 주잖아요.”“단정 짓지 마. 뭘 안다고.”마치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은별이 자신을 향한 그의 시선을 황급히 피했다.그녀의 반응에 씨익 웃던 그가 갑자기 자신의 노트북을 덮었다. 곧이어 은별의 노트북도 덮었다.“뭐야?”“나 배고파요. 우리 장 보러 가요.”“뭐?”“우리 기자님은 꼭 두 번 말하게 하더라. 장 보러 가자고요.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요.”그가 모래 위에 심어진 나무를 뽑는 것처럼 손쉽게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안경 뒤 그의 기다란 눈이 활처럼 휘며 웃고 있었다.***집 근처 마트에서 싱싱한 식재료를 사본 적이 언제였지?오랜만에 장바구니 안에 초록이 완연한 채소들이 가득 찼다.장을 보는 내내 깍지 낀 손을 놓지 않던 재훈이 계산할 때서야 손을 놓고 카드를 꺼냈다.“재훈아, 내가 계산할게.”은별이 재훈의 손에 든 카드를 제지하며, 그녀의 핸드폰을 카운터에 서 있는 남자 직원에게 건넸다.남자 직원이 은별의 핸드폰을 받으려는

  •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9화.

    9화.쪽.은별이 놀란 눈을 한 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짐승처럼 빛났던 어젯밤의 눈빛은 어딜 가고, 순한 양인 척, 가느다랗고 큰 눈이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어젯밤, 거칠다고 생각은 했지만, 서툰 느낌은 절대 아니었는데….은별이 미간을 좁힌 채 의문스러운 눈으로 재훈을 쳐다보았다.남자의 눈망울이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맑고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다.“보수적인 기자님, 나 책임져요.”“뭐?”“내 처음, 당신이 가져갔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 당신 거라고.”“거짓말하지 마.”“하, 어제부터 내 말 진짜 안 믿지.”재훈이 갑자기 은별의 몸을 홱 돌려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옹달샘처럼 맑은 눈은 어딜 가고, 다시 사나운 짐승의 눈을 하고는 은별을 제 품에 가둔 채 번득이며 내려다본다.“먹튀 할 생각하지 말아요. 지구 끝까지 쫓아갈 거니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은별의 가슴을 머금었다.“흐읏!”그 자극에 은별의 유두는 금세 빳빳해졌다. 재훈은 허기진 아이가 젖을 빨 듯 양쪽 가슴을 번갈아 가며 쪽쪽 빨아댔다. 어젯밤 혹사당한 가슴은 강렬한 혀 놀림에 쓰라리면서도 다시금 흥분에 출렁거렸다.“살살해, 아파….”은별이 제 가슴에 찰싹 붙어있는 재훈의 머리를 한 움큼 세게 쥐고는 흐느끼듯 말했다.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훈은 음부로 손을 내려 음핵을 빙글 굴렸다. 은별은 밀려드는 쾌감에 몸을 비틀며 하아, 더운 숨을 뱉어냈다.가슴이며 음부며 순식간에 습기로 덕지덕지 발라졌다.“으응, 읏, 하앗.”은별은 비음을 흘리며 다리 사이를 꼬았다.힘줄이 도드라진 남자의 팔뚝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껴졌다. 마치 두꺼운 페니스처럼.밤새 시달린 아래는 스멀스멀 벌리고 들어오는 손가락으로 인해 다시금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은별은 밀려드는 욕정에 신음하며 허리를 들썩거렸다.말도 안 되게 컸던 재훈의 페니스가 제 질구 안을 어서 꽉 채워주길 바랐다.미쳤나 봐, 고은별.은별은 제게 이 정도의 성욕이 있을 거라고 꿈에도 몰랐다. 한데 어린

  •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8화.

    8화.쿵!집에 들어서자마자 재훈이 은별을 현관 벽으로 밀어붙였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은별은 놀란 숨을 들이켠 채, 눈만 동그랗게 뜰 뿐이다.씨익. 재훈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날렵한 그의 콧날이 그녀의 콧잔등을 살짝 눌렀다.이윽고 쏟아지는 부드럽고 낮은 음성. 뜨거운 숨과 함께 뱉어지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키스할 거예요. 눈 감아요.”“너 뭐 하는.”쪽.그의 입술이 그녀의 말을 막았다.“부드럽게 할게요. 처음이니까.”“흡!”데일 듯 뜨거운 남자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순식간에 비집고 들어왔다. 놀라 도망가는 혀를 낚아채 묶듯이 감아채더니, 제 쪽으로 쭉 잡아당겨 빨아댔다.은별은 갑작스러운 강렬한 접촉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벽과 남자 사이에 갇힌 은별은 두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었으나,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한 팔로 은별의 허리를 휘감아 제 하체에 바짝 붙였다.“으읍!”남자의 혀는 마치 불기둥처럼 은별의 입안 곳곳을 마구 누비며 뜨거운 타액을 남겼다.은별은 숨을 쉬고자 한 번 더 그를 밀었으나, 남자는 바윗돌과 같았다. 고개를 기울여 더 깊이 입안을 침범할 뿐. 은별에게 어떤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밀어내면 낼수록 목구멍까지 파고드는 남자를 어쩌지 못하고 은별은 점차 몸에 힘을 뺐다.하아…, 그래. 주소를 보내고 문을 열어준 게 누구였더라.순진한 척하기엔, 너무 대놓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동정녀인 척하기엔 너무 노련한 나이였다.은별은 그때까지 뜨고 있던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녀가 손을 들어 남자의 목을 감았다. 남자의 입술이 키스를 하면서도 씩, 올라갔다.허락된 키스는 조금 전과 확연히 달랐다.커다란 손이 은별의 가슴을 옷 위에서 밀어 올리며 와락 움켜쥐었다. 읏! 키스할 때부터 젖어 들었던 음부가 남자의 손길에 더 습하게 변해갔다.가슴을 움켜쥐며 주물 거리는 손길과 다르게 남자의 혀는 마치 초콜릿에 휩싸인 마시멜로우처럼 극도로 부드러웠다.은별의 혓바닥을 살살 자

  •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7화.

    7화.남자와 아슬아슬 줄을 타는 말장난이 주말마다 이어졌다.그러던 중 카페 사장의 결혼 소식이 들렸다.카페 사장이 결혼 준비로 바빠지면서 평일에도 남자가 카페를 지키기 시작했다.남자와 은별의 말장난이 주말을 넘어 평일까지 지속되던 어느 날.은별이 선주의 집으로 가기로 한 날이었다.음료와 마카롱을 사러 카페에 들렀다.“오셨어요?”이젠 그녀를 보면 싱그럽게 웃기를 먼저 하는 남자가 반가운 목소리로 반겼다.저 안경 너머로 보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은별은 순간 궁금했던 것도 같다.“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마카롱 일곱 개, 박스에 담아주세요. 테이크아웃 할게요.”“오늘 어디 가세요?”“친구 집에요.”“아… 아쉽다.”이젠 저런 말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 사이 이력이라도 났나 보다.그래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잠시 뒤.그가 마카롱 박스를 들고 그녀 앞에 섰다.그러더니 갑자기, 정말 너무도 당황스럽게, 마치 프로포즈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그녀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은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만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숨마저 멈춘 상태였다.남자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곤 마치 반지 케이스를 열 듯, 마카롱 상자를 열었다.형형색색 들어있는 마카롱들이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나오는 보석처럼 빛나 보였다.남자의 입술이 열리면서 뱉어내는 말이,“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이렇게 일곱 개, 넣어드리면 될까요?”아, 이 말이 뭐라고….난 또, 왜, 잠시… 넋을 잃는 것일까.별것 아닌 마카롱을 건네면서 무릎은 왜 꿇은 거니?이건, 분명 네가 나빴다. 넌 요물이다.은별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네, 일곱 개. 맞네요.”멍해 보이지 않으려 무척 애쓰며, 담임 선생님이 학생의 답안지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듯 답을 확인했다.그것도 잠시.“30 빼기 23. 그것도 7이네요.”“네?”남자는 가끔 뜻 모를 소리를 던질 때가 있다.지금 너, 나랑 산

  •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6화.

    6화.다음날.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은별은 카페로 향했다.어리디어린 너에게 더는 수줍어하는 우스운 꼴은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그런데 그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리디어린 여자가 은별을 맞았다.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발랄함이 물씬 풍기는 얼굴이었다.“어서 오세요.”은별은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남자를 찾았다.무슨 일이 있는 걸까?그가 제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먼저 들었다.“저기, 직원이 바뀐 건가요?”“아, 아니요.”다행이었다. 알고 보니 어리디어린 여자는 그와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짧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은별은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저의 복잡한 커피 메뉴얼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준비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을 때였다.남자가 손에 봉투를 들고 카페로 들어왔다.은별은 이어폰을 꽂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싱긋 웃는 싱그러운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이어폰을 귀에 꽂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그에게 인사하려는 순간,“오빠, 밖에 많이 추웠지?”어린 여자가 그에게 살갑게 다가가더니, 그의 손에 들린 봉투를 건네받았다.그의 시선이 금세 어린 여자에게 향했다.“아니, 괜찮았어. 배고플 텐데 커피랑 마셔.”“내가 갔다 온다니까.”“어차피 나도 편의점에서 살 것도 있었어. 그런데 넌 아침부터 그렇게 단 게 입에 들어가?”“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야.”남자가 어린 여자의 말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커피 그라인더를 작동시켰다. 어린 여자가 그의 행동에 반색했다.“내 커피 내려주게?”“응.”“훗. 연하게 해줘. 진하게 마시면 심장 떨리니까.”어린 여자의 말에 피식하고 웃는 남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동감 있어 보였다.은별은 그들의 대화가 귀에 들리는 게 괜히 싫었다. 이어폰을 마저 꽂고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언제나 부드럽게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