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은성의 뺨 위로 석호의 물기 어린 손가락이 닿았다. 차가운 물방울이 턱을 타고 목에 감긴 초커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미친 새끼... 내가, 윽...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채은성인데, 흣... 나한테 이딴 짓을 하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은성이 등 뒤로 결박당한 손목을 비틀며 발악했다. 자존심이 살점을 뜯어내는 것처럼 아파왔다. 석호의 손바닥에 고인 물을 개처럼 핥아먹으라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것이 나았다.
그 순간, 석호가 등 뒤로 틀어쥐고 있던 은성의 손목을 무자비하게 꺾어 올렸다.
"아아악!"
어깨가 탈골될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은성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은성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석호의 허벅지 위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석호는 고통에 헐떡이는 은성의 뒷머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물이 고인 자신의 손바닥 앞으로 은성의 얼굴을 처박았다.
"네가 누군지 내가 제일 잘 알지."
석호의 짐승 같은 반말이 귓전을 때렸다.
"태성그룹 막내아들 채은성. 내 뺨에 돈다발을 던지면서 웃던 오만한 새끼. 근데 어쩌나, 지금 그 채은성은 내 발밑에서 물 한 모금 못 마셔서 헐떡이는 짐승일 뿐인데."
석호가 은성의 뒷머리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자신의 축축한 손바닥에 은성의 입술을 강제로 짓눌렀다. 숨을 쉬기 위해 벌어진 입술 틈새로 차가운 물이 밀려 들어왔다.
"켁, 커억... 컥!"
사레가 들린 은성이 기침을 쏟아냈다. 눈을 가린 안대 밑으로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혀 내밀어서 핥아, 은성아. 바닥에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네 그 예쁜 입술을 찢어버릴 테니까."
목숨을 쥐고 흔드는 듯한 서늘한 살기.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고통과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감 속에서, 은성의 이성은 결국 생존 본능 앞에 백기를 들었다.
은성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뜨겁고 부드러운 혀가 뱀처럼 기어 나와, 석호의 크고 단단한 손바닥을 할짝이기 시작했다.
"흐읏... 흣, 하아..."
수치심에 억눌린 신음과 함께, 은성이 석호의 손바닥에 고인 물을 핥아 마셨다. 타인의 살갗을 혀로 핥는 생소하고 끔찍한 감각. 손금 사이사이에 맺힌 물방울까지 핥아내기 위해 은성의 고개가 처연하게 움직였다. 석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굳은살의 감촉이 혀끝을 자극했다. 시야가 차단된 탓에, 입안을 맴도는 석호의 체취와 물비린내, 그리고 피부의 감촉만이 미치도록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굴욕적인 행위에, 은성의 젖은 몸은 수치심과 공포를 넘어선 기이한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석호의 손바닥을 핥을 때마다 은성의 아랫배가 묵직하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몸이 이성을 배신하듯 반응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은성을 미치게 만들었다.
석호는 자신의 손바닥을 핥는 은성의 뜨거운 혀의 감촉을 음미하며, 깊고 짙은 숨을 내쉬었다. 발밑에서 자신을 올려다보지도 못한 채 개처럼 물을 핥는 도련님의 모습. 평생을 갈구해 온 정복의 완성이었다.
물이 모두 사라지자, 석호가 결박했던 은성의 손목을 놔주며 뒷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다시 돌아온 정중한 존댓말. 그 지독한 온도 차이에 은성은 카펫 위로 쓰러져 짐승처럼 흐느꼈다.
"하아... 아흑... 흑..."
"첫 식사를 아주 훌륭하게 마치셨으니, 이제 그 예쁜 입으로 주인을 즐겁게 해줄 차례입니다."
석호의 뜨거운 손가락이 안대에 가려진 은성의 눈가를 쓸어내리다, 축축하게 젖은 붉은 입술 사이를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굵은 손가락 두 개가 입안의 여린 점막을 난폭하게 휘젓자, 은성은 타액을 흘리며 석호의 허벅지에 매달렸다.
석호는 은성의 초커를 낚아채 제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바닥을 기던 은성의 몸이 힘없이 석호의 무릎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석호는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거대한 욕망을 은성의 젖은 뺨에 가져다 댔다. 뜨거운 열기가 은성의 피부를 지졌다. 뺨에 닿은 압도적인 물리적 존재감에 은성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주인의 자비 없는 욕망만이 은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은성은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밤이 끝나고 난 뒤, 자신이 마주하게 될 거울 속 풍경이 얼마나 처참할 것인지를.
"이런 엄청난 '비밀'을 숨겨두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태성그룹의 금지옥엽이신 채은성 도련님께서... 윤 대표님의 트로피가 되어있을 줄이야."재호의 나른한 조소에 석호의 커다란 주먹이 뼈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어졌다. 은성은 석호의 등에 뺨을 기댄 채, 재킷 어깨선 너머로 살짝 고개를 들었다.주인의 등 뒤에서 가련하게 떨고 있는 예쁜 사내. 재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은성의 눈동자 깊은 곳에 맺힌, 자신을 향한 연대를 읽어내고는 통제할 수 없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정말이지... 모든 걸 걸고 빼앗고 싶을 만큼 탐나는 전리품이군요."그 순간 재호가 은성을 훑어 내리는 시선은 결코 단순한 비즈니스 동업자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탐미적인, 원초적인 욕망에 모든 것이 사로잡힌 수컷의 눈빛이었다."하아... 씨발."현관을 가득 채웠던 묵직한 침묵을 깬 것은 석호의 짐승 같은 욕설이었다. 석호는 이재호의 시선이 은성의 비치는 가운 너머, 자신의 흔적들이 새겨진 하얀 나신에 닿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석호는 은성의 어깨에 덮어씌웠던 수트 재킷을 거칠게 여며 은성의 몸을 꽉 집어삼키듯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재호를 죽일 듯 노려보며, 은성을 억지로 거실 홈바 뒤편에 있는 침실 문 쪽으로 밀어붙였다."당장 들어가."은성의 귓가에 낮게 으르렁거리는 석호의 목소리는 광기에 젖어 있었지만 차분했다."아앗...."은성은 재빨리 겁에 질린 척 몸을 떨며 석호의 재킷 깃을 꽉 틀어쥐었다. 가련하게 떨리는 하얀 맨발로 침실 안으로 도망치듯 뛰어 들어가는 그 찰나의 뒷모습마저도 재호의 시선을 강렬하게 옭아매고 있었다.쾅-!석호가 침실 문을 부서질 듯 거칠게 닫아버렸다. 이제, 펜트하우스 거실에는 두 수컷만이 남았다.문 하나를 사이에 둔 침실 안. 겁에 질려 떨던 은성의 가냘픈 신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멈췄고, 천천히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젖은 은발을 쓸어 넘기는 은성의 입가로 서늘한 조소가 번졌다.다시 거실.석호는 큰 호흡을 뱉으며 거실
철컥-.문이 닫히고, 회의실에는 두 명의 수컷만이 남았다. 무거운 적막을 깬 것은 재호의 나른한 목소리였다."이런 곳에서는 윤 대표님도 솔직해지기 어려우실 것 같군요."재호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깍지 낀 손을 여유롭게 풀었다."10년입니다. 주인의 발밑을 기는 충실한 개로 살면서, 태성그룹을 안에서부터 교묘하게 파먹어 들어간 그 설계,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더군요.""......."석호의 턱관절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가장 완벽했던 10년의 설계, 기획 부도와 함께 알짜들을 빼돌리려던 그 속셈을 지금 내 눈앞의 남자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내가 법원 문턱을 넘는 순간, 당신이 차명으로 빼돌리려던 자산들은 전부 동결되고 횡령과 배임으로 묶이겠지. 10년을 공들인 밥상에 내가 숟가락을 얹어서 화가 나셨습니까?"석호의 커다란 손등 위로 굵은 핏대가 터질 듯이 솟아올랐다. 태생이라는 콤플렉스를 짓밟는 치욕에 석호의 이빨이 까득, 맞물렸다."본론만 말해.""오늘은 윤 대표님 펜트하우스로 초대해주시는 걸로 마무리하시죠."재호의 서늘한 입술 사이로 튀어나온 뜻밖의 단어에, 석호의 심장이 불길하게 쿵 내려앉았다."다른 조건은 그곳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거절하겠습니다. 협상은 여기서 끝내."단호하게 선을 긋는 석호의 반응에 재호가 재밌다는 듯 눈매를 휘었다."글쎄요. 그 넓고 전망 좋은 펜트하우스에... 남한테 들키면 안 되는 보물이라도 꽁꽁 숨겨두신 모양입니다?"정곡을 찌르는 도발. 마땅히 거절할 명분도, 막아설 힘도 없는 석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띠리릭, 철컥-.육중한 펜트하우스의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석호는 현관문을 열면서도 턱 끝까지 차오른 살기를 애써 짓누르고 있었다. 제 발로 자신의 성역에 들이닥친 불청객, 이재호 때문이었다."들어오시죠."석호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하며 거실로 걸음을 내디딘 바로 그 순간이었다."주인님... 벌써 왔어요...?"앙큼하
"하... 밖은 엉망인데... 도련님은 언제나 따뜻하군요."석호는 핏발 선 눈으로 중얼거리며 은성의 하얀 목덜미에 짐승처럼 이를 박아 넣었다. 얇은 살갗이 터지며 비릿한 피 냄새가 현관의 눅진한 공기에 섞여 들었다.퍽, 퍼억-.은성의 엉덩이와 석호의 치골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파열음은 조용한 펜트하우스를 가득 메웠다. 두 사람의 격렬한 허리 움직임과 맞춰 현관 센서등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점멸하는 황색 불빛 아래 드러난 얽힌 실루엣은 기묘했다. 눈을 번득이며 거대한 성기를 휘두르는 포식자와 그에게 속절없이 꿰뚫리며 사지가 축 늘어진 하얀 나신, 마치 제단에 바쳐진 제물 같은 그림이었다.하지만 어둠이 내려앉는 찰나의 순간마다,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지르며 석호의 목에 매달린 은성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조소가 점차 가득해지고 있었다.다음날 오전 9시, 태성그룹.석호는 핏발이 선 눈으로 모니터에 띄워진 자금 흐름표를 노려보고 있었다. 10년간의 계획을 단번에 엎어버린 호주계 사모펀드 '센트럴 파트너스'를 향한 분노가 집무실 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벌컥-!노크도 없이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비서실장이었다. 평소의 차분한 모습은 커녕 숨을 헐떡이며 사색이 된 얼굴이었다."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말해."석호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에 비서실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센트럴 파트너스 측 채권단이... 지금 예고도 없이 본사로 들이닥쳤습니다. 보안팀이 막을 새도 없이 밀고 들어와서, 지금 대회의실로 향했습니다."석호의 미간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법정관리 신청을 무기로 쥔 채권단이 본진으로 쳐들어왔다. 그것은 협상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석호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다.석호는 거칠게 코트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가로지르는 그의 걸음마다 서늘한 살기가 뚝뚝 떨어졌다.철컥-.대회의실의 무거운 양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석호의 걸음이 멈칫했다.십수 명의
"이놈들이 오늘 채권단 측 매각 절차가 개시되기 무섭게 쓸어간 부실채권 물량이, 정확히 대표님께서 오늘 오후에 흡수하시려던 그 핵심 채권 물량과 1원 단위까지 일치한다는 겁니다.""......."석호의 미간이 흉험하게 일그러졌다.1원 단위까지 일치한다는 건 단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누군가 자신의 기획 부도 및 자산 은닉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의도적으로 벌인 도발이었다.'태성그룹 내부의 쥐새끼인가.'석호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오너 일가의 남은 찌끄러기들? 이사회에서 자신을 견제하던 반대파들? 아니면 자금 세탁 경로를 꿰고 있는 재무 라인의 핵심 간부? 석호의 머릿속에 수많은 용의자가 스쳐 지나갔지만, 펜트하우스에 갇힌 채은성의 이름은 단 한 순간도 떠오르지 않았다. 인터넷조차 접속할 수 없는 은성, 석호의 그 자신감과 오만함이 가장 치명적인 진실을 완벽하게 가려버린 것이다."오늘부터 재무팀과 전략기획실 전원 통신기기 압수, 그리고 외부 접촉 철저히 차단하고... 포렌식 진행해. 그리고 이사회 임원들 최근 한 달 치 동선과 자금 내역도 전부 털어.""네, 알겠습니다!"석호는 코트를 거칠게 집어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자신을 이 진흙탕에 끌어들인 놈의 사지를 찢어버리겠다는 살기가 끓어오를수록, 역설적으로 자신의 낙원에 있는 은성의 품이 미치도록 절실해졌다.외부의 톱니바퀴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 발악하는 지금, 오직 자신의 발밑에서 숨통을 내어준 채 헐떡이는 그 예쁜 피사체만이 필요했다. 그에게 돌아가 짐승이 되어 은성과 살을 섞고, 은성의 아름다운 순종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이 지독한 갈증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석호의 걸음이 주차장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펜트하우스로 향하는 그의 걸음에는, 판을 망친 배신자를 기어코 색출해 내겠다는 잔혹한 살기와 오직 채은성에게만 허락된 지독한 소유욕이 기형적으로 엉겨 붙어 분출되고 있었다.띠리릭, 철컥-!도어록의 전자음 소리와 함께 펜트하우스
은성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뭐?"화면 속 석호의 오만했던 낯빛이 순식간에 서늘하게 굳어졌다."그쪽에서 당장 원금 상환을 압박하며, 오늘 막지 못하면 자기들 손으로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답니다! 이대로 법원 통제로 넘어가면, 대표님께서 물밑에서 작업해 두신 알짜 자산 분리 계획이 통째로 묶여버립니다!"완벽하다 믿었던 석호의 계획, 그토록 오랜 시간 공들여 짠 설계에 마침내 균열이 생긴 것이다.은성은 제 아랫도리를 희롱하던 손 짓을 멈췄다. 그리고 화면 너머, 바지 지퍼가 반쯤 풀린 우스꽝스러운 꼴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제 주인을 뚫어지라 응시했다.수치심에 젖어 있던 눈동자 위로 미세한 환희가 번졌다. 드디어, 반격이 시작되었다.철컥.정적을 뚫고 울려 퍼진 금속음은 단호하고도 서늘했다. 재무팀장이 바닥만 뚫어지라 응시하며 사시나무 떨듯 어깨를 들썩이는 사이, 석호는 수트 바지의 지퍼를 올리고 벨트를 채웠다. 방금 전까지 집무실을 가득 채웠던 열기는 찾을 수 없었다. 오직 살을 에는 듯한 석호의 냉기만이 가득했다."대표님, 그... 저, 워낙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라 도저히 보고를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나가."석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 건조함이 팀장에게는 외마디 비명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팀장이 도망치듯 집무실을 빠져나가자, 석호는 거칠게 흐트러진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책상 위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태블릿을 응시했다.화면 속, 반라의 차림으로 굳어 있던 은성이 당황한 듯 가운을 여미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석호는 렌즈 너머 은성의 눈동자를 낱낱이 해부하려는 듯 뚫어지라 쳐다보다, 이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기다리고 있어."뚝.그 말을 끝으로 영상 통화가 끊겼다. 검게 변한 화면 위로 석호의 흉험한 얼굴이 비쳤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호출 벨을 눌렀다."비서실. 지금 당장 태성건설 부실채권 매입 경로 역추적해. 호주계 사모펀드? 이 새끼들이 어디서부터 알고 들어왔는지,
[먹을 게 아주 많은 곳이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요.]은성은 서늘한 눈빛으로 화면을 내려다보다, 이내 느릿하게 자판을 두드렸다.[좋습니다. 마음껏 물어뜯어 보시죠. 단, 저와의 관계가 노출되는 건 안됩니다.]은성은 소름 돋는 긴장감을 내리누르며 석호의 폰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석호의 곁으로 기어 가 그의 넓은 품에 안겼다. 반격을 위해 은성은 석호의 눈과 귀를 더욱 완벽하게 가려야만 했다.아침 햇살이 밝아왔다.잠에서 깬 석호는 제 품에 웅크린 은성을 내려다보았다. 완전한 포만감과 지배욕. 제 발밑의 오만한 도련님이 완벽히 굴복했다는 아찔한 착각이었다.은성은 열기에 들뜬 뺨을 비비적거렸다. 잔뜩 쉰 목소리가 달콤한 애원을 속삭였다."주인님... 답답해요. 이 넓은 집에 혼자 홈캠 불빛만 보는 거."".......""나도 주인님이 보고 싶어. 일하실 때도, 내가 주인님 거라는 걸 느끼게 해 줘요."자유를 달라는 애원이 아니었다. 스스로 족쇄를 채우며 가두어 달라는 구속의 요구.석호는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며칠간 시들어가는 꽃처럼 구는 은성의 처절한 연기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처절한 외면으로 덮어두려 했던 석호 본인의 지독한 집착이 사랑으로 합리화되던 아침. 석호는 은성의 머리맡에 얇은 태블릿 하나를 던졌다."욕심이 과해. 주는 거나 얌전히 받아먹어."며칠 뒤, 오후 2시.은성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태블릿을 내려다보았다. 인터넷과 앱 설치가 모두 차단된 완벽한 전자 족쇄. 오직 윤석호와 연결된 영상 통화 앱만 깔려 있었다.띠리링-.정적을 깨고 화면이 밝아졌다. 화면 속 석호는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렌즈 너머, 반라의 은성을 노골적으로 핥아내리고 있었다."가운 벌려."석호가 나른하게 명령했다."자... 내가 쥐여준 태블릿의 가치를 증명해 봐. 네 손으로 직접."은성은 수치심에 아랫입술을 짓이기면서도, 이내 가늘게 뜬 젖은 눈으로 태블릿의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붉게 달아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