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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화

Author: 필루사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4-11 08:41:35

은성의 뺨 위로 석호의 물기 어린 손가락이 닿았다. 차가운 물방울이 턱을 타고 목에 감긴 초커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미친 새끼... 내가, 윽...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채은성인데, 흣... 나한테 이딴 짓을 하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은성이 등 뒤로 결박당한 손목을 비틀며 발악했다. 자존심이 살점을 뜯어내는 것처럼 아파왔다. 석호의 손바닥에 고인 물을 개처럼 핥아먹으라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것이 나았다.

그 순간, 석호가 등 뒤로 틀어쥐고 있던 은성의 손목을 무자비하게 꺾어 올렸다.

"아아악!"

어깨가 탈골될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은성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은성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석호의 허벅지 위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석호는 고통에 헐떡이는 은성의 뒷머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물이 고인 자신의 손바닥 앞으로 은성의 얼굴을 처박았다.

"네가 누군지 내가 제일 잘 알지."

석호의 짐승 같은 반말이 귓전을 때렸다.

"태성그룹 막내아들 채은성. 내 뺨에 돈다발을 던지면서 웃던 오만한 새끼. 근데 어쩌나, 지금 그 채은성은 내 발밑에서 물 한 모금 못 마셔서 헐떡이는 짐승일 뿐인데."

석호가 은성의 뒷머리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자신의 축축한 손바닥에 은성의 입술을 강제로 짓눌렀다. 숨을 쉬기 위해 벌어진 입술 틈새로 차가운 물이 밀려 들어왔다.

"켁, 커억... 컥!"

사레가 들린 은성이 기침을 쏟아냈다. 눈을 가린 안대 밑으로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혀 내밀어서 핥아, 은성아. 바닥에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네 그 예쁜 입술을 찢어버릴 테니까."

목숨을 쥐고 흔드는 듯한 서늘한 살기.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고통과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감 속에서, 은성의 이성은 결국 생존 본능 앞에 백기를 들었다.

은성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뜨겁고 부드러운 혀가 뱀처럼 기어 나와, 석호의 크고 단단한 손바닥을 할짝이기 시작했다.

"흐읏... 흣, 하아..."

수치심에 억눌린 신음과 함께, 은성이 석호의 손바닥에 고인 물을 핥아 마셨다. 타인의 살갗을 혀로 핥는 생소하고 끔찍한 감각. 손금 사이사이에 맺힌 물방울까지 핥아내기 위해 은성의 고개가 처연하게 움직였다. 석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굳은살의 감촉이 혀끝을 자극했다. 시야가 차단된 탓에, 입안을 맴도는 석호의 체취와 물비린내, 그리고 피부의 감촉만이 미치도록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굴욕적인 행위에, 은성의 젖은 몸은 수치심과 공포를 넘어선 기이한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석호의 손바닥을 핥을 때마다 은성의 아랫배가 묵직하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몸이 이성을 배신하듯 반응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은성을 미치게 만들었다.

석호는 자신의 손바닥을 핥는 은성의 뜨거운 혀의 감촉을 음미하며, 깊고 짙은 숨을 내쉬었다. 발밑에서 자신을 올려다보지도 못한 채 개처럼 물을 핥는 도련님의 모습. 평생을 갈구해 온 정복의 완성이었다.

물이 모두 사라지자, 석호가 결박했던 은성의 손목을 놔주며 뒷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다시 돌아온 정중한 존댓말. 그 지독한 온도 차이에 은성은 카펫 위로 쓰러져 짐승처럼 흐느꼈다.

"하아... 아흑... 흑..."

"첫 식사를 아주 훌륭하게 마치셨으니, 이제 그 예쁜 입으로 주인을 즐겁게 해줄 차례입니다."

석호의 뜨거운 손가락이 안대에 가려진 은성의 눈가를 쓸어내리다, 축축하게 젖은 붉은 입술 사이를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굵은 손가락 두 개가 입안의 여린 점막을 난폭하게 휘젓자, 은성은 타액을 흘리며 석호의 허벅지에 매달렸다.

석호는 은성의 초커를 낚아채 제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바닥을 기던 은성의 몸이 힘없이 석호의 무릎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석호는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거대한 욕망을 은성의 젖은 뺨에 가져다 댔다. 뜨거운 열기가 은성의 피부를 지졌다. 뺨에 닿은 압도적인 물리적 존재감에 은성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주인의 자비 없는 욕망만이 은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은성은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밤이 끝나고 난 뒤, 자신이 마주하게 될 거울 속 풍경이 얼마나 처참할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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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였던 당신에게   제 76 화 : 수집

    아침의 햇살은 간밤의 어둠 속에서 내린 결론처럼 선명했다.43층 복도 끝, 석호는 자신의 책상 앞에 섰다.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채 단정한 수트를 차려입은 모습,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 감정이 거세된 정갈한 몸가짐. 겉으로 보기에 윤석호라는 시스템은 조금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게 가동되고 있었다.하지만 그 견고한 시스템의 내부는 밤사이 완전히 다른, 단 하나의 명령어로 덮어씌워져 있었다.이제 석호에게 은성의 일정을 관리하고, 전화를 걸러내며, 문서를 검토하는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었다.그것은 사냥감이 지나갈 길목을 파악하고, 사냥감의 호흡을 계산하며, 사냥감의 시야를 통제하는 정교한 조련의 과정이었다. 자신이 비서라는 위치를 핑계로 은성의 하루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은성이 먹는 것, 만나는 사람, 머무는 공간, 심지어 그가 마시는 차의 온도조차 석호의 손끝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오전 10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은성이 출근했다.석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목례를 했다. 고개를 숙였다 드는 찰나의 순간, 석호의 시선이 은성의 전신을 핥듯 훑고 지나갔다. 흐트러진 은발, 미세하게 구겨진 셔츠의 깃, 나른함을 넘어 짜증이 묻어나는 발걸음. 예전 같았다면 '오늘의 기상도'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 불과했을 그 모든 디테일들이, 이제는 망막에 화인처럼 찍혀 뇌리로 직행했다.“오전 결재 서류,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은성은 언제나처럼 석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무심한 뒷모습을 보며 석호는 묘한 해갈을 느꼈다. 저 오만함이, 저 무관심이 언젠가 자신의 발밑에서 어떻게 무너져 내릴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끓어올랐다.그 무렵부터 석호는 은성이 남기는 '파편'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충동에 가까운, 아주 사소한 일탈이었다. 어느 날 오후, 은성이 외부 임

  • 개였던 당신에게   제 75 화 : 이름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두 번째로 함께 맞는 여름이었다.석호는 여전히 매일 아침 정각 8시, 43층 복도 끝 자신의 책상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은성의 일정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했고, 걸려온 전화를 분류했으며, 완벽한 온도의 차를 준비했다.마치 기계처럼, 완벽하게.달라진 것이 없다는 석호의 생각과는 달리,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었다. 은성을 볼 때 일어나는 이상한 감정. 석호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몰랐고, 자신이 정의하지 못한 감정을 인정할 수 없었다.어느 눈부신 오전이었다.은성이 평소보다 한참 늦게 출근했다. 전날 밤 요란한 파티가 있었다는 것을 석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석호가 은성의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은성은 알지 못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은성이 43층으로 들어왔다. 실내인데도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재킷도 걸치지 않은 채 얇은 셔츠 차림이었다. 걸음이 느렸다. 평소에도 은성의 걸음걸이는 느린 편이었지만, 그 속도보다 훨씬 더 느리고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다.석호는 아무 말 없이 은성에게 시원한 물 한 잔과 미리 준비해 둔 숙취 해소제를 내밀었다.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석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은성은 아무 말 없이 석호가 건넨 물과 약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털썩, 소파에 몸을 던지듯 앉아 약을 삼키고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어떻게 알았어?""어제 일정을 보고 짐작했습니다."은성은 낮고 거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쓸모는 있네."칭찬이 아니었다. 그저 도구의 효용 가치를 확인하고 읊조리는 건조한 언어였다. 은성에게 석호는 그저 도구였다. 아주 쓸모 있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석호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물과 약을 내밀었던 석호의 손끝은, 그것을 받아쥐는 은성의 손을 찰나의 순간 동안 따라가고 있었다."감사합니다."은성이 피식, 짧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깊게 눈을 감았다.석호는 은성의

  • 개였던 당신에게   제 74 화 : 잔상

    석 달이 지났다.석호는 매일 아침 정각 8시,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43층 복도 끝에서 업무를 시작했다.하루도 빠짐이 없었다. 성실함이라기보다 잘 세팅된 기계의 작동 방식에 가까웠다.석호는 은성의 모든 일정을 조율했고, 쏟아지는 전화를 걸러냈으며, 산더미 같은 서류를 정제된 요약본으로 탈바꿈시켰다. 은성이 필요를 느끼기도 전에 차를 내놓았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원하는 서류를 책상 위에 배치했다.감정이 거세된 행동, 말투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석호 역시 스스로 업무 능력에 오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내왔으니까. 하지만 칭찬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밑바닥부터 결벽에 가까운 실력과 절제로 살아온 석호에게 이런 완벽함은 그저 기본값이었다. 당연한 것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세상에서의 진리였다.실제로 채은성은 단 한 번도 석호를 칭찬하지 않았다. 고마워하지도, 그 유능함을 특별히 인정하지도 않았다. 마치 공기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였다. 석호는 그 당연함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무색무취한 존재가 되는 것이 여기에서 살아남기에는 훨씬 수월했으니까.어느 오후였다.예정된 회의가 두 시간을 훌쩍 넘기며 길어졌다. 복도에는 정적과 서늘한 에어컨 바람만이 감돌았지만, 석호는 단 한 순간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필요할 때 곁에 없는 것보다, 필요하지 않을 때조차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것이 나았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석호만의 방식이었다.마침내, 회의실 문이 열리고 은성이 나타났다. 석호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태를 읽어냈다. 복도를 딛는 구두 소리의 날카로운 강도, 미세하게 굳은 미간의 각도. 예측하지 못하면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석호의 무능을 의미했다."차 가져와.""준비되어 있습니다."은성은 걷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들고 있던 서류 더미를 석호 쪽으로 흘리듯 던졌다. 석호는 그것을 공중에서 낚아채듯 받아냈다.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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