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리고 단지 들어서기 전 신호대에서 빨간 불이 켜지며 급 브레이크를 밟는 그녀.
지수는 도리질을 치며 다시 기분을 환기시키려 한다.
“아니야!아니야…지난 3년간 이 모든것은 내가 다 해낸거야.
물론 도움은 받았지만…갚으면 되지!”
얼마 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 지수는 저 멀리 주차 차단기 앞에 정지해있는
차량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앞에서 카드키를 내밀지 않고 있었다.
지수는 처음엔 기다리다가 몇 분이 지나도 움직임이 없는 차량에 클락션을 울렸다.
빠아앙!
“아니 뭐야?뭐하는 거지?”
그때 였다.
지수는 앞 차에서 어떤 여자가 나오더니 휘청 거리다가 앞으로 고꾸라지는것을 봤다.
“어어!!뭐…뭐야?”
이윽고 앞 차 여자는 몸을 앞으로 돌리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과 위험을 감지한 지수는 빠르게 파킹 브레이크를 걸고 내렸다.
“이봐요!이봐요!정신차려요!”
“이게 무슨일이야?”
그런데 자세히 보아하니 33층의 오지라퍼 여자였다.
그녀 옆쪽에는 구토를 한 흔적이 있었다.
지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걱정이 앞서 그녀를 흔들었다.
“이봐요!정신차려요!33층!”
그때 오지라퍼 여자는 기절하고 말았다.
동시에 옆에 있던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호들갑을 떨며 나왔다.
“무슨일입니까!!”
“아저씨!저 이거 33층 이 여자 분 차 거든요?
운전 좀 해서 나중에 차 키 저 한테 주세요!
제가 이분 데리고 응급실 좀 가야겠어요!”
“네네!알겠습니다!”
경비원은 지수의 말에 척척 알아들으며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수도 그녀를 힘겹게 어깨를 끌어서 자신의 차 안으로 들여보냈다.
“아…읏…차!와!진짜 힘겹다!이봐요!”
지수는 오지라퍼 여자의 뺨을 살짝 때렸지만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완전 기절했네.큰일이다.”
지수는 앞쪽으로 건너와 네비게이션에 00대학병원 응급실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에서 안내 음성이 나왔다.
“지금부터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지수는 최단경로를 찾기위해 명령했다.
“00대학 병원 응급실!최단 경로!”
“네 경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수는 그렇게 해서는 안됐지만 최고의 속도를 내서 그녀를 위해
병원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미러로 오지라퍼 여자를 힐끔 쳐다보며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니 그런데…저 여자는 왜 갑자기 밖에서…어휴… .”
지수는 퉁명스럽게 말은 했지만 속은 그렇지를 못했다.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내 앞에서 그러면 안돼.
하지만 아까 오지라퍼 여자의 말이 조금 신경 쓰였었다.
‘죽는게…나아… .’
지수는 앞 뒤 사정 구분은 안되지만 그녀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자신도 죽고 싶은 날이 있었으니깐.
하지만 자신의 사회생활과 미래를 위해서는 포기해야만 했다.
2년 전 연후와의 결혼에 앞서 지수는 처음으로 식구들에게 반항이라는것을 했다.
돌아온것은 뺨을 맞는것과 자신을 질책하는 말이었다.
쫘악―!
아버지의 손이 얼굴을 후려쳤다. 입가가 터져 피가 번졌다.어머니와 남동생은 그런 아버지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심한것! 너가 그럴 용기라도 있냐?
만약에 정말 그랬다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지수는 소리쳤다.
“제 인생이에요!결혼도 남의 손에 이끌려 해야되나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겠어요!”
지수는 비극으로 끝난 자신의 짧은 기억을 추억하다 잠시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이는것을 느꼈다.
그녀는 살짝 손목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하아…내가 왜 우냐…저 쓰러진 여자가 울어야지.”
그러다 어느덧 도착한 00대학병원 응급실 앞.
지수는 빠르게 문 앞쪽에 주차를 한 뒤 뒷문을 열어 그녀를 어깨에 둘러
엎혔다.
“와…이봐 정신 좀 차리라고!”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 간호사들의 안내를 받아 빈 자리에 눕혔다.
열기가 가득 느껴지는 얼굴로 땀을 식히고 있던 지수는 옆 자리에 앉아 있다
의사를 보고 급하게 물었다.
“상태 좀 봐주세요!”
“네!잠시만요.”
의사는 눈과 입가 그리고 심박수를 체크하며 차트에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지수는 메마른 입술을 계속해서 다시며 질문했다.
“많이 심각한가요?”
“에~구토를 한 흔적이 있더라구요.
혹시 여기 오기 전에 심한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나요?”
“네?충격이요?어…저도 구토할때 발견한거라서요…그럼 원인이 그 두가지 인가요?”
의사는 차트를 내려두고 지수와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
“그렇죠.
그러니 심신안정이 필요해요.
링거 한대 맞고 가시면 될것 같습니다.
보호자세요?”
“아…네… .”
“관계는요?”
지수는 그렇다고 여기서 34층 이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것 같았다.
“음…전 그냥 아는 언니에요.”
“그럼 저기 수납하고 가시면 됩니다.”
의사는 대강 마무리를 짓고는 다른 쪽으로 진료를 보러가기 시작했다.
지수는 그래도 식겁할 일은 지나갔다 생각하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지라퍼 여자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눈물의 양은 지수가 당황할 정도였다.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무슨 일이야…?”
하지만 33층 여자의 눈물은…너무 애처로워보였다.
이대로 수납만 하고 가기에는 뭔가 신경이 쓰였다.
“하…집 가서 할 일 많은데…뭐 어쩔 수 없지.”
한시간이 넘자 링거 액이 다 흡수되고 나서 서서히 33층 여자의 눈이
떠졌다.
그녀는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며 살피더니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악!윽…머리… .”
지수는 33층 여자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이봐요!내가 그 쪽을 데리고 왔어요.
괜찮아요?”
머리 오른쪽을 매만지며 얼굴을 찌푸리던 33층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는
지수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그…싸가지…아니…34층?”
“맞아요!괜찮아요?집 데려다 줄께요.같이 가요.”
그리고 지수는 그녀를 부축하여 신발을 신겨주었다.
지수는 천천히 그녀의 팔을 들어올려 자신의 어깨에 둘러맨 뒤
주차된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피곤에 찌들어 보이는 33층의 여자를 지수는 조심스레 뒷좌석에
태웠다.
“이봐요,거기 팔 좀 치워 봐요.내가 벨트 매줄께.”
그런 뒤에 지수는 운전석으로 옮겨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지수는 힐끔 뒤를 보고는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영혼없어 보이는 얼굴의 그녀가 대답했다.
“한이레 요.”
이레.
그 이름이 그녀의 얼굴과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고 지수는 생각했다.
잠시 후, 단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수는 이레에게 물었다.“몇 호예요?”
“…3305호요… .”
지수는 그녀의 양팔을 자신의 팔로 감싸고 이레의 집 앞으로 걸어갔다.
이레가 비번을 누르고 난 뒤 들어간 집 안.
“이레 씨 , 안방 어디에요?”
힘없이 가르키는 손가락 위치로 들어가는 둘.
이레를 눕게 만든 뒤 이불을 살살 덮어주는 지수.
지수는 이레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다.
“잠시 있어봐요.”
그리고 천천히 걸어나가는 복도.
안방 옆 기둥에는 조그마한 결혼식 사진이 걸려져 있었다.
지수는 그것을 무표정하게 쳐다보고는 주방으로 걸어간다.
재빠르게 이것저것 살피며 냄비와 쌀 그리고 소금을 꺼낸다.
그리고 인덕션에 냄비를 올리고 흰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15분 뒤 꽤 잘 불려진 죽이 그릇에 담겨 쟁반에 옮겨지고 지수가 조심스레
들어 이레에게 간다.
이레는 식은 땀을 흘리며 잠을 자고 있는것 같았다.
지수가 그녀를 조심스레 깨웠다.
“이봐요…일어나요!내가 죽 해왔어요.”
몸을 반쯤 일으킨 이레는 지수가 해온 죽을 멍하니 쳐다보니 이내 조금씩
뜨기 시작한다.
그때 세 입은 먹었을라나?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이레.
“허…어…으으윽…어어어엉!!”
지수는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다독여주었다.
또 그녀가 쓰러질때 속삭이듯 ‘죽고싶다’ 라는 말을 한것을 생각하며 대답했다.
“누구나 죽고 싶은 순간은 있죠.
문제는… 그런 순간엔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거예요.
결국,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수밖에 없어요.”
이레는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숨이 막히도록 울었다.
지수는 다가가 위로하지도, 방해하지도 않은 채, 묵묵히 곁에서 그녀의 눈물을 지켜주었다.
30분 뒤 이레의 오열도 멈춘 듯 정신이 조금 맑아져왔다.
이레는 죽까지 만들어준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물었다.
“정말 감사합니다…저도 성함을 알고 싶은데요… .”
“앞으로 힘들 때 찾아와도 돼요!”
지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이레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나 민지수에요.잘 지내요.”
지수의 등장.
트라이던트 그룹 본사 전무이사실벌써 어둑해진 저녁 하늘은 깜깜한채로 어느것 하나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않을정도였다.연후는 퇴근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회의 때문에 짜증이 나있던 상태였다.그는 급하게 결재서류들을 넘겨 받고 꼼꼼히 확인 한 뒤 싸인 하고 있었다.황비서는 마지막으로 보고할 협력사 파일을 전달 한 뒤 연후에게 말했다.“마지막 레포트 입니다.더 확인 하실 서류 있으십니까?비서실에 체크하라고 지시 해놓겠습니다.”“황 비서님!”황비서는 당황하여 그에게 대답했다.“네…?”연후는 볼펜 끝으로 짧은 박자를 두드리며, 다리 한쪽을 참을 수 없을 만큼 떨고 있었다.“그만 하죠…나 급한 일이 있어서…가야 할데가 있어요.”연후의 다급하고 위급해 보이는 격앙된 목소리는 황비서가 일찍이 들어본적없는 음성이었다.하지만 상사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던 그는 얌전히 대답했다.“그러시군요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그래요!황 비서도 급한 일 많을 텐데 , 얼른 나가봐요.”연후는 손짓으로 그를 쫓아내버린다.황비서는 당황스러움도 잠깐, 그의 손짓에 따라 이사실을 나갔다.연후는 눈을 번쩍 들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테이블을 정리하고, 코트를 집어 들며, 불이 꺼진 이사실을 서둘러 빠져나왔다.그는 최대한 빠른 움직임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신의 차 운전석으로 향한다.그리고 그곳을 빠져나와 메리세엄드 호텔로 향했다.40분이 지나고 호텔에 도착한 뒤 키를 발렛요원에게 넘겨주었다.“감사합니다.”연후는 갈증이 나는지 계속해서 목쪽의 넥타이를 만지작 거렸다.오래만에 그녀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라 상상만해도 너무 즐거웠다.“하아… .”연후는 데스크로 가서 키를 받은 뒤 엘레베이터 안에서 38층을 눌렀다.그저 우두커니 서서 엘레베이터가 멈추길 만을 기다렸다.“38층 입니다.”그는 벽쪽을 바라보며 호실을 가르키는 쪽으로 향했다.‘3825호’드디어 문 앞에 선 연후는 살짝 땀이 나지만 떨리는 손으로 카드키를 댔다.그리고 문
이레의 엄마는 이레의 행동에 대해 의문점을 가졌다.행복해야 할 신혼 초기에 왜 다른 남자와 포옹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했고강우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 되었는지 묻고 싶었다.그녀는 답답해 가슴을 손으로 두드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시간은 벌써 새벽 6시.밤을 꼬박 새다시피 이레의 생각을 멈출 수 가 없었다.그녀는 조심히 일어나 이레의 방으로 향했다.문을 살그머니 열어 그녀가 있는 침대 가까이 향했다.그런데 이레가 악몽이라도 꾸는건지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심지어 이마에 식은 땀도 맺혀 있어 걱정이 되었다.이레의 엄마는 조심스레 그녀 곁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언제 이렇게 만져봤을까?“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괜찮은거야?”그렇게 새벽을 보내고 아침 9시 , 이레의 엄마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아침 식사를 준비했다.간단하게 토스트와 과일을 준비한 그녀는 이레를 불러냈다.“이레야!나와 밥 먹자.”“오!오늘은 밥 아니네?맛있겠다.”이레는 잠에서 제대로 깨어나지 않았는지 살짝 찌뿌둥한 느낌으로 식사를하기 시작했다.반면 이레의엄마는 제대로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어느정도 먹은것을 소화하고 난 뒤 이레는 거실로 가기 위해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뜻밖의 말을 던지는 그녀의 엄마.“난…네가 항상 현명했으면 좋겠어.”이레는 갑작스러운 조언을 하는 엄마에게 말했다.“현명해지라니?”그녀의 엄마가 다가와 이레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누구나…유혹은 있을 수 있어.하지만 남편이 둘이 될 수 는 없다.”그제서야 이레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녀의 의중을 간파해버렸다.“어…엄마…혹시… .”그녀의 엄마는 바로 몸을 돌려 식탁에 있는 빈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한다.“알아들었으면 됐어.”들켜버렸다.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대상에게 모든 것을 들켜버렸다.이레는 그 순간 그동안 힘들어서 꾸욱 눌러왔던 감정들이 뜨거운 홍수처럼 폭발하기시작했다.눈물이 눈가에 커다랗게 맺히며,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이름을 내뱉었다.“엄마…내가
연후는 홱 돌아서서 단지를 나가버리며 주차된 곳까지 걸어가다 들고 있던케이크와 꽃다발을 도로에 집어던지고 말았다.하얀 상자가 도로 위를 굴렀다.그 안엔 케이크와, 그가 품었던 모든 온기가 섞여 있었다.연후는 차 운전석으로 돌아와 앉은 뒤 손바닥으로 운전대를 쎄게 쳐버린다.연후는 뱃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분노를 눌러 담은 목소리로, 낮게 혼잣말을 했다.“남편 싫다며…나만 본다며…왜 그렇게 다정히 있는건데…한이레.”그는 잠시 침묵하며 눈을 감았다.“…아니, 난 그냥 무서웠던 거야.혹시 내가 놓치면, 다시는 못 볼까봐.”그는 차 안에서 계속해서 앉아 있었다.창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낯설었다.분노였을까, 아니면 두려움이었을까.그 어떤 감정으로도 이레를 완전히 놓을 자신이 없었다.그래서 그는 그대로 기다렸다.마지막으로, 그녀가 자신을 선택하길 바랐다.이레는 쎄차게 강우를 밀며 소리친다.“그만 좀 하라고!!”“당장 떠나!사람 신경 거슬리게 하지말고!”풀려버린 팔을 양쪽으로 벌린 채 서있던 강우는 재밌다는 듯이 또 한번크게 웃어버리고 만다.“알았어, 알았어, 여왕님.나 집에 가있을께.대신 봐주는건 딱 2일이야.그 안으로 집으로 들어와.쪽팔리게 하지말고.”강우는 저 멀리 단지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팔을 들어올리고는 한번 흔들고는나가버렸다.이레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진짜 한대 패고 싶네,숨쉬는 것도 아까운 자식.”그녀는 한껏 격앙된 채로 집에 다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그리고 옷을 갈아 입고 침대 옆 무드등을 살짝 켠 뒤 누워버렸다.“하 정말 피곤하다… .”한참을 있었을까.1시간이 지나면서 이레는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때순간 연후가 왜 오지 않은걸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무슨 일 있나… .”그리고 잠시 뒤 톡 하나가 그녀에게 도착했다.‘그 자식이랑 있으니깐 행복했어?아주 품에 안긴게 가관이더라.볼만 했어.’벌떡 일어난 이레는 이게 무슨 말인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아무래도 아까 강우와 만난
“여권하고 탑승권 보여주시겠어요?”연후는 저녁 6시30분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고 있었다.“감사합니다, 이쪽으로 통과하시면 됩니다.”“좋은 비행 되세요.”연후는 서류가방을 가볍게 하나 들고 퍼스트클래스 구간으로 들어섰다.그는 도착하자마자 꽃다발과 함께 케이크를 들고 이레가 있는 본가로향하려고 했다.그는 비행기가 출발 하기 직전 톡 하나를 이레에게 보냈다.‘조금만 기다려 밤10시 정도면 네 집에 도착 할것 같아.’‘설렜으면 좋겠어.’그때 답장이 오는 것을 보고 빠르게 확인하는 연후.‘고마워.얼른 와줘.우리 집은 2215호야.’톡을 확인하자마자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살며시 감는 연후.동시에 뭔가 모를 시원함 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비밀 연애처럼 짜릿했다.대학 때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이레와의 데이트를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조금의 시간이라도 빌려서 이레와 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장 000입니다.본 항공기는 잠시 후 이륙할 예정입니다.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목적지까지 비행시간은 약 2시간 10분이며,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하늘 위에서는, 모든 게 단순해진다.오직 그녀만 생각하면 됐다.그리고 비행기가 움직이며 이륙하는 순간 , 연후의 심장박동과 열망이 높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3시간 후 ,회기동 000아파트 이레의 본가늦은 식사를 마친 뒤 이레의 엄마는 안방에 들어가고 이레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한가로운 때를 보내고 있었다.“뭐 볼거 없나… .”채널을 돌리고 있던 이레는 조금 있으면 도착할 연후를 맞이하기 위해 미리 거실에나와있던것이었다.의상은 그와 동네 근처를 산책하기 위해 입은 긴 연핑크 원피스를 입고 조신하게앉아 있었다.하지만 톡으로 보낸 내용 뿐이었지 정말 그가 여기까지 올까? 라는 의문이 동시에들기도 했다.그리고 문의 벨소리가 울렸다.불안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이레는 소파에서 빠르게 일어나 문의 맞
트라이던트 그룹 중국 상하이 지사 회의실, 오후2시“Great work today, Executive Director Lee. The discussion went smoother than we expected.”(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전무님. 논의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웠어요.)“I appreciate that, Richard. We’ll finalize the figures once I return to Seoul.”(감사합니다, 리처드. 서울 복귀 후 최종 수치를 확정하겠습니다.)“Perfect. Let’s keep this momentum going for phase two.”(좋습니다. 2단계도 이 흐름 그대로 이어가죠.)“Agreed. Thank you for your time and support.”(동의합니다. 시간 내주시고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Safe flight back home, Executive Director Lee.”(귀국길 조심히 가세요, 이 전무님.)짧은 악수를 끝으로 회의는 마무리되었다.연후는 잠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친 뒤,단정하게 정리된 서류 위로 시선을 내렸다.상하이의 오후 햇살이 회의실 유리창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연후는 회의실을 나가며 황비서에게 말했다.“오늘 보고해야될 부분은 다 체크 하셨나요?”“네 이사님.오늘 귀국하시기전 레이 창 전무와 늦은 점심 약속이있으시고 , 회의에서 논의된 계약 관련 사항들은 이미 한국 본사에 접수되어 처리될 예정입니다.”“좋아요. 약속 전에는 시간이 좀 남아있나요?호텔에 가서 잠깐 체크하고 싶은데… .”황비서는 시간을 체크하더니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대답한다.“네 1시간 여유 있으십니다.출발 10분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연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1층 로비로 내려가 검은 리무진을 타고자신의 숙소로 향했다.그리고 잠깐 놓쳤던 연락 들을 다시 보기 위해 카톡을 확인하기 시작했다.손가락을 위로 슥슥 올리다 깜빡하고 놓친 이레
강우가 집을 나간 뒤 이틀이 지나도록 그에게 돌아오는 소식은 없었다.자신의 짐을 대충 꾸린 후 캐리어를 끌고 나가버렸다.이레는 이틀 동안 씻지도 않고 , 뭘 챙겨먹지도 않은채로 안방에 누워 그저바깥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 뭉치를 쳐다보고 있었다.속에서는 이미 수십 명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듯했지만, 집 안에서 이레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침묵뿐이었다.이레는 누군가에게 단 1명이라도 좋으니 ,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모든것을털어넣고 싶었다.그건 바로 연후였다.연후는 바빴는지 4일 넘게 이레에게 연락하지 못했다.이레는 그런 연후에게 섭섭함을 느꼈지만, 한 그룹의 총수는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책임을 지닌 사람에게 사소한 연락은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문득 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연후씨…나 좀 구해줘… .’이레는 문자 내용을 지우고 다시 썼다.이상하게 연후가 이레 본인을 구원해줄 구세주처럼 느껴졌다.‘연후씨…나 좀 살려줘…어디 있는거야?’이레는 잠시 생각해보았다.자신도 어딘가로 피신을 했어야 되는건가?강우는 매번 저렇게 쉽게 이레를 회피하고 무시하는데 이레는 모든것을감수하고 있었다.카톡 대화창을 위 아래로 살펴보다 깜빡하고 읽어보지 못한 메시지가 있었다.‘혜주이레야,우리 시간되면 언제 한번 보자?언제가 좋겠니?’“아…맞다…혜주 카톡 읽는다는걸 깜빡했었구나.”하지만 답장하기도 싫었지만 이 엄청난 일들을 모두 친구에게 털어놔야 한다는것이부담이 되어버렸다.물론 혜주는 이레의 절친이었지만 어느정도 경계를 하고 있었다.친구라고 해서 이레의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것은 아닐것이다.이레는 결심을 했다.“그래,나도 집을 나가자.차라리 이게 답일지도 몰라.”그녀는 다른 방에 있는 옷장문을 열어 캐리어를 꺼내 대충 옷가지를 꾸리기시작했다.그녀의 표정은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회기동 , 000 아파트누군가 밖에서 벨을 누른다.과일을 씻다가 말고 주방에서 나온 그녀는 복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