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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Author: 남대두

제1화

Author: 남대두
“연희야, 나 다리 다 나았어. 돌아와. 내가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

익숙한 프로필 사진을 본 순간, 기뻐서 눈물까지 글썽이던 오하윤의 웃음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오하윤은 진서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진서우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종일관 첫사랑 임연희뿐이었기 때문이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진서우와 임연희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진서우는 국내에 남아 가업을 이어야 했고, 임연희는 해외로 나가서 자신의 꿈을 좇기로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길로 갈라섰지만, 진서우는 임연희를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얼마 후, 임연희는 갑작스럽게 해외에서 결혼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 진서우는 미친 듯이 차를 몰고 공항으로 향했다.

미국으로 날아가서 임연희의 결혼을 뒤엎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항으로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그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진서우는 다시는 제 발로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

그때 오하윤은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었다.

오하윤은 담당 교수님을 도와 진서우의 다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수술이 끝난 뒤에도, 하늘이 내린 천재라 불리던 진서우는 자신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게다가 여러 악재가 겹친 탓에 진서우의 성격은 점점 더 사납고 예민해졌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겨도 욕을 퍼부었고, 눈앞에 있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 누구도 감히 진서우의 곁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연차가 제일 적은 오하윤이 거의 등을 떠밀리다시피 진서우를 맡게 되었다.

오하윤은 부드럽고 순해 보여서 마치 옆집 여동생 같은 인상을 주었다.

친화력도 타고났는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쉽게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게다가 탄탄한 실력에 꼼꼼하고 인내심 있는 태도까지 갖춘 덕분에, 오하윤은 병원에서 유일하게 진서우의 곁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얼마 뒤 진서우가 퇴원하자, 진서우 어머니인 배영숙이 오하윤을 찾아왔다.

배영숙은 오하윤에게 10억 원을 건네면서 진서우에게 다가가 달라고 부탁했다.

결혼을 전제로 종일 진서우의 곁을 지켜달라는 조건이었다.

당시 큰 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애가 탔기에, 오하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오하윤은 병원을 그만두고 3년이라는 시간을 진서우의 곁에서 보냈다.

진서우가 다친 다리 때문에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릴 때마다, 오하윤은 기꺼이 남자의 모든 화를 받아냈다.

상처가 욱신거리는 날이면, 오하윤은 밤새 잠들지 않고 진서우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었다.

또 재활 치료를 받다가 진서우가 넘어질 때면, 오하윤은 반사적으로 온몸으로 막아서 진서우를 다치지 않게 받쳐주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디서 나타난 어린 여자가 진서우에게 저렇게까지 잘해주는 걸까?

확실한 건 그 이유는 오하윤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하윤의 대학교 등록금과 학비는 전부 진서우의 지원으로 마련되었다.

진서우는 학교 자선재단의 책임자였다. 하지만 오하윤은 진서우가 후원한 수많은 학생 가운데에서도 그리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는 너무나 멀었다.

그래서 오하윤은 처음부터 진서우에게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두 다리를 다친 진서우와 마주치게 되자, 오하윤은 남자의 곁으로 가서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바쳤다.

처음에는 오하윤도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몇 년이고 진서우의 곁을 지키다 보면, 언젠가는 진서우도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지금 회복했다는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임연희에게 전하는 진서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하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오하윤은 단 한 번도 진서우의 마음에 든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지난 3년 동안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7월 칠석날이 되면, 진서우는 꼬박 하루 종일 자취를 감췄다.

오하윤이 아무리 애타게 찾아도 진서우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오하윤은 그날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칠석날은 진서우와 임연희가 연애를 시작한 기념일이었다.

진서우는 임연희의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여자와 관련된 날짜만큼은 하나하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번 선물까지 준비하는 정성도 보였다.

진서우의 집에는 평소에 늘 잠겨 있는 서재가 하나 있었다.

오하윤은 한번 청소하다가 실수로 그 안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날 진서우는 오하윤을 문밖으로 내쫓았다. 그로 인해서 여자는 밤새 문밖에서 비를 맞아야 했다.

그 이유가 방 안에 임연희의 사진이 가득했기 때문이라는 걸 그날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또한 오하윤이 아무리 노력해도, 진서우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 또한 그때 알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제 진서우의 다리가 나았으니 오하윤의 역할도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서우가 임연희와 전화를 하며 회복의 기쁨을 나누는 사이, 오하윤 역시 조용히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아까 일어섰어요.”

“제가 해야 할 일도 끝났으니, 이제 그이하고 이혼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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