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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첫사랑에게 신장을 빼앗겼다

남편의 첫사랑에게 신장을 빼앗겼다

Por:  무명Completado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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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첫사랑이 급성 신부전에 걸렸다. 그리고 그녀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 여자를 살리기 위해 남편은 임신 6개월 차인 내게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다. 그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조금만 착하게 굴면 안 돼? 넌 아이 하나를 잃을 뿐이지만, 유나는 목숨을 잃는 거잖아.” 나는 끝까지 거부했지만 그는 죽어버리겠다며 나를 몰아붙였다. 결국 수술대 위에서 나와 아이는 함께 목숨을 잃었다. 남편의 첫사랑은 신장 이식에 성공해 살아남았다. 모든 일이 분명 그가 원한 대로 됐는데 막상 내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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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죽은 뒤, 내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와 허공을 떠돌았다.미처 봉합하지도 못한 배, 신장 하나만 남은 몸, 그리고 옆에 놓인 이미 사람의 형태를 갖춘 아이까지.내 상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은 흰 천에 완전히 덮였고, 시신은 수술실 밖으로 옮겨졌다.그때 보였다.내 남편 방지훈이 다른 수술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조함과 걱정이 가득했다.내 시신이 방지훈 곁을 지나갔지만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내가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그가 걱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자 방지훈이 잽싸게 달려갔다.“선생님, 유나는요? 괜찮습니까?”“신장 이식 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마취에서 깨면 면회하셔도 됩니다.”의사는 환하게 웃으며 좋은 소식을 전했고, 방지훈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병실 안에서 장유나는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방지훈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다가가 장유나의 손을 꼭 붙잡았다.“유나야, 많이 힘들었지.”“난 괜찮아.”장유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방지훈의 뺨을 쓰다듬었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지훈아,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 서연이 곁에 있어 줘야지. 나, 서연이한테 너무 미안해.”말을 마치자 눈물이 장유나의 뺨을 타고 흘렀다.방지훈이 곧바로 말을 끊었다.“이 와중에도 서연이 걱정을 해? 그 독한 여자만 아니었어도 네 수술이 이렇게까지 늦어지진 않았어. 다 허서연 때문이야. 괜히 너만 더 고생했잖아.”방지훈의 목소리에는 짜증과 원망이 가득했다.나는 숨이 턱 막혔고 심장이 꽉 조이는 듯 아팠다.허서연. 방지훈이 말한 그 독한 여자, 바로 나였다.사람은 죽을 때 지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하지만 서로를 꼭 끌어안은 두 사람을 직접 보고 있자니, 내 머릿속에는 방지훈에게 떠밀리듯 수술대에 올라갔을 때의 두려움과 끝없는 고통만이 떠올랐다.그날 방지훈은 내 손목을 움켜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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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한 달 뒤, 장유나는 퇴원했다.방지훈은 몸조리를 하라며 그녀에게 별장까지 한 채 사 줬고, 무사히 퇴원한 것을 축하한다며 지인들을 잔뜩 불러 파티까지 열었다.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를 방지훈 곁에 묶어 놓은 듯했다.나는 그와 장유나가 매일 붙어 다니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장유나는 원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걸 좋아했다. 장유나는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면서 파티 내내 방지훈에게 바짝 붙어 애정 행각을 벌였다.두 사람이 너무 대놓고 행동하니 주변에서도 수군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방지훈의 친구들이 내 얘기를 꺼내자 장유나는 속으로 불쾌해하면서도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지훈아, 우리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난 아직 아무런 명분도 없는데 이런 소문이 나면 서연이가 화낼 거야.”“이렇게 좋은 날에 그 여자 얘기는 왜 꺼내? 재수 없게.”내 얘기가 나오자 방지훈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짜증이 떠올랐다.그는 사람들 앞에서 장유나의 손을 잡고 큰 소리로 선언했다.“유나는 내가 평생 가장 사랑할 여자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여기서 상관없는 사람 얘기는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한창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혼인신고를 한 아내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말라는 뜻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방지훈의 두 눈에는 깊고 차가운 기색이 가득했고, 내뱉은 말은 잔인할 만큼 날카로웠다.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래. 난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대체품일 뿐이야. 지훈이가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유나였으니까.’어릴 때 우리 둘은 집안 어른들이 인정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어린 시절 방지훈이 무심코 던진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그를 꼬박 10년이나 사랑했다.하지만 어린 시절의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학생이 된 방지훈이 진짜 사랑인 장유나를 만난 순간, 우리 사이에 있던 감정은 모조리 사라졌다.나는 내 마음을 접고 두 사람의 뒤를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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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지훈아, 엄마가 너희 얼굴 못 본 지도 한참 됐구나. 내일 서연이 데리고 집에 와서 밥 먹자. 서연이 전화도 계속 안 되는데 대체 요즘 뭘 하느라 이렇게 바쁜 거니?”며칠 뒤 방지훈의 어머니인 손정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때 장유나는 방지훈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손정미의 목소리를 듣자 나는 눈가가 시큰해졌다. 손정미는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키워 준 사람이기도 했다.“엄마, 서연이는 정말 은혜도 모르는 애예요. 나한테 화가 났다 해도 엄마 전화까지 안 받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나를 얘기하는 방지훈의 얼굴에는 여전히 혐오가 가득했다.나는 그의 앞에 서서 씁쓸하게 웃었다.사랑이 사라지자 나는 어느새 그에게 은혜도 모르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지훈아, 네 마음에 아직 그 여자가 남아 있는 건 엄마도 알아. 그래도 넌 이미 서연이랑 결혼했어. 그럼 서연이한테 책임을 져야지. 안 그러면 내가 서연이 엄마를 무슨 낯으로 보겠어?”손정미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방지훈은 얼굴을 굳힌 채 몇 마디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장유나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달래듯 바라봤다.“지훈아, 서연이는 요즘 너한테 연락 안 해?”장유나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연락?”방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서연이 때문에 네가 죽을 뻔했는데 넌 왜 그 여자를 신경 써. 차라리 영영 사라지는 게 낫지.”그러다 그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유나야, 조금만 더 기다려. 서연이랑 이혼하면 네가 더는 숨어 지내지 않아도 되게 할게.”장유나는 방지훈을 끌어안고 그의 품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괜찮아. 그냥, 그냥 서연이가 날 미워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서연이가 감히?”방지훈은 말을 끊고 장유나의 어깨를 감싸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그 장면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 정체 모를 불길이 치솟았다.아마 정말 이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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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어차피 그의 머릿속에서 나는 늘 비열하고 악독한 여자였다.다름이 아니라 내가 장유나를 위층에서 밀어 떨어뜨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생각은 3년 전으로 돌아갔다.장유나가 막 귀국했던 해였다. 회사에서 파티가 열렸고, 방지훈은 혼인신고를 한 아내인 내가 버젓이 있는 자리로 장유나를 데려왔다.두 사람은 팔짱까지 낀 채 재계 인사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갔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웃음거리처럼 쳐다봤다.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울음을 참으며 한쪽으로 피했다. 차라리 안 보면 덜 괴로울 것 같았다.그런데 장유나가 굳이 내게 다가와 가식적인 인사를 건넸다.나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등을 돌렸다.그 순간, 장유나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나는 놀라 뒷걸음질 쳤다. 나는 장유나가 떨어지기 직전 나를 향해 차갑게 웃는 걸 분명히 봤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비명을 질렀다.나는 피바다에 쓰러져 있는 장유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그녀를 향해 달려오던 방지훈과 눈이 마주쳤다.나는 겁에 질린 채 고개를 저었다.‘내가 아니야. 정말 내가 아니야.’하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재벌가 사모님, 내연녀에 잔혹한 보복. 고의 살해 시도!]당시 언론은 앞다투어 기사를 쏟아 냈다.방지훈은 겨우 뒷수습했다. 그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나를 병원으로 끌고 갔다.그전에 나는 내가 장유나를 민 게 아니라고 수도 없이 말했고 심지어 CCTV 영상까지 가져와 내 결백을 증명하려 했지만 방지훈은 아예 보려 하지 않았다.그는 끝까지 내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방지훈이 장유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꽃다발을 안은 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병실로 들어갔다.“지훈아.”장유나가 창백한 얼굴로 방지훈을 보며 웃었다. 하지만 나를 발견하자마자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돌변했다.“허서연, 네가 날 싫어하는 거 알아. 내가 지훈이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알고. 네가 날 계단에서 민 것도 원망하지 않을게. 애초에 내가 잘못한 거니까.”나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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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쾅!전화를 끊은 방지훈은 화를 참지 못한 듯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던졌다.휴대전화가 깨지는 소리에 나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그는 잠시도 진정하지 못했다. 금세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다시 주워 들고 비서에게 전화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행방을 찾아내라고 명령했다.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내 번호에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내가 가까이 다가가 화면을 보니 수신자는 나였다.[허서연. 하루 준다. 당장 내 앞에 나타나. 안 그러면 뒷감당은 네가 알아서 감당해.]나는 씁쓸하게 웃었다.‘지금도 네 앞에 있는데 네가 보지 못할 뿐이야. 내 휴대전화는 이미 창고에 처박혀 방전된 지 오래일 거야.’반나절이 지나도 답장이 없자 방지훈의 얼굴에는 짙은 불안감이 드리워졌다.잠시 후 그는 소파에 걸쳐 둔 외투를 집어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나는 급히 따라붙었다.‘설마 나를 찾으러 가는 걸까?’나는 궁금해졌다.하지만 안방에서 비명이 들려오자 방지훈은 현관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틀었다.침대에 누워 있던 장유나는 악몽이라도 꾼 듯했다.방지훈이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장유나는 눈을 떴다.“가위에 눌렸어?”방지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장유나를 바라봤다.장유나는 곧장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지훈아, 꿈에서 서연이가 나한테 와서 신장 돌려 달라고 했어. 그리고 네가 서연이를 좋아하게 돼서 나를 버리는 꿈도 꿨어!”“흑흑, 너 서연 때문에 나를 버리진 않겠지?”장유나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방지훈을 올려다봤다. 굳이 내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걸 보니 의도가 뻔했다.방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줬다.“그럴 일 없어. 나는...”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허서연이 아니라.”장유나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자 나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이미 한 줌의 영혼이 된 지금도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 말을 듣자 장유나의 얼굴에 잠깐 득의양양한 미소가 스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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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게 무슨 뜻이야?”방지훈이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그토록 머리 좋은 사람이 그 말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그래도 비서는 또박또박 다시 설명했다.나는 방지훈이 동공이 흔들린 채 정신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옆에 있던 장유나는 내심 기뻐했지만 감히 내색하지는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방지훈의 팔짱을 꼈다.“지훈아, 그게 서연이 운명이었나 봐. 너무 힘들어하지 마.”“힘들어하긴 뭘 힘들어해?”방지훈이 사납게 말을 잘랐다.“허서연이 또 날 속이는 거야. 서연이가 어떻게 죽을 수 있어. 제 목숨 그렇게 아끼는 애가.”아마 방지훈이 장유나에게 화를 낸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장유나는 그의 살벌한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지훈아. 너 혹시 아직도 서연이를 마음에 둔 거야?”눈시울이 붉어진 장유나가 울먹이며 물었다.“방지훈, 제대로 말해.”방지훈이 나가려 하자 장유나는 울면서 뒤따라갔다.“너 나한테 서연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 뭐가 무서운 거야? 서연이가 죽었으면 오히려 잘된 거잖아. 이제 우리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방지훈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장유나를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닥쳐. 내가 허서연 안 죽었다고 하면 안 죽은 거야.”방지훈은 장유나를 달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나섰다.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며 헛웃음이 났다.‘내가 죽었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저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조금도 없을까?’방지훈은 병원으로 가지 않고 대신 우리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방지훈이 집 안을 둘러보니 가구마다 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이 집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아차린 모양이다.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힘없이 미간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허서연, 이번엔 네가 이겼어.”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돌아오기만 하면 돼. 이번 일은 다 없던 걸로 해 줄게.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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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방지훈은 심한 결벽증이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차갑게 굳어 버린 내 몸을 안고도 더럽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방지훈.”갑자기 누군가가 안으로 뛰어 들어와 방지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이 미친놈아. 서연이한테 손대지 마!”장예린이었다.그녀는 울면서 달려들어 방지훈을 옆으로 끌어낸 뒤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방지훈은 피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맞기만 했다.“서연이가 몇 년을 네 옆에 있었어. 진심으로 너 하나만 사랑했다고. 그런데 넌 뭐 했어? 필요할 때는 몇 마디 달콤한 말로 붙잡고, 필요 없으면 멀리 내팽개쳤잖아. 서연이가 네가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강아지인 줄 알아?”장예린이 떨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방지훈, 서연이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진작 놓아줬어야지. 왜 장유나랑 같이 서연이한테 누명까지 씌워서 결국 아이와 함께 죽게 만들고, 시신조차 온전히 남지 못하게 한 거야?”“나, 나는 그때 분명히 봤어. 허서연이 유나를 미는 걸 봤다고. 누명을 씌운 게 아니야.”장예린이 온 뒤 방지훈이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그는 이 상황에서도 장유나를 위해 변명하고 있었다.장예린은 휴대전화에서 영상 하나를 찾아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흘겨봤다.“똑똑히 봐. 서연이가 나한테 맡겨 둔 CCTV 백업본이야. 저 여자가 혼자 계단에서 떨어진 게 그대로 찍혀 있어.”영상을 다 본 방지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유나가 왜, 왜 그런 짓을...”“살인자는 너야.”장예린이 거의 울부짖듯 말했다.“네가 서연이를 죽였어.”끝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장예린은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방지훈만 바라봤는지, 그를 향한 내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깊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더욱 내가 아깝고 억울했을 것이다.한참 소리를 지르던 장예린은 지친 듯 힘없이 말했다.“가, 방지훈. 앞으로는 제발 서연이 좀 그만 괴롭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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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방지훈이 방 안에 틀어박힌 지 사흘째 되던 날, 장유나가 찾아왔다.수염이 덥수룩하고 온몸에서 퀴퀴한 냄새까지 풍기는 방지훈을 본 순간, 장유나의 눈에 잠깐 공포스러운 눈빛이 스쳤다. 분명 그의 모습에 놀란 듯했다.“지훈아, 네가 정 많은 사람인 건 알아. 서연이가 죽어서 힘든 것도 이해해. 그래도 네 몸까지 망가뜨리면 안 되잖아.”장유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지훈의 팔을 붙잡았다.방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자기 팔을 잡은 손을 내려다보았다.“허서연이 죽었을 때 너도 슬펐어?”“뭐?”장유나가 멈칫했다.“그때 계단에서 혼자 떨어진 거 맞지?”방지훈은 장유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또박또박 물었다.“왜 허서연이 민 것처럼 꾸몄어?”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갔다.“너... 갑자기 왜 그 얘기를 해? 서연이가 뭐라고 했어? 어떻게 나보다 서연이 말을 믿을 수 있어?”장유나는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지만 그래도 뻔뻔하게 발뺌했다.방지훈은 더 캐묻지 않고 그저 장유나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음 날,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가 일에 매진했다.그가 뭘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장유나와 접촉을 하려 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러 피하는 것 같았다.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지는 줄 알았던 어느 날 밤, 방지훈이 장유나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장유나를 내 유골함 앞으로 끌고 간 후, 무릎을 세게 걷어차며 강제로 꿇렸다.이어서 서류 한 장을 장유나의 얼굴에 던졌다.방지훈의 얼굴에는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여 있었다.장유나의 건강검진 결과였다.결과지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장유나는 건강했고 신장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수술을 받은 기록도 없었고 신장 이식을 받은 적도, 생명이 위독했던 적도 없었다.방지훈의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됐다.그의 분노가 폭발했다.“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었어. 넌 신장병 같은 거 없었어.”장유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지훈아, 그렇게 보지 마.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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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모든 일은 그렇게 서서히 막을 내렸다.집으로 돌아온 방지훈은 불도 켜지 않은 채 말없이 술을 들이켰다.한참을 마신 뒤에는 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방으로 들어가 내 유골함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그의 눈물이 유골함 위로 떨어질 때마다 나 또한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의 뜨거운 눈물이 내게 닿는 것처럼 말이다.한참 울고 나서야 방지훈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자욱한 연기 너머로 보이는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짙고 무거운 슬픔이 내려앉아 있었다.방지훈이 한 모금 빨아들이다가 갑자기 멈추며 내 유골함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미안해. 넌 내가 담배 피우는 걸 싫어했는데 깜빡했네.”말을 마친 그는 우는 것보다 더 처참한 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비벼 껐다.나는 무뚝뚝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예전의 방지훈이라면 내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잠시 후 그가 다시 나직이 흐느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서연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돌아와 주면 안 돼?”“내가 나빴어. 내가 미친놈이었어. 내가 멍청해서 남의 말에 속아 너를 죽였어. 서연아, 너를 괴롭힌 놈들은 내가 다 처리했어. 복수해 줬으니까 이제 나 용서해 주면 안 돼?”너무 처절하게 매달리는 목소리에 나는 저 사람이 정말 방지훈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그는 내 누명을 벗겨 줬고 잘못한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했다.그 덕분에 마음속에 쌓여 있던 억울함과 답답함도 조금은 풀렸다.하지만 초라하게 무너진 방지훈을 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다.나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 인제 와서 후회하는 꼴이 너무나 위선적으로 보였으니까.방지훈은 며칠 동안 우림시 곳곳을 알아본 끝에 명당자리를 찾아 나를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줬다.사회적으로 이름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참석했지만 나는 그저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스럽지도 않았다.그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내가 보기엔 방지훈이 저러는 이유도 결국 자기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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