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남편의 첫사랑이 급성 신부전에 걸렸다. 그리고 그녀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 여자를 살리기 위해 남편은 임신 6개월 차인 내게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다. 그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조금만 착하게 굴면 안 돼? 넌 아이 하나를 잃을 뿐이지만, 유나는 목숨을 잃는 거잖아.” 나는 끝까지 거부했지만 그는 죽어버리겠다며 나를 몰아붙였다. 결국 수술대 위에서 나와 아이는 함께 목숨을 잃었다. 남편의 첫사랑은 신장 이식에 성공해 살아남았다. 모든 일이 분명 그가 원한 대로 됐는데 막상 내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무너져 내렸다.
Ver más모든 일은 그렇게 서서히 막을 내렸다.집으로 돌아온 방지훈은 불도 켜지 않은 채 말없이 술을 들이켰다.한참을 마신 뒤에는 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방으로 들어가 내 유골함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그의 눈물이 유골함 위로 떨어질 때마다 나 또한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의 뜨거운 눈물이 내게 닿는 것처럼 말이다.한참 울고 나서야 방지훈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자욱한 연기 너머로 보이는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짙고 무거운 슬픔이 내려앉아 있었다.방지훈이 한 모금 빨아들이다가 갑자기 멈추며 내 유골함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미안해. 넌 내가 담배 피우는 걸 싫어했는데 깜빡했네.”말을 마친 그는 우는 것보다 더 처참한 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비벼 껐다.나는 무뚝뚝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예전의 방지훈이라면 내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잠시 후 그가 다시 나직이 흐느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서연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돌아와 주면 안 돼?”“내가 나빴어. 내가 미친놈이었어. 내가 멍청해서 남의 말에 속아 너를 죽였어. 서연아, 너를 괴롭힌 놈들은 내가 다 처리했어. 복수해 줬으니까 이제 나 용서해 주면 안 돼?”너무 처절하게 매달리는 목소리에 나는 저 사람이 정말 방지훈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그는 내 누명을 벗겨 줬고 잘못한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했다.그 덕분에 마음속에 쌓여 있던 억울함과 답답함도 조금은 풀렸다.하지만 초라하게 무너진 방지훈을 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다.나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 인제 와서 후회하는 꼴이 너무나 위선적으로 보였으니까.방지훈은 며칠 동안 우림시 곳곳을 알아본 끝에 명당자리를 찾아 나를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줬다.사회적으로 이름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참석했지만 나는 그저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스럽지도 않았다.그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내가 보기엔 방지훈이 저러는 이유도 결국 자기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
방지훈이 방 안에 틀어박힌 지 사흘째 되던 날, 장유나가 찾아왔다.수염이 덥수룩하고 온몸에서 퀴퀴한 냄새까지 풍기는 방지훈을 본 순간, 장유나의 눈에 잠깐 공포스러운 눈빛이 스쳤다. 분명 그의 모습에 놀란 듯했다.“지훈아, 네가 정 많은 사람인 건 알아. 서연이가 죽어서 힘든 것도 이해해. 그래도 네 몸까지 망가뜨리면 안 되잖아.”장유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지훈의 팔을 붙잡았다.방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자기 팔을 잡은 손을 내려다보았다.“허서연이 죽었을 때 너도 슬펐어?”“뭐?”장유나가 멈칫했다.“그때 계단에서 혼자 떨어진 거 맞지?”방지훈은 장유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또박또박 물었다.“왜 허서연이 민 것처럼 꾸몄어?”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갔다.“너... 갑자기 왜 그 얘기를 해? 서연이가 뭐라고 했어? 어떻게 나보다 서연이 말을 믿을 수 있어?”장유나는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지만 그래도 뻔뻔하게 발뺌했다.방지훈은 더 캐묻지 않고 그저 장유나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음 날,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가 일에 매진했다.그가 뭘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장유나와 접촉을 하려 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러 피하는 것 같았다.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지는 줄 알았던 어느 날 밤, 방지훈이 장유나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장유나를 내 유골함 앞으로 끌고 간 후, 무릎을 세게 걷어차며 강제로 꿇렸다.이어서 서류 한 장을 장유나의 얼굴에 던졌다.방지훈의 얼굴에는 분노와 수치심이 뒤섞여 있었다.장유나의 건강검진 결과였다.결과지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장유나는 건강했고 신장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수술을 받은 기록도 없었고 신장 이식을 받은 적도, 생명이 위독했던 적도 없었다.방지훈의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됐다.그의 분노가 폭발했다.“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었어. 넌 신장병 같은 거 없었어.”장유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지훈아, 그렇게 보지 마. 무서워.”“
방지훈은 심한 결벽증이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차갑게 굳어 버린 내 몸을 안고도 더럽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방지훈.”갑자기 누군가가 안으로 뛰어 들어와 방지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이 미친놈아. 서연이한테 손대지 마!”장예린이었다.그녀는 울면서 달려들어 방지훈을 옆으로 끌어낸 뒤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방지훈은 피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맞기만 했다.“서연이가 몇 년을 네 옆에 있었어. 진심으로 너 하나만 사랑했다고. 그런데 넌 뭐 했어? 필요할 때는 몇 마디 달콤한 말로 붙잡고, 필요 없으면 멀리 내팽개쳤잖아. 서연이가 네가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강아지인 줄 알아?”장예린이 떨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방지훈, 서연이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진작 놓아줬어야지. 왜 장유나랑 같이 서연이한테 누명까지 씌워서 결국 아이와 함께 죽게 만들고, 시신조차 온전히 남지 못하게 한 거야?”“나, 나는 그때 분명히 봤어. 허서연이 유나를 미는 걸 봤다고. 누명을 씌운 게 아니야.”장예린이 온 뒤 방지훈이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그는 이 상황에서도 장유나를 위해 변명하고 있었다.장예린은 휴대전화에서 영상 하나를 찾아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흘겨봤다.“똑똑히 봐. 서연이가 나한테 맡겨 둔 CCTV 백업본이야. 저 여자가 혼자 계단에서 떨어진 게 그대로 찍혀 있어.”영상을 다 본 방지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유나가 왜, 왜 그런 짓을...”“살인자는 너야.”장예린이 거의 울부짖듯 말했다.“네가 서연이를 죽였어.”끝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장예린은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방지훈만 바라봤는지, 그를 향한 내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깊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더욱 내가 아깝고 억울했을 것이다.한참 소리를 지르던 장예린은 지친 듯 힘없이 말했다.“가, 방지훈. 앞으로는 제발 서연이 좀 그만 괴롭혀.”
“그게 무슨 뜻이야?”방지훈이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그토록 머리 좋은 사람이 그 말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그래도 비서는 또박또박 다시 설명했다.나는 방지훈이 동공이 흔들린 채 정신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옆에 있던 장유나는 내심 기뻐했지만 감히 내색하지는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 방지훈의 팔짱을 꼈다.“지훈아, 그게 서연이 운명이었나 봐. 너무 힘들어하지 마.”“힘들어하긴 뭘 힘들어해?”방지훈이 사납게 말을 잘랐다.“허서연이 또 날 속이는 거야. 서연이가 어떻게 죽을 수 있어. 제 목숨 그렇게 아끼는 애가.”아마 방지훈이 장유나에게 화를 낸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장유나는 그의 살벌한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지훈아. 너 혹시 아직도 서연이를 마음에 둔 거야?”눈시울이 붉어진 장유나가 울먹이며 물었다.“방지훈, 제대로 말해.”방지훈이 나가려 하자 장유나는 울면서 뒤따라갔다.“너 나한테 서연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 뭐가 무서운 거야? 서연이가 죽었으면 오히려 잘된 거잖아. 이제 우리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방지훈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장유나를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닥쳐. 내가 허서연 안 죽었다고 하면 안 죽은 거야.”방지훈은 장유나를 달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나섰다.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며 헛웃음이 났다.‘내가 죽었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저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조금도 없을까?’방지훈은 병원으로 가지 않고 대신 우리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방지훈이 집 안을 둘러보니 가구마다 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이 집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아차린 모양이다.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힘없이 미간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허서연, 이번엔 네가 이겼어.”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돌아오기만 하면 돼. 이번 일은 다 없던 걸로 해 줄게.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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