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Author: 남대두
진씨 집안은 진서우의 완쾌를 기념하기 위해서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오하윤도 아침 일찍 호텔로 가서 배영숙과 함께 파티 준비를 거들었다.

발코니에 선 두 여자는 서로 다른 표정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한참 뒤, 배영숙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윤아, 정말 이혼할 거니?”

“네가 3년 동안 서우를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줬잖아.”

“서우의 다리가 이제야 나았으니, 분명 네가 잘해준 걸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제 둘이 잘 살아야지.”

“이제 임연희 씨가 돌아올 거예요.”

오하윤이 딱 이 한마디를 꺼내자 배영숙의 표정이 달라졌다.

놀람에서 걱정으로, 그리고 다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체념으로 변했다.

“휴, 그래. 그럼 네 선택을 존중할게.”

결국 배영숙은 말을 바꿨다.

그 모습을 본 오하윤의 가슴은 뻥 뚫린 것처럼 공허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하윤을 붙잡으려 했던 배영숙이, 임연희라는 이름 하나에 그 생각을 포기한 것이다.

원래부터 모두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진서우에게 임연희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이 3년 동안 진서우를 지극정성으로 돌봤어도, 진서우의 마음속에서는 도우미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하윤아, 이혼하고 나면 어쩔 생각이니?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이제 너 혼자잖아.”

“네가 3년이나 서우를 돌봐주기도 했고, 나는 진작부터 너를 친딸처럼 생각하고 있었어.”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절대 사양하지 말고, 알겠지?”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햇살 같은 따뜻함에 오하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배영숙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3년 전, 오하윤은 배영숙에게서 10억 원을 받았다.

그 돈으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불과 3달 만에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결국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오하윤 또한 배영숙에게 받은 돈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진씨 집안에 남아서 진서우를 계속 돌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야 할 때였다.

잠시 생각한 뒤 오하윤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 외국에 나가서 대학원을 다니고 싶어요. 원래 의학을 전공했으니까 다시 의학 공부를 계속하려고요.”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네가 공부할 수 있도록 다 준비해 줄게.”

오하윤은 고마운 눈빛으로 배영숙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는 미리 짚어두었다.

“어머니, 이혼하는 건 제가 직접 이야기할게요. 이 일로 어머니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 말에 배영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하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느새 약간의 연민이 더해져 있었다.

이제 임연희가 돌아올 것이다. 오하윤이 먼저 이혼 이야기를 꺼내기만 한다면, 진서우는 분명 기뻐하며 받아들일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더는 배영숙이 나설 걱정을 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저 이렇게 좋은 오하윤이 진씨 집안과 인연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손님들이 하나둘 몰려들자, 배영숙은 오하윤을 데리고 나가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어느덧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오늘의 주인공인 진서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배영숙이 손짓으로 딸을 불렀다.

“소원아, 오빠 데려오라고 하지 않았니? 걔는 어디 있어?”

진소원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있으면 오빠 올 거예요. 분명 엄마가 깜짝 놀랄만한 선물이랑 같이요!”

말을 마친 진소원은 도발하듯 오하윤을 힐끗 바라봤다.

그러고는 오하윤의 곁으로 다가와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골뜨기 새언니의 시대도 끝났어요.”

진소원은 줄곧 오하윤을 못마땅해했다.

돈을 노린 오하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서우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소원은 대놓고 오하윤을 괴롭히기도 했고, 남들이 모르게 괴롭히기도 했다.

그때 파티장 문이 활짝 열렸다.

검은색 고급 맞춤 정장을 차려입은 진서우가 와인색 드레스를 입은 임연희와 함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낀 채,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파티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저 사람 임연희 아니야? 진서우의 첫사랑 임연희?”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 임연희 말고 진서우가 언제 저런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본 적이 있어?”

“진서우도 정말 한결같네. 예전에 임연희 때문에 다리를 다치더니, 다리가 낫자마자 제일 먼저 임연희부터 데려왔잖아.”

“그러게 말이야. 참 안됐지. 눈치도 없이 진씨 집안에 빌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오하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노골적인 조롱과 무시가 가득했다.

이를 본 진소원이 피식 웃었다.

“어때요? 시골뜨기 새언니? 연희 언니 미모에 많이 놀랐죠?”

“이제 알겠어요? 말없이 남의 집 도우미 노릇이나 한다고 남자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연희 언니가 돌아왔으니까 낡아빠진 짐이나 싸서 얼른 꺼져요.”

오하윤은 환한 조명 아래 홀로 서 있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오하윤의 몸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듯했다.

‘그래. 난 애초부터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어.’

다들 오하윤을 도우미 정도로만 여겼지, 인간 자체를 제대로 봐준 사람도 없었다.

진심으로 오하윤을 존중해준 사람 역시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하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뿐이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제24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거리의 적막을 깨뜨렸다.오하윤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수술실 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몇 시간 뒤, 방동석이 수술실에서 걸어 나왔다.“목숨은 건졌어. 하지만 두 다리는 완전히 못 쓰게 됐어.”오하윤은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큼 크게 들려왔다.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조차 잊은 듯했다.이튿날, 오하윤은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떠나기 전, 노명우가 오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윤아,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할게.]사흘 뒤, 진서우는 마침내 눈을 떴다.진서우는 자신의 두 다리가 완전히 망가져서 더는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눈가에서는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다.“하윤아, 내 다리는 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 그러니까 이제 그걸 너한테 돌려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오하윤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뒤, 복잡한 표정으로 진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진서우가 처량하게 웃었다.“무슨 계획이 있겠어? 회사는 진작 나를 버렸고, 이제 다리까지 망가졌잖아.”“남은 반평생은 그냥 휠체어에서 보내는 거지.”이제 진서우는 자신의 미래에 오하윤이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건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진서우는 자신이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오하윤은 진서우의 눈길을 피했다.진소원이 고의 상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배영숙 역시 큰 충격을 받은 뒤 심장병이 도져서 몸 상태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한때 눈부시게 화려했고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던 진씨 집안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무너져 내렸다.이런 상황에 오하윤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두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진씨 집안과 자신의 길고 질긴 인연은 이제 정말 끝났다는 것과 자신 역시 떠나야 한다는 것을.오하윤의 복잡한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진

  •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제23화

    다음 날, JS그룹 대표이사 해임 통지가 전 사내에 뿌려졌다.같은 시각, 진태석의 협의이혼 서류도 배영숙에게 전해졌다.진태석은 멀리 H시에 있었지만, 여전히 진씨 집안과 JS그룹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력을 쥐고 있었다.배영숙은 울면서 진태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체 왜 자신과 이혼하려는 것이냐고 따졌다.그러나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멀쩡한 자식 둘을 지금 이 꼴로 만들어놓고도 나한테 이딴 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한 명은 사랑에 눈이 멀어 큰 판도 보지 못하고, 하나는 걸핏하면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말도 안 통하는 인간이 됐잖아.][그런데도 나한테 왜 이혼하는지 묻는다고?][게다가 그때 네가 거짓말로 오하윤을 속이지 않았더라면, 일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이 지경으로 됐겠어?][노씨 집안에서 이미 나한테 최후통첩까지 보냈어.][하윤이를 계속 괴롭힌 일에 대해서 내가 제대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두 집안의 협력도 더 이상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했어.]핸드폰을 움켜쥔 배영숙의 손은 덜덜 떨었다.왜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처음에는 그저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을 뿐이었다.그저 거짓말 하나를 했을 뿐인데, 결국 모두를 해치고 만 것이었다.배영숙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눈물을 쏟아냈다.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이미 너무 늦었다.노씨 집안에 있던 오하윤은 진서우의 대표이사 해임 소식과 배영숙이 요양원으로 보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배영숙의 거짓말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과거 배영숙이 자신을 조금 챙겨준 적이 있다고 해도, 그 역시도 자신이 진서우를 잘 돌봐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특히 진소원과 자신이 마찰이 있을 때 배영숙이 무의식적으로 보였던 행동만 봐도, 마음속에서 진짜로 중요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너무나 확실했다.오하윤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노명우가 그 손을 꼭 잡았다.“하윤아, 아직도 그

  •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제22화

    오하윤은 노명우와 사귀고 나서야 노명우가 이 도시에서 이름난 재벌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노명우의 가족들은 노명우가 오하윤을 여러 해 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그랬기에 오하윤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해했다.노명우의 어머니는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핑계 삼아 오하윤을 초대했다.노씨 집안의 파티는 성대하게 열렸고, 진서우 역시 초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진서우는 배영숙과 함께 파티에 참석했지만, 뒤에 누군가 꼬리처럼 따라붙었다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했다.파티장 문이 열리고, 오하윤이 노명우의 팔짱을 낀 채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노명우의 부모님은 곧바로 두 사람을 맞으러 나왔다.두 사람은 웃음을 머금은 채 오하윤을 찬찬히 살폈다.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네 식구가 나란히 선 화목한 광경이 진서우를 자극했다.오하윤이 화장실에 가는 틈을 타서 진서우는 여자를 발코니로 데리고 갔다.“하윤아, 미안해. 지난번 일은 내가 잘못했어. 그 수술이 그렇게 중요한 줄 몰랐어.”“내게 한 번만 더 만회할 기회를 주면 안 될까?”진서우는 오하윤이 아예 자기 말을 들을 기회조차 주지 않을까 봐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귀신처럼 끈질기게 따라붙는 진서우를 보자 오하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만 좀 해, 진서우.”“매번 만회하겠다고 하잖아. 그런데 언제 한 번이라도 나한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은 적이 있어?”“난 네 보상 따위 필요 없어. 그냥 나한테서 좀 멀어져 줘.”오하윤이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올리자, 진서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여자의 약지에 머물렀다.약지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진서우는 오하윤의 손을 덥석 붙잡고 물었다.“누가 준 반지야? 노명우야? 둘이 사귀는 거야?”오하윤은 힘껏 손을 빼내면서 진서우와 거리를 벌렸다.“맞아.”“사귀는 것뿐만 아니라 프러포즈도 받아들였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 단념해.”진서우는 벼락을 맞은 듯 굳어버렸다.오하윤이 정말

  •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제21화

    오하윤은 목이 쉬도록 울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노명우의 눈빛에도 분노의 불꽃이 피어올랐다.오하윤을 호텔까지 데려다준 뒤, 노명우는 술집에서 진서우를 찾아냈다.“미친놈!”노명우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진서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술로 우울함을 달래고 있던 진서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얻어맞으면서 휘청거렸다.고개를 돌린 진서우는 노명우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주먹을 휘둘러 맞받아쳤다.그렇게 두 사람은 곧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라 겁을 먹었고, 누구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술을 마신 진서우는 반응이 노명우보다 느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노명우에게 몸이 깔리고 말았다.노명우는 주먹을 한 번, 또 한 번 내리치며 여태까지 쌓였던 분노를 모조리 쏟아냈다.“미쳤어? 본인이 하고 있는 이 짓거리가 정말로 로맨틱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당신이 하윤이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알기나 해?”“하윤인 정말로 힘들게 박사 학위를 땄어!”“그리고 오늘 수술은 하윤이 처음으로 직접 집도한 수술이었다고!”“그런데 당신 때문에 하윤이한테 부정적인 기사만 따라붙게 생겼어.”“아무도 하윤이 얼마나 뛰어난 의사인지 관심조차 갖지 않을 거라고! 알아?”그 말을 들은 진서우는 저항하던 것을 멈췄다.진서우는 이번 수술이 오하윤에게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그저 오하윤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해명하려던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내 꾹 삼켰다.진서우는 손을 들어 자기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그 모습을 본 노명우도 때리던 동작을 멈췄다.그리고 자리를 떠나기 전, 진서우를 혐오스럽다는 듯 한 번 바라봤다.“하윤이는 절대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인제 그만 포기해요.”오하윤은 호텔에서 사흘 동안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휴대폰을 켜기만 하면 쏟아지는 각종 뉴스들을 차마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환자의 경과를 확인해야 하는 날이 되어서야 오하

  •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제20화

    박사 학위를 받은 날, 오하윤은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방동석이 중증 환자를 한 명 맡았는데, 마침 오하윤의 박사 논문 연구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환자라고 했다.그래서 방동석은 오하윤이 국내로 돌아와서 수술을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에 오하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승낙했다.자신에게는 더없이 좋은 실전 경험이 될 터였다.출국하는 날이 되자, 노명우가 캐리어를 끌고 오하윤의 뒤를 따라왔다.“음, 나도 생각해 보니까 오랫동안 가족들을 못 봤더라고. 아무래도 나도 같이 귀국해야겠어.”오하윤은 노명우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걸 모른 척했다.진서우가 다시 자신을 찾아와 괴롭힐까 봐 걱정해서, 따라오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오하윤이 국내 땅을 밟자마자, 진서우는 가장 먼저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지난 몇 년 동안 진서우는 오하윤과 관련된 모든 소식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진서우는 지난번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비자 체류 기간을 넘긴 탓에 한동안 입국이 금지된 상태였다.그래서 오하윤이 국내로 돌아오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오하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그리고 여러 과의 전문의들과 함께 환자에 대한 협진을 진행했다.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며 치료에 매달린 끝에 수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오하윤이 수술실에서 나오자, 환자 가족들과 예전 동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또한 주변에는 오하윤을 칭찬하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면서, 오하윤은 지난 몇 년 동안 해온 모든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것만 같았다.게다가 해당 질환의 수술이 국내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당연히 여러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방동석은 오하윤을 카메라 앞으로 데리고 가서 자랑스럽게 소개했다.“이분은 오하윤 선생님이에요. 저희 병원을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젊은 의사 선생님 중 한 분이죠!”오하윤이 국내외에서 발표된 이 질환의 최신 연구 성과와 치료법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고 있을 때

  •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제19화

    진서우는 전혀 알지 못했다.자신의 어머니가 오하윤을 속였고, 떳떳하지 못한 수단으로 자신의 곁에 묶어두었다는 사실을.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진서우는 마침내 깨달았다.무슨 사과를 하든 무슨 말을 하며 용서를 빌든, 오하윤이 지난 3년 동안 입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은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오하윤의 마음을 난도질해 죽여버렸던 것이다.오하윤이 몸을 돌려 떠나는데도 진서우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못했다.점점 멀어지는 오하윤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진서우는 가슴속에 있던 뭔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그래도 진서우는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는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물었다.“하윤아, 지난 3년 동안 나를 사랑한 적 있어? 조금이라도 말이야...”오하윤의 발걸음이 멈칫하더니 진서우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진서우는 자신이 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기 전, 사실 오하윤과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당시 의대에 다니던 오하윤은 학교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대표로 학교와 기업이 함께 진행하는 후원 행사에 참석했다.정장 차림의 진서우는 온화하고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며 오하윤에게 말했다.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라고.진서우의 얼굴에는 꾸며낸 듯한 거짓이나 형식적인 태도가 조금도 없었고, 두 눈에는 진심이 가득했다.오하윤은 그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는 걸 느꼈다.그래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준수하면서도 선한 진서우의 얼굴을 오하윤은 오래도록 기억했다.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진서우를 다시 병원에서 만났다.그때의 진서우는 여전히 남다른 사람이었다.두 다리를 다친 뒤 멘탈이 무너진 듯해 보였지만, 그런 모습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그렇게 하루하루 진서우와 온종일 함께 지냈는데, 오하윤이라고 어떻게 마음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