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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作者: ddingjak30
last update 公開日: 2026-09-03 17:08:45

발등에 닿은 입술은 기이할 정도로 뜨거웠다.

얼어붙어 있던 세레나의 발끝에서부터 뜨거운 전율이 척추를 타고 치솟았다.

단상 아래 무릎을 꿇고 제 발등에 입을 맞추고 있는 거대한 사내의 어깨.

늑대 가죽 망토에서 훅 끼쳐오는 서늘한 화약 냄새와 눅진한 피비린내가 세레나의 숨통을 틀어막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세레나는 차마 숨조차 내쉬지 못한 채 눈앞의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3년 전.

그는 아르젠트 공작저의 차가운 진흙탕 바닥에 엎드려, 제 채찍 아래 비명 한마디 없이 등을 찢기던 노예.

감히 제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개처럼 고개를 처박아야 했던 천한 사냥개.

그런데 이제는 제국의 전쟁영웅이자 황제조차 두려워하는 신흥 백작이 되어 제 눈앞에 서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사들이기 위해 일억 골드라는 가당찮은 거금을 내던지고서.

칼릭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잿빛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뺨에는 거친 검흔이 그어져 있었고, 번뜩이는 금빛 눈동자는 굶주린 맹수처럼 세레나의 몸을 핥아 내렸다.

찢겨 나간 벨벳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백옥 같은 어깨와 깊게 패여 있는 가슴골, 가쁜 숨을 몰아쉴 때마다 파들거리는 잘록한 허리선.

그녀의 요염한 굴곡을 눈에 담는 사내의 눈빛은 소름 끼칠 만큼 끈적하고 위험했다.

“…칼릭스.”

갈라진 목소리로 제 입술을 비집고 나온 이름.

그 한마디에 칼릭스의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갔다.

“기억해 주시니 황송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마마.”

목소리는 지독할 만큼 정중했으나, 발목을 틀어쥔 그의 악력은 뼈를 바스러뜨릴 듯 억셌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살갗마다 불에 덴 듯한 열기가 번져 나갔다.

“칼릭스 백작!”

정적을 깬 것은 에드윈 황자의 격노에 찬 고함이었다.

에드윈이 난간을 짚고 계단을 밟으며 성큼성큼 걸어 내려왔다.

근위병들이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살벌한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아무리 북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한들 제정신이 아니로군. 대역죄인의 계집에게 무릎을 꿇고 주인이라 부르다니, 네놈도 공작가와 한패였음을 자백하는 것이냐?”

서슬 퍼런 위협이었다.

반역죄라는 말 한마디면 누구든 목이 달아날 수 있는 황제의 제국이었다.

그러나 칼릭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세레나의 발등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장신의 사내가 완전히 일어서자, 단상 전체가 그의 거대한 그림자 속에 집어삼켜졌다.

흑철빛 흉갑과 검집이 부딪치며 짤랑거리는 쇳소리가 경매장 안의 사람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칼릭스는 에드윈을 향해 힐끗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는 경매사를 향해 턱짓했다.

“낙찰봉을 내려쳐라.”

“그, 그것이… 전하께서….”

“일억 골드다. 황실의 국고 일 년 치에 달하는 액수지. 경매장의 법도대로라면 이미 승부는 났을 텐데, 황자의 눈치를 보느라 혓바닥이라도 굳었나?”

살기가 서린 조소에 경매사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칼릭스!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에드윈의 고함과 함께 황실 근위병들의 검이 일제히 반쯤 칼집을 빠져나왔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지하 홀을 긁어댔다.

그 순간, 칼릭스의 허리에 매달려 있던 대검이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콰아앙!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에드윈의 구두 바로 앞 대리석 바닥이 산산조각 났다.

돌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황자의 비단 바짓단을 찢어발겼다.

“히익!”

에드윈이 꼴사납게 뒤로 나자빠졌다.

바닥에 박힌 검에서 푸르스름한 검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전쟁터의 흉악한 기운이 서려 있는 무시무시한 검이었다.

값비싼 검이라도 전쟁터에서는 한 번도 휘둘러보지 못한 에드윈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전하.”

칼릭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맹수의 송곳니를 드러낸 듯한 음성이었다.

“소인은 지난 3년간 피 냄새에 익숙해진 놈이라, 황족의 목이라 한들 검이 빗나가지 않습니다.”

서릿발 같은 기세에 에드윈의 숨이 턱 막혔다.

북부 전선의 생지옥을 뚫고 살아 돌아온 살귀의 눈빛.

에드윈은 수치심으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차마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했다.

탕, 탕, 탕!

기겁한 경매사가 마침내 미친 듯이 망치를 내리쳤다.

“낙, 낙찰! 일억 골드에 칼릭스 백작님께 낙찰되었습니다!”

합법적인 소유권의 이전.

세레나는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황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도 잠시, 눈앞의 사내가 뿜어내는 기운은 황자의 천박한 탐욕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고 음산했다.

칼릭스가 천천히 세레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가 단상 기둥에 걸려 있던 굵은 쇠사슬을 낚아챘다.

촤르륵, 쇳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그의 검은 가죽 장갑 위로 쇠사슬이 서너 바퀴 팽팽하게 감겼다.

“읏…!”

사슬이 거칠게 당겨지며 세레나의 가녀린 몸이 앞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닥에 쓰러지려던 찰나, 칼릭스의 단단한 팔이 세레나의 얇은 허리를 낚아채 제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단단한 흑철 흉갑에 부딪히며 숨이 턱 막혔다.

차가운 흉갑 너머로 사내의 지독하게 뜨거운 체온과 거친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얇은 드레스 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사내의 가슴팍에 짓눌려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칼릭스의 시선이 세레나의 붉어진 뺨과 흔들리는 푸른 눈동자에 닿았다.

그의 시선이 느릿하게 내려앉아, 거칠게 들썩이는 세레나의 가슴골과 하얗게 드러난 어깨선을 집어삼킬 듯 더듬었다.

칼릭스의 커다란 손이 세레나의 턱을 거칠게 쥐어 올렸다.

도망칠 틈조차 주지 않는 지독한 구속.

두 사람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칼릭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시지요, 나의 고결한 마마.”

귓바퀴를 핥듯 스치는 숨결이 소름 끼치도록 뜨거웠다.

세레나는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면서도 남자가 내뿜는 음산한 기운에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 휩쓸려버릴 것만 같은 위험이 감지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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