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그 이름은 절대 입 밖에 내면 안 돼!”한재문의 외침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굳었다.연화는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천천히 주웠다.강서윤.처음 듣는 이름인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왜?”한재문은 대답하지 않았다.연화가 다시 물었다.“강서윤이 누구야?”“모르는 게 나아.”“내 아이의 어머니 이름이잖아.”“연화야.”“내가 낳은 아이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내 남편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내가 누구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겠어.”연화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런데 이제는 내 아이의 엄마 이름까지 숨겨?”한재문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때 하린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강서윤 아줌마 알아.”연화가 돌아봤다.“어디서?”“할머니가 보여줬어.”“우리 엄마가?”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가 아니라고 했어.”연화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뭐라고 했는데?”하린이 잠시 생각했다.“엄마를 대신한 사람이라고 했어.”연화의 시선이 한재문에게 향했다.“대신한 사람?”한재문은 눈을 감았다.“강서윤은 네 대신 살았어.”“뭐?”“십 년 전 네가 사라진 뒤…”그가 어렵게 말했다.“서윤이 네 이름을 썼어.”연화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내 이름을?”“네 옷을 입고, 네 집에서 살고, 네 가족을 만났어.”“왜?”“널 찾는 사람들을 속이려고.”“그럼 내 남편은?”한재문은 침묵했다.연화가 강민석을 바라봤다.“민석 씨.”강민석도 눈을 피했다.“당신도 알고 있었어?”“……알고 있었어.”“서윤을 연화라고 믿었어?”“아니.”연화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어?”강민석이 씁쓸하게 말했다.“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뭘?”“강서윤이 네 쌍둥이 동생이라는 걸.”연화의 얼굴이 굳었다.“쌍둥이?”한재문이 고개를 숙였다.“그래.”“내가 쌍둥이였어?”“네가 몰랐던 거야.”연화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럼 서린은?”서린이 조용히 대답했다.“나도 몰랐어.”연화가 그녀를 노려봤다.“거짓
“강도윤은 네 아버지야.”한재문의 말이 떨어졌다.연화는 사진을 다시 내려다봤다.젊은 자신.품에 안긴 갓난아이.그리고 옆에 서 있는 강도윤.“말도 안 돼.”연화가 고개를 저었다.“아버지가 내 아이의 친부라고?”“사진만 보면 그렇게 보이지.”한재문이 말했다.“하지만 진실은 달라.”연화가 그를 노려봤다.“이번에는 또 무슨 거짓말이야?”“거짓말 아니야.”한재문이 사진을 가리켰다.“강도윤은 네 아버지가 아니었어.”연화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방금 네가 내 아버지라고 했잖아.”“그건…”“왜 자꾸 말을 바꿔?”연화가 사진을 찢어버리려는 순간, 강민석이 손을 붙잡았다.“잠깐.”그가 사진을 자세히 살폈다.“이 사진 이상해.”“뭐가?”“날짜.”강민석이 사진 뒷면을 뒤집었다.“도현이가 태어나기 2년 전이라고 되어 있어.”연화가 말했다.“그래서?”“그런데 도현이는 이 사진 속 아기와 생김새가 달라.”한재문이 사진을 받아 들었다.그 순간 그의 표정이 굳었다.“이건 도현이가 아니야.”연화가 숨을 삼켰다.“그럼 누구야?”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도현이 조심스럽게 사진을 들여다봤다.“저 아기 아니에요.”연화가 아이에게 물었다.“그럼 누구야?”도현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그때 하린이 사진을 빼앗아 들었다.“나 알아.”모두의 시선이 하린에게 향했다.“이 아기.”하린이 사진 속 갓난아이를 가리켰다.“나야.”연화의 얼굴이 굳었다.“하린?”“응.”“그럴 리가 없어.”하린이 고개를 저었다.“아빠가 보여줬어.”연화는 천천히 한재문을 바라봤다.“네가?”한재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린에게 이 사진을 보여준 게 너야?”“그래.”“왜?”“하린이 누구인지 알려주려고.”“그런데 왜 내가 이 아이를 안고 있어?”한재문이 대답했다.“네가 하린을 낳았으니까.”연화가 사진을 내려다봤다.“그럼 도현이는?”도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는 엄마가 낳은 아이가 아니래요.”연화가 고개를 돌
“저도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연화는 문 앞에 선 아이를 바라봤다.열 살 남짓한 남자아이.사진 속 갓난아기와 같은 눈이었다.하지만 연화는 확신할 수 없었다.“누가 너를 보냈어?”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사진을 내밀었다.“이거 엄마 거잖아요.”연화가 사진을 받아 들었다.사진 뒷면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하린이 태어나기 2년 전.그리고 사진 속 연화의 배는 눈에 띄게 불러 있었다.연화의 얼굴이 굳었다.“이 사진…”강민석이 다가왔다.“내가 처음 보는 사진이야.”한재문은 사진을 보자마자 굳어버렸다.연화가 그를 돌아봤다.“너는 알고 있었어?”“…….”“대답해.”한재문이 낮게 말했다.“알고 있었어.”연화의 손이 떨렸다.“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걸?”“그래.”“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어?”한재문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 아이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없었어.”연화가 아이에게 다가갔다.“네 이름은?”“강도현.”“누가 네 아빠야?”아이는 잠시 망설였다.그리고 한재문을 바라봤다.“저 아저씨요.”연화가 한재문을 노려봤다.“하린도 네 딸이고, 이 아이도 네 아들이야?”한재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래.”연화는 헛웃음을 흘렸다.“그럼 난 십 년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야?”그때 도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엄마가 저를 버린 게 아니라고 했어요.”연화의 표정이 변했다.“누가?”“할머니가요.”연화가 멈췄다.“어떤 할머니?”도현은 사진을 가리켰다.“사진에 있는 할머니요.”연화는 사진을 다시 봤다.젊은 자신 뒤에 서 있던 여자.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어머니였다.“우리 엄마가 너를 키웠어?”“아니요.”도현이 고개를 저었다.“할머니가 저를 데려갔다가 다른 사람한테 줬어요.”연화의 눈빛이 흔들렸다.“누구한테?”도현이 대답하려는 순간 서린이 갑자기 아이 앞으로 달려갔다.“그만.”연화가 서린의 팔을 잡았다.“왜 막아?”“그 아이가 뭘 알고 있는지 몰라.”“그래서?”연화가
“저 아저씨가 내 아빠가 맞아.”하린의 말이 떨어졌다.연화는 한재문을 바라봤다.“부정해.”한재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정하라고!”연화가 소리쳤다.“하린이 틀렸다고 말해!”한재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맞아.”연화의 얼굴이 굳었다.“……뭐?”“내가 하린의 친아버지야.”강민석이 주먹을 움켜쥐었다.“재문아.”“더 이상 숨길 수 없어.”한재문이 연화를 바라봤다.“하린은 내 딸이야.”연화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그럼 나는?”“너도 하린의 엄마야.”“그런데 왜 십 년 동안 내 딸을 빼앗았어?”한재문이 고개를 숙였다.“네가 하린을 죽일까 봐.”“또 그 말!”연화가 탁자를 내리쳤다.“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다들 나를 살인자로 만들어?”강민석이 말했다.“네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못했어.”“우리?”“그래.”강민석이 한숨을 내쉬었다.“십 년 전 하린이 태어나던 날, 네가 나와 이혼하려고 했어.”연화가 멈칫했다.“이혼?”“그리고 한재문과 함께 떠나겠다고 했지.”연화가 한재문을 바라봤다.“내가?”한재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왜?”한재문이 대답했다.“우린 사랑했으니까.”강민석의 얼굴이 굳었다.연화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장면이 스쳤다.병원 복도.갓난아이의 울음소리.한재문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연화야. 나랑 가자.’그리고 자신이 대답했다.‘하린을 데리고 갈 수 있어?’‘당연하지.’연화가 머리를 움켜쥐었다.“아니야…”한재문이 다가왔다.“연화야.”“오지 마!”연화가 뒤로 물러섰다.“내가 너와 사랑했다고?”“그래.”“그런데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한재문은 눈을 감았다.“네가 나를 죽였다고 믿고 있었으니까.”“내가?”“그날 네가 칼을 들고 나를 찾아왔어.”연화의 얼굴이 굳었다.“왜?”“내가 하린을 데리고 도망쳤다고 생각했으니까.”“그래서 내가 널 죽였어?”“아니.”한재문이 고개를 저었다.“넌 나를 죽이지 못했
“이제 나 알아보겠어?”연화의 입술이 떨렸다.문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머릿속 어딘가에서 봉인된 장면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비 오는 밤.피 묻은 셔츠.자신을 붙잡고 있던 남자의 손.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었던 목소리.‘연화야, 절대 날 믿지 마.’“……당신.”남자가 한 걸음 들어왔다.“그래.”연화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진짜 당신이야?”“늦게 와서 미안해.”연화는 그대로 달려가려 했다.하지만 멈췄다.지금까지 믿었던 것 중 진짜였던 것이 거의 없었다.“다가오지 마.”남자가 멈췄다.연화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당신 이름.”“강민석.”그 이름을 듣는 순간 한재문이 굳었다.윤재혁 역시 표정이 변했다.서린만 고개를 숙였다.연화가 그들을 바라봤다.“다 알고 있었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내 남편이 살아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어?”강민석이 대신 대답했다.“나도 네가 살아 있는 줄 몰랐어.”“무슨 소리야?”“십 년 전 그날 이후 네가 사라졌어.”강민석의 목소리가 떨렸다.“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어.”연화는 숨을 삼켰다.“그럼 내가 기억하는 장례식은?”“내 장례식이 아니야.”“뭐?”강민석이 씁쓸하게 웃었다.“네가 장례를 치른 건 나와 얼굴이 비슷했던 다른 남자였어.”연화가 얼어붙었다.“또 가짜야?”“그래.”“대체 몇 명이 나를 속인 거야?”연화가 소리쳤다.“왜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데!”강민석이 고개를 숙였다.“네가 알게 되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누가 나를 죽여?”그 순간 서린이 말했다.“나.”연화가 돌아봤다.서린은 울고 있었다.“내가 네 남편을 죽이려고 했어.”강민석이 서린을 노려봤다.“그만해.”“아니.”서린이 고개를 저었다.“이제는 다 말해야 해.”연화가 서린 앞에 섰다.“왜?”“네가 민석 씨를 사랑했으니까.”“그게 이유야?”“아니.”서린이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임신했을 때 민석 씨가 네게 돌아가겠다고 했어.”연화의 눈빛이
“처음부터 네 남편이 아니었어.”윤재혁의 말이 떨어지자 연화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재문이 고개를 숙였다.연화는 그를 바라봤다.“그럼 넌 대체 누구야?”한재문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륜도 아니고, 내 남편도 아니고.”연화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그런데 십 년 동안 내 옆에 붙어서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어?”“연화야.”“닥쳐!”연화가 소리쳤다.“이제 내 이름 부르지 마.”한재문의 얼굴이 무너졌다.“나는 널 속이려고 한 게 아니야.”“그럼 뭔데?”“처음에는 네가 살기만 하면 됐어.”“처음에는?”연화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그럼 나중에는?”한재문은 입을 다물었다.연화가 한 걸음 다가갔다.“나중에는 정말 나를 사랑했어?”한재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그래.”“거짓말.”“그건 진짜야.”“그럼 왜 내 남편 행세를 했어?”한재문은 고개를 들었다.“네 남편이 죽은 뒤 네가 무너졌으니까.”“누가 죽였는데?”그 질문에 한재문의 표정이 굳었다.연화는 그의 눈을 놓치지 않았다.“내 남편을 누가 죽였냐고.”윤재혁이 낮게 말했다.“한재문.”연화가 천천히 돌아봤다.“뭐?”“네 남편을 죽인 사람은 저놈이야.”한재문이 소리쳤다.“거짓말하지 마!”윤재혁이 웃었다.“네가 직접 했잖아.”“그건 사고였어!”연화가 얼어붙었다.“사고?”한재문은 입을 다물었다.윤재혁이 말했다.“십 년 전 네 남편은 나한테 하린을 맡기려고 했어.”“그런데?”“한재문이 막았지.”한재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새끼가 하린을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어.”“그래서 죽였어?”“죽일 생각은 없었어.”연화가 차갑게 물었다.“그럼?”“밀쳤어.”한재문의 목소리가 떨렸다.“한 번 밀쳤을 뿐이야.”“그리고 죽었어?”“그래.”연화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조용히 물었다.“그런데 왜 내가 죽였다고 기억하게 만들었어?”한재문이 고개를 들었다.“네가 그 장면을 봤으니까.”“…….”“네 남편이 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