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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특별히 더 싫어하는 사람

Author: Rionh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6 19:21:32

# 7화. 특별히 더 싫어하는 사람

“한소이 선생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박민우의 질문과 동시에 복도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소이는 투명한 커피잔을 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얼음이 서로 부딪치며 달그락 소리를 냈다.

맞선 자리에서 자신이 주문했던 음료였다.

병원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더구나 시럽을 넣지 않는다는 것까지 윤재혁이 알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소이는 재혁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아무 말이나 해요.

호텔에서 봤다는 말만 빼고.

윤재혁은 그런 소이의 다급함을 알아차렸는지 못 알아차렸는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보면 압니다.”

박민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커피 취향이 얼굴에 쓰여 있습니까?”

“박민우 선생은 따뜻한 것만 마시잖아요.”

“그건 교수님이 저를 몇 년이나 보셨으니까 아는 거고요.”

“한소이 선생도 아침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있었습니다.”

소이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첫 회진 전 박민우에게 받은 커피가 아이스커피였던 것은 맞았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넘어갈 만한 설명이었다.

박민우는 기억을 더듬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랬나?”

“네. 그랬습니다.”

소이가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동의했다.

박민우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근데 시럽 안 넣는 건?”

소이의 입이 다시 다물렸다.

윤재혁이 답했다.

“외과 레지던트가 단 걸 찾을 표정은 아니던데.”

“그건 무슨 표정입니까?”

“피곤하고 예민한 표정.”

소이는 발끈해서 그를 바라봤다.

“저 안 예민합니다.”

“방금 예민해졌는데.”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요.”

박민우의 눈동자가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소이는 뒤늦게 입술을 깨물었다.

의심을 피하겠다고 해 놓고 평소처럼 말대꾸부터 해 버렸다.

윤재혁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둘 다 한가합니까?”

목소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박민우 선생은 수술 준비 확인하고, 한소이 선생은 김복순 환자 검사 결과 다시 정리해서 십 분 안에 내 방으로 가져오세요.”

소이가 눈을 크게 떴다.

“두 시간 뒤에 보고하라고 하셨는데요.”

“계획 바뀌었습니다.”

“갑자기요?”

“불만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움직이세요.”

윤재혁은 자신의 커피를 들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소이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십 분 안에 환자 기록을 전부 다시 정리하라고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박민우가 옆에서 낮게 말했다.

“너 윤 교수한테 뭐 잘못했어?”

“제가요?”

“유독 너한테만 날이 서 있잖아.”

“원래 저러시는 거 아닙니까?”

“원래도 성격은 안 좋아.”

박민우는 단호하게 인정했다.

“그래도 방금은 좀 특별했어.”

특별하다는 말이 이렇게 불길할 수도 있었다.

소이는 샌드위치를 가운 주머니에 밀어 넣고 스테이션으로 뛰어갔다.

십 분 뒤, 소이는 김복순의 검사 결과와 경과 기록을 들고 교수 연구실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대답이 들렸다.

윤재혁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수술 기록을 작성하고 있었다.

소이가 책상 앞에 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보고드리겠습니다.”

“하세요.”

“김복순 환자 현재 체온 36.8도, 혈압 118에 72, 맥박 76회입니다. 진통제 투여 뒤 통증은 3점으로 유지되고 있고 복부 팽만이나 압통 증가는 없습니다. 배액량은 오전 이후 추가로 20밀리리터 확인됐고 색 변화는 없습니다.”

“검사 결과.”

“혈색소는 9.7로 유지되고 있고, 총빌리루빈과 간 수치는 감소 추세입니다. 현재 수술 후 정상 회복 과정으로 판단합니다.”

“통증이 다시 증가하면?”

“활력징후와 복부 상태를 재확인하고 혈액검사와 배액 양상을 확인하겠습니다.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윤재혁이 그제야 화면에서 시선을 떼었다.

“바로가 언제죠?”

“이상 징후를 확인하는 즉시입니다.”

“박민우 선생을 거쳐서?”

“응급하면 교수님께 직접 보고하겠습니다.”

“응급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소이는 잠시 생각했다.

“제가 판단한 근거와 함께 박민우 선생에게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소이는 준비해 온 종이를 내려놓았다.

윤재혁은 내용을 빠르게 읽더니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네.”

“‘환자 상태 양호함’이라고 썼군요.”

“네.”

“양호하다는 기준이 뭡니까?”

소이는 입술을 달싹였다.

또 시작이었다.

“활력징후가 안정적이고 통증이 조절되고 있으며 검사 수치도 호전 중입니다.”

“그럼 그렇게 쓰세요.”

“네.”

“환자가 실제로는 불안해하거나 식사를 못 하는데 검사 수치만 안정적이면 양호한 겁니까?”

“아닙니다.”

“기록은 다른 사람이 읽어도 같은 상태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작성한 사람만 아는 표현은 기록이 아니에요.”

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적은 옳았다.

그 사실이 더 억울했다.

맞는 말만 골라서 하니 대놓고 화도 낼 수 없었다.

“수정해서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종이를 집으려는데 재혁이 그보다 먼저 손을 얹었다.

“샌드위치는?”

소이의 손이 멈췄다.

“주머니에 있습니다.”

“왜 거기 있습니까?”

“먹을 시간이 없어서요.”

“십 분 동안 보고서 정리할 시간은 있고 씹을 시간은 없었나?”

“교수님이 십 분 안에 가져오라고 하셨잖아요.”

“한 손으로 정리했습니까?”

“네?”

“나머지 손으로 먹으면 됐을 텐데.”

소이는 황당해서 그를 바라봤다.

“음식을 먹으면서 환자 기록을 작성하는 건 위생상 좋지 않습니다.”

“그런 원칙은 잘 지키는군요.”

“제가 원칙 없는 사람처럼 보이십니까?”

“가끔.”

“어느 부분에서요?”

“맞선 자리에서 상대 직업도 확인하지 않고 나온 부분.”

소이의 얼굴이 굳었다.

윤재혁은 연구실 문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목소리를 낮췄다.

“커피 취향 하나 때문에 그렇게 놀랄 필요 없었습니다.”

“교수님이 먼저 티를 내셨잖아요.”

“그냥 주문한 겁니다.”

“시럽 없이까지요?”

“기억이 났으니까.”

너무 자연스러운 대답이었다.

소이는 도리어 할 말을 잃었다.

그날 자신이 무엇을 마셨는지 이 남자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다음부터는 아무거나 주십시오.”

“싫어하는 걸 억지로 마실 이유는 없지.”

“그러다 들키면 어떡합니까?”

“안 들키면 됩니다.”

“방금 거의 들킬 뻔했잖아요.”

“한소이 선생이 지나치게 당황해서.”

“교수님은 안 당황하십니까?”

윤재혁은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바라봤다.

“왜 내가 당황하죠?”

소이는 입술을 꾹 눌렀다.

이 사람에게만 맞선이 아무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져 괜히 기분이 상했다.

물론 자신도 없었던 일로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그러니 서운해할 이유는 없었다.

“앞으로는 병원에서 더 조심해 주세요.”

“이미 조심하고 있습니다.”

“어느 부분이요?”

“박민우 선생 앞에서 한소이 씨라고 부르지 않았잖습니까.”

소이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건 기본입니다.”

“원하는 게 많군요.”

“저 때문에 특혜 의혹 생기는 거 싫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재혁의 표정에서 희미한 장난기가 사라졌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레지던트와 똑같이 대해 주세요.”

“똑같이.”

“네.”

그가 잠시 소이를 바라봤다.

“그 요청, 후회하지 마세요.”

낮은 목소리가 묘하게 불길했다.

소이는 등을 곧게 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윤재혁은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서류 한 묶음을 소이 앞으로 밀었다.

“오늘 퇴원 예정 환자 두 명의 경과 기록 검토해서 요약하세요.”

소이의 눈이 커졌다.

“제가요?”

“다른 레지던트와 똑같이 대하라고 했잖아요.”

“이건 1년 차가 첫날부터 하는 업무입니까?”

“배우면 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요?”

“오후 회진 전까지.”

소이는 벽시계를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두 시간도 되지 않았다.

“김복순 환자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배우는 겁니다.”

“혼자 못 합니다.”

“그럼 물어보세요.”

재혁은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 내가 뭐라고 했죠?”

소이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모르면 묻고,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기억력은 좋군요.”

“교수님께서 반복해서 말씀하시니까요.”

소이는 서류를 품에 안고 연구실을 나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재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소이 선생.”

소이가 돌아봤다.

“샌드위치부터 먹고 시작하세요.”

“그것도 업무 지시입니까?”

“네.”

소이는 문을 닫고 복도에 섰다.

화가 나야 하는지 고마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가운 주머니에서 눌린 샌드위치를 꺼냈다.

한입 베어 문 순간, 복도 끝에서 정유라가 걸어왔다.

“한소이 선생.”

소이는 급히 음식을 삼켰다.

“네, 선생님.”

정유라는 소이가 안고 있는 퇴원 환자 기록과 손에 든 샌드위치를 번갈아 봤다.

“윤 교수님 방에서 나오는 길이야?”

“네.”

“또 혼났어?”

“혼난 건 아닙니다.”

“할 일을 저렇게 많이 들고 나오는데?”

소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유라가 안쓰럽다는 듯 혀를 찼다.

“윤 교수님이 신입한테 저 정도로 일 몰아주는 거 처음 봐.”

“처음이라고요?”

“응. 보통은 적응할 시간이라도 주거든.”

소이의 얼굴이 굳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대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전례 없는 업무를 떠안았다.

정유라는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전에 윤 교수님한테 찍힐 만한 일 했어?”

소이는 시선을 피했다.

“그럴 리가요.”

“이상하네.”

정유라는 멀어지는 소이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윤 교수님이 한소이 선생을 특별히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날 오후가 되기 전, 그 말은 일반외과 의국 전체에 퍼졌다.

윤재혁 교수가 신입 한소이를 유독 싫어한다는 소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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