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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당직은 둘이서

مؤلف: Rionha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26 19:21:40

# 8화. 당직은 둘이서

윤재혁 교수가 한소이를 특별히 싫어한다는 소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

오후 회진이 끝날 무렵에는 소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기만 해도 누군가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구내식당에 내려갔을 때는 모르는 선배가 요구르트까지 하나 더 얹어 주며 힘내라고 했다.

소이는 요구르트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다 뭐예요?”

맞은편에 앉은 배하린이 빨대를 꽂으며 대답했다.

“불쌍한 신입에게 보내는 병원 사람들의 온정.”

“내가 왜 불쌍해?”

“윤 교수님한테 찍혔다며.”

“누가 그래?”

“모두가.”

하린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

“첫날부터 환자 맡기고, 퇴원 기록 몰아주고, 십 분 안에 보고서 가져오라고 했다며. 너 윤 교수님한테 뭐 잘못했어?”

맞선 자리에 나간 것.

빈 잔을 마시려 한 것.

파스타를 흘린 것.

결혼 상대로는 최악이라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것.

생각해 보니 잘못한 일이 제법 많았다.

“아무것도 안 했어.”

소이는 요구르트 빨대를 세게 물었다.

“그냥 나를 빨리 가르치고 싶으신가 보지.”

“너 생각보다 긍정적이구나.”

“긍정적인 게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거야.”

“싫어하는 사람이 빨리 가르치려고 그럴까?”

“입원한 환자가 나 때문에 잘못되는 것보다는 낫잖아.”

하린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소이도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윤재혁이 자신을 특별히 싫어한다고 오해받는 편이 맞선 사실을 들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가 일부러 더 엄격하게 구는 이유도 같은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다만 그 정도가 조금 지나쳤을 뿐이었다.

정확히는 많이 지나쳤다.

퇴원 환자 두 명의 경과 기록을 겨우 정리하고 김복순 환자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을 때는 오후 여덟 시가 넘어 있었다.

소이는 병동 스테이션 의자에 앉아 목을 뒤로 젖혔다.

첫날부터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자면 안 돼.”

박민우가 차트로 책상을 툭 쳤다.

소이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안 잤습니다.”

“눈 감고 코로 숨 쉬고 있었잖아.”

“명상 중이었습니다.”

“외과 병동에서 명상하면 영원히 평온해질 수도 있어.”

박민우는 야간 당직표를 소이 앞에 내려놓았다.

“오늘 네 첫 당직이지?”

“네.”

“나는 아래층 응급수술 들어가야 해. 병동에 문제 생기면 먼저 상태 확인하고 바로 연락해.”

소이가 당직표를 확인했다.

상급 당직 교수란에 윤재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입술이 절로 굳었다.

“교수님도 병원에 계십니까?”

“오늘 온콜이 윤 교수님이야.”

“온콜이면 집에 가시는 것 아닙니까?”

“원래는 그렇지.”

“원래는요?”

박민우가 외투를 챙기며 웃었다.

“오늘 수술 기록이 밀렸다더라. 연구실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한 병원 안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물론 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당직’과 ‘윤재혁’이 한 문장 안에 들어가자 괜히 긴장됐다.

“왜 표정이 그래?”

“긴장돼서요.”

“윤 교수님이?”

“환자가요.”

“눈썹 올라갔는데.”

소이는 재빨리 오른쪽 눈썹을 눌렀다.

윤재혁 때문에 이상한 습관만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

박민우가 내려간 뒤 병동은 조금씩 조용해졌다.

소이는 환자들의 처방과 검사 계획을 다시 확인했다.

김복순은 진통제 투여 뒤 편하게 잠든 상태였다. 배액량과 활력징후에도 변화가 없었다.

밤 열 시가 넘자 소이는 당직실로 들어갔다.

딱 십 분만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가운을 벗어 의자에 걸고 침대에 앉는 순간 호출기가 울렸다.

소이는 거의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한소이 선생님, 812호 이창수 환자분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세요.”

간호사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소이는 가운을 걸치며 병실로 뛰었다.

이창수는 담도 수술을 받고 이틀째 되는 환자였다.

침대에 누운 환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어디가 아프세요?”

“배가... 갑자기 너무 아파.”

소이는 먼저 활력징후를 확인했다.

혈압 92에 58.

맥박 112회.

오후 기록보다 혈압은 떨어졌고 맥박은 빨라졌다.

환자의 배를 확인하자 오른쪽 상복부가 단단하게 긴장돼 있었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화장실 갔다가 돌아온 뒤부터...”

소이의 시선이 침대 아래 배액관으로 향했다.

오후까지 연한 색을 보이던 배액액이 짙은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차갑게 맑아졌다.

출혈.

소이는 간호사에게 즉시 말했다.

“수액 속도 올려 주세요. 혈액검사하고 교차시험 준비해 주세요. 혈압 오 분 간격으로 재고요.”

“네.”

소이는 박민우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연결되지 않았다.

수술 중인 모양이었다.

다음 순간 윤재혁의 번호가 화면에 떠올랐다.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평소 같으면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괜히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닌지.

하지만 환자의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소이는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재혁입니다.”

“교수님, 한소이입니다. 이창수 환자 갑작스러운 복통 있고 현재 혈압 92에 58, 맥박 112회입니다. 배액액이 짙은 혈성으로 변했고 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의식은?”

“명료합니다. 수액 올리고 혈액검사와 교차시험 준비 중입니다. 수술 후 출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CT 이동 가능합니까?”

소이는 환자의 얼굴과 모니터를 번갈아 봤다.

혈압이 다시 측정됐다.

86에 54.

“지금은 이동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답한 순간 심장이 세게 뛰었다.

교수의 질문에 신입 레지던트가 반대 의견을 낸 셈이었다.

그러나 윤재혁은 지적하지 않았다.

“맞아요. 이동시키지 마요. 지금 올라갑니다.”

통화가 끊겼다.

소이는 환자에게 몸을 가까이 숙였다.

“이창수 환자분, 제 목소리 들리시죠?”

“네...”

“지금 출혈이 의심돼서 교수님이 바로 오고 있습니다. 잠들지 마시고 저를 계속 보세요.”

환자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이는 손목의 맥박을 직접 확인했다. 빠르고 약했다.

혈액 채취가 끝나자마자 검사실에 긴급 처리를 요청했다. 수혈 가능성을 생각해 정맥로도 추가로 확보했다.

병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윤재혁이 수술복 위에 가운만 걸친 채 들어왔다.

그는 소이에게 묻기 전에 환자부터 확인했다.

복부 상태와 배액관, 활력징후를 빠르게 살핀 뒤 소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기록.”

소이는 준비한 차트를 바로 건넸다.

“통증 발생은 밤 열 시 십오 분경으로 추정됩니다. 화장실 보행 후 악화됐고 배액량은 삼십 분 사이 120밀리리터 증가했습니다. 혈압은 92에서 86으로 떨어졌습니다.”

윤재혁이 배액관을 확인했다.

“혈액은?”

“검사 진행 중이고 교차시험 요청했습니다. 정맥로 하나 추가했습니다.”

“박민우 선생은?”

“수술 중이라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윤재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실 준비하고 마취과 연락하세요. 재개복 가능성 높습니다.”

간호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소이는 환자의 이동 준비를 도우며 계속 상태를 확인했다.

그사이 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혈색소가 오후보다 급격히 떨어져 있었다.

소이가 결과를 보여 주자 윤재혁은 곧장 재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실 앞까지 환자를 옮긴 뒤에야 소이는 자신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스크 안쪽이 뜨거웠다.

손끝도 조금 떨렸다.

윤재혁이 수술실로 들어가다 말고 돌아봤다.

“한소이 선생.”

“네.”

“같이 들어와요.”

소이의 눈이 커졌다.

“제가요?”

“처음 발견했고 상태 변화를 봤잖아요. 끝까지 확인해야죠.”

첫 응급 상황이었다.

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물러나면 자신이 맡은 환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겠습니다.”

수술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출혈 지점은 빠르게 확인됐고 다행히 환자의 상태도 안정됐다.

봉합이 끝나고 마취과에서 수치를 확인하는 동안 윤재혁은 말없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소이는 그의 옆에서 수술 부위를 지켜봤다.

긴장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했다.

수술실을 나와 손을 씻던 순간, 윤재혁이 옆에 섰다.

소이는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처음부터 더 자주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왜요?”

“배액액이 변하기 전에 다른 징후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후까지는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래도...”

“한소이 선생.”

소이가 입을 다물었다.

윤재혁은 물기를 닦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오늘은 본인 잘못을 찾을 때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담당이니까요.”

“담당이라서 더 정확히 봐야죠. 죄책감부터 가질 게 아니라.”

소이는 마른 입술을 축였다.

“제가 CT 이동이 위험하다고 말씀드린 건...”

“맞는 판단이었습니다.”

재혁의 대답은 단호했다.

“활력징후와 배액 변화를 확인했고, 먼저 필요한 처치를 했고, 이동 위험도 제대로 판단했습니다.”

그가 종이 수건을 버렸다.

“잘했습니다.”

소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병원에 들어온 뒤 윤재혁에게 처음 듣는 분명한 인정이었다.

그가 수술실 복도 끝으로 걸어가다 멈췄다.

“그리고 한소이 선생.”

“네.”

“다음에도 오늘처럼 판단하세요.”

윤재혁의 검은 눈이 소이에게 향했다.

“내 눈치 보지 말고 환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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