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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Author: 잔영
한편, 봉황국 연안 인공섬에 있는 김씨 가문의 성.

성벽과 길목 곳곳에 경비원들이 무장한 채 돌아다니며 철통같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곳은 평범한 성보다는 요새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탁, 탁, 탁….

이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발걸음 소리가 파도와 바람 소리 사이에 들려왔다. 염구준이었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성 입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야?”

“거기 서!”

“여긴 개인 사유지다.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어! 즉시 왔던 길로 돌아가라! 아니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경비병들이 손에 든 무기의 안전장치를 풀며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겨냥했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뒀던 빚을 받으러 오는 날!

염구준은 수많은 총구를 앞에 두고도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누구든 내 앞길을 막는 자, 죽음을 선사해주리! 성 입구, 피가 강을 이루었다!

경비병들은 순식간에 비명도 못 지르고 자리에 즉사했다.

“가,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염구준이 성을 뚫고 들어오는 사이, 상황을 보고받은 두 남자가 김웅신이 있는 후원으로 달려갔다.

“지금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

밀실 안, 가부좌를 틀고 있던 김웅신이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럴 리가 없어!’

김웅신은 믿기지 않았다. 봉황국에 그의 손길과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삼죽문 아래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모두 김웅신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어디든 스파이가 있었고 그가 모르는 소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염구준이 이곳에 오기까지 어떠한 보고도 없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삼죽문 내부에서 불화가 터져 왕종서의 딸이 잡혀간 것도 모자라, 제호 카지노를 지키던 4대 도박왕도 모두 죽었지.”

김웅신은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밀실 문을 열고 나갔다. 연달아 일어난 불행,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염구준이 나타다니,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대로 갚아준 건가?”

김웅신이 높이 뜬 태양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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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933화

    공격할 기회도 없이 모두 당했다니!‘염구준… 그 천한 여자의 아들이 고씨 가문 옥패를 얻더니, 흑풍 존주도 꺼려할 만큼 무서운 존재가 되었구나!’“하지만 옥패라면 나도 있어….”김웅신은 두 주먹을 꽉 그러쥐며 가슴속에 넣어둔 옥패를 느꼈다. 그러자 불안이 꺼지고 속에서부터 자신감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가 당당한 목소리로 사사들을 향해 명령했다.“앞장 서. 염구준 만나러 가야겠어!”김씨 가문 성 곳곳에 피냄새가 진동했다. 백여구가 되는 시신들이 사방에 널브러진 채 산을 이루었다. 이들은 모두 한때 실력이 출중하다고 인정받던 무도종사들이었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파리 목숨같이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배신자들에게 베풀 자비 따위 그에겐 없었다. 김씨 가문 성의 삼엄했던 경비는 불과 10 분도 되지 않아 염구준의 손에 철저히 무너졌다. 가히 전투의 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어디에도 그를 막을 적수가 없었다! 이때, 갑자기 성 깊숙한 곳에서 날카로운 비수 세 개가 살기를 담은 채 염구준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닿기도 전에 무형의 기운에 막혀 땅에 떨어졌다. 지금의 염구준에겐 이까짓 냉병기 따위는 아무런 생체기도 낼 수 없었다.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호랑이처럼 흉포한 시선이 염구준을 향했다. 시선의 주인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김웅신이었다.“정말 후회스럽네.”잠시 대치 후, 김웅신이 한기가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때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염씨 가문을 완전히 멸문시키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스러워. 아예 싹을 남기기 말고 잘라버렸어야 하는데, 네 놈을 살려둔 것이 천추의 한이다! 그랬더라면 이런 화를 입을 일도 없었을 텐데!”이제 와서 후회한들 의미가 없었다.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웅신을 훑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뒤를 따라온 한 사사를 향해 웃었다.“후회되는 일… 더 있을 것 같은데? 이를테면… 함부로 뒤를 내주는 일이라던가… 안 그래, 흑풍 존주?”흑풍 존주 명칭을 들은 순간 김웅신은 머리속에 무언가가

  • 군신의 귀환   제934화

    김웅신이 전신의 경지까지 이르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 옥패를 얻기 위해 그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겨우 강자들과 나란히 어깨를 하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흑풍 존주의 일격에 물거품이 되었다. 앞에는 염구준, 뒤에는 흑풍 존주, 김웅신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옥패를 내놓으면 시신은 훼손하지 않으마.”흑풍 존주는 손가락을 까딱해 부하에게 염구준을 막아서게 한 다음, 김웅신 앞으로 다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다.“사람 번거롭게 하지 말고 알아서 좀 협조해.”하지만 말을 고분고분 들을 김웅신이 아니었다.“옥패가 가지고 싶다면 바다에 들어가서 찾아봐라!”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품고 있던 옥패를 성 밖, 먼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슝! 빛이 번쩍하며 허공을 갈랐다.이것은 김웅신의 마지막 생명력이었다. 녹색 옥패는 마치 낙하하는 유성처럼 꼬리에 불꽃을 물고 순식간에 수천 미터 멀리 날아갔다. 그렇게 거의 30분, 날아가던 옥패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며 파도 속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김씨 가문 성으로부터 거의 10키로 떨어진 뒤였다.“열풍!”흑풍 존주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낮게 외쳤다.“가서 옥패 찾아와. 조류에 휩쓸릴 수도 있으니까, 어서!”그 즉시, 암호명 열풍이라 불린 사사가 염구준 앞에서 모습을 감추며 옥패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이 순간을 꽤 오래 기다렸겠네.”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염구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흑풍 존주에게 말했다.“김웅신이 가지고 있던 옥패, 나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김웅신이 중상을 입은 마당에 수하까지 보내고, 네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흑풍 존주, 죽음이 두렵지 않나?”아무리 흑풍 존주라도 죽음은 두려웠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사람일지라도 인간인 이상 약점은 존재했다. 그리고 상대가 높은 곳에 있을수록 그 약점은 더 명확 해졌다. 흑풍 존주는 염구준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가족이었다! 이것이 그

  • 군신의 귀환   제935화

    염구준이 바로 그 유명한 전신전의 전주이자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초절정 고수였다니! 게다가 들어보니 은씨 가문하고도 뭔가 있는 것 같았다!김웅신은 그제야 자신의 의형제인 반보천인이 염구준을 만나러 간다더니, 갑자기 청홍방의 부하들을 데리고 종적을 감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은씨 가문의 반보천인조차 염구준의 상대가 안 되었던 것이다!“네가 어떻게 은씨 가문을?”흑풍 존주도 은둔 가문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은씨 가문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도 그들과 접촉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못했었다.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그쪽이랑도 싸웠어? 그런데 어떻게 살아있을 수가 있지?”은씨 가문이 염구준을 봐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흑풍 존주는 믿기 싫었지만, 어쩌면 염구준이 그들보다 더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씨 가문은 염구준을 안 죽인 것이 아니라, 못 죽인 것이다!“쓸데없는 얘기는 여기까지 하지.”흑풍 존주의 정체가 밝혀진 이상 염구준도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었다. 그는 이 말과 동시에 신형을 흐트러뜨리며 흑풍 존주를 향해 맹렬한 주먹을 날렸다. 파바바박! 보이는 것은 일격이었지만, 실제로는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20번에 가까운 공격이 가해졌다. 이것은 고씨 가문의 포복용권이라 불리는 권법이었다!“염구준….”물론 흑풍 존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열풍이 옥패를 찾아오기 전까진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는 온몸에 전의를 끌어 올리며 염구준의 공격에 맞섰다.퍽, 퍽, 퍼버벅!눈 깜빡할 사이, 두 사람의 주먹이 연달아 부딪히며 주변 공기가 거세게 요동쳤다. 공중엔 마치 소형 폭탄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처럼 폭발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여파로 김씨 성의 담벼락들이 덜그럭거리며 흔들리며 폭풍우가 휩쓸린 듯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잠시, 두 사람은 50번에 넘는 공격을 서로 주고받은 다음 각자의 자리로 물러섰다. 하지만 멀쩡한 염구준과 달리 흑풍 존주는 허리와 복부에 다섯번

  • 군신의 귀환   제936화

    “존주님!”그리고 마침 해수면 위로 잠수함이 떠오르는 순간, 번쩍하고 검은 신형이 그 위로 안착하는 것이 보였다.“무사히 옥패를 찾았습니다!”그 정체는 바로 다름아닌 열풍이었다!잠수함 입구에 서 있는 그의 손에 익숙한 물체가 보였다. 좀 전에 김웅신이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던 바로 그 옥패였다. 열풍의 외침이 들려오는 동시에 해수면에 있던 잠수함이 순식간에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반중력 장치, 수직 상승!“전략 삼급 공해 잠수함이라니, 네가 어떻게 이런 것까지?”염구준이 흑풍 존주를 차갑게 노려보며 위협을 담아 말했다.“전 세계에서 이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용하국과 성조국뿐일 텐데… 흑풍 존주, 네가 감히 성조국과 결탁을 하다니!”“성조국과 결탁한 것이 뭐 어때서?” 흑풍 존주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염구준, 난 널 이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날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열풍!”어느새 성 위로 전략 삼급 공해 잠수함… 아니 비행기가 완전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열풍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망설임없이 허공을 갈라 흑풍 존주 앞으로 안착했다.“존주님!”열풍은 두 손으로 옥패를 흑풍 존주에게 건넨 다음, 몸을 돌려 염구준을 향해 전툰 태세를 취했다. 동시에 흑풍 존주의 몸엔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센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옥패… 드디어 옥패를 손에 넣었다!”흑풍 존주는 옥패를 소중히 어루만진 다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염구준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염구준, 네가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가졌을지라도 수년간 내가 계획한 일은 망칠 수 없을 것이야! 열풍은 이미 전신 중기, 전신 정점과 큰 차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네가 반보천인이라 할지라도, 일초에 죽일 수는 없을 터! 넌 결국 날 잡지 못할 것이다!”말을 마치는 동시에 흑풍 존주는 열풍만 남겨둔 채, 땅을 박차고 쏜살같이 하늘을 날아 비행선에 올라탔다.교토삼굴, 교활한 토끼가

  • 군신의 귀환   제937화

    쾅! 선광이 허공을 갈랐다!엄청난 돌풍과 강력한 광선이 공중을 가르며 그대로 비행선을 강타했다. 약 20키로 밖에서도 충격여파로 주변이 떨렸다. 세계 최고라 불릴 수 있는 최첨단 기술과 무학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비행선의 금속 외벽이 함몰되며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이 보였다. 붕괴된 비행선이 바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놀라웠다. 사람의 공격으로 천문학적 투자가 들어간 기체가 제대로 힘도 못 쓰고 무너졌다.흑풍 존주도 중상을 입고 비행선과 함께 바다로 추락했다.“흑충 존주….”하지만 염구준은 곧바로 그를 추격하지 않고 천천히 뻗었던 주먹을 내렸다.흑풍 존주의 기척이 갑자기 허공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좀 전의 일격으로 큰 부상을 입은 건 분명했지만, 염구준은 흑풍 존주가 겨우 이정도로 죽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행선이 바다로 추락하는 동시에 흑풍 존주의 기척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한가지뿐이었다.‘천기석!’전에 도천연이 들키지 않고 염씨 가문을 습격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천기석 때문이었다. 상황을 미루어 볼 때, 흑풍 존주는 김웅신으로부터 옥패를 빼앗아올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최악을 대비했다고 볼 수 있었다.철저한 계략에 염구준은 다시 한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천기석으로 기척을 가렸다면, 확실히 나라도 추적은 힘들겠네.”염구준은 아쉬웠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흑풍 존주를 추적하는 것을 일단 포기했다. 대신 한쪽 바닥에 쓰러진 채 죽어가는 김웅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아무리 도망쳐 봤자, 내 철조망에 걸린 새. 아무리 꽁꽁 숨는다고 한들, 결국 나한테 잡힐 신세… 김웅신, 당신은 흑풍 존주의 배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김웅신의 안색은 이미 붉게 변하다 못해 보라색을 띄고 있었다. 옥패를 바다 쪽으로 던지면서 가지고 있던 모든 진기를 다 소모해 회광반조의 단계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상

  • 군신의 귀환   제938화

    만에 하나 은둔세가 중 하나라도 세상에 모습을 들어낸다면, 오대강국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흑풍 존주를 상대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그 여덟 옥패를 모두 얻어야 할 것이다.”김웅신은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느끼며 힘겹게 품에서 손바닥만 한 작은 석판을 꺼냈다. 그리고는 힘 빠진 목소리로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염구준을 향해 말했다.“처음 옥패를 찾았을 때, 이 석판에 박혀 있었다. 난 수년간 이 부서진 석판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흑풍 조직의 표식만 알아봤을뿐, 다른 단서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니, 변한다는 말이 사실인가 봐. 마지막으로 이 석판을 너에게 주마. 대신… 김씨 가문의 무고한 식솔들의 목숨만은 살려다오! 부탁… 한다….”이 말을 마지막으로 김웅신은 모든 생명력을 소진한 듯 몸을 늘어뜨렸다. 곧이어 그의 근육들이 뻣뻣해지며 피부색이 회색 빛을 띄었다. 그렇게 한시대를 풍미하던 별이 지었다.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는 말에 김웅신도 해당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염구준은 잠시 침묵한 뒤, 손을 휘저어 무형의 기운을 일으켰다. 김웅신의 손에 부서진 석판이 그의 손으로 안착했다. 염구준은 잠시 조각 안에 새겨진 단풍잎 그림을 쳐다보다가 자켓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약 20분 뒤….“염 선생님!”멀리서 고해와 왕종서가 수백명의 금오분타 제자들을 대동하고 달려왔다. 그런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김웅신의 시체와 멀리 추락한 비행선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손쓸 겨를도 없이 모든 상황이 끝나버렸다.“김웅신이 이미 죽은 마당에 굳이 또 목 벨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염구준이 사람들을 등진 채, 싸늘하게 굳은 김웅신의 시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부터 김씨 가문은 완전히 멸문했어요. 생존자들은 해외로 모두 출국시키고 다시는 용하국으로 돌아올 수 없게 조치를 취해주세요.”말을 마친 그는 고해와 왕종서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무심히 자리를 떠났다. 김씨 가문의 멸망…

  • 군신의 귀환   제939화

    정말 놀랍게도 이 모든 성과는 염구준 단 한사람이 일주일만에 이루어 낸 것이었다. 앨리스는 과거 손씨 그룹과 협력관계를 맺기로 마음먹은 과거의 자신을 칭찬했다. 만약 그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지나갔더라면, 엘 가문은 김씨 가문처럼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몰랐다.“염 선생님, 참 마음이 넓은 것 같아요.”여비서가 좀 전에 받은 이메일을 보며 앨리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저희 정보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염 선생님께서 남은 김씨 가문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해외로 추방 보냈대요.”강하고 단호하지만, 그 와중에 선함을 잃지 않다니… 염구준은 정말 놀라운 남자였다!복잡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더니 입을 열었다.“아버지께 오늘 당장 손씨 그룹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라고 알려줘. 앞으로 우리 회사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대리점은 전세계에 손씨 그룹뿐일 거야. 그리고 손씨 그룹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게 무엇이든 손익을 따지지 말고 최대한 지원하라고 해. 그렇게라도 해서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어.”진지한 앨리스의 태도에 여비서도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저희 정보원들한테 새로 들어온 소식이 있어요. 흑풍 존주가 염구준 선생님과 싸우다가 도주했는데, 지금 생사가 불분명하대요. 만약 살아 돌아왔는데, 저희와 염구준 선생님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보복이라도 한다면….”흑풍 존주를 떠올린 앨리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듯,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앨리스는 염구준을 떠올리며 눈빛이 아득해졌다. 엘 가문이 염구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흑풍 존주가 알게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뻔했다.그래도 염구준과 싸우다가 도망친 것이라면 죽지 않았더라도 최소 큰 부상은 입었을 터, 당분간 큰 소란은 피우지 못할 것 같았다.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부상을 치료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컸

  • 군신의 귀환   제940화

    “존주님….”도천연은 말을 다 마치지 못했지만, 흑풍 존주의 무관심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가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데 강요할 수는 없었다. 대신 도천연은 직접 가문에 돌아가 상황을 설명하기로 결심했다. 가문의 도움 없이 염구준을 제거할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흘 후, 용하국 서북, 붉게 물든 단풍입이 나부끼는 산골짜기 사이로 적색 장포를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존주님께서 예전에 있었던 그 일 때문에 가문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계십니다.”도천연이 적색 장포를 입은 남자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하지만 가문을 향한 존주님의 충성심만큼은 의심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금 방방곳곳 옥패를 찾아 헤매는 것도 모두 가문 때문입니다.”‘가문으로 돌아오길 원치 않지만, 마음은 변치않았다라…’적색 장포를 입은 남자가 도천연을 향해 몸을 돌리며 냉소를 지었다.“그렇단 말이지?”시큰둥한 그의 반응에 도천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남자의 별호는 적풍상인, 이미 30년 전에 반보천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또한 과거, 흑풍 존주에게 있었던 그 일을 옆에서 목격한 인물이기도 했다.그 사건은 흑풍 존주가 아직 한참 청춘이었을 때 일어났다. 그에겐 미래를 약속한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가문 어른들의 반대로 무정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여자는 이 계기로 목숨을 잃었고 흑풍 존주는 분노해 옥패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가문을 떠났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나도록 다시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가문보다 사사로운 정을 더 중요시 여긴 녀석이, 충성?”적풍상인이 한심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천연을 향해 말했다.“굳이 그 녀석을 위해 변명할 필요 없다. 가문에서도 별로 그 녀석을 달갑게 여기고 있지 않으니. 하지만 한가지만 기억하거라!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든 상관치 않겠지만, 항상 가문의 임무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옥패의 행방을 알게된다면 미루지 말고 즉시 내게 보고하거라!”역시나 가문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옥패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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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2495화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 군신의 귀환   제2494화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 군신의 귀환   제2493화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 군신의 귀환   제2492화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 군신의 귀환   제2491화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 군신의 귀환   제2490화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 군신의 귀환   제2489화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 군신의 귀환   제2488화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 군신의 귀환   제2487화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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