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의 이 행동은 고은영을 더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녀는 배준우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배준우는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너 이제 사람들 앞에서 배 씨 가문 사모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이미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어. 그렇다면 넌 이젠 뭘 해야하지?”뭘 해야지?이게......고은영은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두 사람이 정상적인 부부라면......다른 여자에게서 자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면 와이프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그건 바로 협박?‘설마 나한테 자기 첫사랑한테 협박하라는 거야?!’고은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으며, 그녀는 이 상황이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에게 휴대폰을 강제로 넘겨주었다.고은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설마 이미월 씨한테 겁을 주라는 말인가요?”“네 생각엔?”배준우의 더 엄격해진 말투에 고은영은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을 것 같았다.‘아무리 이미월이 얄미워도 대표님 옛사랑인데. 근데 대표님 왜 이러시지...... 설마 일부러 그러시는 걸까? 전에 떠난 걸 복수하려고?’여기까지 생각한 고은영은 바로 배준우를 말렸다.“아니요. 그렇게 되면 두 분은 다시 돌아갈 수 없어요.”무슨 상황인지 고은영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고은영은......만약 남자가 다른 여자를 이용해 자기에게 겁을 준다면 영원히 상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배준우의 눈빛이 굳어지자 고은영은 심장이 더 조여왔다.“바로 실시할게요!”‘그래 본인이 괜찮다는 데, 뭐.”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받아 들고 이미월의 번호를 적었다.휴대폰을 돌려줄 때, 고은영은 참다못해 물었다.“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하면 될까요?”“뭐?”“그니까 얼마나 겁주면 될까요?”“네 남편을 귀찮게 구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정도? 근데 정말 그렇게 하면 이미월 씨는......’“정말 괜찮겠어요?”고은영은 노파심에 재차 확인했다.‘아
이미월이 아무 말도 안하자 정원희가 이어서 말했다.“내가 보기엔 준우가 승연이한테 화난 게 아니라 승연이를 이용해 너한테 복수하는 것 같애!”정원희는 말할수록 화가 났다.그녀들의 이번 북성 행이 진 씨 가문에 큰 재난을 가져왔기 때문이다.전에 이미월이 강성을 떠날 때 그녀는 그녀와 배준우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지금 그는 이미 결혼까지 한 상탠데, 이렇게 계속 매달리면...여자로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그다지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다. 정원희의 말에 이미월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제, 제가 미안해요!”배준우가 정말로 복수하기 위해 진승연을 이용하는 걸까?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그녀와 배준우 사이는......?아니, 그럴 리가 없어!이미월은 자신과 배준우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고 믿지 않았다. 예전에 사이가 그렇게 좋았었는데.그와 고은영 관계는 그저 합의된 관계일 뿐이야!이미월은 배준우의 모든 행동이 자신을 화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전에 그녀가 말없이 떠났던 것에 대한 복수.“지금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져? 배준우를 멈추게 할 방법부터 먼저 찾아야 할거 아니야!”정원희는 흥분해서 말했다.지금 진 씨 가문이 큰 파국을 맞았는데,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이런 사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정원희의 흥분한 모습에 이미월은 더욱 숨이 막혔다.“큰 엄마.”"네가 어떤 방법을 쓰든 이 일 반드시 잘 처리해 놔. 안 그러면 그땐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날 원망하지 마!”정원희는 하찮은 듯한 눈으로 이미월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하긴, 이전에 정원희는 이미월의 어머니마저 하찮게 생각했다.예전에 이미월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혼을 했고, 이미월의 어머니는 외할머니를 따라 외국으로 떠났다.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두 번째 가정마저 파탄이 났고, 이미월의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것이 이미월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정원희는 처음에는 이미월을 이뻐하고 가여워했다.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고은영이란 소리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이미월은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었다.그동안 참았던 모든 감정들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무너진것만 같았다. 전화에 대고 고은영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럽게 느껴졌다.정원희는 그녀의 손등에 손을 얹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원희의 날카로운 눈빛에 이미월은 순간 정신을 차렸고, 정원희는 그녀를 보며 소리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이미월에게 지금 고은영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신호였다.이미월은 내키진 않았지만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 고은영 씨?”“저를 사모님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월 씨?”매우 차가운 말투였다.이미월에게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이미 하얗게 질려있던 이미월의 얼굴이 고은영의 말에 더욱 굳어졌다.숨이 막혔고 눈시울이 빨개졌다.“네, 사모님.”이를 악물며 말했다.사모님?얼마나 가소로운 호칭인가! 만약 그때 그녀가 외국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 자리는 그녀의 것일 것이다. 이미월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고은영에게서 배준우를 뺏어오지 못한 게 한스럽게 느껴졌다.전화기 너머의 고은영도 이미월이 이를 악물며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조금 뭔가 켕기는 느낌이었다...배준우가 이렇게까지 하라곤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말을 다 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별일 아니고, 앞으로 내 남편한테 그만 매달렸으면 좋겠어요. 우린 이미 결혼했고, 이미월씨랑 제 남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젠 다 지난 일이니까, 인제 그만 포기해요.”“그렇게 못 하겠다면요?”이미월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다 지난 일이니 배준우를 그만 포기하라고?!이미월의 살기 가득한 말투에 고은영도 살짝 긴장됐다.“이미월 씨에 대한 제 남편 태도, 잘 봤잖아요. 포기 안 하면 어쩔 건데요?”“......”“아니면,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고은영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정중하게 대답했다.“아니에요, 사모님.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요.”“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안심이 되네요.”“......”“승연의 일 때문에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요. 제가 이미 호되게 혼냈어요. 아까 미월이가 한 말도 제가 꼭 책임지게 할게요.”“큰엄마!”수화기 너머로 이미월의 소리가 들렸다.한편,정원희는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경고하듯 이미월을 쳐다보았다.이미월도 감히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고은영이 말했다.“네, 감사해요. 그럼 이미월 씨에게도 전해주세요. 가끔은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다고요. 배 대표님은 이미 결혼하셨으니 그만하시라고요.”“네, 사모님. 제가 꼭 그렇게 전할게요.”정원희는 아주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몇 번이나 전화에 대고 꼭 그렇게 전하겠다고 약속했다.두 사람의 통화는 족히 10여 분 동안 이어진 후에야 끊어졌다.고은영은 긴장된 채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지금 자신이 어떻게 처리하든 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배준우도 그렇게 말한 마당에 이미월에게 한바탕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이건 모두 배준우가 한 말이니 그녀를 탓할 수도 없다.한편, 천가에서.“찰싹~!”낭랑한 따귀 소리가 이미월의 뺨을 빨갛게 달구었다.이미월은 머리가 띵해졌다.뺨을 맞아 소파에 쓰러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원희를 쳐다보았다.여태껏 자신을 예뻐해 주던 그 외숙모가...나를?“큰 엄마..!”이미월이 억울하게 소리쳤다.정원희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자기 보다 한 참이나 어린 사람 앞에서 굽신굽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니, 이 모든 게 이미월 때문이니 말이다.“당장 짐 싸서 나가!”정원희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정말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정원희가 전에 진 회장에게도 말한 적이 있었다. 이미월이 가끔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한다고 말이다.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정원희는 또 집사에게 몸보신할 보약 몇 가지를 같이 보내라고 명령하고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그 순간, 계단 어귀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이미월을 보며 말했다.“미월아, 내가 네 큰엄마로서 충고하는데, 너랑 배준우는 이제 끝이야!”“아니에요. 준우는 그냥 저한테 성질을 부리는 것 뿐이에요. 준우랑 고은영은 합의된 관계일 뿐이라고요. 위장 결혼이요!”“합의된 관계? 합의된 관계일 뿐인데 그 여자를 그렇게 감싸고 돌아?”“......”이미월은 말문이 막혔다.정원희의 말에 하얗게 질렸던 이미월의 얼굴에 슬픔이 더해졌다.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나한테 성질부리는 거라고. 나한테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라고요.”이미월은 배준우가 고은영을 특별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이런 고집에 정원희도 어쩔 수 없다는 듯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그럼 앞으로 너랑 천가는 이제 아무런 관계가 없겠구나.”“그게 무슨 말이에요, 큰엄마? 저랑 인연을 끊겠다는 뜻이에요?”이미월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원희를 바라보았다. 그깟 고은영이 뭐라고 그녀마저 이런 잔인한 말을 자기에게 내뱉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원희는 몇 년 동안 이미월의 어머니 이안을 생각하니(이미월의 부모님이 이혼 후 이미월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진가에 돈을 요구했던 걸 말고는 집안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이런 관계를 끊으면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그동안 진 회장이 차마 못 했던 걸 정원희는 자가기 하기로 생각했다.“너희 어머니께 전해. 앞으로 네 외삼촌을 다시는 찾지 말라고. 우리가 돈 버는 게 뭐 쉬운 일인 줄 알아?!”“’.....”“예전에는 널 혼자 키우는 게 안쓰러웠는데, 이젠 아니야! 우리도 이 몇 년 동안 너희한테 할 만큼 했어.”그동안 이미월의 유학비용을 모두 진가에게 내주고 있었다.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공부시켰는데 이런 결과라니!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는, 그
그리고 이번에 진 회장이 그녀를 노가의 그 바보 같은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겠다고 했을 때 정원희는 뜻밖에도 반대하지 않았다.아마 진승연이 북성에서 돌아오기전 부터 이미 상의가 끝난 일인 것 같았다.지금 천가는 배준우에게 뭐라고 더 말하지 못하고 있다. 배준우를 더 화나게 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해결책이라도 찾아야 한다.그리고 그 해결책이......!바로 진승연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진승연은 서럽다는듯이 말했다.“엄마, 나 엄마 딸이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래?!”진승연은 억울한 눈으로 정원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자기 친어머니가 자기를 그런 바보 같은 남자에게 시집보내려 한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진승연의 하소연에 정원희도 굳은 표정으로 코웃음 치며 말했다.“그래. 넌 내 딸이야. 근데 왜 이렇게 멍청한거야?!”남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지금 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진승연이 대답했다.“근데, 언니가......”“앞으로는 아니야!”진승연이 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정원희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미월은 더 이상 그녀의 사촌 언니가 아니라고 말했다.진승연은 믿을 수 없었다.“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앞으로는 아니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그럼 그녀와 이모의 관계도 이제 끝인 건가?믿을 수 없다는 진승연의 눈빛에 정원희가 말했다.“무슨 뜻이냐고?”“......”“네가 생각이 있는 애라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을 거야!”진승연은 놀란 표정으로 정원희를 쳐다보았다.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정원희는 이어서 말했다.“걔들이 몇 년 동안 우리 집에서 가져간 돈이 얼마인지는 알아? 그런데 너를 이용해서 우리 집안을 이 꼴로 만들어?”“엄마, 그건 언니가 아니라 나야......”“만약 정말 너라면, 그럼 노빈이와의 결혼 준비나 잘해!”정원희는 지금까지도 이미월을 위해 변명하고 있는 진승연의 모습에 더욱 화가 치밀어
정원희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이따가 웨딩드레스 올 거니까 잘 골라!”“엄마...!”“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난 다 싫어!” 진승연은 소리 지르며 말했다.그런 바보 같은 놈에게 시집가면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고르라고?이 상황에 뭘 고르겠어!정원희는 더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나가버렸다.이런 엄마의 모습을 진승연도 처음 본다.그녀는 엄마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전에 노빈에게 시집보낸다고 했을 때, 겁주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아니, 왜 다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내가 잘못했으니깐.. 나 풀어줘요!”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에 진승연은 완전히 절망했다.이전에 고은영 일에 대해서 전혀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던 그녀가 이제야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내가 틀렸어. 내가 잘못했어. 엄마......!”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멀어지는 하이힐 소리뿐이었다.정원희는 전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아니, 나한테 이러지 마, 엄마 나한테 이러지 마!” 진승연은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밖은 몹시 조용했다.........한편 하원에서, 고은영은 안지영을 만나러 가려 했지만, 배준우가 계속 집에 있는 바람에 그녀는 조급해졌다. .“띵동띵동.”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진 씨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위층에서 물을 마시러 내려온 배준우는 누가 온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제가 물 가져다드릴게요. “그녀의 이런 알랑거리는 모습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또 무슨 사고 친 거 있어?”배준우는 고은영이 이런 행동을 할 때는 사고 친 일이 있거나 켕기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냥 물 가져다드리는 건데요.”또 무슨 사고를 쳤다는 말인가.이미 거짓말한 일도 아직 처리가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감히 어찌 또 사고를 칠 수 있겠는가!이게 다 조금 전 이미월
배준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보자, 고은영은 더욱 갈등했다.소파에 앉아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다가갔다.그녀에게 가까워질수록 뭔가 억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그 모습에 고은영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대표님!”배준우는 몸에 흰색 목욕수건을 둘렀다. 그런데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고은영은 그의 선명한 복근에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그의 허리에 있는 목욕수건이 떨어질까 봐 걱정됐다.......!배준우는 들고 있던 수건을 고은영의 손에 던지며 말했다.“머리카락 좀 말려줘요!"말하면서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어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의 업무는 끝이 없다!바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머뭇거리고 있었다.하지만 배준우의 진지한 얼굴에 자기가 뭔가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정말......!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머리카락 물이 휴대전화 화면에 떨어지자, 배준우는 고은영을 올려다보았다.“왜 가만히 있어?”고은영은 재빨리 움직이며 말했다.“네. 지금 할게요.”바로 일어나 준우에게 다가갔다.그러나 막 발을 떼는 순간, 카펫에 걸려 준우의 품속에 넘어졌다.고은영은 깜짝 놀랐다.그녀가 반응할 새도 없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준우의 품속에 넘어졌다.순간, 공기마저도 조용하게 느껴졌다.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 남자의 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여자보다 더 섬세한 그의 피부를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고은영 자기가 넘어진 자세를 보고는 서둘러 변명했다.“대표님, 이게 오해라면 믿으시겠어요?”“글쎄, 네가 일을 참 많이 벌리니까 잘 모르겠네.”오해라는 걸 믿지 않는 단 뜻이다.그러자 고은영이 말했다.“카펫에 걸려 넘어진거예요. 정말 맹세해요.....!”고은영은 자기 마음을 꺼내서라도 정말 오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왜 아직도 안 일어나?”“일어나요. 일어날게요!”고은영은 말을 더듬으며 일어났다.그녀는 얼굴뿐
그 미남계에 안지영은 결국 어느샌가 넘어가고 말았다.장선명은 안열한테 안지영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안열은 그제야 두 사람이 사무실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선명은 다른 일로 바빠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안열은 디저트를 들고 오면서 안지영의 눈치를 보았다.“왜요?”“선명 도련님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잘못을 저질러놓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건 짐승이죠!”안지영이 씩씩대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입가를 씰룩이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선명 도련님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닌데요.”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장선명이 잘못을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다.장선명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건 없었던 일로 될 테니까 말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아까 한 말도 거짓말이었나?’안열이 안지영 앞으로 와서 안지영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안지영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왜 갑자기...”“도련님이 이런 방식으로 사과한 겁니까?”“네?”“격렬하네요. 이렇게 안 대표님을 입막음하다니...”“...”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아무리 둔감하다고 해도 안열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안지영은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목에 난 키스 마크들을 본 안지영은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이...”하마터면 욕설을 뱉을 뻔할 정도였다.이 상태로 밖으로 나간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다.‘왜 하필 이런 집착남을 만나게 된 거지...’“좀... 과하긴 하죠?”안열은 안지영이 장선명 때문에 화가 나서 안열에게 화풀이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오후 세 시가 되었는데 이제야 나오다니.두 사람이 얼마나 오랜 시간 붙어있었는지, 얼마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지영은 단단히 화가 나서 케이크를 크게 한입 떠먹었다.안열은 장선명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안지영의 화가 덜 풀린 것인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