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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럼 오단영 씨는 언제 쉬고, 언제 노나? 

Author: 엘리 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0 18:42:21

 “이달 당직표 이거 픽스된 거예요?”

 “네! 조금 전 서 교수님께서 결재 마치신 거라고…….”

 단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늘 주말을 비워 수아와의 약속을 지켜왔던 그녀에게 당직표의 변화는 곧 삶의 균열이었다.

 수,목,금 맡아둔 ‘당당당’으로 주말 오프를 보장받았던 그 동안의 루틴이 와장창 박살이 났다. 단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말에 못 가게 되었다고, 수아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으레 주말이면 자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우석에게도 마음이 쓰였다. 

 한결은 멀리서 그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입술을 깨물며 낙담한 얼굴, 허공에 시선을 잃은 채 잠깐 주저앉을 듯 흔들리는 어깨. 

 그 순간, 단영도 응급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서 교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영은 생각하고 말고 할 것 없이 후다닥 서 교수에게로 달려갔다. 

 “시정해주십시오.”

 “안 그래도 시장했는데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농담할 기분 아닙니다.”

 “그럼 나는 농담할 기분일까? 새벽부터 수술만 세 건이야. 아주 피곤해 죽겠다고. 오단영 선생! 여기, 다크서클 내려앉은 거 안 보입니까?”

 “당직표가 대체 왜 바뀐 겁니까?”

 “당당당을 어떻게 매주! 지금은 젊어서 체력을 자신하는지 모르지만 여기, 다 쌓여. 죽습니다 그러다.”

 꽤나 생각해주는 척 한결은 가슴에 손바닥까지 갖다대며 진지하게 경고했다. 

 “해 왔던 일입니다. 할 수 있습니다.”

 “안 됩니다. 당직 다음 날은 오프가 기본이지. 나는 아랫사람의 복리후생을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

 잠시도 쉬는 꼴을 못 보고 이리 와라, 저리 가라 부려먹으면서 ‘복리후생’ 운운하는 모습이 기도 차지 않았지만 단영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곤 정중히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제가 하겠다는데 가능하다는데 이러시는 이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했잖아. 나는 복리후생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힘들게 공부해 전문의도 못 따고 과로사하고 싶어?”

 도무지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 

 꼬장꼬장한 성격에 고집불통 서 교수. 나이도 그리 많지 않다면서 여느 과장님들보다 성격이 완고하다고 부임 이틀 만에 소문이 다 났다.

 “왜 꼭 그쪽만 주말에 쉬어야 하지? 그거야말로 부당하다고 생각 안 하나?”

 “그래서 당당당 자원했습니다!”

 “그러니까 안 된다고!”

 “그럼 상반기 휴가는 예정대로 쓸 수 있게 해주십시오.”

 “허, 무려 일주일이나 말이지?”

 “상, 하반기 7일! 우리 병원 규정입니다.”

 “참 요즘 MZ들은 어쩜 이렇게 말을 잘하나 몰라. 근데, 휴가 사용 시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병원 내부의 인력 상황을 고려하여 휴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 모르나? 특히, 인턴의 경우 수련 일정에 맞춰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설마 휴가도 못 가게 하려는 거야?’

 그 순간 단영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교수님 진짜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오 선생이야 말로 나한테 왜 이러지? 막 수술 집도하고 나온 사람 잠시 쉬지도 못하게 길을 막고 서서 말이야! 지나갑시다, 좀!”

 “교수님!”

 낙담한 단영이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구내식당. 

 늦은 점심을 먹는 한결의 젓가락이 경쾌하게 움직였다. 새벽부터 연이어 이어진 수술에 허기가 진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 병원에 온 이후, 인턴 오단영의 약을 살살 올려주는 재미가 쏠쏠했던 탓이다.

 ‘아마 저에 대해 다 듣지 못하고 나오셨을 거예요. 결혼, 이혼 경력 있고 열살 된 딸이 한 명 있어요. 감당, 안 되시겠죠?’

 그날 제대로 된 대꾸 한 마디 못하고 바보같이 고개만 끄덕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한결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시 만난 단영은 그날의 일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고, 한결은 애써 모르쇠로 동 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교수 롤만 잘 담당하면 되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내가 이상한 얘길 들었는데, 오빠 혹시 단영이 병원에 근무해? 단영이 그 병원 인턴이잖아요! 우와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나?’

 우연 아니고 인연, 이상한 얘기 아니고 팩트. 한결은 조목조목 바로 잡아주고 싶었던 연두의 얘기가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다.

 ‘단영이한테 딸이 있어요. 주말마다 딸한테 가야 하는 거지. 우리 단영이가.’

 그동안 매주 수,목,금 딸을 보러 가기 위해 병원에서 당당당을 서 왔단다. 이틀 동안 전 남편의 집에서 지지고 볶고 하다 쌓인 피로를 해소할 틈도 없이 다시 병원으로 출근. 

 그럼 오단영 씨는 언제 쉬고, 언제 노나? 

 그렇잖아도 빡센 인턴 생활을 살집 하나 없는 그 가녀린 몸으로 대체 어떻게 버티려고! 

 이건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무심코 내뱉은 말에 순간 주위의 시선이 모였지만 그조차 개의치 않았다. 

 “네, 교수님? 뭐가요?”

 저도 모르게 쾅 하고 식탁을 치며 내뱉은 한결의 혼잣말에 괜스레 주눅이 든 타 과의 치프 선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것도 아녜요. 들어요.”

  새로 부임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좀 이상하다더니, 정말인가보네. 조금 전 자신을 보는 치프 선생의 눈에서 그런 눈빛을 읽은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막 발끈하며 시간을 지체하자니 지금쯤 ER을 혼자 지키고 있을 단영의 모습이 눈에 어렸다. 

 한결은 마지막 남은 밥을 국에 말아 후루룩 입으로 가져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평소에도 밥 먹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한결이었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한 끼를 해치워버린 느낌이었다. 

 한결은 서둘러 ER로 향했다. 응급 콜이라도 받은 듯 ER로 향하는 그 걸음이 몹시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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