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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송이나경
피였다.

연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그녀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너…… 너, 연기하지 마! 난 힘도 주지 않았어!”

정은소는 이미 대답할 수조차 없을 만큼 심한 통증에 휩싸여 있었다.

뱃속의 아이를 누군가 거칠게 잡아당기는 듯했다. 한차례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밀려드는 격통에 숨이 턱턱 막혔다.

“아이를…… 살려 줘…….”

정은소는 남은 힘을 모아 겨우 말을 내뱉었다.

연아는 당황한 얼굴로 문밖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바닥에 쓰러진 정은소에게 시선을 돌렸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려 밖으로 달아났다.

“내 잘못 아니야! 네가 혼자 넘어진 거야!”

쾅!

별채의 대문이 무겁게 닫혔다.

정은소는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치맛자락 아래로 흘러나오는 피는 점점 많아졌고, 배를 찢어 내는 듯한 통증도 갈수록 심해졌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아이…….”

그녀의 목소리는 처참하게 갈라져 있었다. 끝까지 참아 왔던 눈물이 마침내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내 아이…… 안 돼…… 제발…….”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별채는 장군부에서도 외진 곳에 있어 평소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도움을 청해도 희미한 신음은 닫힌 문밖으로조차 제대로 새어 나가지 못했다.

정은소의 의식이 조금씩 흐려졌다. 눈앞으로 드리운 어둠도 갈수록 짙어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뜨고, 손톱이 닳도록 바닥을 긁었다. 손끝에서 밀려오는 통증으로라도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아야 했다.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의식을 놓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었다. 아이마저 잃게 될 것이다.

정은소는 이를 악물고 팔꿈치로 바닥을 짚었다. 무거운 몸을 끌며 문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만삭에 가까운 배 때문에 고작 한 치를 움직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 팔에 힘을 줄 때마다 배 속에서 격통이 치밀었고, 이마와 관자놀이를 타고 흐른 식은땀은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검붉은 피와 뒤섞였다.

침상 앞에서 문까지는 멀지 않았다. 평소라면 몇 걸음 만에 닿을 거리였지만, 정은소는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나도록 그 짧은 거리를 다 가지 못했다.

마침내 떨리는 손끝이 문지방에 닿았다.

정은소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가늘게 벌어진 문틈 너머로 잿빛 겨울 하늘이 흐릿하게 보였다.

바로 그때, 굳게 닫혀 있던 별채의 대문이 열렸다.

흐려진 시야 속으로 온화한 인상의 얼굴이 들어왔다.

달빛처럼 옅은 흰색 장포를 입은 젊은 사내였다. 단정하고 맑은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한 손에 약상자를 들고 있었다.

정은소는 그를 알아보았다.

고명원.

고시언의 사촌동생이자 태의원의 태의였다. 도성으로 돌아온 뒤 정은소가 몸이 좋지 않았을 때, 노부인의 명을 받고 두 차례 진맥하러 온 적이 있었다.

“고…… 고 태의…….”

정은소는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갈라진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제발…… 제 아이를 살려 주세요…….”

고명원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확인하는 순간,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다.

정은소는 온몸의 절반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얼굴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고, 입술에는 검푸른 빛이 감돌았다.

고명원은 다급히 달려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뻗어 맥을 짚은 순간, 그의 미간이 세차게 떨렸다.

맥박은 실낱처럼 가늘었다. 뱃속의 아이도 몹시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정은소의 상체를 일으켜 받친 뒤, 약상자에서 삼단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어 주었다.

“정 낭자, 어서 삼키시오.”

정은소는 희미하게 남은 의식에 의지해 간신히 삼단을 삼켰다. 곧 고명원의 소매를 다급히 붙들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끝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눈앞이 완전히 어두워지며 정은소는 정신을 잃었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둑한 색의 침상 휘장이었다.

정은소는 한동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랫배에서 욱신거리며 퍼지는 통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단번에 일깨웠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손부터 배 위로 가져갔다.

아직 불러 있었다.

아이는 무사했다.

정은소는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시선을 돌려보니, 비좁은 방 안은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부인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신이 들었느냐?”

정은소는 침상 가장자리를 짚고 몸을 일으켜 예를 올리려 했다.

그러자 조청아가 곧바로 다가와 침상 곁에 앉았다. 한 손으로 정은소의 손을 꼭 붙들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만류했다.

“정 낭자, 움직이지 말아요! 이제야 겨우 깨어났군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조청아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애써 참은 울음기가 배어 있었다.

“어쩌다 그렇게 조심하지 못했어요? 여덟 달이나 된 몸으로 넘어지면 어쩌려고요. 정 낭자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장군께서도 얼굴이 하얗게 질리셨어요.”

그녀는 말을 마치며 문가에 서 있는 고시언을 돌아보았다.

방 안이 어두워 고시언의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희미한 그늘 속에 말없이 서 있었다.

노부인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고작 통방의 신분으로 고씨 가문의 핏줄을 품는 복을 누렸으면 제 몸을 더욱 조심했어야지. 아이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네가 무슨 낯으로 살아갈 생각이었느냐?”

정은소는 창백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시선은 한쪽에 서서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연아에게로 향했다.

“노부인, 장군.”

목소리는 힘없이 떨렸지만, 한 글자 한 글자는 더없이 또렷했다.

“방금 저는 혼자 넘어진 것이 아닙니다. 연아가 저를 밀었습니다.”

순간 방 안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연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곧 억울하다는 듯 목 놓아 울부짖었다.

“억울합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정 낭자를 밀겠습니까? 제게 간이 열 개 달렸다 해도 감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조청아의 얼굴에 가득했던 걱정은 순식간에 억울함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정은소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붉었던 눈가가 금세 더욱 붉어졌다.

“정 낭자,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제가 연아를 곁에 두고 정 낭자를 보살피게 하자마자, 연아가 정 낭자를 밀었다는 말인가요?”

조청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혹시 제게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요? 정말 연아가 정 낭자를 밀었다면…… 지금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 사람은 제가 되겠군요.”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억울함을 당한 사람처럼 말한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시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고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부인의 얼굴이 즉시 싸늘하게 굳었다. 그녀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정은소를 매섭게 꾸짖었다.

“제대로 몸을 돌보지 못해 아이를 위험에 빠뜨려 놓고, 이제는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냐?”

“아닙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

정은소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고시언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말을 믿어 줄까?

정은소와 마주친 고시언의 시선은 한순간에 비껴갔다. 그는 몸을 돌려 바닥에 꿇어앉은 연아를 내려다보았다.

“조 소저가 너를 이곳에 남긴 것은 정은소를 잘 돌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조금의 소홀함도 없이 시중들거라.”

차갑고 엄중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앞으로 정은소에게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조 소저의 체면을 손상하는 일이 될 터. 그때 네가 어떻게 될지는 잘 알고 있겠지.”

연아는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정 낭자를 온 마음을 다해 보살피겠습니다. 장군과 아가씨의 믿음을 절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조청아가 고시언의 소매를 살며시 잡아당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는 노부인께서 제게 내어 주신 아이예요. 정말 잘못을 저지른다면 제가 가장 먼저 용서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고시언은 조청아를 바라보았다. 대답에는 은근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당신이 그 말을 지킬 것이라 믿소.”

조청아의 숨이 순간 멎었다.

고시언이 뱃속의 아이를 이토록 중요하게 여기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는 소리 없이 이를 악물었다. 정은소를 향한 증오가 한층 더 짙어졌다.

정은소는 침상에 누운 채 그들의 대화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이불 아래에 숨긴 두 손은 서로 얽혀 손마디가 희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

고시언은 조청아와 노부인의 말을 믿은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진실이 무엇인지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일까?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것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은소가 어떤 억울한 일을 겪고 어떤 상처를 입는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되었다.”

노부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무사하다니 모두 그만 돌아가거라. 명원아, 너는 남아서 정은소의 몸을 다시 꼼꼼히 살펴라. 필요한 약이 있다면 아끼지 말고 쓰고.”

사람들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별채를 빠져나갔다.

잠시 뒤, 방 안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고명원은 사람들을 배웅한 뒤 문가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무언가 결심한 듯 빠르게 걸음을 옮겨 먼저 떠난 이들을 뒤따라갔다.

“형님.”

고명원은 회랑에서 고시언을 불러 세웠다.

고시언이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조금 전 주 부장이 제때 저를 부르러 오지 않았다면 정 낭자는…… 아이와 함께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고명원은 고시언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 부장에게 별채 근처를 지키도록 사람을 붙이라 명한 분이 형님입니까?”

고시언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정 낭자와 몇 번 마주친 것이 전부라 저도 그 사람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헌데 조금 전의 말은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아라는 시녀가…….”

고명원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고시언이 불쾌한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

“태의원이 그리 한가하더냐? 여기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시간까지 있는 것을 보니.”

“그런 뜻이 아닙니다.”

고명원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께 알려 드리려는 겁니다. 정 낭자의 몸은 지금 몹시 좋지 않습니다. 앞으로 제대로 돌보며 충분히 몸조리하지 않으면 아이는 물론이고 산모의 목숨도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고시언을 바라보았다.

“정 낭자를 걱정하신다면 조 소저와의 혼례에만 신경 쓰지 말고, 정 낭자에게도 조금은 마음을 써 주십시오.”

고시언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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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소는 고시언이 손을 뻗는 것을 알아차리자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거두어 이불 아래로 감췄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예법에 어긋났음을 깨닫고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허공에 멈춘 고시언의 손이 잠시 굳었다. 이윽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미간에는 옅은 주름이 잡혔다.자신에게 화가 난 것일까?낮에 집으로 가던 길을 가로막아 억지로 장군부에 데려왔기 때문에?고시언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정은소가 다른 사내와 정을 통한다고 의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디를 가려 했다면 적어도 자신에게는 알려야 하지 않았겠는가.물론 정은소가 왜 말하지 않았는지도 알고 있었다.그저 바쁜 자신에게 또 다른 걱정을 안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그 생각이 들자 고시언은 이 여인이 때로는 지나치게 손이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든 혼자 감당하고 참아 내니, 오히려 그가 알아차릴 틈조차 없었다.“되었다. 밤이 깊었으니 일찍 쉬어라.”고시언은 더 다가가 그녀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는 돌아가겠다.”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정은소는 침상 머리맡에 기대어 문발 너머로 사라지는 고시언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기척이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이불 아래에 감췄던 손을 천천히 꺼냈다.가느다란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두려워서가 아니었다.조금 전 고시언의 손이 다가온 순간, 자신이 보인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아무리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가 남아 있었다.정은소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에 번지는 쓰라림을 애써 깊숙이 눌러 삼켰다.*그 뒤 며칠 동안 정은소는 모처럼 조용한 나날을 보냈다.대부분의 시간은 방 안에 머물며 책을 읽었다. 고명원이 가져다준 의서도 어느새 절반 이상 읽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책장 귀퉁이를 살짝 접어 두었다가, 다음에 고명원이 찾아오면 물어볼 생각이었다.하지만 하루에 한 번은

  • 그해 봄, 나는 죽었다   제25화

    정은소는 잠시 침묵했다.고명원에게만큼은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연아가 한 짓이 아니에요.”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고백했다.“제가…… 일부러 먹은 거예요.”“뭐라고 하셨소?”고명원이 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곧바로 소리를 낮추기는 했지만, 정은소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직접 먹었다고 했소? 제정신이오? 그 약초는 성질이 몹시 차서 조금만 잘못 먹어도 산모와 아이, 둘 다 모두 목숨을 잃을 수 있소. 그걸 몰랐던 것이오?”“알고 있었어요.”정은소는 고개를 들어 고명원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분하고 단단했다.“아이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양을 미리 계산했어요.”고명원은 무언가 말하려 입을 벌렸으나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동안 자신이 보아 온 정은소는 언제나 온순했다.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묵묵히 참으며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여인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고명원은 정은소에게서 광기마저 느껴질 만큼 단호한 결의를 처음으로 보았다.“어째서…….”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왜 형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오? 연아를 내보내 달라고 부탁하면 될 일이었잖소. 무엇 때문에 자신과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이런 일을 벌인 것이오?”정은소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입가에는 쓰디쓴 미소가 걸렸다.“연아는 아가씨의 사람이고, 아가씨는 곧 장군의 정실이 되실 분이잖아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더욱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장군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물론 겉으로 내세운 말에 불과했다.정은소는 알고 있었다. 고시언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어도 그는 자신을 위해 연아를 쫓아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일로 조청아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도 않았을 터였다.고명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묵했다.“공자.”정은소는 고개를 들어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오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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