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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억만장자와 계약 결혼
마드리드의 억만장자와 계약 결혼
Auteur: Caca

제1화

Auteur: Caca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7-17 07:08:35

"그래서 장학금 받는 시골 아가씨가 정말 네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니, 엘리오?"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마드리드 도심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바 중 하나인 '벨벳 바'의 프라이빗 룸에 흐르는 재즈 선율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악사 모랄레스 베가는 살짝 열린 자단나무 문 앞에 얼어붙었다. 손에 쥐고 있던 어두운 붉은색 벨벳 선물 상자가 갑자기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며, 추위에 점점 감각이 사라져 가는 그녀의 손가락을 짓눌렀다. 오늘은 두 사람의 2주년 기념일이었다. 악사는 일부러 용돈을 아껴 뜨개실을 사고, 며칠 밤을 새워 엘리오 산티아고 알바레스에게 줄 따뜻한 목도리를 정성껏 떴다. 하지만 오늘 밤, 정작 모든 걸 산산조각 내는 충격을 받은 건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응! 내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착각하더라, 사실 난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데 말이야."

악사가 너무나 잘 아는 목소리, 엘리오의 대답이 들려왔다.

"만약 걔가 똑똑해서 내 학점을 완벽하게 유지시켜 주지 않았더라면, 이 년씩이나 같이 있을 생각도 안 했어. 걔는 정말 재미없거든."

엘리오를 둘러싼 부유한 친구들의 웃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엘리오는 고급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은 검은색 새틴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 카탈리나 리오스 멘도사의 허리를 태연하게 감싸고 있었다.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막 돌아온 엘리오의 첫사랑이었다.

"그래도 가난한 시골 아가씨 치고는 끈기가 대단하긴 하네," 엘리오의 친구 중 한 명이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학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점을 흐트러지지 않고 잘 유지하잖아. 걔는 그냥 너의 공짜 학점 기계야, 엘리오."

"끈기가 있든 말든, 걔는 우리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지," 카탈리나가 나른하게 깔보는 어조로 받아쳤다. 비싼 매니큐어를 바른 그녀의 손가락이 엘리오의 턱을 애교 섞인 듯 쓰다듬었다.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까, 엘리오. 더 이상 자기를 사랑하는 척할 필요 없어."

쾅!

무거운 나무문이 거칠게 열리며 벽에 부딪히는 굉음이 온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방 안의 모든 웃음소리가 순식간에 목이 막혔다.

악사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빗방울에 살짝 젖은 그녀의 옷차림은, 방 안 여성들이 입고 있는 유명 디자이너의 이브닝 드레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고개는 꼿꼿이, 등은 곧게 펴고 있었다. 맑은 눈으로 2년 동안 애인이라 부르던 그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 년 동안 난 그저 네 학점을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니, 엘리오?" 악사가 물었다.

엘리오는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들, 특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카탈리나를 보자 그의 얼굴은 금세 차갑고 거만하며 무심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기대던 자리에서조차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어머, 누가 왔나 보니? 가난한 천재 양이네," 카탈리나가 비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일부러 우아한 척 걸어와 악사 앞에 섰다. "악사야, 정신 좀 차려. 이런 데 오기 전에 거울이나 좀 보고 오지. 네가 입은 싸구려 옷—시골 벼룩시장에서 주워 온 것 같은데—이 바에 있는 얼음 한 잔 값보다도 싸잖아. 넌 이런 데 있을 자격이 없어, 하물며 엘리오 곁에 서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카탈리나는 일부러 팔을 휘둘러 지나가며 악사의 어깨를 거칠게 부딪혔다. 그 충격에 악사가 쥐고 있던 선물 상자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뚜껑이 열리며 정성껏 떠준 어두운 붉은색 목도리가 술과 담배꽁초로 더러워진 바닥 위를 굴러 다녔다.

"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악사가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녀의 시선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카탈리나의 눈을 꿰뚫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걸?" 카탈리나가 가볍게 웃더니, 일부러 하이힐로 그 목도리를 밟아 비벼 댔다. 악사가 한 땀 한 땀 정성껏 떠준 옷은 금세 시커멓게 변하고 엉망이 되었다. "어머, 실수였어."

악사의 피가 끓어올랐다. 가난 속에서도 지켜 온 자존심이 이토록 잔인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경고도 없이 한 걸음 나아가 카탈리나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고, 그 힘이 너무 세서 버릇없는 그녀는 아파 비명을 질렀다.

"나는 가난할지도 몰라, 네가 사는 화려한 도시와 먼 시골에서 왔을지도 모르지만," 악사가 불타는 감정을 실어 한마디 한마디 강조하며 말했다. "하지만 자존심을 구걸한 적은 없어. 남의 머리를 이용해서 졸업하려고 스스로를 낮춰 기생충처럼 살지도 않았고, 남의 애인을 빼앗았다고 떳떳하게 자랑하는 너처럼 더러운 여자도 아니야! 네 돈과 거만함은 가져가. 내 눈엔 네 도덕성이 이 바의 걸레보다도 더 싸구려니까!"

"이게 뭐야! 놔줘!" 카탈리나는 악사의 손길이 꿈쩍도 하지 않자 겁에 질려 소리쳤다.

퍽!

힘센 손이 악사의 팔을 낚아채더니, 따귀에 강한 한 대가 날아왔다. 카탈리나가 아니라 엘리오였다. 너무나 세게 맞아 입가가 찢어지고 따뜻한 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만해, 악사!" 엘리오가 소리치며 일어나, 자기 뒤에 숨어 겁먹은 척하는 카탈리나를 감쌌다. 악사를 마치 자기 삶을 더럽히는 해충이라도 보듯 혐오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꺼져! 우리 사이는 오늘 밤 끝났어. 이번 학기 성적도 나왔고 학점도 잘 유지됐으니, 더 이상 네 머리가 필요 없거든. 애초에 내 마음은 카탈리나에게 있었어. 넌 그냥 도구에 불과해, 자기와 다른 계층 남자의 사랑 타령을 믿고 바보처럼 굴어 준 공짜 노예일 뿐이야."

자기 친구들 앞에서 이 말을 증명하고, 악사의 마음에 남은 마지막 희망마저 완전히 꺾어 주기 위해 엘리오는 몸을 돌렸다. 카탈리나의 허리를 과감하게 끌어당기고, 고개를 숙여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입을 격렬하게 입 맞췄다.

프라이빗 룸 안에서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그들은 열아홉 살 소녀에게 가해지는 이 잔혹한 모욕을 구경거리 삼아 악사를 비웃었다.

악사의 따귀는 뜨겁고 아팠지만, 마음은 훨씬 더 아려 왔다. 아플 때 돌봐주고,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주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기댈 곳이라 믿었던 남자가…… 알고 보니 잘생긴 얼굴을 한 괴물에 불과했다.

악사는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닦았다. 소리 지르지도, 이들 앞에서 울지도 않았다.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몸을 돌려, 비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 지옥 같은 곳을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벨벳 바 문을 나서자 거센 폭우가 쏟아부었다. 살을 에는 듯한 밤바람이 얇은 옷을 휘감자 몸이 심하게 떨렸다. 마치 그녀의 처지를 대신 슬퍼해 주는 듯 쏟아지는 빗속에서, 악사는 마침내 눈물을 터뜨려 얼굴을 적시는 빗물과 섞었다. 화려하면서도 차가운 마드리드의 한가운데서, 그녀는 완전히 부서지고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바람과 천둥 소리 사이로 헝클어진 천 가방 속 낡은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추위와 충격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받았다. "여, 여보세요?"

"악사 모랄레스 베가 씨 맞으신가요? 마드리드 중앙 병원입니다," 수화기 너머 간호사의 목소리가 매우 긴박하고 다급했다. "동생분 레오가 합병증으로 갑자기 심장 마비를 일으켰습니다. 상태가 매우 위독해서 오늘 밤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해요!"

악사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 방금 금이 가기 시작했던 세상이 이제 완전히 부서져 흩어져 버렸다. "수술요? 간호사님, 제발…… 당장 수술해 주세요!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악사 씨, 응급 심장 수술과 특수 심박 조율기 대여에 필요한 초기 비용은 오만 유로입니다. 병원 규정상 최대 이 시간부터 두 시간 안에 입금 확인이나 납부 증빙이 없으면 수술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어길 수 없는 규정입니다."

"오만 유로요?!" 악사의 외침이 천둥 소리에 묻혀 버렸다. 어디서 그런 돈을 구하란 말인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은 오백 유로도 되지 않는데. "간호사님, 지금은 그 돈이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부탁입니다! 레오는 겨우 열 살이에요, 제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이에요! 죽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꼭 돈을 구할게요, 평생 갚아나갈 테니까요!"

악사는 차갑고 젖은 보도블록 위에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쏟아져 빗물 웅덩이와 섞여 내렸다. 방금 전 바에서 보여 준 단단함은 모두 잊은 채 목소리가 갈 때까지 빌었지만, 이 세상은 가난한 소녀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시간은 두 시간뿐입니다. 납부가 없다면 최소한의 완화 치료만 가능합니다." 툭, 차가운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레오…… 레오야, 누나 버리지 마……" 악사는 휴대폰을 가슴에 품고 비에 흠뻑 젖은 채 웅크렸다. 갈 길이 없었다. 엘리오에게 버림받았고, 동생은 죽음의 문턱에 있으며,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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