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4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23:50:55

차가운 젤의 미끈거리는 점성이 여린 살결에 닿는 순간, 서린은 척추를 관통하는 섬뜩한 한기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틀었다.

그러나 양옆으로 단단하게 고정된 산부인과용 진료대의 금속 발걸이는 단 일 밀리미터의 도망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꺾으며 버둥거리는 반동 탓에, 활짝 벌려진 하체가 진료대 아래에 자리 잡은 우진의 시선 정면으로 더욱 깊숙하게 밀려 들어갈 뿐이었다.

"힘 빼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우진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적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그의 라텍스 장갑 낀 긴 손가락이 찔걱거리는 젤의 마찰음을 내며, 굳게 닫혀 있던 내밀한 틈새를 느릿하고 집요하게 가르고 들어왔다.

서린의 숨이 턱밑에서 단번에 잘려 나갔다.

 

그는 마치 애완 동물을 쓰다듬는 것처럼 서린의 비부 전체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직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힘 빼야 안 아파요."

 

서린의 음부 전체를 마사지하던 우진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젤이 잔뜩 묻은 손가락 하나를 질 속으로 집어 넣기 시작했다. 

 

"아흐윽! ... 아파... 아파요..."

 

"참나, 왜 이렇게 힘을 주고 있을까. 윤 간호사."

 

그가 옆에 물끄러미 서 있던 해린을 불렀다. 

 

"환자분, 온열기로 근육 좀 이완시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후, 윤 간호사는 손에 주름진 호스가 연결된 넓은 투명 마스크 같은 것을 들고 왔다. 

 

그것은 마치 환자들의 호흡을 돕는 산소 마스크처럼 생겼다. 

 

해인은 온열기를 가져다 벨트를 채워 서린의 허벅지 양쪽에 고정시켰다.

 

그러자 투명한 마스크 부분이 서린의 허벅지 사이에 정확하게 밀착되었다. 

 

아직은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해린이 스위치를 작동시키자 공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며 곧 따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호스를 타고 따듯한 공기가 퍼져나와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었다. 

 

서린은 기분이 점점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허벅지 안쪽의 경직된 부분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노곤하게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좌욕을 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몇 분 정도가 지났을까. 

 

해린이 스위치를 끄고 온열기를 풀었다. 

 

그러자 서린의 다리 사이로 우진이 다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라텍스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인체의 온기를 전혀 품지 않은 차가운 고무의 팽팽한 감촉과 끈적한 이물질이 서린의 다리 사이를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장갑 낀 손가락이 살점을 파고들며 안쪽의 여린 살벽을 집요하게 문질러왔다.

단순한 의학적 촉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침착하고, 의도적으로 늘어지는 손놀림이었다.

진료대 바로 옆에 서 있는 해린은 온열기를 정리하고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성인 간호사의 서늘한 시선 아래 완전히 벌거벗겨진 채, 자신이 과거에 짓밟았던 소년의 손가락을 가장 은밀한 곳에 받아들이고 있다는 현실이 서린을 치욕스럽게 했다. 

무영등의 백색 조명은 서린의 수치심을 한 치의 그늘도 없이 낱낱이 밝혀내고 있었다.

서린은 우진의 손가락 움직임과 수치심 때문에 기분이 점점 이상해졌다.  

"우진아... 제발..."

참지 못한 수치심과 흥분이 뒤섞인 애원이 갈라진 입술 틈으로 비참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우진은 그 애원에 대답하는 대신, 비어 있는 다른 한 손으로 서린의 허벅지 안쪽을 단단하게 쥐어눌렀다.

라텍스를 통과해 전해지는 서늘한 손아귀의 완력이 서린의 살갗에 멍처럼 선명한 압박감을 남겼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죠, 차서린 씨."

우진이 손가락을 반 마디 더 깊숙이 밀어 넣으며 메마른 음성으로 내뱉었다.

"자궁 경부 주변의 속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경직되어 있습니다. 혈류가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수정란이 착상될 리가 없죠."

그의 손가락 끝이 질벽의 예민한 주름을 하나하나 펴내듯 원을 그리며 천천히 회전했다.

"이완시키는 중입니다. 그래야 사모님이 그토록 원하시는 아이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지극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의학적 설명이었지만, 손끝이 훑고 지나가는 궤적은 맹목적일 만큼 잔인했다.

예민한 신경의 갈래를 낱낱이 훑어 내리는 자극이 척추를 타고 뇌수를 날카롭게 찔렀다.

차가웠던 소독 젤은 서린의 델 듯 뜨거운 체온을 머금으며 미끈거리는 액체로 변해갔다.

고무 장갑과 살벽이 맞부딪칠 때마다 질척한 파열음이 밀폐된 진료실의 무거운 정적을 끈적하게 채웠다.

머리로는 수치심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몸은 배덕하게도 침입자의 손길에 반응하고 있었다.

맥박이 뛰는 것처럼 질벽이 우진의 손가락을 조여왔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은밀한 점막에서 투명하고 뜨거운 애액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신체의 명백한 배신이었다.

서린은 눈물이 맺힌 눈을 질끈 감아버렸지만, 시야를 가린 어둠 속에서 감각은 오히려 기괴할 만큼 선명해졌다.

살갗을 파고드는 손가락의 굵기, 질 안쪽 깊은 곳을 지그시 누르는 압력, 허벅지를 억누르는 우진의 차가운 체온까지 고스란히 뇌리에 박혔다.

우진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잠시 멈추었다.

그의 서늘한 시선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채 헐떡이는 서린의 가슴팍과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 가만히 머물렀다.

"이것 보십시오."

우진의 장갑 낀 손가락이 질 안쪽의 가장 민감한 둔덕을 짓이기듯 눌렀다.

"여기가 이렇게나 뭉쳐서..."

서린의 목구멍에서 억눌린 신음이 비명처럼 터져 나왔다.

 

"아흣!!"

우진의 손가락이 기다렸다는 듯, 한층 더 집요하고 깊은 각도로 살벽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 마디가 안쪽 깊숙한 곳의 취약한 지점을 지그시 긁어올릴 때마다 서린의 허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도망칠 곳 없는 진료대 위에서, 오직 우진의 손끝 하나에 온몸의 신경과 쾌락이 좌우되는 공포.

그것은 단순한 진료가 아니었다.

과거의 여왕벌을 제단 위에 눕혀놓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감각의 밑바닥까지 해체해 버리는, 완벽한 조교의 서막이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기묘한 산부인과    92화

    빠져나갈 듯 빼었다가 뿌리까지 다시 밀어 넣는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서린의 점막은 더욱 맑고 끈적한 체액으로 차올랐다. 그 체액이 두 사람의 결합부를 적시며 질척, 질척 하는 음란한 소리를 냈다. 우진의 굵은 기둥이 서린의 내벽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섬세한 주름들이 뒤집히듯 반응했고, 서린의 다리가 그의 허리에 힘껏 감겼다. 우진의 가슴을 짓누르던 살인적인 흉통은 서린의 온기에 씻겨 내려갔고, 서린의 메말랐던 몸은 우진의 열기로 되살아나 땀으로 촉촉해졌다.우진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서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땀에 젖은 그녀의 눈동자가 욕망으로 젖어 반짝였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자신의 것을 완전히 빼낸 뒤, 서린의 골반을 양손으로 감싸 부드럽게 뒤집었다. 서린이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고 상체를 낮추자, 하얀 엉덩이가 우진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미 애액으로 반질거리는 틈새가 미세하게 벌어져 있었고, 그 안으로 쏟아진 체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우진은 서린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은 채, 다시 자신의 뜨겁고 단단한 것을 그 입구에 갖다 대었다. 귀두가 미끄러운 주름을 천천히 밀어 열자, 서린의 등이 활처럼 휘며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아…… 우진아…… 아흑…… 아…….”한 번에 뿌리까지 밀어 넣는 순간, 서린의 내벽이 미쳐 버린 듯이 조여들었다. 후배위로 들어간 각도가 아까와는 완전히 달랐다. 더 깊고, 더 예민한 지점을 정통으로 찌르는 감각에 서린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우진은 허리를 천천히 뒤로 뺐다가, 다시 힘껏 밀어 넣었다. 퍽. 살과 살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서린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는 리듬을 점점 빠르게 끌어올리며 서린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매번 깊게 박힐 때마다 서린의 안에서 뜨거운 애액이 밀려 나와 두 사람의 결합부를 적셨고, 질척한 소리가 병실 안에 가득 찼다.“하아…… 조여…… 너무 좋아…… 서린아.”우진의 거친 숨결이 서린의 등 위로 쏟아졌

  • 기묘한 산부인과    91화

    병실 문이 굳게 잠긴 밀폐된 공간 안에서, 맞닿은 입술을 타고 번져나간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우진의 거친 숨결이 서린의 입술을 짓누르고, 혀가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서린의 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처음엔 가볍게 스치듯 닿았던 입술이, 이내 서로 탐하듯 강하게 맞물리며 열기를 교환했다. 우진의 혀가 서린의 입술을 천천히 핥아 벌리더니, 거침없이 안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부드럽고 따뜻한 혀가 그녀의 입안을 천천히 훑고, 위쪽 천장을 쓸고, 이빨 뒤쪽을 감아 돌리며 빨아들이고, 다시 깊게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서린의 혀가 반사적으로 맞서자, 두 혀가 미끄러지듯 얽히고 감기고 서로 빨아들이며 질척한 침 소리를 냈다. 침이 섞인 뜨거운 숨이 서로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며 더욱 음란한 소리를 키웠다. 우진이 서린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빨아들이자, 서린의 목구멍에서 참지 못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에 우진의 혀가 더 깊이, 더 탐욕스럽게 움직였다. 서린의 손끝이 우진의 셔츠를 힘껏 움켜쥐며 몸을 바짝 밀착시켰고, 가슴과 가슴 사이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입맞춤의 리듬과 하나로 섞여 들었다.환자복 단추가 하나씩 풀리며 드러난 가녀린 쇄골과 가슴팍 위로, 우진의 입술이 데일 듯한 열기를 남기며 내려앉았다. 혀끝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서린의 숨이 가늘어졌고, 작은 신음이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 우진은 서린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이미 단단히 서 있는 유두를 천천히 문질렀다. 서린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며 더 가까이 파고들었다.“하아…… 우진아…… 더…….”서린의 떨리는 두 손이 우진의 셔츠 안쪽으로 파고들어, 땀에 젖은 단단한 등허리를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손끝이 넓고 탄탄한 등근육의 결을 따라 쓸려 내려가며 그의 열기를 탐했다. 우진이 살짝 몸을 일으키자, 그의 조각같은 얼굴이 가까이 드러났다. 날카로우면서도 깊은 눈매, 곧게 뻗은 콧대, 땀에 촉촉이

  • 기묘한 산부인과    90화

    어두컴컴한 회복실 침대 위, 우진은 사경의 문턱을 위태롭게 넘나들고 있었다.가슴에 부착된 심전도 패치와 입가를 덮은 산소마스크 너머로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칠흑 같은 무의식의 심연 속에서, 우진은 끝없는 추락의 공포를 겪고 있었다. 10년 전 차가운 옥상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순간, 세상을 멈추고 들려왔던 성스러운 음성이 귓전을 사납게 때렸다.‘네 두 번째 인생은 모래시계와 같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어둠 속에서 거대한 유리 모래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한 유리관 안에서 붉은 피처럼 붉은 모래알들이 바닥으로 바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남은 모래는 고작 몇 톨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찰나, 우진의 뇌리를 관통하는 거대한 깨달음이 번개처럼 번뜩였다.자신의 멈춰버린 심장을 뛰게 하고, 모래시계를 뒤집어 생명을 연장해 주던 유일한 열쇠.그것은 바로 차서린과의 온전한 교감이었다.서린의 상처를 보듬고, 그녀의 은밀한 살결을 어루만지며 영혼과 육체가 맞닿을 때마다, 텅 비어가던 모래시계는 거짓말처럼 되감기며 그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었던 것이다.해령이나 다른 그 누구의 몸으로는 불가능했다. 방금 전 해령의 살갗에 복수심을 쏟아붓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 조여왔던 것은, 서린이 아닌 다른 자에게 쾌락을 쏟아낼수록 모래시계의 낙하가 가속된다는 잔혹한 경고였다.오직 차서린.과거 자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그 여자만이, 그의 꺼져가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숨결이었다.“하악……!”단절되었던 호흡이 터져 나오며 우진의 눈꺼풀이 번쩍 뜨였다.시야가 온통 하얗게 점멸했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우진이 산소마스크를 거칠게 벗어 던지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원장님! 일어나시면 안 돼요! 아직은 더 쉬셔야해요!”곁을 지키던 간호사들이 사색이 되어 달려들어 우진의 어깨를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간호사들의 손을 뿌리치며 링거 바늘을 거칠게 뽑아냈다. 피 한 방울이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통증 따위는 느껴지지 않

  • 기묘한 산부인과    89화

    이튿날 오후, 해령은 예약도 없이 우진의 병원 VIP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불안하게 부풀어 오른 아랫배를 감싼 채였지만, 해령의 눈빛에는 임산부 특유의 조심스러움 대신 끈적하고 위험한 열기가 가득했다. 진료대 옆에 서서 차트를 넘기던 우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정기 검진일은 다음 주일 텐데. 무슨 일이지?”서늘하게 가라앉은 우진의 물음에도 해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요염한 미소를 흘렸다. 그녀는 외투를 벗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는, 달라붙는 원피스 지퍼를 스스로 내리며 진료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우진…… 아니, 선생님. 배가 너무 뭉치고 뻐근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 손길이 아니면 도저히 가라앉지가 않아서…….”해령은 가운조차 걸치지 않은 채, 훤히 드러난 하반신으로 익숙하게 진료대 위에 올라 두 다리를 벌렸다. 임신으로 인해 팽팽하게 솟아오른 아랫배와 발갛게 달아오른 은밀한 속살이 형광등 불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우진의 미간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는 예약도 없이 찾아온 해령의 태도에 불쾌했지만 마침 정기 검진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라텍스 장갑을 꼈다. “임신 중기야. 무리한 자극은 태아에게 위험하니까 기본적인 진찰과 이완 처치만 할게.”우진이 사무적인 태도로 젤을 묻혀 통상적인 촉진을 시작하려던 찰나, 해령이 불쑥 손을 뻗어 우진의 장갑 낀 손목을 낚아챘다.“아니, 선생님. 이런 거 말고……”해령의 젖은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우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오만하게 말을 이었다. “차서린한테 해준 것처럼…... 나도 그런 치료를 받고 싶어요. 나한테도 그렇게 해줘. 기억 안 나? 내가 이 병원에 처음 온 날 이 진료대에 눕혀놓고 차가운 기구로 사정없이 쑤셔 줬잖아…… 온몸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면서도…… 하루 종일 생각나는 짜릿한 느낌……”해령은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살짝 들어 올려 우진의 손가락을 제 은밀한 틈새로 더 깊숙이 이끌었다.“날 그때처럼 아프게 해줘, 우진아. 자궁이

  • 기묘한 산부인과    88화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냄새가 밴 고시원 단칸방 안에서 푸르스름한 스마트폰 액정 불빛만 의지한채 윤해린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벽지 모서리에 곰팡이가 슬어가는 비좁은 공간과는 대조적으로, 화면 속 세상은 온통 차서린의 이름으로 뜨겁게 들끓고 있었다.생방송 토크쇼 도중 의식을 잃고 무대 바닥으로 쓰러진 톱스타의 영상은 전 세계 SNS와 포털 사이트 메인을 점령한 채 분초 단위로 조회 수를 경신하고 있었다.수백만 명의 대중이 안타까움과 경악을 쏟아내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 해린의 파리하게 메마른 입술이 기괴하게 비틀려 올라갔다.‘네가 아무리 고상한 척 발버둥을 쳐봐야, 결국 우진씨 없이는 껍데기에 불과해.’해린의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가락이 떨리는 액정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작하는 화면 위로는 여러 개의 가상 계정과 익명 커뮤니티, 연예 찌라시 채널들이 어지럽게 열려 있었다.단순한 악플이나 유치한 비방 따위로는 저 견고한 모래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해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병원 내부 사정과 흐름,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꿰고 있는 자만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이고 정교한 독을 곳곳에 풀어놓아야 했다.— [단독 제보] 톱스타 C양 생방송 실신, 단순 과로 아닌 ‘극단적 신체 개조’ 부작용.— C양의 단기간 외모 변화 및 피부 톤 개선 배후에 특정 클리닉과의 불법 시술 존재.— 담당 원장과의 비정상적인 의존 관계 및 미승인 호르몬 처방 의혹…… 소속사는 침묵 일관 중.해린은 간호사 시절 익혔던 전문적인 의학 용어와 자극적인 폭로 화법을 능숙하게 버무려 글을 배포해 나갔다. 마치 병원 내부 고발자가 양심선언을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서린의 성공 뒤에 도사린 불결한 유착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소속사가 부랴부랴 쏟아내는 해명 기사들 틈새로 교묘하게 의혹의 불씨를 지폈고, 해외 뷰티 포럼에까지 영문 번역본을 퍼뜨렸다.서린의 발밑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자신을 내쫓았던 우진의 병원까지 세간의

  • 기묘한 산부인과    87화

    우진의 손길과 온기가 단절된 채 며칠 밤을 악몽과 환청에 시달린 서린의 몸은, 이미 한계점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서고 있었다.오후에 예정된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신제품 론칭 기념 생방송 토크쇼.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카메라와 스탭들, 살갗을 태울 듯 내리쬐는 강렬한 조명 아래에 섰을 때부터, 서린의 시야는 옅은 안개가 낀 것처럼 하얗게 번져 있었다.“이번 시즌 단독 앰버서더로서 서린 씨가 보여주신 피부 표현과 비주얼에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고 있는데요. 그 특별한 비결이 무엇인지 시청자분들께 직접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생방송 MC의 매끄러운 진행 멘트와 함께, 붉은색 ON AIR 불빛이 번뜩이며 서린의 얼굴이 화면에 단독 클로즈업되었다.서린은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끌어올리며 마이크를 쥐었다.“네, 사실 저에게 이번 프로젝트는…….”단 몇 마디를 뱉어내는 순간, 귓전에서 쾅 하는 폭음과 함께 날카로운 이명이 고막을 찢어발겼다.심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쳤고,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냉기가 치밀어 오르며 아랫배를 쥐어짰다.숨을 들이쉬려 했지만 폐부로 산소가 들어오지 않았다.스튜디오의 화려한 조명이 순식간에 암전되듯 일렁이더니, 눈앞의 카메라 렌즈들이 기괴한 괴물의 눈동자처럼 뒤틀려 다가왔다.— 너는 온전히 서우진에게 귀속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환청 같은 속삭임이 뇌수를 강타한 바로 그 찰나.“어…… 서린 씨? 서린 씨?!”당황한 MC의 외마디 외침과 함께, 휘청거리던 서린의 무릎이 힘없이 꺾였다.서린의 가녀린 몸이 무대 바닥 위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마이크가 바닥을 구르며 귀를 찢는 굉음이 터져 나왔고, 스튜디오 안은 순식간에 비명과 패닉에 휩싸였다.다급하게 광고 화면으로 전환되었지만, 이미 수많은 시청자가 지켜보던 화면을 가릴 수는 없었다.[속보] ‘글로벌 뮤즈’ 차서린, 생방송 중 의식 잃고 쓰러져…… 인근 대학병원 긴급 이송[단독] 과로인가, 숨겨진 지병인가? 정상에서 실신한 톱스타 차서린의 건강 적신호포털 사이트의 메인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