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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5 22:52:23

우진의 손가락이 질벽 안쪽의 가장 깊고 취약한 지점을 지그시 짓누르며 원을 그렸다.

살갗과 팽팽한 고무가 맞물리며 나는 질척한 소리가 밀폐된 진료실의 정적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미 온열기로 한 차례 노곤하게 풀어져 있던 서린의 내부는 우진의 침입을 거부하지 못하고 맥없이 벌어졌다.

그의 손끝이 예민한 점막의 결을 하나하나 헤집어 올릴 때마다, 척추 아래쪽에서부터 찌릿한 열감이 전선처럼 뻗어 올라왔다.

서린은 산부인과용 진료대의 손잡이를 부서져라 움켜쥐며 고개를 젖혔다.

이것은 치료가 아니었다.

자신의 몸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감각의 회로를 남김없이 발가벗겨 통제하려는 가혹한 폭력이었다.

그러나 머리로 느끼는 극도의 수치심과는 별개로, 하복부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쾌락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했다.

"아... 으흣, 잠깐... 잠깐만요..."

서린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자기도 모르게 비음이 섞인 호흡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과거의 여왕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직 쾌락에 굴복한 암컷의 절박한 탄식에 불과했다.

우진은 그런 서린의 애원을 가볍게 묵살하듯, 손가락 두 개를 가지런히 모아 한층 더 깊은 각도로 찔러 넣었다.

점막 깊은 곳의 움푹 들어간 곳이 강하게 긁혀 올라가자 서린의 허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바로 그때, 진료실 원목 문 밖에서 날카로운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똑, 똑.

순간 서린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진료대 옆에 서 있던 간호사 해린이 문으로 다가가 살며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밖에서 노크했던 다른 간호사가 나지막히 말했다. 

"대기실에 다음 예약 환자분 도착하셨습니다. VIP이십니다."

간호사들의 차분한 음성이 서린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바깥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서린은 문을 등지고 있었고 등 뒤에는 얇은 커튼까지 드리워져 있었지만, 지금 자신이 취하고 있는 자세가 수치스러워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보일까 몸을 더욱 움츠렸다.

"흡...!"

서린은 새어 나가려는 비명을 막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우진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히려 손가락의 움직임을 점점 더 빠르게 몰아붙였다.

철퍽거리는 소독 젤과 애액의 음란한 소리가 진료실 안을 가득 울렸다.

서린의 눈에서 통증 때문인지 수치심 때문인지, 아니면 쾌감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우진의 손가락 끝이 질벽의 가장 민감한 정점을 집요하게 연타하듯 파고들었다.

서린은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하는 느낌이었다. 

더는 참을 수 없는 한계의 파도가 아랫배를 쓸어 버릴 듯이 밀려왔다.

서린은 신음을 삼키기 위해 시트를 강하게 움켜쥐며 온몸을 활처럼 꺾었다.

소리 없는 절정이 폭풍처럼 서린의 전신을 휩쓸었다.

뜨거운 애액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우진의 라텍스 장갑과 진료대 시트를 흠뻑 적셨다.

 

비명 대신 새어 나온 거친 숨소리만이 서린의 젖은 입술 틈으로 허망하게 부서져 내렸다.

진료실 안에는 헐떡이는 서린의 가쁜 숨소리와 농밀한 체액 냄새로 가득 찼다. 

우진은 그제야 서린의 내부에서 손가락을 천천히 빼냈다.

질척한 마찰음과 함께 빠져나온 그의 장갑 낀 손가락에는 투명하고 끈적한 체액이 실처럼 길게 늘어졌다 떨어졌다.

우진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는 얼굴로 라텍스 장갑을 벗어 의료 폐기물 통에 툭 던져 넣었다.

진료대 옆에 서 있던 해린은 티슈를 뽑아 서린의 젖어버린 허벅지 안쪽을 무표정하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 손길마저 서린에게는 지독한 모멸감으로 다가왔다.

우진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진료대 아래로 다가왔다.

탈진해 사시나무 떨듯 떠는 서린의 창백한 얼굴을 우진의 눈동자가 내려다보았다.

"자궁 내벽의 뭉침과 신체의 호르몬 불균형이 극에 달해 있군요. 이 상태로는 평생 불임입니다. 한 달 동안 매일 오셔서 치료 받으세요. 일주일에 최소 5일은 오셔야 합니다. 중간에 2일 이상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니 주의하세요."

우진의 음성은 다시 처음의 차갑고 완벽한 의사의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가 말하는 사이 해린이 서린의 발을 진료대에서 풀어 주었다.

 

하지만 서린은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 있기가 어려웠다. 

 

해린이 그녀를 부축해서 그녀가 옷을 벗어 두었던 곳으로 안내했다. 

 

다시 우진의 말소리가 들렸다.  

"사모님 몸을 고치려면 한 달 동안은 무조건 내 말을 들어야 합니다. 일단 처방해주는 약은 빠짐없이 복용하시고... 한 달 동안은 남편 분과 성관계도 금지입니다."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옷을 추스려 입던 서린은 우진의 말에 깜짝 놀랐다. 

 

마음 속으로는 '네까짓게 뭔데 내가 남편하고 잠자는 것까지 관여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도 아니였고, 그럴 힘도 없었다. 

 

서린이 옷을 다 갖춰입고 우진 앞에 서자 그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서린은 그가 혹시 자신을 알아볼까 싶어 잠시 두려웠지만 그의 말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환자분, 안되겠네요. 안색을 보니 특별 처방이 하나 더 필요하겠어요."

 

우진이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메모지 뭉치에서 메모지 한 장을 뜯어 뭐라고 갈겨 쓴 뒤 해린에게 내밀며 말했다. 

 

"윤간호사, 약품실 가서 이 약 한 개만 가져오세요."

 

윤해린이 우진의 메모지를 받아들고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우진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임상 기록을 입력하는 키보드 소리만 요란했다. 

 

잠시후,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해린이 작은 약 상자 하나를 들고왔다. 

 

약 상자를 받아든 우진이 서린을 보며 말했다. 

 

"환자분 자궁 내벽이 많이 뭉쳐있다고 말했죠. 뭉쳐있다는건 차갑게 식어 있다는 말과 같죠. 이 좌약은 하루 종일 열감을 발생시켜서 혈류량을 증가시켜 줄 겁니다. 일어서서 여기에 손 대고 엎드리세요."

 

서린의 얼굴 표정이 놀람으로 가득차더니 이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좌, 좌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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