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6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5 23:12:43

서린의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되물음은 황망하기 짝이 없었다.

"좌, 좌약이요...?"

우진은 대답 대신 차가운 책상 모퉁이를 긴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환자분, 진료실에서 의사의 처방에 의문을 품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이미 진료대에서 확인하셨잖습니까."

그의 어조는 서늘하리만치 차분하고 단호했다.

"내부 근육의 뭉침과 경화가 심해서 일반적인 복용약만으로는 약효가 안쪽까지 침투하지 못합니다. 혈류를 강제로 돌려놓아야 해요."

마치 고장 난 기계 부품에 윤활유를 들이붓는 정비공처럼 무감각하고 건조한 태도였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 해린이 은박으로 밀봉된 작은 타원형 캡슐 하나를 상자에서 꺼내 우진에게 건넸다.

우진은 작은 상자에서 새로운 라텍스 장갑을 꼈다. 

 

그리고 해린에게서 미끈거리는 캡슐을 집어 들며 서린을 똑바로 응시했다.

"옷을 다시 전부 벗을 필요는 없습니다. 치마만 걷어 올리고, 여기 진료 책상에 양손을 짚고 허리를 숙이세요."

서린의 발밑이 허공으로 푹 꺼져 내리는 듯했다.

조금 전 진료대 위에서 겪었던 그 끔찍한 굴욕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책상에 엎드린 채 뒤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서린의 전신을 마비시켰다.

"선생님, 그건... 제가 집에 가서 직접 넣으면 안 될까요...?"

"직접 넣으면 정확한 위치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자궁 경부 바로 밑에 정확히 밀착시켜야 해요. 지금 뒤에 환자도 기다리니까 어서 엎드리세요."

우진의 단호한 명령에 서린은 결국 비틀거리며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책상 모서리에 떨리는 양손을 얹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뒤에서 다가온 해린이 서린의 치마를 망설임 없이 허리춤까지 걷어 올렸다.

속옷 아래로 서린의 하얀 둔부와 조금 전의 검사로 붉게 달아오른 허벅지 안쪽이 다시 한 번 완전하게 드러났다. 

서늘한 실내 공기가 맨살에 닿자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소름이 돋아났다.

"엉덩이 뒤로 조금 더 빼세요."

우진의 차가운 손끝이 서린의 골반 양쪽을 단단하게 쥐고 뒤로 당겼다.

수치심에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지만, 거부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우진이 소독 젤을 바른 손가락으로 서린의 은밀하고 좁은 틈새를 천천히 벌렸다.

그리고 단단하고 매끄러운 캡슐의 이물질이 서린의 여린 점막을 비집고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아읏...!"

서린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벌써 체온에 녹아내리기 시작한 좌약에서 서서히 알싸하고 뜨거운 열감이 번져 나오며, 아랫배 깊은 곳을 찌릿하게 자극했다. 

우진의 손가락이 캡슐을 더 깊은 곳에 안착시키기 위해 항문 안쪽으로 강하게 밀어 넣었다.

바로 그 순간, 정적을 깨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린의 핸드폰이 요란한 진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남편 '강민석'이었다.

서린의 호흡이 단번에 얼어붙었다.

손가락을 항문 안쪽에 묻어둔 채, 우진이 다른 한 손으로 태연하게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남편분이시네요."

"안... 안 돼요... 이따가 받을게요..."

서린이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지만, 우진은 보란 듯이 초록색 통화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여보, 지금 병원이야? 원장이 뭐래?"

민석의 건조하고 권위적인 목소리가 적막한 진료실 안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우진의 손가락이 항문 안쪽 깊은 곳에 박힌 좌약을 강하게 짓누르며 원을 그렸다.

순간 하복부를 관통하는 극렬한 열감과 쾌락에 서린의 허리가 무너져 내릴 뻔했다.

"흡...!"

"서린아? 내 말 안 들려? 어떻게, 임신이 가능하대?"

민석의 재촉하는 음성에 맞춰, 우진이 엎드린 서린의 귓가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대답하세요, 환자분. 남편분이 묻고 계시잖아요."

우진의 낮고 서늘한 속삭임이 서린의 귓바퀴를 뜨겁게 간질였다.

서린은 책상을 부서져라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답변을 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 네, 여보... 지금, 읏... 진료... 받고 있어요..."

"목소리가 왜 그래? 숨이 왜 그렇게 차?"

"치료... 치료가 조금, 하아... 아파서요..."

"원장이 실력 좋다니까 군소리 말고 참아. 어머니가 오늘 아침에도 전화하셔서 이번 봄까지 결판 안 나면 끝이라고 못 박으셨어. 알겠어?"

우진의 손가락이 가장 민감한 지점을 날카롭게 누르며 자극했다. 

터져나오는 쾌감의 비명을 억눌렀다. 

남편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과거의 빵셔틀에게 뒤에서 범해지듯 처치를 당하고 있는 이 상황.

"네... 흐윽, 여보... 알았... 어요..."

"끝나고 전화해."

뚝, 하는 건조한 신호음과 함께 통화가 끊어졌다.

통화가 종료되자마자 우진은 손가락을 천천히 빼내며 서린의 젖은 허벅지 안쪽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마치 어린 아이를 대하듯 서린의 하얀 엉덩이를 툭툭 쳤다. 

옆에 서 있던 해린이 다가와 그녀의 치마를 내려 주었다.

 

그러자 서린의 다리가 풀려 바닥으로 스르르 주저앉았다.

우진은 라텍스 장갑을 벗어 폐기물 통에 던져 넣고, 주저앉은 서린의 눈앞에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특수 체질 개선 집중 치료 동의서'

"내일부터 주 5일, 같은 시간에 오세요. 이틀 이상 빠지면 이 치료는 무효가 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우진의 차가운 구둣발이 서린의 무릎 바로 앞에 멈추어 섰다.

"일어나서 사인하세요, 차서린 씨."

진료실 바닥에 주저 앉은 서린이 속으로 외쳤다. 

 

'넌 내 빵셔틀이었잖아. 그런 너에게 내 은밀한 곳을 계속 이렇게 치료받으라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기묘한 산부인과    94화

    두 사람의 결혼식은 남산의 울창한 숲이 내려다보이는 초호화 호텔의 최상층, 프라이빗 베뉴에서 전격적으로 거행되었다.외부의 시선과 언론의 취재를 차단한 채 극비리에 준비된 자리였다. 수천 송이의 백합과 은방울꽃이 뿜어내는 농밀한 생화 향기 사이로 은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불빛이 쏟아져 내렸다.그들의 모습은 얼핏 결혼식이라기 보다 마치 영혼의 구원을 봉인하는 신전의 의식처럼 보일 정도였다. 버진 로드 위에 선 서린은 세상의 모든 빛을 오롯이 머금은 듯 눈부셨다. 단아한 곡선을 따라 흐르는 순백의 실크 드레스 위로,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그녀의 피부가 투명한 백옥빛 광채를 뿜어냈다. 베일 너머로 비치는 서린의 붉은 입술과 촉촉한 눈망울은 범접할 수 없는 관능과 청초함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그 맞은편에서 서린을 맞이하는 우진은 완벽한 핏의 블랙 턱시도를 차려입고 있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냉철하던 의사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서린이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우진의 깊고 짙은 눈동자에는 오직 제 심장과 생명을 온전히 바친 자만이 품을 수 있는 애정과 신뢰가 일렁였다.맞잡은 두 사람의 손끝을 타고 익숙하고 뜨거운 맥박이 찌릿하게 맞물렸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생명의 숨결이자 영원한 안식처임을 맹세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폭의 성화처럼 완벽했다.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식이 끝난 바로 그날, 서린의 소속사를 통해 결혼식 사진 몇 장과 함께 보도 자료가 배포되었다. [뉴스] ‘글로벌 뮤즈’ 차서린 전격 결혼! 상대는 유명 산부인과 서우진 원장[속보] 생방송 실신 위기 딛고 기적의 부활…… 톱스타 차서린, 세기의 로맨스 결실[이슈] ‘뷰티의 정점’ 차서린과 ‘의료계 황태자’ 서우진, 영화 같은 웨딩 전격 공개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온통 두 사람의 이름으로 도배되었고, 글로벌 SNS 피드는 초 단위로 쏟아지는 축하와 격려의 게시물로 마비되었다.위기를 딛고 최정상의 자리에서 맺어진 결실에 대중은 열

  • 기묘한 산부인과    93화

    멈춰 섰던 모래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며 붉은 모래알들을 채워 넣는 환영. 그리고 영혼을 울리던 절대적인 음성. 이것은 나약한 인간들의 우연이나 단순한 육욕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서로를 향하도록 설계된 거대한 운명이자, 서로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도록 새겨진 신의 계시였다. 오직 서로에게 온전히 귀속될 때에만 완전해지는 구원의 약속.두 사람은 땀에 젖은 서로의 이마를 맞댄 채, 아직 경련이 가시지 않은 몸을 밀착시킨 채로 벅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마침내 모든 의심과 두려움을 내려놓았다. 우진의 것이 아직 서린의 안에 남아 있는 채로, 두 사람은 서로를 놓지 않았다.“하아…… 읏, 우진아……”서린의 가늘게 떨리는 숨결이 우진의 턱 끝을 간질였다.서린의 여린 내벽이 우진을 문 채 천천히 맥동했고, 우진은 그녀의 땀에 젖은 잔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기며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내렸다.그것은 가학도, 지배욕도 아닌 온전한 안식이었다.우진이 천천히 몸을 물리자, 엉겨 붙어 있던 두 사람의 뜨거운 체액이 시트 위로 흘러내렸다.믿을 수 없는 기적이 두 사람의 몸에서 동시에, 세포 단위에서부터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서린의 바짝 메말라 있던 자궁 내벽과 골반 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홧홧한 열기를 머금은 혈류가 세차게 박동했다. 뼈마디를 갉아먹던 얼음장 같은 냉기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굳어 있던 혈관들이 일제히 열려 맑은 피를 온몸으로 뿜어냈다.파리하게 질려 있던 서린의 얼굴 위로 짙은 혈색이 차올랐고, 생기를 잃고 가라앉았던 살결도 되살아났다. 속에서부터 솟구친 여성 호르몬의 열기에 반응하듯 투명하고 매끄러운 본래의 백옥빛 광채를 되찾은 것이다. 말초신경의 끝자락마다 찌릿한 전율이 소름처럼 돋아나며, 멈춰 있던 생명의 박동이 아랫배와 허벅지 안쪽을 타고 맹렬하게 맥동했다.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괴적인 흉통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목구멍을 틀어막던 지독한 질식감이 걷히자, 타들어 가던 허파 속으로 시원하고 맑은 숨결이

  • 기묘한 산부인과    92화

    빠져나갈 듯 빼었다가 뿌리까지 다시 밀어 넣는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서린의 점막은 더욱 맑고 끈적한 체액으로 차올랐다. 그 체액이 두 사람의 결합부를 적시며 질척, 질척 하는 음란한 소리를 냈다. 우진의 굵은 기둥이 서린의 내벽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섬세한 주름들이 뒤집히듯 반응했고, 서린의 다리가 그의 허리에 힘껏 감겼다. 우진의 가슴을 짓누르던 살인적인 흉통은 서린의 온기에 씻겨 내려갔고, 서린의 메말랐던 몸은 우진의 열기로 되살아나 땀으로 촉촉해졌다.우진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서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땀에 젖은 그녀의 눈동자가 욕망으로 젖어 반짝였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자신의 것을 완전히 빼낸 뒤, 서린의 골반을 양손으로 감싸 부드럽게 뒤집었다. 서린이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고 상체를 낮추자, 하얀 엉덩이가 우진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미 애액으로 반질거리는 틈새가 미세하게 벌어져 있었고, 그 안으로 쏟아진 체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우진은 서린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은 채, 다시 자신의 뜨겁고 단단한 것을 그 입구에 갖다 대었다. 귀두가 미끄러운 주름을 천천히 밀어 열자, 서린의 등이 활처럼 휘며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아…… 우진아…… 아흑…… 아…….”한 번에 뿌리까지 밀어 넣는 순간, 서린의 내벽이 미쳐 버린 듯이 조여들었다. 후배위로 들어간 각도가 아까와는 완전히 달랐다. 더 깊고, 더 예민한 지점을 정통으로 찌르는 감각에 서린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우진은 허리를 천천히 뒤로 뺐다가, 다시 힘껏 밀어 넣었다. 퍽. 살과 살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서린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는 리듬을 점점 빠르게 끌어올리며 서린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매번 깊게 박힐 때마다 서린의 안에서 뜨거운 애액이 밀려 나와 두 사람의 결합부를 적셨고, 질척한 소리가 병실 안에 가득 찼다.“하아…… 조여…… 너무 좋아…… 서린아.”우진의 거친 숨결이 서린의 등 위로 쏟아졌

  • 기묘한 산부인과    91화

    병실 문이 굳게 잠긴 밀폐된 공간 안에서, 맞닿은 입술을 타고 번져나간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우진의 거친 숨결이 서린의 입술을 짓누르고, 혀가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서린의 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처음엔 가볍게 스치듯 닿았던 입술이, 이내 서로 탐하듯 강하게 맞물리며 열기를 교환했다. 우진의 혀가 서린의 입술을 천천히 핥아 벌리더니, 거침없이 안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부드럽고 따뜻한 혀가 그녀의 입안을 천천히 훑고, 위쪽 천장을 쓸고, 이빨 뒤쪽을 감아 돌리며 빨아들이고, 다시 깊게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서린의 혀가 반사적으로 맞서자, 두 혀가 미끄러지듯 얽히고 감기고 서로 빨아들이며 질척한 침 소리를 냈다. 침이 섞인 뜨거운 숨이 서로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며 더욱 음란한 소리를 키웠다. 우진이 서린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빨아들이자, 서린의 목구멍에서 참지 못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에 우진의 혀가 더 깊이, 더 탐욕스럽게 움직였다. 서린의 손끝이 우진의 셔츠를 힘껏 움켜쥐며 몸을 바짝 밀착시켰고, 가슴과 가슴 사이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입맞춤의 리듬과 하나로 섞여 들었다.환자복 단추가 하나씩 풀리며 드러난 가녀린 쇄골과 가슴팍 위로, 우진의 입술이 데일 듯한 열기를 남기며 내려앉았다. 혀끝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서린의 숨이 가늘어졌고, 작은 신음이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 우진은 서린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이미 단단히 서 있는 유두를 천천히 문질렀다. 서린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며 더 가까이 파고들었다.“하아…… 우진아…… 더…….”서린의 떨리는 두 손이 우진의 셔츠 안쪽으로 파고들어, 땀에 젖은 단단한 등허리를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손끝이 넓고 탄탄한 등근육의 결을 따라 쓸려 내려가며 그의 열기를 탐했다. 우진이 살짝 몸을 일으키자, 그의 조각같은 얼굴이 가까이 드러났다. 날카로우면서도 깊은 눈매, 곧게 뻗은 콧대, 땀에 촉촉이

  • 기묘한 산부인과    90화

    어두컴컴한 회복실 침대 위, 우진은 사경의 문턱을 위태롭게 넘나들고 있었다.가슴에 부착된 심전도 패치와 입가를 덮은 산소마스크 너머로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칠흑 같은 무의식의 심연 속에서, 우진은 끝없는 추락의 공포를 겪고 있었다. 10년 전 차가운 옥상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순간, 세상을 멈추고 들려왔던 성스러운 음성이 귓전을 사납게 때렸다.‘네 두 번째 인생은 모래시계와 같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어둠 속에서 거대한 유리 모래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한 유리관 안에서 붉은 피처럼 붉은 모래알들이 바닥으로 바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남은 모래는 고작 몇 톨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찰나, 우진의 뇌리를 관통하는 거대한 깨달음이 번개처럼 번뜩였다.자신의 멈춰버린 심장을 뛰게 하고, 모래시계를 뒤집어 생명을 연장해 주던 유일한 열쇠.그것은 바로 차서린과의 온전한 교감이었다.서린의 상처를 보듬고, 그녀의 은밀한 살결을 어루만지며 영혼과 육체가 맞닿을 때마다, 텅 비어가던 모래시계는 거짓말처럼 되감기며 그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었던 것이다.해령이나 다른 그 누구의 몸으로는 불가능했다. 방금 전 해령의 살갗에 복수심을 쏟아붓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 조여왔던 것은, 서린이 아닌 다른 자에게 쾌락을 쏟아낼수록 모래시계의 낙하가 가속된다는 잔혹한 경고였다.오직 차서린.과거 자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그 여자만이, 그의 꺼져가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숨결이었다.“하악……!”단절되었던 호흡이 터져 나오며 우진의 눈꺼풀이 번쩍 뜨였다.시야가 온통 하얗게 점멸했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우진이 산소마스크를 거칠게 벗어 던지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원장님! 일어나시면 안 돼요! 아직은 더 쉬셔야해요!”곁을 지키던 간호사들이 사색이 되어 달려들어 우진의 어깨를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간호사들의 손을 뿌리치며 링거 바늘을 거칠게 뽑아냈다. 피 한 방울이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통증 따위는 느껴지지 않

  • 기묘한 산부인과    89화

    이튿날 오후, 해령은 예약도 없이 우진의 병원 VIP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불안하게 부풀어 오른 아랫배를 감싼 채였지만, 해령의 눈빛에는 임산부 특유의 조심스러움 대신 끈적하고 위험한 열기가 가득했다. 진료대 옆에 서서 차트를 넘기던 우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정기 검진일은 다음 주일 텐데. 무슨 일이지?”서늘하게 가라앉은 우진의 물음에도 해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요염한 미소를 흘렸다. 그녀는 외투를 벗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는, 달라붙는 원피스 지퍼를 스스로 내리며 진료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우진…… 아니, 선생님. 배가 너무 뭉치고 뻐근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선생님 손길이 아니면 도저히 가라앉지가 않아서…….”해령은 가운조차 걸치지 않은 채, 훤히 드러난 하반신으로 익숙하게 진료대 위에 올라 두 다리를 벌렸다. 임신으로 인해 팽팽하게 솟아오른 아랫배와 발갛게 달아오른 은밀한 속살이 형광등 불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우진의 미간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는 예약도 없이 찾아온 해령의 태도에 불쾌했지만 마침 정기 검진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라텍스 장갑을 꼈다. “임신 중기야. 무리한 자극은 태아에게 위험하니까 기본적인 진찰과 이완 처치만 할게.”우진이 사무적인 태도로 젤을 묻혀 통상적인 촉진을 시작하려던 찰나, 해령이 불쑥 손을 뻗어 우진의 장갑 낀 손목을 낚아챘다.“아니, 선생님. 이런 거 말고……”해령의 젖은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우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오만하게 말을 이었다. “차서린한테 해준 것처럼…... 나도 그런 치료를 받고 싶어요. 나한테도 그렇게 해줘. 기억 안 나? 내가 이 병원에 처음 온 날 이 진료대에 눕혀놓고 차가운 기구로 사정없이 쑤셔 줬잖아…… 온몸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면서도…… 하루 종일 생각나는 짜릿한 느낌……”해령은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살짝 들어 올려 우진의 손가락을 제 은밀한 틈새로 더 깊숙이 이끌었다.“날 그때처럼 아프게 해줘, 우진아. 자궁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