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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산부인과
기묘한 산부인과
Author: ddingjak30

1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23:50:35

일요일 오후의 식탁은 늘 지나치게 정갈해서 오히려 폭력적이었다.

매끄럽게 유약을 바른 백자 식기 위에는 기름기가 적당히 오른 갈비찜과 제철 나물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렬되어 있었다.

음식이 식어가는 속도와 비례하여 식탁을 채우는 침묵은 언제나 서린의 몫으로 남겨진 유예된 형벌과 같았다.

시어머니는 수저 하나 내려놓는 동작조차 흐트러짐이 없었다.

식탁보에는 물 한 방울 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 품위 있는 손끝이 냅킨을 들어 입가를 닦는 순간이면, 서린은 늘 판결을 앞둔 피고인처럼 숨을 죽여야 했다.

 

"삼 년이면 우리도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렸지 싶다."

 

시어머니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도 상대의 기를 꺾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이 하나 낳지 못하는 여자는 아무리 값비싼 옷을 걸치고 있어도 결국 남의 제사상에 잘못 올라온 잡채 한 접시와 다를 게 없는 법이야.”

 

나지막하고 우아한 음성 속에는 어떤 격정이나 악의조차 묻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불량품을 가려내는 검수관처럼 냉정하고 무심한 판정이었다.

 

"대를 이을 수 없는 사람에게 우리 집안의 유산을 맡길 수는 없지. 이번 봄이 네가 이 집 아래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이야."

 

서린은 무릎 위에 올려둔 냅킨을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짰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염치라는 건 말로 때우는 게 아니다."

 

시어머니의 시선은 이미 서린을 지나쳐 식탁 맞은편으로 차갑게 넘어가 있었다.

 

남편 민석은 그 잔인한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도 자신의 접시에 담긴 안심 스테이크를 일정한 간격으로 써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의 나이프가 흰 접시의 표면을 스치며 내는 규칙적인 마찰음은 아내에 대한 방관이자 어머니의 말에 대한 동조의 표식이었다.

 

민석에게 결혼이란 번듯한 대기업 부장이라는 직함 옆에 세워둘 적당히 말 잘 듣는 트로피를 진열장에 들이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트로피의 장식적 가치가 다하고 기능적 결함이 입증된다면 언제든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라는 무언의 합의가 그의 표정에 서려 있었다.

 

"민석아, 네 생각은 어떠니."

 

시어머니의 물음에 민석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

 

"어머니 말씀대로 해야죠. 저도 슬슬 피곤해지던 참이었습니다."

 

서린은 허벅지를 깊게 파고드는 손톱의 통증을 견디며 숨을 죽였다.

 

고개를 숙인 채 바라본 바닥의 대리석 타일에는 거실 조명이 서늘한 흰빛으로 반사되고 있었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이란 언제나 이토록 위태로운 빙판 위를 맨발로 걷는 일의 연속이었다.

 

부모의 온기를 알지 못하고 자란 유년 시절은 결핍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하기에는 지나치게 남루하고 축축했다.

 

늙은 조모의 굳은살 박인 보살핌은 자칫 교실 안에서 경멸과 조소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가난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서린이 선택했던 유일한 생존 방식은 누구보다 먼저 송곳니를 드러내고 약한 것들을 발아래 짓밟는 것이었다.

 

교실의 가장 높은 곳에서 군림하며 타인의 수치심을 양분 삼아 자신의 비루함을 은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여왕벌의 왕관이 얼마나 허망한 모래성인지는 옥상 난간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그 창백한 소년의 그림자와 함께 영원히 바스러졌지만 말이다.

 

과거의 죄를 덮고 평범한 인간의 가면을 쓰기 위해 발버둥 치던 서린에게 민석과의 만남은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처럼 보였다.

 

화려한 조명과 술기운이 뒤엉킨 클럽에서 우연히 벌어진 하룻밤의 실수.

 

그것은 고졸 출신의 평범한 여자가 재벌가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준, 기적 같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 사다리는 올라갈수록 좁아져 이제는 서린의 발목을 옥죄는 단두대의 발판으로 변해 있었다.

 

수백억 대의 부동산을 쥐고 흔드는 시댁의 세계에서 아이란 막대한 자본을 합법적으로 이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통행권이었다.

 

아이가 없는 며느리는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했고 그 유통기한의 끝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거실로 자리를 옮겼을 때 민석은 서류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이게... 뭐예요?"

 

"동탄에서 가장 성공률이 높기로 정평이 난 불임 전문 클리닉을 예약해 뒀어. 병원 올 때 그거 가지고 와. 내일 오전 열 시야. 시간 맞춰서 병원 갈 준비나 해둬."

 

민석은 서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건조하게 뱉어냈다.

 

그것은 다정한 배려가 아니었다.

 

고장 난 물건을 수리점에 맡기듯, 일방적으로 내리는 통보에 가까웠다.

 

"거기 원장이 꽤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군. 이번에도 진전이 없으면 그때는 나도 더는 손 못 써."

 

"알았어요. 다녀올게요."

 

서린은 찻잔을 쥐고 있던 손을 떨며 묵묵히 대답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하나의 기능으로 재단되고 평가받는 모멸감 속에서도, 이 안락한 껍데기 같은 세계를 잃을 수 없다는 비루한 욕망이 서린의 목을 짓눌렀다.

 

다음 날 아침 동탄의 신도시 중심부에 우뚝 솟은 메디컬 타워의 외관은 거대한 얼음기둥처럼 차가워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소독약 냄새와 인공적인 방향제 향이 뒤섞인 공기가 서린의 폐를 파고들었다.

 

엘리베이터가 VIP 불임 클리닉이 있는 최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서린의 심장은 더욱 거칠게 뛰었다.

 

귓가에는 둔탁한 심장 소리만이 울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짙은 대리석 복도 끝, 은빛으로 빛나는 원장실 문패가 서린의 눈에 들어왔다.

 

그 문 너머에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단순한 의학적 처치인지, 아니면 잊었다고 믿었던 과거의 심판인지 서린은 알지 못했다.

식은땀에 젖은 손을 코트 주머니 속에 감춘 채, 서린은 마침내 차가운 진료실의 문을 밀어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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