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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23:50:49

우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명령은 지극히 평온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환자에게 탈의를 요구하는 의사의 직업적 권위.

하지만 그 말을 뱉어낸 자가 과거 자신이 발아래 두고 짓밟던 소년이고, 벗어야 하는 대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서린의 사고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

서린은 차마 그 자리에 선 채 발을 뗄 수조차 없었다.

"안 들립니까, 차서린 씨."

우진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재촉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책상 위의 인터폰 호출 버튼을 눌렀다.

"윤 간호사, 진료실로 들어와요."

짧은 호출음이 끊어지기 무섭게 육중한 원목 문이 열리고, 조금 전 서린을 안내했던 간호사 윤해린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과 단정하게 정돈된 유니폼은 진료실의 차가운 정적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환자분 탈의 돕고, 진료대 세팅해 드려."

"네, 원장님."

우진의 건조한 지시에 해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해린이 서린의 곁으로 다가왔다.

타인의 손에 의해 발가벗겨져야 한다는 사실이 서린의 숨통을 한층 더 조여왔다.

 

게다가 다가온 간호사는 평범한 유니폼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단정한 옷감 아래로 유려하게 흐르는 허리의 곡선과 풍만한 굴곡은 지나치게 농염했고,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과 붉은 입술은 차가운 진료실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저토록 완벽한 여자가 왜 이곳에서 무표정한 시종처럼 서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서린의 시선 끝에 위태롭게 맺혔다.

"차서린 님, 이쪽으로 오세요."

해린은 기계적인 손길로 서린을 탈의 커튼 안으로 이끌었다.

서린이 굳은 채 서 있자, 해린은 주저 없이 서린의 코트 단추를 풀고 양 어깨에서 옷을 벗겨냈다.

이어 서린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슬랙스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지퍼가 맞물려 내려가는 얇은 금속성 마찰음이 서린의 귓가를 날카롭게 찔렀다.

"팔 들어주시겠어요. 바지도 내리겠습니다."

해린의 손길에는 일말의 온기도, 동정도 없었다.

마치 쇼윈도의 마네킹을 다루듯 능숙하고 무심했다.

 

그러나 무심하게 옷을 벗겨내는 해린의 시선 끝에는 찰나의 서늘한 감상이 스쳤다.

풀어헤쳐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서린의 쇄골은 섬세하게 패여 있었고, 희고 결 고운 살결은 조명을 받아 서늘하게 빛났다.

군살 없이 매끄럽게 좁아지는 허리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풍성하고 관능적인 골반의 곡선은 믿기지 않을 만큼 농익어 있었다.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창백한 얼굴과 파르르 떨리는 입술마저 기이할 정도로 처연하고 위태로운 매혹을 뿜어내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을 단숨에 집어삼킬 만한 완벽한 피사체 앞에서, 해린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풀렸다.

 

바지가 발목 아래로 미끄러져 나가고, 스타킹과 마지막 남은 얇은 속옷마저 해린의 손에 의해 무릎 아래로 힘없이 벗겨졌다.

하반신의 맨살이 서늘한 실내 공기에 고스란히 닿았다.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나약한 치부가 동성인 간호사의 무심한 시선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서린은 뼛속까지 시린 수치심에 입술을 깨물었다.

해린은 검사용으로 준비된 얇은 부직포 치마를 서린의 허리에 둘러주며 차분하게 말했다.

"진료대로 이동하실게요."

커튼이 젖혀지고, 서린은 해린의 손에 이끌려 은빛으로 번뜩이는 산부인과용 진료대 앞에 섰다.

우진은 책상에 서서 서린의 삐걱거리는 움직임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올라가셔서 등을 대고 누우세요."

해린이 서린의 등을 받치며 차가운 진료대 위로 이끌었다.

등을 기대어 눕자 스테인리스 골조의 냉기가 얇은 시트를 뚫고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다리 올리겠습니다."

해린이 서린의 발목을 쥐고 허공으로 치솟은 짐승의 뿔 같은 금속 발걸이 위에 한쪽씩 얹었다.

발뒤꿈치가 가죽 받침에 고정되자, 다리가 기계적인 각도로 양옆으로 강제로 벌려졌다.

오므리려 힘을 줄수록 구조적인 틀 탓에 여자의 가장 은밀하고 나약한 부위가 완전히 열려 허공에 노출되었다.

해린은 서린의 허리에 둘러진 치마를 골반 위까지 망설임 없이 걷어 올렸다.

머리 위에 매달린 무영등의 차가운 백색광이 서린의 벌려진 하체를 수치스러울 만큼 선명하게 내리쬐었다.

"원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해린이 조용히 물러서며 고개를 숙였다.

완벽하게 결박당한 채 발가벗겨진 제물처럼 차가운 제단 위에 올려진 기분이었다.

머릿속에서 십 년 전의 잔상이 벼락처럼 스쳐 지나갔다.

비가 내리던 고등학교 뒤편의 낡은 보일러실.

서린은 비싼 가죽 구두를 신은 발로 진흙탕 바닥에 엎드린 우진의 등을 짓밟고 있었다.

동전 몇 개를 진흙 바닥에 던지며 비웃음을 흘리던 자신의 오만했던 입술.

그때 우진은 지금의 서린처럼 바닥에 처박힌 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

군림하던 여왕벌과 짓밟히던 빵셔틀.

그 견고했던 세계의 축이 완전히 뒤집혀, 이제는 자신이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그 소년의 손끝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우진이 천천히 서린의 벌려진 두 다리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하얀 가운 자락이 서린의 맨 허벅지 안쪽을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우진은 트레이 위에 놓인 차가운 튜브를 집어 들었다.

라텍스 장갑을 낀 손가락 끝에 투명하고 끈적한 소독 젤을 넉넉하게 짜내는 우진의 손놀림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몸에 힘 빼세요. 긴장하면 아픕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경고와 함께, 우진의 차가운 젤이 묻은 손가락이 서린의 메마르고 뜨겁게 달아오른 은밀한 입구를 천천히 가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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