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나가 낮게 말했다.“양옆에 여자들 끼고, 예쁜 여자들한테 둘러싸여 있는 거야?”“제나야, 그렇게 심한 건 아니야.”“사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제나는 눈을 들어 하성을 바라보았다.“잊었어? 나 기억 다 돌아왔어. 차경후가 예전에 어떤 태도였는지는 네가 아니라 내가 더 잘 알아.”‘그 남자... 사실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던 거야. 변한 건 나였어.’방금 경후가 말한 것처럼 그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두 사람이 막 결혼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난 4년의 결혼 생활과 비교하면, 경후는 이미 넘치도록 많은 것을 해
남편으로서 경후는 제나가 위험에 처했을 때, 심지어 경후의 가족에게 상처받았을 때도 나서 줄 수 있었다.제나를 대신해 억울함을 풀어주고, 제나가 받아야 할 사과와 책임을 나서서 받게 도울 수도 있었다.경후는 제나에게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해 주었다.제나는 더 욕심내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제나는 한 치도 눈을 떼지 않고 경후를 바라보았다.“내가 그래도 욕심내겠다면?”경후는 몇 초 동안 말이 없었다.“우리 당분간 떨어져 지내는 게 좋겠어.”“떨어져 지내자는 게... 무슨 뜻이야?”“당신은 지금 감정이 혼란스럽
‘예전...’제나는 잠시 멍해졌다.예전에 제나와 경후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결혼 생활을 이어 가던 몇 년 동안, 경후는 집에 들어오는 날이 드물었다. 반면 여자들과의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결혼 초반, 경후가 집에 돌아올 때면 늘 술에 취해 있거나, 몸에 낯선 향수 냄새가 배어 있었다.제나는 한때 경후와 여자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경후에게 직접 따져 묻기도 했다.하지만 경후는 단 한마디로 제나의 모든 말을 막아 버렸다.“어떤 삶을 살지는 당신이 선택한 거야. 하제나, 당신한테는 나한테 따져 물을 자격 없어.”그
제나가 말했다.“이제 말해 줄 수 있어?”“뭘 알고 싶은데?”경후의 말을 듣자 제나는 믿기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헛웃음이 났다.“꼭 내가 물어봐야 해?”“묻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정말로 스스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경후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였다.“말하고 싶은 게 그 여자들에 관한 거라면, 내 대답은 하나야. 그건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맞춰 주는 자리였을 뿐이야. 나와 그 여자들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맞춰 주는 자리?”제나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하지만 눈가에는 차가운 기운이
경후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너한테 그걸 말해야 하는데?”“차경후, 요즘 네가 하는 짓이 얼마나 선 넘는 건지 알아?”“내가 하는 짓?”경후의 눈빛이 느리게 움직였다.“내가 뭘 했는데?”“요즘 네 옆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이 얼쩡거리는지 몰라서 물어?”“그 여자들이 먼저 들러붙는 것도 내 잘못이야?”경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전하성, 너한테 먼저 접근하는 여자들도 적지 않을 텐데.”“정말 먼저 들러붙는 정도뿐이야?”하성이 차갑게 웃었다.“내가 알기로는, 권력자들이 네 비위 맞추려고 붙여 준 여자들도 거
“누구?”“그중 한 명이 차경후라니까. 차경후가 한몫 잡으려고 저러겠어? 그냥 돈 많은 사람들끼리 자존심 싸움하는 거지.”“차경후라고? 그럼 다른 한 명은 누군데? 감히 사람을 두고 차경후와 맞붙는다고?”“다른 쪽은... 요 며칠 차경후랑 계속 부딪치고 있다는 얘기가 있더라. 안됐지 뭐. S시에서 차경후랑 붙어서 이기겠다는 게 가능하겠어?”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경매는 결국 낙찰되었다.이른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복덩이’는 무려 20억 원에 낙찰되었다.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낮게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제나도
“사실은...”연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정상적인 여자라도 받아들이기 힘들 거예요. 가끔은... 그런 게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 되기도 하잖아요.”연주는 시무룩한 제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언니, 혹시 기억을 잃고 나서 차 대표님이 낯설게 느껴져서 아직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거 아니에요?”제나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혹시 알아? 상대와의 스킨십이 싫은 건 아닌데, 더 가까워지는 건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는 그런 상황...”연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오래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만약 저라면, 그
다른 명문가 사람들에게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그저 이 모든 게 재미와 호기심을 위한 것이었고, 누군가를 도덕의 칼끝에 올려놓고 비난하며,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하제나 씨, 좋게 말할 때 좀 풀어요. 안 그럼 우리도 더 이상 예의 안 차려요!”두 명의 재벌가 딸들이 다가와, 제나의 가방을 억지로 빼앗으려 했다.제나는 반사적으로 손에 쥔 클러치를 꽉 움켜쥐었다.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의 눈빛에 날 선 기운이 번졌다.그러더니 한 명이 제나의 손을 위로 세차게 들어 올렸고, 다른 한 명이
경후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마저 말해.”그제야 준혁이 입을 열었다.“윤소진 씨 같습니다.”...저녁 무렵, 제나는 마침내 눈을 떴다.병실 불은 꺼져 있었고, 방 안은 조금 어둑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든 저녁노을의 붉은 빛이 병실 안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제나는 천천히 시선을 돌리다 창가에 서 있는 키가 큰 그림자를 발견했다.경후였다. 그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등을 창 쪽으로 하고 서 있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그의 넓은 어깨에서 끊겼고, 그 아래로 어둠이 드리웠다.경후는 한마디 말도 없이
제나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다.‘전 약혼자? 나... 차경후와 결혼 전에 약혼자가 있었던 거야?’장애림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때, 하씨 가문은 S시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문이었지. 그리고 넌 그 하씨 가문의 가장 빛나던 금지옥엽이었어.”하제나는 재벌가에서 태어나, 빼어난 미모에 영리한 머리까지 갖춘,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였다.어릴 때부터 언제나 주목받았고, 하씨 가문의 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4년 전, 스물한 살의 제나는 S시에서 ‘제일가는 미인’으로 불렸다.그녀를 아내로 맞고 싶어 하는 이들은 줄을 서도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