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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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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21 화
“당신... 뭔가 착각하는 것 같네.”경후의 이목구비는 그림처럼 고왔지만, 그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는 잔혹할 만큼 차가웠다.“당신은 내가 출장을 간 사이, 유재준과 도망쳤잖아. 모든 건 당신이 자초한 일이야.” 제나의 숨이 턱 막혔다.“날 벌주는 거야?”“벌이라기보단...”경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그냥 똑똑히 기억하게 해주려는 거야. 그래야 다음엔 함부로 도망칠 생각조차 못 할 테니까.” 그는 제나의 떨리는 속눈썹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단호하게 덧붙였다.“이게 당신이 치러야 할 대가야.”그 말은 너무도 당연한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20 화
공기가 순간 얼어붙은 듯했다. 숨소리조차 또렷하게 들리는 정적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어둠 속에서 낮은 의문이 흘러나왔다.“차경후?”제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만 속여.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제나는 침대 옆 어둠의 실루엣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불을 켜면 되잖아.”가면남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제나는 재촉하지 않았고, 침묵이 길게 늘어났다.마침내, 느릿한 목소리가 내뱉어졌다.“어떻게 알았지?”변조기가 벗겨졌고, 맑고 차가운 목소리가 천천히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19 화
가면남의 시선이 제나의 몸에 강하게 꽂혔다.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방 안인데도, 그 눈빛만은 선명히 느껴졌다.‘이 남자... 제정신이 아니야.’‘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임신을 해?’하지만 제나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솔직히 말했다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이 남자를 더 자극할 뿐이었다.제나는 침묵을 택했다.그 순간, 희미하면서도 은근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익숙했다.너무도 익숙한 향이었다.제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몸이 굳어졌다.민정이 건네준 바로 그 향수였다.이 침대 위엔 이미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18 화
제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전 사업 쪽은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아요. 실력이 모자라면서 그 잘못을 여자한테 떠넘기는 건... 좀 너무 유치하지 않나요?”하지만 장애림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지난번에도 너 때문에 재준이가 해외로 쫓겨나 수년 동안 돌아오지도 못했어! 하제나, 넌 재앙이야!”“네가 아니었으면 차경후가 왜 굳이 재준이를 치고, 우리 집안을 이렇게 만들었겠어?!”제나는 그 말에 잠시 미간을 좁혔을 뿐, 마음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유재준은 나를 차경후를 노리는 미끼로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17 화
세린은 제나를 힐끗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잠시 뒤, 그녀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제나는 눈빛이 스쳤다.“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어?”세린이 번쩍 고개를 들어 제나를 노려보았다.“나를 시험한 거야?”“그럴 만큼 한가하지 않아.”제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늘 그 사람을 모른다고 했지만... 예전의 문라인조차 눈치챈 사실을, 차경후의 약혼녀가 될 뻔했던 네가 전혀 몰랐다고는 믿기 힘들지.”“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면, 왜 매번 그 여자가 경후 마음속에 있다는 걸 굳이 나한테 환기시켰겠어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16 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느라 제나는 긴 머리를 모두 풀어 내렸다. 흐트러진 머리칼이 얼굴을 가려 표정을 감췄다.“아니야.”제나는 눈꺼풀을 내려뜨리며 낮게 말했다.“그냥 아로마 오일을 조금 쓴 것뿐이야.”경후는 대수롭지 않게 던진 질문이었던 듯, 더 묻지 않았다.제나가 눕는 걸 확인하자, 그는 스탠드 불을 끄고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경후는 여전히 제나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안아주지도 않았다.하지만 괜찮았다. 민정이 말해준 대로, 그 향수는 한 시간 정도만 함께 있어도 옅은 향이 스며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진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