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준이 제나에게 보이는 다정한 태도를 본 순간, 장애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더는 말없이 과일바구니를 집어 들고, 몇 가지를 골라 씻으러 나갔다.장애림이 자리를 비우자 제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미안해. 예전에 내가... 널 오해했어.”차경후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 남자의 교묘한 왜곡과 유도 때문에, 제나는 줄곧 자신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재준이라고 믿어왔다.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지금, 모든 퍼즐은 맞춰졌다.‘이 모든 건... 차경후가 만든 판이
제나의 심장이 순간 움찔거렸다.그때야 제나는 알게 되었다. 경후가 ‘썬더돔’에서 자신에게 했던 일, 그리고 S시에 돌아와 다른 남자로 위장해 자신을 끊임없이 옭아매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그건 단순한 보복 따위가 아니었다. 경후 같은 남자가 그렇게 유치한 짓을 할 리 없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는 것을...그래서 드러나기 전까지는, 두려움 자체가 되어 제나의 곁에 남아야만 했다. ‘차경후 말이 맞아... 두려움이야말로 사람을 굴복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이미 제나의
제나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벌컥 뜨고 일어났다.옆에 누워 있던 경후도 놀라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그가 침대 머리맡의 스위치를 켜자, 주황빛의 따뜻한 조명이 어둠을 조금 밀어냈다.“악몽 꾼 거야?”술처럼 차갑고 맑은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경후는 제나를 품에 안으며 낮게 달래듯 속삭였다.“이제 괜찮아.”그러나 제나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눈앞에 드러난 경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공포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조명 아래, 잘생기고 정교한 그의 얼굴은 묘하게 낯설고 섬뜩했다.‘저 완벽한
‘내가 원하는 건 키스야. 단순히 입만 대는 게 아니라.’경후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제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몇 초의 침묵 끝에, 제나는 조심스레 경후의 입술을 물었다.이번엔 가볍게 스치는 입맞춤이 아니라, 서로의 숨을 앗아가는 진짜 키스였다.제나가 멈추려는 순간, 경후가 그녀의 뒷머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빠져나가려던 제나는 그대로 경후의 품 안에 끌려들었고, 결국 무릎 위에 앉혀졌다.“야! 제나를 당장 놔줘!”안개처럼 흐릿한 얼굴의 남자가 격렬하게 몸부림쳤다.그러나 경후는 놓아줄 생각조차 없었다. 오히려 키
제나는 경후의 품에 꽉 안겨 있었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밤은 고요하고 깊었다.그날 밤, 제나는 기묘한 꿈을 꾸었다.안개가 자욱한 낯선 공간 속, 누군가에게 쫓기듯 숨 가쁘게 달리고 있었다.위장하고, 신분증을 바꾸고, 이곳저곳 몸을 숨기며 간신히 공항에 도착한 제나.마침내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기내에서 낯익고도 위압적인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그 시선에 이끌린 듯,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잘생겼지만 차가운 얼굴,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조용히 제나를 바라보는 경후였다.남자의 얇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왜 그
분노에 휩싸인 제나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났다.제나는 낮게 쏘아붙였다.“당신 말 잘 듣는다고 해서... 내가 얻을 이득이라도 있나?”경후의 눈빛이 한층 더 서늘해졌다.“여보, 내가 정말로 당신을 건드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마.”제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감히 그렇게 생각하겠어? 난 언제나 당신 마음대로였잖아. 당신이 하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했잖아.”경후는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알면 됐어.”공기 속엔 서로의 피비린내가 은근히 섞여 흩어졌다.입술에서 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