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 찾아온 거죠?”윤태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사람을 구해줬으면 좋겠어요.”기린이 말했다.“문주님은 현재 생명이 위독하세요. 저는 청룡사와 주작사의 명령에 따라 윤태호 씨를 전양으로 데려가서 문주님을 치료하게 할 생각이에요.”윤태호의 눈동자에 의심이 스쳤다.전양은 미주에서 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먼 거리라면 연락 한 통 하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그를 직접 찾아온 것일까?상식적이지 않은 일이었다.기린은 윤태호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물었다.“여기까지 찾아올 필요 없이 전화 한 통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맞아요.”윤태호가 말했다.“만약 문주님이 정말로 위급하시다면 전화 한 통만 했어도 바로 갔을 거예요.”“이건 주작사의 아이디어였어요.”기린이 말했다.“제가 태호 씨를 데리러 온 이유는 적을 유인함과 동시에 태호 씨를 지키기 위해서예요.”“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윤태호의 질문에 기린이 대답했다.“문주님께서 남하하여 전양을 손에 넣었는데 갑자기 고수들이 나타나서 문주님을 공격하셨어요. 아주 치열한 전투였죠. 문주님께서는 심각하게 다치셨고 심지어 고독에 당하셨어요. 용문은 지금 탄생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어요.”기린이 말을 이어갔다.“주작은 태호 씨가 용왕의 음양고독을 치료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제게 태호 씨를 찾으러 미주로 가라고 명령했어요. 이건 주작의 계략이에요. 저희는 얼마나 많은 적들이 숨어있는지 알지 못해요. 제가 대놓고 전양을 떠났으니 적들 중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 저를 습격하려고 하겠죠. 그러면 전양의 위기를 잠시 완화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전양에 도착할 때까지 제가 태호 씨를 지켜줄 수가 있죠.”그 말을 들은 윤태호는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가 물었다.“문주님을 공격한 사람들은 대체 누구죠? 설마 무신교 사람들인가요?”“무신교에서는 장로 네 명을 파견했어요. 그 외에 남전 할망구와 사왕, 대동 낭인이 있었고 다른 고수들도 있었어요. 총 몇 명인지는 솔직
검은 실루엣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윤태호가 그를 따라 나갔을 때 상대방은 이미 담을 넘은 상태였다.“어딜 빠져나가려고!”윤태호는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친 뒤 빠르게 움직여 그자를 막아섰다.훅!윤태호가 그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그러나 상대방은 반응 속도가 아주 빨랐고 윤태호가 주먹을 뻗을 때 그도 똑같이 주먹을 뻗었다.퍽.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윤태호는 상대방의 주먹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느꼈다.탁탁탁.윤태호는 연달아 다섯, 여섯 걸음 뒤로 물러난 뒤에야 겨우 걸음을 멈추었다. 기혈이 가슴속을 마구 휘젓는 기분이었다.상대방은 그 자리에 서서 꼼짝하지 않았고, 윤태호는 그제야 상대방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상대방은 차가운 표정을 한 남자였다. 남자는 20대 중후반 정도 돼 보였고 키는 170cm 정도에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으며 긴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풀어 헤치고 있었다.그리고 뜻밖에도 남자는 오른팔이 잘려 있었는데 대충 붕대로 감싸기만 한 상태라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윤태호가 남자를 살펴보고 있을 때 남자도 윤태호를 관찰하고 있었다.“당신은 누구죠?”윤태호가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날 찾아온 거죠? 날 죽이려고 한 건가요?”윤태호가 또 물었다.그러나 남자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흠, 여기까지 왔으니까 제대로 한번 싸워 보자고요.”윤태호가 남자를 공격하려고 했다.윤태호는 이번에 구전신용결을 사용했다.조금 전 남자의 주먹을 맛본 윤태호는 상대방의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걸 직감했다. 아마도 청룡 랭킹에 이름을 올린 고수들만큼 강할 것이다.심지어 청룡 랭킹 고수들조차 남자의 상대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이때 윤태호는 자신의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윤태호가 주먹을 내뻗을 때, 주먹이 금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재밌네요.”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더니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훌쩍 뛰어올라 윤태호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퍽.윤태호의 주먹과
아주 무시무시했다.5분도 되지 않아 윤태호의 왼팔 팔뼈가 산산이 부서졌고, 곧이어 오른팔에서도 팍팍 소리가 들리며 뼈가 부서졌다.“윽.”윤태호가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그것이 바로 구전신용결 제2전 경지, 줄골경이었다.그것은 선천지기를 이용하여 온몸의 뼈를 수차례 부수고 다시 이어 붙이면서 뼈의 강도를 끊임없이 강화하는 과정이었다.줄골경 대성 경지에 이른다면 총알마저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무쇠처럼 단단해진다.그러나 수련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러웠다.30분 뒤, 딱딱 소리와 함께 윤태호의 뼈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그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윤태호는 무려 세 시간 동안 수련했고 그 사이 윤태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이 점점 더 찬란해졌다.윤태호는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수련을 멈추었다.윤태호가 눈을 뜨는 순간 , 그의 눈빛에서 한 줄기 금빛이 반짝이다가 빠르게 동공 깊숙이 사라졌다.“이젠 구전신용결 제2전 경지를 익혔어. 그런데 언제 대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윤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어라? 다은 누나는 어디 갔지?”방으로 돌아간 윤태호는 임다은이 침대 위에 없는 걸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욕실 유리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비쳤다.욕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수증기 너머로 흰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윤태호는 순간 흥분했다.잠시 뒤, 임다은이 타월을 두르고 욕실 안에서 걸어 나왔다. 긴 머리카락은 가녀린 목 위로 흘러내렸고, 원래도 아름다운 얼굴은 수증기 때문에 붉어져서 물기를 머금은 연꽃처럼 아리따웠다.임다은은 윤태호를 향해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나는 태호 씨가 떠난 줄 알았어요.”“제가 왜 떠나겠어요?”윤태호는 앞으로 걸어가며 임다은을 품에 와락 안았고, 임다은은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윤태호의 목을 감싸면서 웃으며 말했다.“나는 안 피곤한데 태호 씨는 피곤해요?”“아니요.”“그러면 우리 뭔가 좀 해볼까요?”임다은이 큰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바라보니
두 사람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욕망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방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임다은은 힘들어서 숨을 헐떡였다. 얼굴에는 홍조가 피어올랐고 머리는 헝클어졌지만 그런 모습마저 굉장히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윤태호는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다.윤태호는 임다은을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백아윤이 자꾸 나랑 신경전을 해요. 백아윤은 태호 씨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요.”임다은이 갑자기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윤태호가 말했다.“다은 누나, 아윤 누나는 다은 누나를 싫어해서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임다은이 말했다.“태호 씨는 여자 마음을 모르네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곁에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적개심을 품기 마련이거든요.”윤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그런 논리라면 다은 누나도 아윤 누나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나요?”임다은이 고개를 저었다.“그러면 다은 누나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윤태호는 조금 실망했다.“말도 안 돼요. 내가 태호 씨를 좋아하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내 마음속엔 오직 태호 씨뿐이라고요.”임다은이 말했다.“내가 태호 씨 곁에 있는 여자들에게 적개심을 품지 않는 이유는, 훌륭한 남자들 주변에는 늘 여자들이 넘쳐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태호 씨에게 여자가 나 한 명뿐일 수는 없잖아요.”윤태호가 말했다.“다은 누나, 나한테는 다은 누나뿐이에요.”임다은이 말했다.“지금은 나 하나뿐이겠죠.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다른 여자가 생길 거예요.”“다은 누나, 나는 누나 말고 다른 여자랑 만날 생각이 없어요.”윤태호는 임다은을 꼭 끌어안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난 다은 누나만으로도 충분해요.”“정말 그렇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잖아요.”임다은이 말했다.“난 태호 씨가 곁에 다른 여자를 둬도 질투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기억해요. 첫 번째는 늘 나여야 해요. 아무도 내 자리를 빼앗아 갈 수 없어요.”윤태호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
오영준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휴, 나이가 들어서 이런 얘기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니까요.”차송주가 말했다.“제 어깨를 빌려줄 테니까 마음 편히 울도록 해요.”“꺼져!”잠시 뒤, 소이은이 윤태호의 품에서 벗어나며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조금 전에 저...”“괜찮아. 이해해.”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이은아, 우리 한의과에 온 걸 환영해.”“감사합니다.”“통통이, 오 선생. 이은이를 대신해서 책상 좀 정리해 줘요. 전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윤태호는 말을 마친 뒤 떠났고 소이은은 윤태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눈을 빛냈다.윤태호가 한의과에서 나오자 한용석이 그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형님.”“일은 잘 처리했어?”윤태호가 물었다.“주성훈과 이지현은 이미 처리했습니다. 주호걸과 이예인은...”한용석은 고개를 들어 윤태호를 힐끗 보더니 우물쭈물했다.“왜 그래?”윤태호의 질문에 한용석이 말했다.“주호걸과 이예인도 죽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죽인 건 아닙니다.”“그러면 누가 죽였어?”“모르겠습니다.”한용석이 대답했다.“형님께서 떠나신 뒤 한 직원이 두 사람에게 술을 건넸는데 그 술을 마시고 죽었습니다.”“술에 독을 탄 거야?”“네.”“그러면 주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윤태호가 또 물었다.“다 죽었습니다.”한용석이 말했다.“주씨 가문과 이씨 가문 사람은 총 42명인데 전부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죽인 건 아닙니다.”윤태호가 미간을 찌푸렸다.“현재 주씨 가문과 이씨 가문이 전멸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다들 저희 용문에서 저지른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한용석은 화를 내며 말했다.“어떤 놈이 일을 저질러놓고 우리에게 누명을 씌운 건지 모르겠습니다.”“주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서 운영하던 회사는?”윤태호가 또 물었다.“말도 마세요. 주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서 운영하던 회사는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습니다.”한용석이 말했다.“조사해 봤는데 그 회사들을 인수한 회사는 베
윤태호는 문득 경계심을 높였다. 소이은은 겉보기에는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평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이은의 뛰어난 의술로는 절대 미주 병원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주 병원의 한의과는 폐과 직전이고 해마다 실적이 바닥을 치는 최악의 과인 걸 다들 잘 알고 있다. 젊고 아름다우며 뛰어난 실력까지 갖춘 여자애가 여기를 선택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단 하기지 가능성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다. 가슴만 컸지 머리는 장식이라는 말은 아마 소이은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바로 그때 소이은이 은침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과장님, 세 환자 다 치료했어요. 시험에 합격한 건가요?”“당연히 합격이지.” 윤태호가 감탄하며 말했다.“어린 나이에 의술이 이렇게 뛰어나다니!”“맞아요. 이은 씨의 침술은 경지에 오른 수준이에요. 내가 본 한의사 중 최고예요.” 오영준이 감탄하자 차송주도 덧붙였다.“내가 본 한의사 중 이은 씨는 가장 예쁘고 의술도 최고예요.”다들 칭찬을 하자 소이은은 쑥스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윤태호가 말했다.“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은의 집안도 한의학 일을 하는 집안이지?”소이은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윤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과장님, 어떻게 아셨어요?”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침놓는 속도가 빠르고 혈 자리 찾는 게 정확하며 손놀림도 안정적이야. 보통은 침술을 제대로 익히려면 최소 10년은 배워야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지.”“과장님 말씀대로예요. 저는 아홉 살 때부터 침술을 배우기 시작해서 올해가 10년째예요.”“집안도 한의학을 하는 거야?”“네, 저희 양성 소씨 가문은 명나라 때부터 한의학을 해왔고 대대로 어의를 배출했어요.”“그렇구나. 그래서 네가 자오회문침과 귀문십삼침 같은 사라진 침법을 다 아는 거였네. 조상님이 어의라면 놀랄 일도 아니지.”“세상에! 제가 쓰는 침법을 다 알아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소이은은 큰 눈망울로 감탄하며 존경 어린 눈빛으로 윤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