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15. 빙설이 삼킨 결투장
미라클 가문의 본가, 소공자 무련실에는 무거운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 위로 두 다리가 형체도 없이 으스러진 암살자가 피를 토하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 참혹한 몰골을 내려다보는 강민우의 얼굴은 흉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니까, 고작 서자 놈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고 정예 셋이 전멸했다는 건가."
민우의 나직한 음성에 암살자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의 이마에서는 피와 땀이 섞인 액체가 대리석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 그놈은 우리가 알던 쓰레기가 아닙니다……."
"S급을 초월한 얼음 마력에…… 가문의 황금 속성까지 쓰고 있었습니다……."
"괴물입니다, 소공자님……! 저희의 그림자 진법을 단 한 격에 박살 냈습니다……!"
민우는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검을 뽑아 암살자의 목을 그대로 그어버렸다.
스윽.
분수처럼 뿜어지는 선혈을 뒤로한 채, 민우는 손수건으로 검을 닦아내며 이를 갈았다.
"강태혁…… 감히 힘을 숨기고 가문의 사냥개를 물어?"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하던 가문의 첫째이자 유력한 후계자의 자존심에 거대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수진의 태도가 기묘하게 바뀐 이유가 있었다.
태혁이 가문의 비기를 훔쳤든, 혹은 숨겨진 각성을 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문의 권위에 도전하는 서자는 오직 죽음으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민우는 곧바로 가문 직속 호위대를 소집했다.
"아카데미 기말 평가가 끝나는 즉시, 강태혁 그 서자 놈을 가문으로 압송한다."
"가주님의 이름으로 소환령을 발동해라."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사지를 잘라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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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중앙 대련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은 한 해의 서열을 가리는 기말 평가 당일이었다.
수많은 생도와 교수진, 그리고 각 가문의 감시자들이 대련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대련장 중심에 선 강태혁을 향해, 주변 생도들의 비웃음 섞인 웅성거림이 쏟아졌다.
"저 서자 놈, 무슨 배짱으로 저기 서 있는 거지?"
"최진두를 패서 기권하게 만들었다더니, 미쳤나 봐."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나 나온 건가?"
태혁의 맞은편에는 아카데미 상위권을 독차지하던 천재 생도, 류진이 오만한 표정으로 대검을 쥐고 있었다.
류진은 가문의 후원을 받는 엘리트 각성자로, 이미 B급 상위에 도달한 실력자였다.
"서자 새끼가 운 좋게 기어올라왔군."
"네놈의 그 천한 피가 얼마나 무력한지, 가문의 이름으로 깨닫게 해주마."
류진이 대검을 고쳐 잡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신형을 감싸는 붉은색 화염 마력이 대련장의 온도를 급격하게 상승시켰다.
태혁은 대사 한마디 섞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류진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의 안광에는 상대를 향한 분노조차 없었다.
오직 하찮은 벌레를 내려다보는 듯한 절대적인 무심함만이 존재했다.
삐익-!
경기를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는 그 찰나였다.
류진이 바닥을 치며 순식간에 태혁의 전면으로 쇄도했다.
"죽어라, 쓰레기!"
화염이 휘감긴 대검이 태혁의 머리통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혔다.
공기를 찢는 폭음과 함께 붉은 폭풍이 태혁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그러나 태혁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가볍게 오른발을 굴렀다.
콰과과과과궁-!!!
순식간에 대련장 전체가 황금빛이 도는 거대한 얼음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어?"
류진이 검을 내지르기도 전에, 그의 발밑에서 솟구친 빙설의 권능이 그의 사지를 결박했다.
그가 자랑하던 화염 마력은 태혁의 냉기가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어떠한 마력 장벽도, 단단한 대검도 태혁의 S+급 '빙설의 격' 앞에서는 종잇장에 불과했다.
콰지직! 콰직!
"아, 아아아악!!!"
대련장 전체에 뼈가 산산조각 나는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류진의 대검은 얼어붙어 산산조각 났고, 그의 두 팔과 다리는 기괴한 각도로 꺾여버렸다.
단 3초였다.
관람석에 있던 아카데미 총장과 생도들은 공포에 질려 숨도 쉬지 못했다.
"S…… S급 마력이다!"
"말도 안 돼! 저놈은 마력이 없는 낙제생이었잖아!"
경악과 비명이 교차하는 지독한 혼란 속에서, 태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투장을 내려왔다.
구구절절한 학원물 놀이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 86 화: 맹주국의 몰락과 봉황의 추락---무림맹 회의장.수십 개 문파의 장로들이 둘러앉았다.중앙에는 철혈검황이 우뚝 서 있었다.그의 손에 한 장의 서찰이 쥐어져 있었다.제갈청아의 인장이 찍힌 서찰."이게 무슨 소리요?"철혈검황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청아 군사가…… 우리 중에 사파의 프락치가 있다고?"정파 문파장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아니, 이건 분명 누군가의 모략이……""그렇다면 왜 청아 군사의 인장이 찍혀 있지?""설마…… 네가?""무슨 소리야!"철혈검황이 주먹을 휘둘렀다. 회의탁자가 산산조각 났다."이 혼란을 틈타 사파가 침공할 것이다. 모두 제자리를 지켜라!"그러나 이미 늦었다.누군가가 칼을 빼들었다. 또 누군가가 뒤통수를 노렸다.무림맹이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감금실.제갈청아가 눈을 떴다.손목에 채워진 금속 고리. 그 너머로 무림맹의 혼란이 감지되었다.그녀가 이를 악물었다."이럴 수가……"그러나 그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입술을 깨물며 손가락으로 바닥에 피를 그렸다.혈도. 가문의 비전.그녀가 전서구를 불러냈다."가라. 무림맹에 경고를……"전서구가 창살 사이로 날아갔다.그러나.바깥에서 한 손이 나타나 전서구를 낚아챘다.제갈무희.그녀가 전서구를 천천히 찢었다."언니."무희의
# 85 화: 봉황의 눈물과 지하 제단---제갈청아의 몸은 무너져 있었다.그러나 그 눈빛은.눈물 사이로 번뜩이는 저항의 불꽃. 꺼지지 않았다.태혁이 그녀의 턱을 잡아 들어 올렸다."아직도."청아가 피 묻은 입술로 비웃음을 지었다."이딴…… 쾌락 따위로…… 내가 무너질 줄 아느냐."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단호했다.태혁이 미소를 지었다."좋아. 더 지켜보자."---제갈무희가 다가왔다.청아의 앞에 섰다. 두 자매가 마주 보았다.청아가 눈을 부릅뜨며 침을 뱉었다."배신자."무희가 그 침을 닦아냈다. 손가락으로.그러나 청아의 목을 조르지 않았다.대신.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언니, 네가 지키려던 가문은 이미 끝났어."청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무슨…… 소리……"무희가 금서고 벽면에 새겨진 금술문자를 가리켰다."아버지는 사파와 밀약을 맺었어. 네가 자랑스러워하던 제갈세가의 비급은 이미 주인님의 손에 들어왔지."청아가 고개를 저었다."거짓말……!"그러나 무희의 눈빛은 차가웠다."네 오만함이 가문을 망친 거야. 네가 태혁을 얕보았기에, 네가 모든 걸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했기에."청아의 입술이 떨렸다.그리고.처음으로.그녀의 눈동자에 흔들림이 스쳤다.무희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에도, 네가 짜놓은 방어망은 이미 뚫렸어. 네 부하들
# 84화: 굴복하는 봉황---제갈청아의 미소가 금서고의 어둠을 갈랐다.그 미소는 그녀가 오랜 시간 준비해온 2단계 함정의 발화점이었고, 태혁이 그 미소를 목격한 순간, 그의 여유로운 눈빛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좁아졌다."과연 그럴까?"청아의 부채가 우아하게 펼쳐졌고, 그녀의 손목이 한 바퀴 돌아가는 동시에 금서고 바닥 전체가 고대의 금술문자로 뒤덮이며 짙푸른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고대 차원 봉인 진법.그것은 제갈무희가 미리 읽어낸 1단계 미끼가 아니라, 청아가 무희의 배신까지 감안하여 오로지 태혁 한 사람을 포박하기 위해 설계한 진정한 필살기였다.태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마계의 권능과 신성 오라가 순식간에 억제되었고, 그의 호흡이 처음으로 거칠어지며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제갈무희가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이건…… 2단계 미끼가 아니야……! 내가 읽은 것은……!"청아가 차갑게 비웃으며 걸어 내려왔다."네가 읽은 것은 내가 의도적으로 흘린 1단계일 뿐이다. 너는 이미 내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던 거야, 무희야."금서고의 공간이 비틀리며 태혁의 마력을 완전히 봉쇄하는 압착력이 더욱 거세졌고, 독고수연이 칼을 빼들었으나 진법의 압력에 발걸음조차 자유롭지 못했다.청아가 태혁의 코앞까지 다가섰다."오만한 쥐새끼. 네가 제갈세가의 천 년 지혜를 감히……"그러나 그 순간, 윤서현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떴고, SSS급 차원 감지력이 금서고 전체를 꿰뚫으며 얽히고설킨 차원 결절의 연결고리를 분석해냈다. 서쪽 기둥 아래, 세 번째 금술선이 꼬여 역류 지점을 형성하고 있음을."태혁."
83화 : 지략촛불 하나가 어둠을 밀어냈다. 붉은 휘장이 스르르 흔들렸다. 정적이 무겁게 깔렸다.제갈무희는 벌거벗은 채 무릎을 꿇었다. 등허리가 촛불을 받아 희게 빛났다. 어깨 너머로 가슴 윤곽이 드러났다. 호흡 한 번에 미세하게 떨렸다.태혁이 그녀 뒤에 섰다.붓을 쥐었다. 붓끝은 붉은 안료에 젖어 축축했다. 손끝으로 그녀의 등 정중앙을 눌렀다. 척추 위, 첫 번째 혈자리다."네 가문의 진법. 보여줘."목소리는 감미로웠다.그러나 붓끝이 살갗을 누를 때마다 제갈무희의 등이 움츠렸다. 차가운 떨림이 핏줄을 타고 퍼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가문의 비밀을 꺼냈다."첫째 방어선은…… 천지삼재진."붓끝이 견갑골 사이를 타고 내려갔다."본가 정문의 석주…… 아!"그녀의 말이 끊겼다.태혁의 붓이 신문혈을 스쳤다. 날카로운 감각이 척수를 타고 뇌리까지 퍼졌다. 제갈무희는 무릎을 오므리며 숨을 삼켰다.그러나 멈추지 않았다.붓끝이 옆구리로 옮겨갔다. 늑골 사이를 따라 얇은 금선이 그려졌다. 혈자리마다 몸이 경련했다. 떨림이 진법 선을 타고 번졌다."계속해."숨결이 귀밑을 스쳤다.무희는 눈을 감았다. 떨리는 음성으로 이어갔다."둘째는…… 팔괘유영진. 외곽 여덟 기둥이…… 위치를 바꾸며…… 접근자를 혼란시킵니다. 해제는…… 건위 기둥을 세 번……."붓끝이 가슴 아래로 내려갔다. 검중혈을 찔렀다.제갈무희가 허리를 젖혔다.숨이 헐떡였다.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나갔다. 뺨이 붉게 물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82화 : 군사 제갈무희, 그녀의 마지막 계산천기각 정자 안.공기에는 아직도 정사의 짙은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제갈무희는 흐트러진 옷을 추슬러 입으며 태혁의 발치에서 일어났다.아직도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는 낯선 남자의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무시하고 자세를 바로 세웠다.독고수연이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자색 단의를 정돈해 주었다."사저, 이제 겨우 몸을 추슬렀나 보군요.""……고맙다, 수연아. 하지만 아직 내 머릿속은 복잡해."제갈무희는 떨리는 손으로 깃털 부채를 집어 들었다.방금 전까지 자신을 짓밟던 절대적인 쾌락과 굴욕, 그리고 그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몸이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태혁은 그런 그녀를 정자 난간에 기대어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군사가 될 놈이 그렇게 흔들려서야 되겠냐.""죄송합니다, 소주님.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제갈무희는 심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이미 태혁의 군사였다. 지혜의 여신이 아니라, 한 남자를 위해 칼과 머리를 바치는 책사였다."먼저 차원 촉매이신 윤서현 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분은 지금 검종 본산 근처에서 차원 균열을 감시하고 계십니다. 무림과 다른 세계선을 잇는 결절(結節)이 그곳에 하나 더 있거든요.""서현이가 검종 본산에……? 그렇군. 수연아, 네 본산이 그렇게 위험한 곳이었나?"독고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주인님. 검종 본산 뒤편의 '검림(劍林)'은 예로부터 차원의 기운이 강하게 흐르는 영역이었습니다. 윤서현 님은 그곳을 지키며 이쪽 세계선으로 넘어오는 이물을 감시하고 있어요.""그녀가 그런 데서 혼자 괜찮겠나?
81화 : 뇌섹녀의 반격, 지혜의 완전한 패배천기각의 정적이 깨졌다.제갈무희는 턱을 잡힌 채로도 그 영리한 눈동자만은 여전히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태혁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오라에 온몸이 떨리면서도, 그녀의 입가에는 냉소가 걸렸다."네놈이 힘으로 진법을 부수었다 한들…… 수리(數理)와 인간의 심리까지 힘으로 눌러버릴 수는 없다!"그녀의 손가락이 천기각 난간 뒤에 숨겨져 있던 비전의 기관을 스쳤다.쿠구구구구-!천기각 바닥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정자를 둘러싼 여덟 개의 소나무 바위가 일제히 사방을 막아서는 상고 격절진이 펼쳐졌다.동시에 자색 단의 사이로 뿜어져 나온 보랏빛 천기사독과 함께 공간 자체가 비틀리는 압착력이 태혁을 조여왔다.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제갈무희는 자신이 사독에 노출되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태혁의 발밑에 감춰둔 천기자폭인을 기습 발동시켰다.무력으로 이길 수 없다면, 상대의 과신과 빈틈을 노려 동귀어진하는 수.그것이 천하제일 지략가 제갈무희가 던진 진짜 마지막 수였다."사저! 안 돼요!"독고수연이 깜짝 놀라 음양검기를 끌어올리며 태혁의 앞으로 뛰어들려 했다."물러서라, 수연아."태혁의 차분한 목소리가 정자에 울려 퍼졌다.그의 눈동자에 푸른빛 스펙트럼이 빠르게 회전했다.[스킬 : '지배자의 혜안'이 작동합니다.][상고 격절진의 동선 및 천기자폭인의 기류 수치 분석 완료.][천기사독의 기운을 역이용하여 진혈(陣穴)을 교란합니다.]태혁은 움직이지 않았다.다만 왼손 손가락 두 개를 튕겨 천기각 중앙의 석등을 정확히 격파했다.파아아앙-!"……!"제갈무희의 눈동자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