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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환갑잔치의 굴욕

ผู้เขียน: 침서면
송씨 저택.

송아진이 이곳에 발을 들인 건 반년 만이었다. 송씨 가문 사람들과의 관계가 옅어진 것도 이유였지만 그들이 송아진을 반길 리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송명철의 환갑잔치였기에 체면상 송아진도 초대받을 수밖에 없었다.

송아진과 배수연이 도착했을 때, 신주현과 송지연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두 사람을 떠올리는 순간, 송아진의 가슴은 답답하게 옥죄였다.

대문 앞에는 송명철과 새어머니 소인영이 서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던 사람은 송아진이 아니라 배수연이었다.

“사돈댁 오셨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소인영은 배수연을 보자마자 반갑게 팔짱을 끼며 맞았다.

송아진은 속으로 비웃었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마치 소인영이 배수연을 친딸처럼 대하는 것 같았을 것이다.

잠시 후, 송명철은 송아진을 서재로 불렀다.

서재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책상 앞에 선 송아진에게 그는 의자 하나 내주지 않았다. 마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이 집에 그녀가 차지할 자리가 전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결국 어린 시절 송아진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왜 네 동생을 죽이려 했어?”

송명철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서늘했다.

송아진은 오래전부터 이런 압박 속에서 자라왔다. 송명철을 마주할 때마다 몸이 굳는 건 여전했다.

송아진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아버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아버지라 부르지 마. 배은망덕한 널 두고 내가 네 아비일 수는 없다!”

그의 목소리는 벽을 울릴 만큼 높아졌다.

송아진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차갑게 받아쳤다.

“배은망덕한 게 저예요? 아니면 송지연인가요? 3년 전, 제가 신장을 기증했잖아요. 그런데 송지연은 몸을 망치며 술과 담배에 빠져 살았죠. 결국에는 저를 납치해서 또 다른 신장을 빼내려 했어요. 진짜 배은망덕한 건 송지연이에요.”

송명철은 손가락으로 송아진을 겨누며 소리쳤다.

“지연이가 순간 잘못된 생각을 했을 뿐이다! 네 신장이 필요하다고 믿었으니 그런 짓을 한 거다! 순수하니까 그런 선택을 한 거지, 다른 사람을 납치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

그 말에 송아진은 순간 말을 잃었고 이내 씁쓸하게 웃음을 흘렸다.

“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제가 처음부터 신장을 잘못 준 거군요. 애초에 그게 제 잘못이었다는 건가요?”

송명철의 눈에는 오직 송지연밖에 없었고 송아진의 목숨은 그의 관심 밖이었다.

그는 책상 위의 연필통을 집어 던졌다. 송아진은 몸을 틀어 피했고 연필통은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머리를 맞았을 것이다.

“송아진, 네 목숨은 내가 준 거야! 지금 네게 또 다른 신장을 빼주라 해도, 그건 내가 허락한 일이야!”

송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맞받았다.

“아니요. 제 생명은 엄마가 주신 거기도 해요.”

가족에게 이미 버림받았다는 걸 알면서도, 직접 그 말에 부딪히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 더 나아가 아예 버림받았다는 현실이 그녀를 짓눌렀다.

송명철은 벌떡 일어나더니 송아진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송아진의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따끔한 통증이 번졌다.

“경찰이 방금 병원에서 지연을 데려갔다. 당장 경찰서 가서 고소 취하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순간, 모든 게 이해됐다. 경찰이 증거를 확보했으니 송지연을 연행한 것이고 송명철이 분노하는 건 결국 귀한 딸 송지연이 구속됐기 때문이었다.

“싫습니다.”

가슴속이 시원하게 뚫린 듯했다. 처음으로 송명철 앞에서 대놓고 거역하는 순간이었다.

송명철의 손이 다시 휘둘러졌지만 송아진이 몸을 피하면서 이번에는 허공만 갈랐다.

“송아진! 네가 신주현의 아내라는 걸 믿고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냐? 누가 널 받쳐줄 줄 아느냐!”

송아진은 귀를 의심했다. 이게 정말 친아버지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다른 아버지들은 딸이 기댈 곳이 없어 걱정할 텐데 송아진의 아버지는 정반대였다.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그래서 누구한테 기대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고소는 절대 취하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죽을 뻔했어요. 그런데 왜 취하해야 하죠?”

“네가 설마, 신장 하나 덕에 신씨 집안에 들어왔다고 평생 안심하고 살 줄 알았어? 주현이가 좋아하는 건 지연이야. 네가 정말 신주현한테 보호받을 거라 믿어?”

마치 또 한 번 뺨을 얻어맞은 듯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세상 모두가 아는 사실, 신주현은 송아진을 사랑하지 않는다.

송아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서 뭐요? 지금은 제가 신주현의 아내예요. 아버지, 감히 절 건드릴 수 있겠어요?”

송아진이 서재 문을 나서려는 순간, 송명철의 목소리가 등을 찔렀다.

“거기 서! 송아진! 네가 내 화병을 깨뜨렸어. 버릇없이 굴었으니 당장 마당에 나가 무릎 꿇어라!”

곧이어 쾅 하고 책상 위 화병이 깨지는 소리가 울렸다.

송아진은 눈치챘다. 화병은 구실일 뿐 결국 자신을 무릎 꿇게 만들려는 수단이었다.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한, 벌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값으로 감옥에 보내려 할 테니까.

...

넓은 마당 한가운데 송아진이 무릎 꿇고 있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이렇게 무릎 꿇은 게 몇 번이나 되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없다. 하지만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건 처음이었다.

오늘은 송명철의 환갑이라 연회장에는 여덟 상이 차려졌고 남성의 이름 있는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송아진이 재벌 신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았다. 하지만 그런 송아진이 지금은 송명철에게 끌려 나와 마당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고 체면 같은 건 이미 산산조각 나 있었다.

두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무릎 꿇은 채, 연회장 안에서는 여전히 술잔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거센 폭우가 쏟아졌다.

4월의 밤공기는 차가웠고 차가운 빗방울까지 더해지자 송아진의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무릎은 이미 감각을 잃었고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 고소를 취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빗물이 화끈하게 부은 뺨 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송아진은 고개를 들어 연회장 쪽을 바라봤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배수연과 신명안이 송명철과 웃으며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순간, 배수연의 시선이 잠시 송아진에게 머물렀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두었다. 마당에 무릎 꿇고 있는 여자가 신가의 체면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오히려 수치를 끼치는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원래부터 송아진이 얻은 ‘신씨 가문 며느리’라는 자리는 떳떳하지 못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송아진은 세상 모두에게 버림받은 기분을 느꼈고 이혼하고 싶었으며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었다. 멀리, 해외에 있는 외할머니를 찾아가고 싶었다.

다리는 이미 힘이 풀려가고 있었고 머리는 점점 무거워졌고 열이 오르는 게 분명했다. 쓰러지겠다 싶던 순간, 머리 위로 검은 우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송아진이 멍하니 고개를 들어 올렸 봤더니 검은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남자는 신주현의 비서 유성이었다.

순간 몸이 가볍게 들어 올려지며 품에 안겼다. 허공에 뜬 듯한 그 순간, 익숙한 체온과 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그제야 신주현이 온 걸 알았다.

송아진은 젖은 속눈썹을 힘겹게 들어 올려 신주현의 얼굴을 확인했고 신주현은 고개를 숙여 신아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깔려 있었지만 그 사이로 걱정이 묻어났다.

‘정말... 신주현이 날 걱정해서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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