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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아도 좋다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5 13:00:02

“그렇다.”

카시안의 대답에 엘로이즈의 손끝이 굳었다.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발급한 것은 아니다.”

“전하의 통행증인데, 전하가 발급하지 않았다.”

“믿으라고 하지 않겠다.”

처형대에서도 그는 자신이 본 증거를 진실이라 확신했다. 그 확신이 그녀의 목을 잘랐다.

“이번에도 전하의 말만 믿으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러나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품에서 검은 지휘패를 꺼내 데미안에게 던졌다.

“북문 출입 장부를 봉인해. 오늘 밤 기록에는 누구도 손대지 못하게 하고, 당직자 전원을 남겨 둬.”

“아이들을 실은 마차는요?”

“궁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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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무엇을 들을지는 내가 정한다

    엘로이즈는 카시안의 답장을 세 장째 모아 두고 있었다.〈소독용 석회.〉〈비슷한 방식의 문서를 본 적이 있다.〉〈출처는 아직 말하지 못한다.〉첫 번째는 수사를 앞으로 움직였다.두 번째는 방향을 바꿨다.세 번째는 막았다.그녀는 세 장을 겹쳐 황태자궁으로 가져갔다.카시안이 물었다.“대신전 쪽에서 새로 나온 게 있나?”“아뇨.”엘로이즈는 맞은편에 앉았다.“오늘은 전하에게 확인할 게 있습니다.”그의 눈빛이 낮아졌다.엘로이즈가 답장들을 펼쳤다.“전하께서는 제 판단을 흐리지 않기 위해 기억을 숨긴다고 하셨죠.”“그래.”“그 방식은 여기까지입니다.”카시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엇을 들으면 제가 흔들릴지, 어떤 정보를 알아도 되는지까지 전하께서 정하지 마세요.”그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굳었다.엘로이즈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것도 대신 판단하는 겁니다.”이번에는 부정하지 못했다.오래된 습관이었다.위험한 것을 자신이 먼저 골라 없애고.필요한 정보만 남겨 건네고.그것을 보호라고 불렀던 사람의 습관.카시안이 낮게 말했다.“내 기억이 틀릴 수도 있어.”“알고 있습니다.”“미래는 이미 달라지고 있고.”“그것도 압니다.”“내가 본 일을 네가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면—”“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엘로이즈가 말을 잘랐다.그녀는 빈 종이를 탁자 위에 놓았다.세 개의 선을 그었다.〈현재 확인〉〈과거 기억 — 현재 미확인〉〈추정〉카시안의 시선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전하의 기억을 증거로 쓰지 않겠습니다.”엘로이즈가 말했다.“하지만 전하가 제 판단을 걱정한다는 이유로 존재 자체를 숨기게 두지도 않을 겁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기억나면 기억난다고 말하세요. 확실하지 않으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고.”그녀가 두 번째 칸을 가리켰다.“확인은 제가 합니다.”카시안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그녀는 기다렸다.이번에는 그가 기다릴 차례가 아니었다.결국 카시안이 물었다.“무엇부터 알고 싶지?”엘로이즈는 모르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서명 뒤에 들어온 문장

    모르텐의 자백서 작성에는 네 사람이 입회했다.독립 감사관.귀족원 서기관.경비 장교.그리고 진술을 받아 적은 기록관.엘로이즈는 네 사람의 진술을 따로 받았다.같은 방에 두지 않았다.첫 번째 감사관은 말했다.“모르텐 경이 대부분 직접 진술했습니다.”두 번째 경비 장교도 같았다.“강압은 없었습니다.”세 번째 서기관 역시 자백 내용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다.차이가 나온 것은 마지막이었다.기록관이 오래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처음부터 그 표현을 쓰지는 않았습니다.”엘로이즈의 펜이 멈췄다.“어떤 표현을요?”“구 보조 공명소 하부실.”기록관은 손가락을 맞물렸다.“초안에는 ‘제7 신호탑 아래의 오래된 지하실’이라고 적었습니다.”“모르텐이 그렇게 말했습니까?”“예.”엘로이즈는 자백서 원본을 펼쳤다.문제의 문장은 분명했다.〈구 보조 공명소 하부실을 발견하여.〉“그럼 누가 고쳤죠?”“최종 낭독 전에 용어 정정서가 왔습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어디서?”기록관이 대답했다.“대신전 기록국입니다.”로웬의 시선이 옆에서 움직였다.엘로이즈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대신전에 자백서 초안을 보냈습니까?”&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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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텐의 자백서는 지나치게 완벽했다.독립 감사관이 내민 서류는 모두 여섯 장이었다.비상 통행증 부정 사용.철제 자재 우회 반입.황후궁 구휼청 물품의 사적 전용.그리고 제7 신호탑.〈사 년 전, 붕괴 위험이 있는 구 보조 공명소 하부실을 발견하여 구휼청의 소독용 석회 열여덟 통을 임의 전용하고 통로를 봉쇄하였음.〉엘로이즈의 손이 멈췄다.감사관이 물었다.“문제가 있습니까?”“이 자백서는 언제 작성됐죠?”“어젯밤입니다.”“모르텐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황후궁에서 해임된 뒤 귀족원 별관에 연금 중입니다. 외부 접견은 금지됐습니다.”엘로이즈는 다시 문장을 읽었다.구 보조 공명소 하부실.정확한 명칭이었다.군사기록원의 현재 문서에는 없었다.제7 신호탑 건설 도면에는 그저 〈구식〉이라고만 적혀 있었다.그 장소가 보조 공명소였다는 사실은 대신전의 삼십칠 년 전 폐기 기록과 자신이 대조한 뒤에야 확인됐다.“감사 과정에서 모르텐에게 이 명칭을 알려준 적이 있습니까?”감사관이 기록을 넘겼다.“없습니다.”“제7 신호탑 현장 조사 사실은요?”“어제까지 공식 보고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로웬이 옆에서 자백서를 받아 들었다.“자백을 너무 잘했군요.”엘로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몰랐어야 할 것까지 알고 있었다.모르텐의 자백은 사건을 끝내기 위한 문서였다.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너무 늦게 본 장부

    십 년치 보수 장부에는 벽이 없었다.엘로이즈는 같은 페이지를 세 번째로 넘겼다.지붕 교체.봉화대 난간 보강.빗물 배수로 정비.동쪽 외벽 균열 보수.제7 신호탑에 들어간 공사비는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하지만 지하층은 없었다.회반죽도.통로를 막은 기록도.“장부 밖에서 작업했다는 뜻이겠군요.”기술관이 말했다.“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비용을 처리했거나요.”엘로이즈는 장부를 덮었다.그날 저녁 카시안에게 짧은 전언을 보냈다.〈최근 십 년간 공식 보수 기록에는 지하층 공사가 없습니다. 회반죽 구매 내역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이번에도 마지막에 덧붙였다.〈아직 벽은 열지 않았습니다.〉답장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그러나 내용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수선비가 아니라 소모품을 찾아봐. ‘겨울 열병 대비 소독용 석회.’〉엘로이즈의 시선이 문구 위에서 멈췄다.소독용 석회.가능한 위장이었다.하지만 카시안은 가능성을 말하지 않았다.항목의 이름을 말했다.다음 날 엘로이즈는 보수 장부 대신 제7 신호탑의 외부 반입 물품 기록을 요청했다.십 년치였다.곡물.기름.장작.등잔 심지.약품.몇 권을 넘긴 끝에 손이 멈췄다.사 년 전 겨울.〈겨울 열병 대비 소독용 석회, 열여덟 통.〉문구가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공급처는 군부가 아니었다.〈황후궁 구휼청 기부 물품.〉수령지는 제7 신호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아무도 허락할 수 없는 약혼

    카시안은 약혼 계약서의 마지막 장을 가장 늦게 읽었다.엘로이즈 에버하르트.로웬 카르시온.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재산 분리.각 가문의 지휘권 독립.작위와 영지에 대한 상호 청구권 없음.혼인 후에도 엘로이즈는 에버하르트의 이름과 상속권을 유지한다.그리고 마지막 조항.〈본 약혼은 당사자 양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체결되며, 황실을 포함한 제3자는 일방적으로 이를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없다.〉카시안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전생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계약이었다.그때 엘로이즈의 혼인은 선택이 아니라 결정이었다.자신과 황실이 내린 결정.이번에는 달랐다.그녀는 자신이 들어갈 혼인의 문까지 직접 만들고 있었다.“문제가 있습니까?”맞은편의 로웬이 물었다.카시안은 계약서를 내려놓았다.“없다.”오늘은 정식 약혼 등록일이었다.사교계에 떠도는 구두 약속도, 시험적인 구혼도 아니었다.제국 귀족원과 북부 자치공국 양측 기록에 남는 공식 계약.서명만 끝나면 엘로이즈는 법적으로 카르시온 공자의 약혼자가 된다.귀족원 서기관이 계약서를 가져가려던 순간, 문이 열렸다.황후궁의 법무관이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그는 별도의 문서를 내밀었다.“황후 폐하께서 계약 형식에 우려를 표하셨습니다.”엘로이즈가 물었다.“어느 조항입니까?”“제3자의 변경권을 전면 부정한 부분입니다.”법무관은 카시안을 향해 예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사라지지 않은 일곱 번째 탑

    군사기록원의 지도는 신전 기록보다 훨씬 정직했다.무엇이 옳았는지는 적지 않았다.대신 무엇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남아 있었다.엘로이즈는 건국 초기 수도권 방어망 지도와 삼십칠 년 전의 시설 변경도를 나란히 펼쳤다.붉은 점은 봉화탑.푸른 점은 폐기된 신전 시설.하나.둘.셋.점을 겹쳐 갈수록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워졌다.열두 보조 공명소 가운데 여덟 곳이 훗날 군사 신호탑과 정확히 같은 위치에 세워져 있었다.카시안의 추측이 맞았다.하지만 엘로이즈는 거기서 멈췄다.“건설 기록도 보여 주세요.”기록관이 두꺼운 문서철을 가져왔다.대부분은 예상대로였다.〈기존 신전 시설 철거 후 신축.〉〈지반 정리 완료.〉〈하부 구조 매몰.〉하나씩 지워 나가던 엘로이즈의 손이 일곱 번째 기록에서 멈췄다.제7 신호탑.건설 시점은 보조 공명소 폐기 바로 다음 해.그런데 철거 항목이 없었다.대신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기존 하부 기단 재사용.〉엘로이즈가 눈을 가늘게 떴다.“이 기단이 어느 시설의 것인지 기록돼 있습니까?”기록관이 부속 도면을 찾았다.누렇게 바랜 종이가 펼쳐졌다.신호탑 아래에 현재 구조보다 훨씬 넓은 원형 공간이 그려져 있었다.출입구는 폐쇄.지하 통로는 매몰.용도란에는 단 두 글자만 남아 있었다.〈구식.〉“보조 공명소였군요.”기록관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정황상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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