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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섭정왕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4 02:05:41

대문 앞은 이미 조용한 긴장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삼황자가 왔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 사람들은 들뜨고 기뻐했다. 지금은 모두가 숨을 낮췄다.

하인들은 허리를 굽힌 채 눈을 들지 못했고, 친척들은 말을 삼킨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위지헌은 그런 사람이었다 — 그가 오면 사람들은 환호하지 않고, 숨을 세었다.

말발굽 소리가 멎었다.

검은 옷의 군사들이 먼저 들어섰다. 화려하지 않았으나 모두를 누르는 힘이 있었다.

칼집 하나, 신발 끝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뒤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월령은 숨을 조심스레 삼켰다.

위지헌.

그 밤보다 젊었으나, 이미 차가웠다. 검은 장포 위로 은실 구름무늬가 희미하게 빛났고, 허리의 장검은 장식처럼 얌전히 걸렸으나 아무도 그것을 장식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누구에게 잘 보이려 웃지 않았고, 허락을 구하지도 않았다. 걸음은 느렸다 — 빨리 걸을 까닭이 없는 사람의 느림이었고, 절제된 그 한 걸음이 도리어 보는 이의 숨을 잡아끌었다.

깎은 듯 서늘한 이목구비, 감정을 가라앉힌 눈매, 사람을 베어 왔을 길고 단정한 손. 그 서늘함 아래로 억눌린 힘이 낮게 흘렀고, 그 힘은 위압인 동시에 —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색(色)이었다.

연회장 한쪽의 젊은 부인이 부채를 쥔 손을 멈췄다가 황급히 시선을 내렸다. 잔을 나르던 시비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사람들은 그가 두려워 고개를 숙였으나, 숙이고도 곁눈으로 그를 좇았다. 그를 한 번 본 사람은, 마음에 무엇 하나를 품지 않고는 쉬이 돌아서지 못했다.

월령조차 한순간 숨이 늦었다 — 그 밤의 젖은 장포도 피 묻은 손도 아닌, 봄볕 아래 처음 보는 서늘하고 아득한 사내였다.

"섭정왕 전하를 뵙습니다."

심도윤이 예를 올렸다.

"심 장군."

위지헌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그 목소리.

월령의 가슴이 아프게 조여 들었다.

칼을 치우라 명하던 소리.

늦은 게 아니라고, 되돌리겠다고 짓이기듯 낮게 말하던 그 슬픔. 월령은 자신도 모르게 반 걸음 물러났다.

위지헌의 시선이 움직였다.

곧장 그녀에게 닿았다.

너무 곧장.

마치 처음부터 다른 누구도 보지 않았던 사람처럼. 낯선 여인을 탐하는 눈도, 오래전 정인을 만난 눈도 아니었다.

잃어버린 것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아무도 보지 못했다.

차갑고 고고한 섭정왕의 시선이 월령 하나를 담고 있다는 것을. 그 눈길 아래에서 월령의 심장만 세게 뛰었다.

위지헌은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심 장군. 서재로."

명령은 짧았다.

심도윤이 군례로 답했다.

"모시겠습니다."

위지헌은 따라가려다 문득 멈췄다. 시선이 다시 월령에게 닿았다.

"저 아이가."

모두의 눈이 월령에게 쏠렸다.

"따님인가."

"예. 제 딸 월령입니다."

월령.

그 이름이 심도윤의 입에서 나오자, 위지헌의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소리 내어 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월령은 보았다 —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낯선 글자가 아니라, 오래 묻어 둔 물건처럼 더듬는 것을.

"그렇군."

그뿐이었다.

서윤은 옆에서 얼굴을 굳혔고, 한씨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눌렀다. 위명서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얼굴을 했을까.

아마 더 다정하게 웃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버린 것을 누군가 아까워하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순간, 월령의 마음속에서 차가운 결론 하나가 내려앉았다. 위명서가 그녀를 붙잡으려 한다면, 그 손을 피하는 가장 빠른 길은 — 그가 함부로 빼앗지 못할 손을 잡는 것이다.

대연에서 그런 손은 하나뿐이었다.

섭정왕 위지헌.

위험했다.

너무 위험했다.

위지헌은 그녀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랑이 언제나 구원이 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랑은 감옥보다 깊고, 어떤 손은 칼보다 뜨겁다. 위지헌 같은 남자의 마음이라면 더욱.

그래도 월령은 이미 죽음보다 더 찬 바닥을 밟아 보았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많지 않았다.

위지헌이 심도윤과 함께 서재로 든 뒤, 연회장은 조심스럽게 소란을 되찾았다. 월령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아가씨, 어디 가세요?"

청아가 뒤따라왔다.

"서재 뒤뜰."

청아의 얼굴이 하얘졌다.

"대장군과 섭정왕 전하께서 계신 곳 아닙니까? 그곳은 함부로 가시면…"

"함부로 가는 거 아니에요."

월령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찾아가는 거예요."

청아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소매 안의 먹끈을 만지고, 월령의 치맛자락이 돌길에 끌리지 않도록 한 번 접어 올렸다. 겁은 눈에 있었고, 손은 여전히 야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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