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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재

Penulis: moominkiller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4 02:37:37

위지헌의 말은 측백나무 잎 사이에 한참 머물렀다. 봄빛은 잘게 부서져 내렸고, 먼 연회장의 웃음소리는 비단 몇 겹 너머처럼 흐렸다.

월령은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놓지 않겠다고도, 당신을 이용하겠다고도, 당신을 믿고 싶다고도 — 모두 참이어서 어느 하나도 먼저 꺼낼 수 없었다.

다정한 말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약점이 되고, 약점이 끝내 죄가 되던 것을 그녀는 한 생을 바쳐 배웠다. 위지헌은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가 진정 바란 것이 대답뿐이었다면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월령의 입술보다 먼저 그녀의 숨을 보았다 — 가늘어진 목선, 소매 안으로 접히는 손끝, 속눈썹 아래 젖은 눈동자가 늦게 숨는 순간.

그 모든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답은 지금 내지 마라."

그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두고 보아도 늦지 않다."

월령은 눈을 들었다.

위명서가 했다면, 다시 생각할 틈을 주는 척 손목을 감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지헌의 말에는 끈이 없었다.

그는 대답을 끌어당기지 않았고, 다만 그 대답이 너무 이르게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전하."

월령은 아주 낮게 불렀다.

"남쪽 담의 사내는요."

"창고에는 없다."

그 말은 죽었다는 뜻도, 달아났다는 뜻도 아니었다. 위지헌의 말은 늘 문턱에 놓였고, 건너야 하는 쪽은 듣는 사람에게 남겨 두었다.

월령은 천천히 그 뜻을 짚었다. 사내가 심가 창고에 그대로 있었다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은매를 우물가로 보낼 손이라면, 묶인 사내 하나 죽이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그가 창고 안에서 죽으면 심가는 황궁의 사람을 죽인 집이 되고, 아버지의 충성은 군권을 감춘 칼로 읽힐 것이었다.

그러나 사내가 사라지면, 이야기는 닫히지 않는다. 한씨와 서윤은 아직 같은 편인지 밤새 계산할 것이고, 궁 쪽은 제 손이 닿기 전에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 찾을 것이다.

"제 아버지를 속이셨습니다."

그 말은 월령이 했다기보다, 그 안의 어린 딸이 했다.

위지헌은 피하지 않았다.

"그래."

변명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월령은 더 불편했다. 이 남자는 그녀를 구하되 허락을 구하지 않았고, 심가를 지키되 그 장군에게도 전부를 말하지 않았다.

그런 뜻에서 위지헌은 선한 남자가 아니었다. 다만 제 손을 희다고 말하지 않는 남자였다.

위명서는 모든 피를 질서라 불러 아무도 그 피를 씻지 않게 했지만, 위지헌은 더러운 일을 피하지 않는 대신 그것을 선이라 꾸미지도 않았다.

"군법으로 보면 어렵지 않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이번에는 곧장 찌르지 않았다.

"붙잡은 자가 심가의 창고에서 죽으면, 그 죽음은 심가의 죄가 되지. 살아 사라지면 —"

시선이 그녀의 눈높이로 조금 내려왔다.

"그자를 찾는 이들이 먼저 서로를 본다."

월령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바둑으로 놓아 보자."

그가 아주 희미하게 말을 낮췄다.

"잡은 돌을 바로 거두면 그 수는 끝난다. 패로 남기면, 상대가 다음 손을 내야 하지."

월령의 눈꺼풀이 느리게 내려갔다. 죽은 증인은 판을 닫고, 사라진 증인은 사람을 움직인다.

심가의 죄를 비워 두고, 저들이 서로의 손을 보게 한다.

"그러니까…"

월령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고 부드러웠다.

"전하께서는 그 사내를 살리신 것이 아니라, 죽지 못하게 두신 거군요. 심가의 죄가 되지 않도록요."

위지헌의 눈빛이 아주 잠깐 멎었다. 다른 사람에게라면 그 침묵은 물러서라는 뜻이었다.

그는 대개 감송향조차 닿지 않을 만큼 사람을 멀찍이 세워 두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월령 앞에서만, 그 거리가 자꾸 무너졌다.

피 냄새 나는 창고의 일을 군법과 바둑판의 수로 옮겨 읽는 그 속도를, 위지헌은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열여섯의 가는 어깨 위에 너무 오래 버틴 사람의 눈이 얹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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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46. 친정으로

    자녕궁의 여인이 잡힌 며칠 뒤, 월령은 친정으로 걸음을 했다.봄을 품에 안고, 어머니 유씨를 뵈러 가는 길이었다.봄볕이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월령의 걸음은, 봄볕만큼 가볍지 않았다.품 안의 봄은, 그런 어미의 마음도 모른 채 새근거렸다. 겉으로는, 외손녀를 외할머니에게 보이러 가는 걸음이었다. 속으로는, 물어볼 것이 하나 있었다.자녕궁의 여인이 남긴 말이, 며칠째 월령의 등에 얹혀 있었다. 네 어미가 무엇을 보았는지. 그 물음을 물어볼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이었다. 이번 생에 살아 있는, 어머니.전생에는 물어볼 수 없던 물음이었다. 물어볼 사람이 이미 죽고 없었으니까. 이번 생에는, 그 사람이 살아서 봄볕 아래 앉아 있었다.*유씨는, 외손녀를 받아 안고 오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어쩌면, 이렇게."유씨의 눈가가, 옅게 붉어졌다. 전생에 유씨는, 이 외손녀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딸이 형장으로 가는 것도 모른 채. 이번 생에는, 그 외손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그 품이, 오래 비어 있던 품이었다. 두 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유씨는 제 딸의 아이를 안아 보았다.방어멈이 곁에서, 눈물을 훔치며 잔소리를 얹었다."마님, 그 무거운 걸 계속 안고 계시면 팔 상해요. 이리 주세요.""놔둬라. 내 손녀, 내가 좀 안아 보자."두 늙은 여인이, 아기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그 티격태격이, 방 안을 오래 따뜻하게 했다.월령은 그 온기를, 잠깐 그대로 두었다. 물으려는 말이 그 온기를 걷어 갈 것을 알았으니까. 그래서 조금만 더, 어머니가 웃는 얼굴을 두고 보았다.*그 다정한 자리에서, 월령이 낮게 입을 열었다."…어머니.""응.""여쭤볼 게, 하나 있어요."유씨가, 외손녀에게서 눈을 들었다. 딸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 달랐다. 나긋한 결 아래, 무언가 무거운 것이 실려 있었다.오래 딸을 봐 온 어머니였다. 그 목소리 하나에, 유씨는 딸이 예삿일로 온 것이 아님을 알아챘다.*"…자녕궁이라고. 어머니, 아세요?"그 이름 하나에,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45. 자녕궁이 열린 뒤

    자녕궁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산 사람이 나오자. 조정이 뒤집혔다.*닫혀 있던 자녕궁 안쪽에서, 늙은 여인 하나가 나왔다. 붉은 명부를 지켜 온 손이었다. 그리고 그 닫힌 처소를 밀회 자리로 빌려 쓴 종친의 손도 함께 드러났다. 노예원이었다.병을 칭한 후궁의 처소를 몰래 드나든 죄. 종친의 몸으로 예를 어긴 죄. 그 죄들이, 측실을 밀어넣으려던 노예원의 손을 통째로 묶었다.한 판을 이기려다, 판 전체를 잃은 셈이었다. 노예원은 측실은커녕,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그러나 그 처소의 주인은, 손끝 하나 묶이지 않았다.숙비였다.숙비는 병을 칭하고 자리에 누운 채, 낮게 아뢰었다. 제 처소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병중이라 알지 못했노라고. 명부를 쥔 늙은 상궁이 제멋대로 한 일이라고.잡힌 것은 명부지기와 노예원이었고, 숙비는 그 뒤로 반 발 물러나 있었다. 황자의 생모라는 자리가, 그 반 발을 지켜 주었다.월령은, 그 반 발을 오래 보았다. 뿌리는 아직, 병풍 뒤에 앉아 있었다.*측실이라는 말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췄다.후사를 걱정한다던 종친 부인들도, 입을 다물었다. 노예원의 조카를 밀던 손들이, 그 여인이 자녕궁과 이어진 것을 알고는 슬그머니 물러섰다. 안을 흔들려던 손이, 제 발로 밟은 문 하나에 걸려 넘어졌다.월령이 던진 '흔들린다'는 거짓 한 장이, 노예원을 그 문 앞까지 데려왔다. 서두르는 손은, 반드시 문 하나를 잘못 열었다.*그러나 월령은, 그 승리에 오래 기뻐하지 않았다.늙은 여인의 마지막 말이, 아직 등에 남아 있었다. 그 어린 것이 먼저 값을 물지도 모른다던, 그 말이.월령은, 봄의 곁을 더 촘촘히 둘렀다. 왕부의 눈을 늘리고, 드나드는 손을 다시 세고. 강무진과 기윤이, 그 어린 방 하나를 밤낮으로 지켰다. 방어멈은 봄의 미음 한 술까지, 제 손으로 살폈다.왕부의 모든 손이, 그 어린 하나를 향해 모였다. 전생에 아무도 지켜 주지 못한 아이가 아니었다. 이번 생의 봄에게는, 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5. 안쪽

    은매가 사라졌다는 말은 밤공기보다 먼저 월령의 손끝에 닿았다.청아는 거의 뛰어오다시피 했으나, 마지막 몇 걸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숨은 목구멍에서 가늘게 부서지고 있었고, 치맛자락에는 서원당 뒤뜰의 젖은 흙이 묻어 있었다. 품 안에 넣어 두었던 열쇠가 삐져나와 달빛을 받았다."제가 문을 잠갔습니다."청아가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분명히 안에서 잠그고, 바깥 고리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월령은 먼저 아이의 손을 보았다. 열쇠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거짓말하는 손이 아니었다. 너무 놀라 제 잘못을 먼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4. 자리

    아침 햇살은 젖은 종이를 가장 먼저 찾아왔다.비가 그친 다음날의 빛은 맑았으나 따뜻하지는 않았다. 서원당 대청 앞마당에 길게 비껴든 볕은 아직 물기를 품은 돌바닥 위에서 희게 부서졌고, 처마 끝에 남은 마지막 물방울들은 가끔씩 떨어져 마른 소리를 냈다.청아는 낮은 평상 셋을 대청 아래에 나란히 놓았다.그 위에 흰 천을 깔고, 다시 그 위에 등초본을 베껴 쓸 때 받쳤던 흡지를 한 장씩 펼쳤다. 종이는 밤사이 눅어 가장자리가 아주 조금 말려 있었고, 먹이 스친 곳에는 흐릿한 그림자가 남았다."젖은 종이는 그냥 두면 곰팡이가 습니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3. 매듭

    비가 그친 뒤의 새벽은 지나치게 맑았다.밤새 지붕을 두드리던 물소리가 멎자, 심가는 잠시 숨을 잃은 집처럼 조용해졌다. 처마 끝에는 아직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고, 뜰 가운데 고인 얕은 물에는 회색 하늘이 얇게 비쳤다. 행랑채 쪽에서는 젖은 짚을 뒤집는 소리가 늦게 깨어났고, 부엌에서는 불씨를 살리려 부싯돌을 치는 소리가 두어 번 낮게 울렸다.비가 지나간 자리는 늘 사람보다 먼저 말을 했다.기와 밑에 떨어진 진흙, 담장 아래로 밀려온 풀씨, 회랑 끝에 비스듬히 남은 발자국. 맑은 날에는 누구의 것인지 묻지 않아도 될 흔적들이,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2. 틈

    비는 밤새 그치지 않았다.새벽녘에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실을 감는 소리처럼 가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한 방울씩, 곧이어 두 방울씩, 나중에는 어느 것이 먼저 떨어졌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잦아졌다.심가의 아침은 젖은 냄새로 열렸다.행랑채 아이들은 짚신 밑창에 진흙을 묻힌 채 창고 앞을 오갔고, 부엌에서는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느라 연기가 낮게 깔렸다. 말린 생강은 다시 대청 안으로 들여졌고, 약방의 작은 종은 창포 묶음을 처마 아래에 걸며 연신 코를 훌쩍였다.비가 오는 날에는 집안의 틈이 먼저 보였다.기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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