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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뼘

작가: moominkiller
last update 게시일: 2026-05-24 02:34:35

위지헌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월령의 앞에.

검고 긴 손가락, 검을 쥐는 사람의 굳은살, 차갑지만 흔들리지 않는 손. 놓쳐 버린 손이 다시 놓여 있었다.

월령은 그 손을 바라보았다.

잡아도 되는가.

한때 그녀는 위명서의 손을 잡고 죽음으로 갔다. 이번에 위지헌의 손을 잡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구원일까, 더 깊은 불길일까.

하지만 이미 선택했다.

월령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손끝이 닿는 순간, 위지헌의 손이 그녀를 단단히 붙잡았다.

뜨거웠다.

그 밤 마지막으로 닿았던 그 손처럼. 그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잡고 있었다.

그러나 조급함은 없었다.

손가락 하나가 월령의 손등을 가만히 눌렀다. 도망을 막는 듯도 했고,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듯도 했다.

월령은 제 숨이 너무 가까이 들릴까 봐 입술을 다물었다. 위지헌은 그녀가 휘청이지 않을 만큼만 붙들고, 스스로 설 수 있게 되자 천천히 놓았다.

붙잡을 수 있으면서도, 그는 당장 가두지 않았다.

"삼황자의 그늘을 피해, 내 그림자에 들겠다."

그가 말했다.

"그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내 이름을 앞에 세우고."

"전하께서 허락하신다면요."

말끝이 뜻밖에 부드러웠다.

허락을 구하는 사람처럼.

위지헌의 눈이 그 짧은 말끝에 머물렀다.

"허락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

"다른 길의 끝도 붉은 담인가."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닙니다."

대답은 즉시 나왔다.

너무 빨랐는지 월령은 스스로 놀라,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곳으로는 가지 않겠습니다."

위지헌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않겠다."

그가 낮게 되뇌었다.

"긴 말보다 낫군."

월령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위지헌은 웃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 안쪽에는, 높은 단 아래서 보았던 감정의 아주 희미한 그림자가 있었다. 분노인지, 안도인지, 오래 묻어 둔 집착인지 알 수 없는 어두운 빛.

"좋다."

그가 말했다.

"그럼 짧게 묶어."

월령의 숨이 풀렸다.

그러나 다음 말에 다시 굳었다.

"대신."

위지헌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월령의 등 뒤에는 측백나무가 있었다.

한 걸음만 더 물러나면 닿을 거리였다. 그러나 위지헌은 끝내 그녀를 나무에 몰아붙이지 않았다.

딱 한 뼘을 남겼다.

빠져나갈 수는 있으나, 빠져나가고 싶다면 먼저 선택해야 하는 거리.

"내 이름은 반만 쓰는 물건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내려앉았다. 월령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접을 생각이면 지금 접어라."

"전하."

"그리고 심월령."

그의 시선이 그녀를 붙잡았다.

"이번에는."

세상이 조용해졌다.

봄빛도, 먼 연회의 소리도, 청아가 멀리서 숨을 멈추는 기척도 모두 사라졌다. 위지헌은 아주 낮게 말했다.

"내 손을 놓지 마라."

월령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명령처럼 들렸으나, 안쪽에는 아주 낮은 부탁이 있었다. 마치 지난번에는 그녀가 다른 손을 잡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마치 그 선택의 끝에서 자신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월령의 손끝에는 아직 위지헌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측백나무의 높은 그늘에서, 기윤은 아주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의 시선은 한순간, 두 사람이 놓은 손 사이의 빈틈에 닿았다가 사라졌다.

듣지 않은 사람처럼.

그러나 들은 사람처럼.

월령은 마침내 깨달았다.

그는 처음 내민 손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한 번, 놓쳐 버린 손의 온도를 묻고 있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을 입에 올릴 수는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건널 수 없는 한 해의 강이 흘렀고 — 그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그녀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둘 중 누구도 먼저 물을 수 없었다.

다만 한 뼘의 거리를 두고, 같은 온기를 나눠 쥔 채로, 두 사람은 그렇게 봄볕 아래 서 있었다.

월령은 손을 빼지 않았다.

위지헌도 끝내, 그 한 뼘을 좁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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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9. 잔

    태후의 초대장은 향이 없었다.그 사실이 먼저 심가를 조용하게 만들었다.아침 부엌에서는 멥쌀 씻는 물소리가 나고, 무쇠솥 가장자리에는 지난밤 끓여 둔 닭죽의 기름이 얇게 굳어 있었다. 행랑 쪽에서는 하인들이 장작을 패며 낮은 농담을 주고받았고, 마구간에서는 젖은 짚을 갈아내는 냄새가 느리게 흘러왔다.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그런데 검은 칠을 한 죽간 하나가 대문을 넘자, 집 안의 모든 소리가 반 박자씩 늦어졌다.칼을 갈던 호위가 손을 멈췄고, 죽을 푸던 계집종은 국자의 끝을 솥 가장자리에 대고 오래 움직이지 못했다. 살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8. 문턱

    아침빛은 얇았다.밤새 창을 열어 두었기 때문인지 방 안에는 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연꽃 향도, 난향도, 사람의 판단을 늦추던 희미한 쓴내도 모두 빠져나가고 없었다.대신 창가에는 말린 살구꽃 한 줌이 놓여 있었다.누가 두고 갔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청아는 그것을 보자마자 얼굴이 묘하게 굳었다. 웃음을 참는 얼굴과 울음을 참는 얼굴이 이상하게 닮을 수 있다는 것을, 월령은 그때 처음 알았다."왕부에서 보낸 거예요."청아는 아주 작게 말했다.왕부.그 두 글자만으로도 방 안의 공기가 다시 낮아지는 듯했다. 월령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7. 숨

    심가의 아침은 낮은 소리들로 가득했다.지하 창고가 비었다는 말은 아직 누구의 입에서도 크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물동이가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내려앉고, 회랑을 쓸던 하인의 빗자루가 같은 자리에서 두 번 멈추고, 부엌의 계집종들이 죽 솥을 젓다 말고 서로의 눈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큰 집의 소문은 늘 사람보다 먼저 일어난다.쌀을 씻는 물소리,말에게 여물을 붓는 소리,행랑채 문고리가 바람도 없는데 달그락거리는 소리.그 작은 것들이 밤사이 심가에 무엇이 지나갔는지 먼저 알렸다.안에서 잠긴 문.끊어지지 않은 밧줄.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6. 그늘

    이번에는.내 손을 놓지 마라.위지헌의 말은 한참 동안 측백나무 잎 사이에 머물렀다.봄빛은 잘게 부서져 내려왔고, 먼 연회장의 웃음소리는 얇은 비단 몇 겹 너머에서 들리는 것처럼 흐렸다.월령은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놓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있었다.다시는 다른 손을 잡지 않겠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심가를 살리겠다고,당신을 이용하겠다고,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겠다고.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는,당신을 믿고 싶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모두 참이었다.그래서 어느 하나도 먼저 꺼낼 수 없었다.말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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