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봉인지가 찢어졌다.고 내관이 제 손으로 반쪽 남은 봉인지를 마저 떼어 냈다. 붉은 문 앞에서 병사 여섯이 창을 세웠다가 내렸다. 고 내관이 황명이 적힌 종이를 문에 대고 읽었다."황명이다. 자녕궁의 봉쇄를 푼다. 숙비는 빈전 앞에 나와 내명부의 상주로 서라."읽는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늘 옥필을 굴리던 손이 오늘은 굴리지 않고 종이를 접었다.초비가 담 위에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묵아는 담 밑에서 실을 감다가 손을 멈췄다."진짜 열어? 한 달 반을 닫아 놓고?""황명이라잖아. 우리가 막을 문이 아니야."문은 안에서 열리지 않았다. 병사 둘이 밖에서 밀자, 한 달 반 동안 닫혀 있던 문이 긴 소리를 내며 열렸다.*그 황명이 내리기 전에 편전에서 오간 말이 있었다.발 안에서 경화제의 숨이 들고 났다. 드는 숨은 짧고 나는 숨은 길었다. 머리맡에는 뚜껑 꼭지가 오른쪽을 향한 잔 하나가 놓여 있었고, 위지헌이 그 곁에 꿇어앉아 있었다. 월령은 발 밖에 있었다."형님. 그 문을 여시면 안 됩니다.""종친부가 사흘째 같은 종이를 올린다. 내명부에 상주가 없다고. 스무이레 국상에 상주 없는 빈전은 없다고. 배중곤이 지당하오나를 세 번이나 썼더구나.""증좌가 있습니다. 명부 뒤쪽 스무 장이 그 여자 글씨입니다.""명부는 짐이 봉했다. 짐의 인으로. 황후 잔에 손댄 것은 하가 옷 입은 셈방 손이고, 그 손이 제 손가락 셋을 내주며 그리 말했다. 그 여자 손이 아니다. 그 여자 아비의 손이지."경화제가 한참 숨을 고르고 발 밖을 향해 불렀다."섭정왕비.""예, 폐하.""황후가 마지막에 뭐라 했느냐.""보류하지 말라 하셨사옵니다. 대황자 때처럼은 미루지 말라고요.""그래. 그러니 보류하지 않는다. 세운다. 빈전 앞에, 흰 천 앞에 세운다. 스무이레 동안 아침저녁으로 곡을 하게 한다. 그 여자가 제일 잘하는 것을 제일 오래 시키는 것이다. 누워 있는 짐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다.""형님.""지헌아. 짐이 죽으면 명서는 저 여자 아
자가 종이 위에 놓였다.옥에서 빼앗겼다가 돌아온 허도겸의 자였다. 편전 곁방이었고, 발 하나 너머 침방에서 경화제의 숨소리가 났다. 허도겸은 그 숨소리를 들으면서 종이에 자를 댔다.원본 명부는 경화제의 인이 찍힌 봉인을 고 내관이 풀자 스물여섯 장이었다. 첫 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실이 끊긴 자국만 남아 있었다. 월령이 소매에서 첫 장을 꺼내 반, 또 반 펴서 그 앞에 놓았다.허도겸이 첫 장 안쪽 귀와 원본 둘째 장 귀를 나란히 놓고 쟀다. 양쪽에 실이 지나간 구멍이 셋씩 있었다."맞습니다. 구멍 사이가 같습니다."허도겸이 자를 든 채로 이어 갔다."같은 실로 한 번에 맨 책이면 구멍 사이가 같습니다. 첫 장은 이 책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 맞습니다. 소신이 자로 잰 것이니 틀리지 않습니다."*방 안에 넷이 있었다.위지헌과 월령과 위명서와 허도겸이 모두 흰 옷을 입고 있었고, 고 내관은 문가에 서 있었다. 위명서는 사흘 만에 매화 소맷단을 벗어서, 흰 소매에 매화가 없었다. 그는 그 없는 자리를 자꾸 내려다보았다.허도겸이 자로 글씨를 짚어 가며 말했다."첫 장 앞면의 두 이름과 뒷면의 소연화 세 자는 가늘고 젊은 글씨입니다. 값 칸 일곱 자와 인장은 굵고 느린 늙은 글씨입니다. 셈방 글씨이고, 인장은 독고 상단 초대 셈방의 인입니다. 둘째 장부터 여섯째 장까지가 같은 손입니다. 일곱째 장에서 손이 바뀝니다. 가늘고, 곱게 다 맺는 글씨입니다. 이 글씨가 스물여섯째 장까지 갑니다.""어머니 글씨입니다."위명서가 그 글씨를 알아보았다. 허도겸은 그를 보지 않고 자만 보았다."예, 삼전하. 그런데 그 사이에 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섯째 장 뒤 귀에 아주 작게 적혀 있습니다. 일곱째 장부터의 가는 글씨와 같은 손인데 획이 스무 해 젊습니다. 붓 쥔 늙은 손 곁에서 이름을 불러 주던 사람이, 제 손으로 한 번 적어 본 것입니다."월령이 그 작은 글씨를 보았다. 어머니 유씨가 젊은 날 비단 한 필을 들고 자녕궁 안쪽 방에 잘못 들었다가 본
왕부 별채에 흰 천이 하나 더 걸렸다.창 하나 있는 방에 독고진겸이 상단 옷 그대로 누워 있었다. 옆구리를 싸맨 천은 붉다가 검게 말랐다. 강무진이 셈방에서 왕부까지 업고 왔는데, 대문 앞에서 내려놓고서야 오는 길에 숨이 끊어진 것을 알았다.강무진이 마루 아래에 서서 아뢰었다. 흰 옷 등판에 남의 피가 말라 있었다."왕야, 수로를 건널 때까지는 등에서 숨소리가 났습니다. 대문에서 내려놓고 보니 이미 가 계셨습니다. 어디서 가셨는지는 저도 모릅니다.""장부는.""여기 있습니다. 어른이 손바닥으로 누르신 자리가 그대로입니다."윤백이 그 장부를 받아 마루에 펴 놓고는 붓을 들지 않았다."이 장은 못 베낍니다. 잔액 칸에 아가씨 이름이 있던 자리인데, 붉은 것만 남고 획이 없습니다."기윤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소매 끝이 수로 물에 젖어 있었다."배수문까지 쫓았습니다. 그 안은 궁성 밑으로 드는 물길이라 배는 들어가고 사람은 못 들어갑니다."위지헌은 옥대 매듭에 손을 얹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어멈이 부엌에 불을 넣었다.누가 먹을지도 정하지 않고 국을 끓였다. 월령이 문턱에 서자 어멈이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산 사람은 먹어야지요. 초상집도 국은 끓입니다. 애 열병 때도 끓였고 황후마마 가셨을 때도 끓였어요. 이번엔 누가 먹을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끓여요, 아씨.""어멈, 한 그릇은 따로 담아 다오.""누구 것인데요.""설련이 것이다."청아가 그 국을 그릇에 담고 뚜껑을 덮어 보자기에 쌌다."마마님, 설련 언니한테 가져가는 거지요? 문은 아직 안 열렸는데요.""문 앞까지만 가면 된다. 그다음은 그 아이가 정할 일이다."*붉은 문에는 봉인지 반쪽이 남아 있고, 병사 여섯이 창을 세우고 있었다.월령이 흰 옷으로 그 앞에 섰다. 초비는 담 위에, 청아는 국을 든 채 뒤에 있었다. 협도 어귀에 독고진겸이 날마다 서 있던 자리가 비어 있었다.월령이 문을 세 번 두드렸다.안에서 발소리가 났다. 물통을 든 걸음이 아니라 빈손의
도성 남쪽에 별원이 하나 있었다.담이 낮고 문이 남쪽으로 났으며 수로가 담 뒤로 지나갔다. 서른 해 전 독고가 상단이 도성에 처음 셈방을 낸 자리로, 청릉으로 옮기면서 버린 집이었다. 버린 줄 알았던 집이었다.독고진겸이 그 문 앞에 섰다. 흰 옷이 아니라 오래 입지 않던 상단 옷이었고, 소매에는 물표 대신 주판 하나가 있었다."내가 먼저 들어가오.""어른, 안에 누가 있는지 모릅니다. 저희가 먼저 듭니다.""셈방은 셈방 사람이 먼저 드는 법이오. 칼 든 사람이 먼저 들면 문이 안 열리오. 안에서 장부를 태우지. 셈방 사람이 들면 장부를 펴오. 셈을 하자고."강무진이 더 말하지 않았고 기윤은 담을 보았다. 초비는 벌써 담 위에 있었고, 묵아는 실을 들고 수로 쪽으로 갔다. 뒤 창이 수로로 났다는 것은 독고진겸이 일러 준 것이었다. 서른 해 전에는 저도 그 창으로 드나들었다고 했다.독고진겸이 셈방 식으로, 둘 하나 둘, 문을 두드렸다.*문이 안에서 열렸다.단내 밑에 쓴 것이 있는 셈방 냄새가 났다. 서른 해 전처럼 문 앞에 향이 피워져 있었다.방 안에는 독고진겸과 같은 나이의 사내 하나가 앉아 있었다. 석대명이었다. 독고 노회장이 데려다 키운 셈방 아이로, 아들인 독고진겸과 한 상에서 주판을 배웠다. 아들은 상단을 물려받고 그는 셈방장이 됐다.알이 검게 닳은 주판이 상 위에 있었다."진겸이. 늙었군.""자네도 늙었네.""앉게. 셈이 남았네."독고진겸이 상 맞은편에 앉아 제 주판을 상에 놓았다."무슨 셈인가.""명부 셈이지. 어른이 매긴 값에서 치른 것과 안 치른 것을 가르는 셈이네. 안 치른 값은 누가 갚나. 명부에 이름을 올린 집이 갚지. 독고가가 갚아. 그런데 독고가가 명부를 남에게 줬어. 자네 딸이 담 너머로 넘겼지."석대명이 주판알을 하나, 둘 올렸다."첫 장 값이 제일 크지. 심월령과 위지헌, 열 해 넘게 미루고 안 치른 값이니까. 그것을 자네 딸이 섭정왕비에게 넘겼으니 그 값은 자네 집이 갚아야 하고. 자네 집에 남
방울이 울렸다.늙은 태의가 아이의 오른쪽에서 방울을 흔들자 봄이 돌아보며 잡으려 했다. 태의가 방울을 뒤로 빼고 왼쪽으로 돌아가서, 아이 귀 한 뼘 옆에서 울렸다.아이는 앞에 있는 월령을 보고 웃었다.태의가 방울을 놓고 왼쪽에서 크게 손뼉을 쳤다. 방어멈이 놀라고 청아가 놀랐는데 아이는 놀라지 않았다."열이 귀 안으로 들었사옵니다. 왼쪽이옵니다. 돌 전 아이가 열병을 앓고 나면 더러 있사옵니다. 열 아이에 하나꼴이옵니다. 오른쪽은 멀쩡하옵니다.""왼쪽은요. 약을 쓰면요.""쓸 약이 없사옵니다. 안 돌아오옵니다.""평생요.""예, 마마님. 평생이옵니다."월령이 오른쪽 귀가 제 가슴에 오게 아이를 안았다. 아이가 그쪽 귀로 어미 숨소리를 듣고, 이 하나 난 잇몸으로 웃었다.*위지헌이 흰 옷에 왼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 마루 기둥 옆에 서서 태의 말을 들었다. 왼쪽이 안 돌아온다는 말이었다.그가 소리를 냈다.말이 아니었다. 목 안에서 숨이 꺾이는 짧은 소리였다. 열 해 전장에서도 내지 않았고 형장에서 늦었을 때도 내지 않은 소리를, 아내 앞에서 처음 냈다.오른손이 옥대로 가서 매듭을 잡고는 놓지 못했다.월령이 아이를 안은 채 그것을 보았다. 무너지지 않았다. 아이가 품에서 오른쪽 귀로 어미 숨소리를 듣고 있어서, 무너질 자리가 없었다."부군."그가 아내를 보지 않고 기둥을 보았다."부군. 이리 오세요. 오른쪽으로요. 이 애 오른쪽은 다 들어요."그가 아이의 오른쪽으로 왔다. 아이가 아비를 돌아보며 손을 뻗었는데 옥관이 없어서 붕대를 잡았다. 그는 앉은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었고, 아이 손이 잡은 붕대를 빼지 않았다."내 왼쪽하고, 네 왼쪽하고. 둘이면—"말이 거기서 끊겨 다 맺지 못했다. 그가 말을 다 맺지 못하는 것을 월령은 여태 손에 꼽을 만큼만 보았다. 오늘 하나가 더 늘었다."둘이면 오른쪽이 둘이에요. 그거면 돼요."*"오른쪽에서 부르면 됩니다."방어멈이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마루 끝에서 말했다."애가 고개 돌
흰 천이 문마다 걸렸다.곤원전 문과 회랑 기둥과 궁문에, 늙은 상궁이 제 손으로 그것을 걸었다. 어제 문지방에서 무릎이 꺾였던 사람이 일어나서 걸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빈전이 곤원전 안에 차려지고 황후가 마신 찻상은 치워졌다. 잔 하나만 꼭지를 오른쪽으로 둔 채 고 내관의 손에 들려 편전으로 갔다.*경화제가 병상에서 일어났다.태의가 말리고 고 내관이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다리가 서지 않는 사람이 서자 위명서가 그 팔을 잡았고, 아비가 아들에게 실어 본 적 없는 무게를 실었다."아바마마, 가마를 부르겠습니다.""가마는 안 탄다. 황후한테 가는 길이다. 걸어서 간다.""그럼 제 팔을 잡으십시오. 놓지 마시고요."편전에서 곤원전까지 회랑 하나와 돌길 하나를 걷는 데 반 시진 가까이 걸렸다. 위명서는 아비가 서면 서고 걸으면 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화 소맷단의 마른 것 위에 아비의 손이 닿아 있었다.빈전 앞에서 경화제가 아들 팔을 놓았다."여기서부터는 혼자 간다."혼자 세 걸음을 걸어 흰 천 앞에 섰다. 꿇지 못하는 다리라 선 채로, 임금이 아니라 늙은 남편의 눈으로 보았다. 그러고는 고 내관 손의 잔을, 오른쪽인 꼭지를 보았다."그 잔은 짐 머리맡에 둬라. 꼭지는 그대로 두고. 짐이 누운 동안 짐 대신 볼 것이다.""예, 폐하. 머리맡에 두겠사옵니다."*위지헌이 국청 마당에 섰다.태의가 손가락 셋이 제 방향이 아닌 채로 밤을 넘기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황후를 독살하고 폐하께 향을 먹인 손이다. 지금 참한다.""전하, 국상 중에 피는 법도에—""국상 중이라 벤다. 상주가 없는 국상이다. 벨 것이라도 있어야지."옥리가 마당에서 벴다. 월령은 그 자리에 없었다. 봐야 할 것은 어제 다 봤다. 위지헌은 칼을 닦지 않았다. 벤 것은 옥리의 칼이었다.*자녕궁 담 밖에서 초비가 들었다.담 안에서 나는 곡소리는 숙비의 것이었다. 법도대로 세 번 길게 하고 끊고, 다시 세 번 하고 끊는, 황
비가 그친 뒤의 새벽은 지나치게 맑았다.밤새 지붕을 두드리던 물소리가 멎자, 심가는 잠시 숨을 잃은 집처럼 조용해졌다. 처마 끝에는 아직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고, 뜰 가운데 고인 얕은 물에는 회색 하늘이 얇게 비쳤다. 행랑채 쪽에서는 젖은 짚을 뒤집는 소리가 늦게 깨어났고, 부엌에서는 불씨를 살리려 부싯돌을 치는 소리가 두어 번 낮게 울렸다.비가 지나간 자리는 늘 사람보다 먼저 말을 했다.기와 밑에 떨어진 진흙, 담장 아래로 밀려온 풀씨, 회랑 끝에 비스듬히 남은 발자국. 맑은 날에는 누구의 것인지 묻지 않아도 될 흔적들이,
비는 밤새 그치지 않았다.새벽녘에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실을 감는 소리처럼 가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한 방울씩, 곧이어 두 방울씩, 나중에는 어느 것이 먼저 떨어졌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잦아졌다.심가의 아침은 젖은 냄새로 열렸다.행랑채 아이들은 짚신 밑창에 진흙을 묻힌 채 창고 앞을 오갔고, 부엌에서는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느라 연기가 낮게 깔렸다. 말린 생강은 다시 대청 안으로 들여졌고, 약방의 작은 종은 창포 묶음을 처마 아래에 걸며 연신 코를 훌쩍였다.비가 오는 날에는 집안의 틈이 먼저 보였다.기와가
자녕궁에서는 아무 말도 오지 않았다.칭찬도 없었고, 꾸짖음도 없었다.완성본을 거두어 간 뒤 사흘이 지났으나 문상궁의 먹빛 소매는 다시 심가 문턱을 넘지 않았다. 동쪽 대문을 드나드는 것은 장작을 실은 수레와 포목점 심부름꾼, 약방의 어린 종뿐이었다.그런데도 심서윤은 매번 대문 쪽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처음에는 아주 작게였다.찻잔을 내려놓다가, 바느질하던 바늘끝을 멈추다가, 어머니 한씨가 부르는 말에 대답하려다 말고. 시간이 갈수록 그 작은 움직임은 몸에 남은 버릇처럼 굳어 갔다.기다림은 소리가 없었다.그러나
심서윤은 그 밤 잠들지 못했다.자녕궁에서 받은 작은 붓은 베개맡에 놓여 있었다. 흰 붓대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떠 보였고, 끝에 매인 금실은 등잔불이 사라진 뒤에도 혼자 빛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였다.서윤은 옆으로 누웠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방 안은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밤새 젖은 살구꽃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멀리 행랑채 쪽에서는 늦게 돌아온 하인이 물동이를 내려놓는 낮은 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그런 소리들이 집의 숨처럼 느껴졌을 것이다.오늘은 모든 소리가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았다. 마마께서 다시 부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