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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연회

Penulis: moominkiller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4 01:20:19

다음 날, 심가에는 봄 연회가 열렸다. 겉으로는 유씨의 기침이 가라앉은 것을 기뻐하고, 가까운 친지를 불러 차와 술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러나 안채의 공기는 어제와 달랐다. 하인들은 서로 눈을 피했고, 부엌에서는 찻물 끓는 소리까지 작아졌다.

심가의 하인들은 솥뚜껑 닫는 속도, 쟁반 위 찻잔의 수, 누가 어느 문으로 드나드는지를 보고 집안의 날씨를 읽었다. 오늘 안채의 날씨는 흐렸다.

한씨는 눈 밑을 분으로 덮었으나 창백함까지 가리지 못했다. 은매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더 조용해졌다.

금지는 서윤의 뒤에 서 있었다. 검은 장옷은 벗고 낮의 하녀답게 얌전한 회색 저고리를 입었으나, 손끝이 자꾸 허리끈 아래를 더듬었다.

밤에 받은 종이 싸개가 아직 그곳에 있는 듯이.

월령은 모르는 척했다.

사람은 몰렸을 때보다, 안심했다고 믿는 순간에 더 많은 것을 흘린다. 서윤은 더 곱게 꾸미고 나타났다.

옅은 하늘빛 치마에 작은 진주 비녀.

맑고 어렸다.

그래서 눈 밑에 고인 밤의 흔적이 더 잘 보였다.

"언니."

서윤이 가까이 왔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다. 지나치게 매끄러운 것은 때로 금이 간 그릇과 닮았다.

"어젯밤은 편히 주무셨어요?"

"응."

월령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너는?"

"저도요."

거짓말은 향처럼 얇았다.

바람이 불면 흩어질 것 같으면서도, 한동안 옷자락에 남는다.

"어젯밤 꿈에 붉은 담을 봤어."

월령이 웃었다.

"그 안에서 누가 걸어 나오더라."

서윤은 아주 잠깐 숨을 멈췄다. 그 뒤에는 다시, 어른들이 보면 안심할 얼굴이었다.

"언니는 요즘 꿈이 깊으세요. 나쁜 꿈이면 잊으세요. 제가 곁에 있을게요."

그러며 서윤은 월령의 손등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여전히 작고 따뜻했다.

등을 토닥였던 손.

머리카락을 빗어 주었던 손. 그리고 언젠가는 비녀함을 열었던 손.

아직 어린 손이었다.

아직 피보다 인정에 더 쉽게 흔들릴 손. 그 손을 밀어내기만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러고 나면, 누가 이 아이에게 처음 칼을 쥐여 주었는지는 영영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월령은, 서윤이 칼이 아닌 것으로 남을 수 있었던 때를 알고 싶었다.

그 선을 찾지 않고 베는 일은, 그녀가 미워하던 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래."

월령은 조용히 손을 빼냈다.

"오늘은 좋은 날이어야지."

서윤의 손이 허공에 잠시 남았다가, 천천히 접혔다.

*

정오 무렵, 대문 쪽이 술렁였다. 하인들이 허리를 숙였고, 친척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씨가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누군가 작게 삼전하라고 속삭였다. 그 말이 연회장 위로 얇게 번졌다.

위명서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황제가 아닌 남자.

옅은 옥색 장포가 봄빛을 받았고, 허리에는 검소한 백옥패가 걸려 있었다. 그는 젊고 아름다웠으며, 병약하다는 소문에 어울릴 만큼 창백했다.

웃을 때마다 입술 끝이 부드럽게 휘었다. 저 웃음은 사람을 안심시켰고, 안심한 사람은 대개 한 걸음 더 가까이 갔다.

독이 언제나 쓴맛으로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월령은 알았다.

"예고 없이 봄자리를 빼앗았습니다."

위명서가 말했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목소리였다.

심도윤이 군례를 취했다.

"전하의 걸음이 심가에 과분합니다."

"과분한 것은 제 쪽입니다. 대연의 북문을 지키는 집이지요. 이 집 뜰에 봄이 든 것을 보는 일도 나라의 은혜라 하겠습니다."

그는 북문이라는 말을 누구보다 부드럽게 꺼냈다. 변경의 눈보라와 병사들의 굳은 손, 군량 수레가 뒤집힌 고갯길, 경안의 쌀값과 백성들의 잠자리까지 모두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처럼.

북문은 심가의 자랑이자 족쇄였고, 위명서는 바로 그 두려움과 자랑 사이에 발을 놓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연회장을 지나갔다.

그는 심가 방계의 남자에게 조정 문신들의 글 흐름을 묻듯 말을 던졌다. 가벼운 안부 같았으나, 그 안에는 어느 붓이 어느 편에 기울었는지 재는 습관이 있었다.

호부가 북문군 군량을 얼마나 늦추었는지, 병부가 삭원의 작은 충돌을 어떤 말로 기록하려는지 — 그가 묻는 말은 봄날의 술잔처럼 맑았지만, 바닥에는 나라의 장부가 비쳤다.

심가의 혼인은 그런 장부 위에서도 값이 매겨질 수 있었다. 월령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배웠다.

그 시선이 서윤을 스쳤다.

서윤의 뺨이 희미하게 붉어졌다가 곧 창백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월령에게 닿았다.

몸이 먼저 기억했다.

빗물.

형장.

죄패의 거친 나뭇결.

목 안쪽을 태우던 독.

높은 단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던 아름다운 얼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숨이 한 박자 늦게 들어왔다.

"저분이 심 대장군의 장녀입니까."

위명서가 물었다.

"예. 제 여식 월령입니다."

심도윤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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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49. 봄의 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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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48. 막으려 한 대

    월령은, 그 밤 위지헌에게 어머니의 말을 옮겼다.*"…어머니가 젊은 날 자녕궁에서, 그 명부를 봤대요. 산 사람 죽일 이름을 적는 명부를. 그리고 그 곁의 젊은 여인을—"월령이 낮게 말했다."여러 해 뒤에, 궁에서 다시 봤대요. 자녕궁의, 숙비였어요."위지헌은, 오래 말이 없었다. 숙비 독고연화. 위명서의 생모, 자녕궁의 주인. 그 여인이, 두 생을 건너온 그 명부의 손이었다.아니, 손이 아니라 자리였다. 명부를 쥔 늙은 상궁도, 향을 대던 초야도. 다 그 여인이 앉은 자리에서 흘러나온 이름이었다. 잡힌 것은 손이었고, 자리는 아직 병풍 뒤에 있었다.*"…숙비가, 왜 우리 대를 끊으려 할까요."월령이 물었다."…짐작 가는 게, 없지 않다."위지헌이 낮게 말했다."숙비에게는, 용상에 올리려는 아들이 있다. 위명서. 그 아이의 앞길을 막을 사람이, 이 나라에 몇 없지."*그 말에, 두 사람은 오래 침묵했다.위지헌은 황제의 아우였다. 황실의 피를 이었고, 북경군의 군심을 쥔 사람. 그가 심가와 맺어지면, 심가의 북문군까지 한 울타리에 들었다. 그 사이에서 난 아이는, 위명서 아닌 또 하나의 대(代)가 될 수 있었다.숙비가 두려워한 것이, 바로 그 대였다. 제 아들을 용상에 올리는 길에, 위지헌과 심가의 아이만 한 걸림돌이 없었다.오래 혼자 살아, 곁에 사람을 두지 않던 아우였다. 그 아우가 심가와 맺어지는 것을, 숙비는 두 생에 걸쳐 두려워했다. 두 군의 피가 한자리에서 대를 이으면, 위명서의 앞이 그만큼 좁아졌으니까.*"…그럼, 우리 봄이는."월령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위지헌의 피와, 심가의 군심을 함께 이은 아이예요. 숙비가 가장 두려워한 그 대를—""…그래서, 그 손이 봄을 겨눈 거지."위지헌의 눈이, 서늘하게 굳었다.*두 생에 걸쳐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한 까닭이, 이제야 온전히 드러났다.위지헌과 심가가 맺어져, 위명서의 자리를 위협할 대를 잇는 것. 그것이, 숙비가 두 생에 걸쳐 막으려 한 단 하나의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47. 어머니가 본 것

    월령은, 어머니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어머니. 저, 이제 다 감당할 수 있어요. 말씀해 주세요."유씨는, 오래 말을 고르지 못했다. 그러다, 낮게 입을 열었다.오래 감춰 둔 것을 꺼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유씨는, 딸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올 줄 몰랐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주 오래전이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유씨가 낮게 말했다."내가 젊었을 적에, 그 무렵의 자녕궁에 잠깐 든 적이 있었다. 친정 어른의 심부름으로, 물건 하나를 전하러 갔지."그때 유씨는, 자녕궁의 안쪽에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전할 물건을 들고 안쪽 방을 잘못 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방에서, 유씨는 두 여인이 명부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을 보았다.한쪽은 붓을 쥔 늙은 여인, 한쪽은 그 곁에서 산 사람의 이름을 짚어 주는 젊은 여인이었다. 유씨가 든 것도 모른 채, 아니, 알고도 모른 척한 채.*"…거기서, 명부를 하나 봤다."유씨의 목소리가 떨렸다."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은 것인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었어. 산 사람의 이름이더구나.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붉은 실로 묶어 적어 둔 명부였다."월령의 손끝이 식었다.어머니의 젊은 날에 시작된 일이, 두 생을 건너 제 아이에게까지 닿아 있었다.붉은 실로 묶은 명부. 늙은 후궁도, 초야도 손에 쥐고 있던 그것이. 두 생을 건너 여태 이어져 온 그 명부의 시작이, 어머니의 젊은 날에 있었다.월령이 여태 좇아 온 붉은 실의 끝이, 이렇게 어머니의 기억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명부는, 월령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돌고 있었다.월령이 두 생을 산 것보다도, 그 명부가 더 오래 돌아온 셈이었다.*"그 명부를 쥔 여인의 얼굴을, 나는 잊지 못했다."유씨가 낮게 말했다."산 사람의 이름 위에 붉은 표를 치면서도, 손끝 하나 떨지 않더구나. 침방 궁녀 옷을 입었는데, 눈빛만은 궁녀의 것이 아니었어.""…그 여인이, 누구였어요."월령이 물었다.유씨가, 딸을 오래 보았다.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46. 친정으로

    자녕궁의 여인이 잡힌 며칠 뒤, 월령은 친정으로 걸음을 했다.봄을 품에 안고, 어머니 유씨를 뵈러 가는 길이었다.봄볕이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월령의 걸음은, 봄볕만큼 가볍지 않았다.품 안의 봄은, 그런 어미의 마음도 모른 채 새근거렸다. 겉으로는, 외손녀를 외할머니에게 보이러 가는 걸음이었다. 속으로는, 물어볼 것이 하나 있었다.자녕궁의 여인이 남긴 말이, 며칠째 월령의 등에 얹혀 있었다. 네 어미가 무엇을 보았는지. 그 물음을 물어볼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이었다. 이번 생에 살아 있는, 어머니.전생에는 물어볼 수 없던 물음이었다. 물어볼 사람이 이미 죽고 없었으니까. 이번 생에는, 그 사람이 살아서 봄볕 아래 앉아 있었다.*유씨는, 외손녀를 받아 안고 오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어쩌면, 이렇게."유씨의 눈가가, 옅게 붉어졌다. 전생에 유씨는, 이 외손녀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딸이 형장으로 가는 것도 모른 채. 이번 생에는, 그 외손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그 품이, 오래 비어 있던 품이었다. 두 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유씨는 제 딸의 아이를 안아 보았다.방어멈이 곁에서, 눈물을 훔치며 잔소리를 얹었다."마님, 그 무거운 걸 계속 안고 계시면 팔 상해요. 이리 주세요.""놔둬라. 내 손녀, 내가 좀 안아 보자."두 늙은 여인이, 아기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그 티격태격이, 방 안을 오래 따뜻하게 했다.월령은 그 온기를, 잠깐 그대로 두었다. 물으려는 말이 그 온기를 걷어 갈 것을 알았으니까. 그래서 조금만 더, 어머니가 웃는 얼굴을 두고 보았다.*그 다정한 자리에서, 월령이 낮게 입을 열었다."…어머니.""응.""여쭤볼 게, 하나 있어요."유씨가, 외손녀에게서 눈을 들었다. 딸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 달랐다. 나긋한 결 아래, 무언가 무거운 것이 실려 있었다.오래 딸을 봐 온 어머니였다. 그 목소리 하나에, 유씨는 딸이 예삿일로 온 것이 아님을 알아챘다.*"…자녕궁이라고. 어머니, 아세요?"그 이름 하나에,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45. 자녕궁이 열린 뒤

    자녕궁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산 사람이 나오자. 조정이 뒤집혔다.*닫혀 있던 자녕궁 안쪽에서, 늙은 여인 하나가 나왔다. 붉은 명부를 지켜 온 손이었다. 그리고 그 닫힌 처소를 밀회 자리로 빌려 쓴 종친의 손도 함께 드러났다. 노예원이었다.병을 칭한 후궁의 처소를 몰래 드나든 죄. 종친의 몸으로 예를 어긴 죄. 그 죄들이, 측실을 밀어넣으려던 노예원의 손을 통째로 묶었다.한 판을 이기려다, 판 전체를 잃은 셈이었다. 노예원은 측실은커녕,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그러나 그 처소의 주인은, 손끝 하나 묶이지 않았다.숙비였다.숙비는 병을 칭하고 자리에 누운 채, 낮게 아뢰었다. 제 처소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병중이라 알지 못했노라고. 명부를 쥔 늙은 상궁이 제멋대로 한 일이라고.잡힌 것은 명부지기와 노예원이었고, 숙비는 그 뒤로 반 발 물러나 있었다. 황자의 생모라는 자리가, 그 반 발을 지켜 주었다.월령은, 그 반 발을 오래 보았다. 뿌리는 아직, 병풍 뒤에 앉아 있었다.*측실이라는 말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췄다.후사를 걱정한다던 종친 부인들도, 입을 다물었다. 노예원의 조카를 밀던 손들이, 그 여인이 자녕궁과 이어진 것을 알고는 슬그머니 물러섰다. 안을 흔들려던 손이, 제 발로 밟은 문 하나에 걸려 넘어졌다.월령이 던진 '흔들린다'는 거짓 한 장이, 노예원을 그 문 앞까지 데려왔다. 서두르는 손은, 반드시 문 하나를 잘못 열었다.*그러나 월령은, 그 승리에 오래 기뻐하지 않았다.늙은 여인의 마지막 말이, 아직 등에 남아 있었다. 그 어린 것이 먼저 값을 물지도 모른다던, 그 말이.월령은, 봄의 곁을 더 촘촘히 둘렀다. 왕부의 눈을 늘리고, 드나드는 손을 다시 세고. 강무진과 기윤이, 그 어린 방 하나를 밤낮으로 지켰다. 방어멈은 봄의 미음 한 술까지, 제 손으로 살폈다.왕부의 모든 손이, 그 어린 하나를 향해 모였다. 전생에 아무도 지켜 주지 못한 아이가 아니었다. 이번 생의 봄에게는, 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0. 등불

    자녕궁에 가는 날, 경성의 거리에는 낮부터 등틀이 세워지고 있었다.상원절은 이미 지났지만, 대연의 봄에는 작은 등놀이가 자주 열렸다. 남쪽 수해지에서 올라온 장인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종이등을 만들었고, 궁은 그것을 사들여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는 모양을 갖췄다. 거리의 아이들은 등불을 좋아했고, 어른들은 쌀값을 생각하며 그 빛을 보았다.빛은 늘 아름다웠다.그러나 빛을 밝히는 기름값은 누군가의 장부에 적혔다.마차 안에서 서윤은 말이 없었다.오늘의 서윤은 옅은 연두빛 치마를 입었다. 한씨가 골라 준 옷이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9. 이름

    허도겸은 약속한 시각보다 이른 때에 왔다.아침 안개가 아직 대문 밖 버드나무 잎에 걸려 있을 때였다. 심가의 하인들은 물을 뿌린 마당을 쓸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찹쌀을 씻는 소리가 낮게 났다. 심 부인의 약을 달이는 냄새가 서원당 쪽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 집은 깨어나고 있었으나, 아직 하루의 얼굴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다.그 틈에 온 사람은 늘 급한 일을 품고 있다.허도겸은 정청이 아니라 서고 앞 작은 툇마루에서 월령을 보겠다고 했다. 둘째 숙부는 불쾌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으나, 호부 낭중의 말은 예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8. 장부

    아이의 이름은 은호였다.은매가 처음 그 이름을 부를 때, 목소리는 거의 소리라기보다 숨에 가까웠다. 은호야. 그 두 글자가 입술 밖으로 나오자마자 은매는 다시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울지는 않았다. 동생이 깰까 봐 참는 울음이었다.은호는 작았다.일곱 살이라 들었지만, 마른 몸은 그보다 더 어려 보였다. 손목에는 회색 실이 묶여 있던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고, 기침을 참을 때마다 혀끝으로 이를 쳤다. 딱, 딱. 작은 소리는 방 안 사람들의 숨을 매번 붙잡았다.왕부 의원은 은호의 맥을 짚고 오래 말이 없었다.청아는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7.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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