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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연못

Penulis: moominkiller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4 00:56:24

해시가 가까워질 무렵, 남쪽 연못에 안개가 내려앉았다. 얇고 흰 안개가 물 위의 달도, 버드나무 그림자도, 멀리 별채의 등불도 한 겹씩 지워 갔다.

벌레 소리마저 돌 틈으로 잦아든 그 어둠 속에, 월령이 서 있었다. 흰 장삼 위에 짙은 남색 겉옷을 걸쳤다.

밤 안으로 스며들기 위해 고른 빛이었다. 곁에 선 청아는 자꾸 소매 끝을 만졌다.

낮 동안 본 것들 — 독향이 남은 탕약, 은매의 젖은 눈, 서윤의 치맛자락에 번진 검은 흔적 — 이 아직 어린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청아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월령의 가슴 한쪽을 아프게 했다.

"아가씨."

청아가 입술만 움직이듯 속삭였다.

"정말 여기 계셔도 괜찮을까요?"

월령은 대답 대신 청아의 손등을 감싸 쥐었다.

차가운 손이었다.

주인과 시녀라는 이름을 잠시 걷어 내면, 어둠 속에 선 것은 동갑내기 어린 처자 둘이었다.

"누가 오면 소매를 잡아. 소리는 내지 말고."

월령은 연못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기억은 늘 뒤늦게 왔다.

어머니의 흰 천이 걸린 뒤에야 탕약의 냄새를 떠올렸고, 오라비의 군보가 피로 젖은 뒤에야 봉인의 붉은 먹이 번져 있었음을 기억했다.

불이 꺼진 방에 남은 연기처럼.

이번에는 기다릴 차례였다.

저들이 손을 뻗는 순간을.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렸다.

청아의 손이 월령의 소매를 잡았다. 검은 장옷을 뒤집어쓴 여인이 연못가로 들어섰다.

걸음은 낮고 빨랐고, 익숙한 길을 지나면서도 세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은 가려졌으나, 월령은 그 몸가짐을 알아보았다.

금지.

서윤의 처소에서 서신을 나르던 아이였다. 악해서라기보다, 살아남는 법을 너무 일찍 배운 몸가짐이었다.

잠시 뒤 담장 아래에서 마른 사내 하나가 나타났다.

심가의 하인은 아니었다.

옷은 평범한 장정의 차림이었으나, 어깨는 좁고 턱은 말랐으며, 걸음은 빠르다가도 멈출 때마다 발끝을 먼저 거두었다. 궁에서 오래 산 사람의 걸음이었다.

허리끈의 매듭도 달랐다.

두 번 감고 안쪽으로 눌러 숨긴 매듭. 외궁의 하급 내시들이 사복을 입을 때 쓰는 방식이었다.

낮에는 누구의 눈에도 걸리지 않지만, 밤에는 그 매듭 하나가 길을 말해 주었다. 사내는 말을 하기 전마다 혀끝으로 앞니를 한 번 눌렀다.

급한 말을 억지로 얇게 눌러 펴는 버릇처럼 보였다.

황궁.

월령은 손끝을 접었다.

이렇게 이른 때부터.

그녀가 살구꽃 아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웃던 시절부터, 황궁은 이미 심가의 담장 밖에 손을 대고 있었다.

"조 내…"

금지가 입을 열다 급히 혀를 깨물었다. 사내의 눈이 가늘게 접혔다.

"이, 이름."

첫 음절이 작게 걸렸다.

그는 곧 목을 가다듬었다.

"이름은 내려놓고 말하라."

"일이 어그러졌습니다. 약이 입에 닿지도 못했습니다. 큰아가씨가 약방에 드는 바람에…"

"또."

조계라 불릴 뻔했던 사내가 끊었다. 높게 뜨는 소리를 억지로 눌러 낮춘 탓에, 말끝이 마른 쇠붙이처럼 긁혔다.

"담장에도 귀가 있다."

"서원당의 마님께서 약을 드시지 못했습니다."

"크, 큰아가씨가 눈치챘나."

그는 제 혀가 먼저 걸린 것을 싫어하듯 입술을 다물었다.

"확실치는 않습니다. 다만 오늘 서원당에서 조금 이상했습니다. 둘째 부인께 향을 보라 하시고, 제 아가씨 치맛자락을…"

"그 아이는 그런 눈을 가진 적이 없다."

조계가 희미하게 웃었다.

"순하고 무른 심가의 금지옥엽이지. 겁이 나면 보이는 것마다 붙잡는 법이다."

그래.

나는 그런 아이였지.

월령은 고르게 숨을 내쉬었다. 부르면 대답하고, 울면 달래 주고, 손을 내밀면 믿었다.

그래서 끝내 제 목에 죄패를 걸었다.

"윗전께서는요?"

금지가 물었다.

짧은 침묵이 지나갔다.

안개 속에서 등불이 한 번 흔들렸다.

"삼전하께서 기다리라 하셨다."

이 말만은 또렷했다.

누군가에게 여러 번 외워 들은 문장처럼. 그 두 글자가 젖은 공기를 갈랐다.

청아가 숨을 들이켜려는 순간, 월령은 조용히 그 입을 덮었다. 아이의 숨이 손바닥 안에서 뜨겁게 떨렸다.

삼전하.

위명서.

아직 황제가 아닌 남자.

아직 그녀를 높은 단 아래 세우지 않은 남자. 그런데도 이름만으로 목 안쪽에 오래된 피 맛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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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40. 봄의 아침

    혼례 이튿날 아침, 왕부에 봄빛이 들었다.월령은 낯선 천장 아래에서 눈을 떴다.심가의 방이 아니었다. 왕부의 안채였다. 창호지로 든 아침빛이, 심가의 것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서 내려왔다.곁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월령이 몸을 일으키자, 낮은 상 위에 놓인 것이 보였다. 흰 바둑돌과 검은 바둑돌 두 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간밤에 그녀가 함에서 꺼내 둔 것이었다. 두 돌이, 이제 한 상 위에 있었다.*청아가 세숫물을 들고 들어왔다."아가씨… 아니, 마마님."청아가 호칭을 고치다 얼굴을 붉혔다."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부르던 대로 불러."월령이 웃었다."네가 아가씨라 부르면, 나는 아직 심가의 딸이야. 그게 좋아."청아가 웃으며 세숫물을 놓았다.월령이 머리를 매만지자, 두 개의 비녀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백옥과 살구나무. 어머니의 손과, 그가 깎은 봄이 함께 있었다.*위지헌은 안채 마당에 있었다.이른 아침부터, 그의 손에는 이미 문서 하나가 들려 있었다.혼례 이튿날인데도, 그는 일을 놓지 않았다. 다만 오늘의 문서는, 어제까지의 것과 조금 달랐다.기윤이 낮게 보고했다."연이라는 이름이, 어젯밤 도성 밖으로 움직였습니다. 가례를 흠집 내려던 손이, 판을 잃고 물러난 듯합니다.""쫓지 마라."위지헌이 말했다."어젯밤은, 쫓지 않는 밤이었다. 오늘부터 다시 센다."그는 문서를 접었다.연이라는 이름도, 자녕궁의 그늘도, 아직 다 걷히지 않았다. 삭원 너머의 흑령도, 봄이 지나면 다시 올 것이었다. 병풍 뒤의 황제가 비워 둔 결재 칸도,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그러나 오늘 아침만은, 그 모든 것을 잠시 뒤에 두었다.*월령이 마당으로 나왔다.위지헌이 돌아보았다.붉은 옷은 벗었다. 오늘 아침, 그녀는 무늬 없는 엷은 봄옷을 입고 있었다. 두 개의 비녀만, 여전히 머리 위에 있었다."일찍 일어나셨네요.""버릇이다.""오늘 하루는, 그 버릇을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위지헌이 그녀를 보았다.늘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39. 첫 밤

    신방에는 붉은 초 한 쌍이 타고 있었다.청아가 신부의 겉옷을 벗기고, 머리의 두 비녀만 남긴 채 물러났다. 문이 닫히기 전, 청아는 한 번 더 눈시울을 붉혔다가, 이번에는 웃으며 나갔다.문이 닫혔다.방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월령은 낮은 상 앞에 앉아 있었다. 붉은 옷의 소맷단 위로, 손끝이 조금 떨렸다. 촛불이 그 떨림을 크게도, 작게도 만들지 않고 그대로 비췄다.위지헌이 그 앞에 앉았다.늘 한 뼘을 남기던 사람이었다. 문밖에 서고, 손을 뻗기 전에 멎고, 닿기 전의 거리를 지키던 사람. 오늘 밤, 그 사이를 막던 것들이 다 걷혔다.그런데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떨리느냐.""조금.""늘 '조금'이라 하는구나."월령은 답하지 못했다. 대신 속눈썹을 길게 내리깔았다. 촛불이, 붉게 물든 귓불을 비췄다.그 붉은빛이 대답이었다.위지헌의 목소리가 한결 낮아졌다."오늘은 왕야가 아니다. 이제 왕야 대신, 부군이라 불러라."월령의 눈이 흔들렸다."…부군."그 두 글자가 그녀의 입술을 처음 지나갔다. 그 낮은 부름에, 그의 눈 안쪽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위지헌이 손을 들었다.전장에서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겨울에 덴 화상 자국 위로, 새 흉이 얹힌 손. 그 손이, 월령의 뺨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에 닿았다.그리고 머리로 올라갔다.백옥 비녀를, 천천히 뽑았다.살구나무 비녀도, 뒤이어 뽑았다.두 비녀가 낮은 상 위에 놓이는 소리가, 유난히 맑게 울렸다. 묶여 있던 검은 머리가 어깨 위로, 등 뒤로 풀려 내렸다. 촛불이 그 결을 한 올씩 지나갔다.위지헌은 그 머리카락을 손등으로 쓸어 보았다.넉 달을, 아니 두 생을 참은 손이었다."령아."그가 이름을 불렀다. 혼례상 앞에서 처음 부른 이름을, 이제 둘만 남은 방에서 다시 불렀다.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이 조금씩 낮아졌다.월령이 고개를 들었다. 젖은 눈이, 그의 눈 아래로 가까이 들어왔다.닿기 전의 거리가, 오늘 밤에는 남지 않았다.살구골에서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38. 혼례

    왕부의 마당에, 혼례상이 차려졌다.붉은 초 한 쌍이 타올랐고, 상 위에는 산 닭과 대추와 밤이 놓였다. 살구나무로 깎은 함이 상 한쪽에 있었다.하객은 많지 않았다.경화제는 직접 나오지 않고, 황후 하문정을 보냈다. 화안공주가 그 곁에 섰다. 조정의 대신 몇과, 북에서 급히 내려온 진북대장군의 부장 하나가 심도윤을 대신해 자리했다.심가에서는 유씨와 서윤, 아란이 왔다. 청아와 은매도 신부의 사람으로 뒤에 섰다.왕부에서는 기윤과 윤백과 강무진이, 오늘은 그림자가 아니라 마당 가운데 섰다.*신랑과 신부가 마주 섰다.붉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었다.혼례의 홀기가 낭독되었다. 절을 올리고, 잔을 나누는 절차가 이어졌다. 월령은 그 절차를 천천히 따랐다.절을 올릴 때, 두 개의 비녀가 흔들리지 않았다.잔을 나눌 때, 술은 반 모금이었다. 신부의 잔은 늘 반 모금이라 했다. 월령은 그 반 모금을 넘겼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술이, 오늘은 쓰지 않았다.*절차의 끝에, 신랑이 신부의 얼굴을 가린 것을 걷었다.붉은 천이 걷히자, 월령의 얼굴이 드러났다.위지헌은 그 얼굴을 보았다.전생에, 그가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은 형장에 있었다. 빗물에 젖고, 다 잃은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그의 품에서 '다시는 황후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오늘, 그가 본 얼굴은 혼례상 앞에 있었다.붉은 옷을 입고, 두 개의 비녀를 꽂고, 젖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위지헌은 그 얼굴에서 오래 눈을 떼지 못했다.위지헌의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다.그는 오래 참았던 것을, 그 자리에서 다 참지는 못했다."령아."낮은 목소리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령아.오래 아껴 두었던 호칭이었다. 첫 입맞춤과도 분리해 두었던, 그가 가장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을 위해 남겨 둔 이름이었다.오늘, 그가 그 이름을 처음 썼다.하객들은 그 부름을 듣지 못했다. 두 개의 비녀 사이로만 지나간 소리였다.월령은 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월령의 눈에서 물기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5. 뼘

    그 말은 아직 공중에 있었다.그대가 내 곁에 있다면.이 황궁도 외롭지 않을 것 같군요.위명서의 목소리는 살구꽃잎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너무 가벼워서, 처음 듣는 사람은 그것이 칼집에 숨은 소리라는 것을 모를 터였다.한때의 월령도 몰랐다.그녀는 그 말을 오래 품었다. 황궁의 붉은 담 안에 한 사람의 온기를 들이면, 그 외로움이 조금은 녹을 줄 알았다.높은 처마와 긴 회랑과 밤마다 닫히는 문들 사이에 자신이 봄을 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이제는 안다.황궁의 외로움은 사람 하나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사람 하나를 삼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 틈

    "월령 언니, 여기 계셨어요?"문밖의 목소리는 봄비처럼 부드러웠다.심서윤은 늘 저렇게 말했다. 조심스럽게. 다정하게. 마치 자신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그때의 월령은 그 목소리를 좋아했다.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촌이라 믿었고, 어머니의 방 앞에 흰 천이 걸린 뒤에는 서윤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운 적도 있었다. 등을 토닥이던 작은 손의 감촉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그리고 황후전의 어느 밤, 비녀함 안쪽에서 밀서를 꺼내던 그 손도.그 손등에 비치던 차가운 등불도.그래도 월령은 그 손을 기억할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 향

    살구꽃 향이 났다.빗물에 젖은 진흙 냄새도, 목 안쪽을 태우던 비린 독향도 아니었다. 부드럽고 희미했다. 오래 닫혀 있던 창문 틈으로 먼 봄이 숨을 죽이고 들어오는 듯했다.심월령은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곧바로 기침을 토했다."아가씨!"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월령은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칼날이 닿기도 전부터 속을 태우던 열기가 아직 목 안쪽에 남은 것 같았다. 피와 비가 뒤섞이던 형장의 냄새가 혀끝에 되살아났다.아니.칼이 아니었다.그녀를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던 것은 칼날보다 조용한 것이었다. 탕약의 밑바닥에 가라앉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 흰

    비가 내렸다.그러나 비는 피 냄새를 씻어 내리지 못했다.젖은 흙은 피를 먹은 뒤 오래된 쇠처럼 비렸다. 낮은 돌계단 틈마다 붉은 물이 고였고, 빗방울은 그 위에 닿을 때마다 잘게 부서져 흩어졌다. 형장 둘레에 몰린 백성들은 숨조차 함부로 쉬지 못했다. 누군가의 젖은 소매에서 눅눅한 마 냄새가 났고, 멀리 황궁 쪽 붉은 담은 비안개에 잠겨 마치 아직 마르지 않은 상처처럼 서 있었다.심월령은 그 붉은 담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무릎이 진흙 속에 반쯤 잠겨 있었다.한때 대연에서 가장 고운 비단만 몸에 두르던 황후의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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