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사고 후 3 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그가 오늘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덜하니까.오후가 기울 무렵, 병실 문이 열렸다.
노크는 없었다. 늘 그랬다. 그는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라 여는 사람이었다.주홍민.
내 남편이자 자신의 아이를 잃은 사고난 아내를 3일만에 보러 온 사람
역시 그는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구김 하나 없는 수트, 흐트러짐 없는 머리, 과하지 않은 향수. 아이를 잃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말끔했다.
나는 힘든 몸을 반쯤 일으켜 기대 앉아 있다가 그를 바라봤다.
“왔어?”
그는 병실 안을 둘러봤다. 꽃바구니, 과일 상자, 차트.
마치 거래처 회의실을 점검하듯 무심히 훑어본 뒤 내게 시선을 내렸다.“좀 어때.”
“괜찮아.”
그는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없어서 지금 왔다 미안.”부하에게 사과하듯 사무적인 말에 나는 묻지 않았다.
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사고 당일 밤,
수술이 끝난 뒤,내가 깨어났을 때.왜 그는 없었는지.
“알아. 바빴겠지.”
멍든 가슴을 손바닥으로 훑으며 진정한 뒤 나도 건조하게 대답했다.
대답을 들었지만 역시 관심 없다는 듯 그는 의자를 끌어 앉으며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
마치 이제야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한다는 표시처럼.“사고 처리 거의 마무리됐어.”
그의 첫 번째 주제는 그것이었다
사고의 마무리.
허탈하고 예상스러웠다
“운전자 쪽 과실 인정될 거야. 보험사에서도 연락 왔고. 언론 타는 일은 없을 거고.”
다음은 언론.
나는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
“다행이네.”
그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시끄러워지면 서로 피곤하잖아.”
단전에서 올라오는 울컥함을 삼키려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시선이 잠시 내려왔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의사랑 얘기했어. 회복만 잘 하면 다시 가능하대.”
의사라면 도윤이겠지.. 내 안위보다 다시 가질 수 있냐는 그 물음에 도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나를 동정했을까?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드니 왜인지 내 처지가 낯 부끄러워져서 계속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이번 건… 운이 나빴던 거야.”
운
사고의 마무리, 언론 , 운...
그 의 입에서 내뱉는 단어가 유난히 가볍게 들렸지만 가슴으로 내려온 그 단어는
나를 옥죄었다.
“나도 충격이야, 서나야.”
내 표정을 슬쩍 눈 짓으로 보던 그는 허기침을 하며 이제야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안정적이었다. 숨이 흐트러지지도 않았고, 말끝이 떨리지도 않았다.나는 이제 기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회사도 예민한 시기라.”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아버지도 그렇고. 내가 흔들리는 모습 보이면 안 돼.”
그 단어들이 아이보다 먼저 나왔다.
CEO자리에 올라간 후 얼마되지않아 노환으로 온 치매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으로 간 회장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아이를 잃은 부부의 대화인지 생각하며 살짝 지쳤다. “그래서 바로 못 왔어.”그는 마치 합리적인 결론을 설명하듯 다시금 나에게 변명처럼 말했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보고 받았고. 내가 있어도 달라질 건 없었잖아.”
그 문장이 공기 속에 내려앉았다.
내가 수술후 텅빈 병실에서 깨어나
텅 빈 배를 더듬으며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눈물만 흘리던 그 순간. 그는 ‘달라질 건 없다’고 판단했다.대답할 힘도 남아있지않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지.”
늘 그렇듯 착한 여자처럼, 착한 아내처럼...
그는 항상 그랬던 "착한 여자" 다운 내 반응이 나오자 안심한 듯 몸을 조금 기댔다.
“우리 너무 감정적으로 가지 말자.”
나는 손끝에 힘을 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사랑해서 시작한 사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따뜻한 봄날에 잔디에 아무렇지도 않게 누워서 서로 마주보며 사랑을 속삭이던 그는 이제“이 일 때문에 우리가 흔들리면 안 돼.”
말을 하는 그의 눈은 계산적일 만큼 맑았지만 입은 비수가 되는 말만 내뱉고 있다.
과거의 그가 떠올리면서 억지로 입꼬리가 올렸는데,
노력했지만 잘모르겠다 내가 웃고있었는지...“그래.”
그는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단단한 손.내가 울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그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다면.모든 건 문제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괜찮아.”
나는 또 한 번 말했다.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넌 이런 데서 강해.”
칭찬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만족의 말이였다늘 그렇듯 강해야 한다는, 니가 내 감정에 맞춰야한다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자리 있어서 오래 못 있어.”
나는 또 묻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아내보다 중요한 자리가 무엇인지.“응. 가봐.”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짧고 형식적인 접촉.“몸 관리 잘 하고.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지 말고.”
쓸데없는 생각.
문이 닫혔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한동안 그가 앉아 있던 의자를 바라봤다.
아직 체온이 남아 있을 자리.그리고 천천히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말했다.
운이 나빴다고.
다시 준비하면 된다고. 감정적으로 굴지 말자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혼 전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 잠깐씩 의심이 들던 그의 행동들이 나올 땐 천천히 사랑을 알려주고 사랑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했던 마음들이, 결혼 후 무심했던 행동들 보며
원래 그런거다, 조금은 목적CEO라는 무거운 자리때문에 예민 할 뿐이다 내 자신을 위로하며 버티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원망은 목까지 차올랐지만, 그를 원망해서 무엇하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착한 아내였고,
그는 여전히 바쁜 남편이었다.다만 차이가 있다면—
내 안에서 사라진 것은
다시 준비할 수 있는 ‘계획’이 아니라,단 한 번뿐이었던
작은 심장 소리였다는 것뿐이었다.들어간 병실은 고요했다.심전도 모니터가 일정한 간격으로 짧은 신호음을 흘려보내고 있었다.창밖으로 늦은 오후의 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흰 이불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침대에 기대 앉아 있는 사람은주광렬 회장이었다.한때 재계 1위를 쥐락펴락하던 사내의 기세는 병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조금 누그러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날카로웠다.나이와 병색이 깎아내리지 못한 권위.그 모습을 오랜만에 본 서나는 당장이라도 안고 울고싶었다따뜻하셨던 내회장님단단하게 뿌리내린 고목같던 회장님속으로 뱉어내는 말에 울컥하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한걸음 한걸음 그에게 다가갔다“왔느냐.”낮고 쉰 목소리.“네, 회장님.”서나는 조용히 인사를 하고 떨리는 손으로 회장의 상태를 체크했다회장이 그녀를 찬찬히 살폈다.그리고 회장이 본론을 꺼냈다.“니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불렀는데, 널 부른건 다른건 아니고흥민이 만나는 날 장소는 oo호텔 레스토랑으로 오후에 잡아두었다.”그 이름이 공기 속에 떨어졌다.주홍민.서나는 떨리는 손을 우뚝 멈춰 눈을 내리깔았다가, 천천히 다시 들었다.“회장님.”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단했다.“그 자리… 다른 분으로 바꿔주실 수 있습니까.”회장의 눈이 가늘어졌다.“무슨 뜻이지.”“홍민 씨가 아니라, 다른 분을 뵙고 싶습니다.”“이유는.”본인이 예상한 대답이 아닌 것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단도직입적인 질문.서나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저는… 주서현 씨를 만나보고 싶습니다.”짧은 정적.모니터의 전자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주서현.막내딸의 아들.조용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고, 최근 세광그룹 3팀 팀장으로서 실적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되는 주홍민 다음 두 인물중 하나.그리고—주홍민과 공개적으로는 우애를 유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회장의 눈빛이 깊어졌다.“서현이?”“네.”“홍민이 아니라.”“네.”회장은 손가락으로 침대 난간을 두드렸다.“이유를 말
숨이 막히던 감각이 아직도 폐 안에 남아 있었다.차가운 물이 목구멍을 파고들던 그 순간,심장이 터질 듯 수축하던 고통,그리고 완전한 정적.분명히, 끝이었다.—“한간호사 주회장님쪽 콜이야. 한간호사!”낯선 듯 익숙한 목소리.서나는 눈을 떴다.천장이 보였다.물빛이 아니라, 익숙한 병원 천장.숨을 들이켰다.공기가 들어왔다.젖은 느낌이 없었다.몸은 마른 상태였고,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여기…?”그녀는 벌떡 일어났다.서광병원 데스크였다. 벌벌 손이 떨려왔다.홍민의 손, 뺨을 때리던 감각,'네가 살아남은 게 실수야.'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 선명했다.뛰쳐나가 몸을 던졌던 그 강물의 차가움도 선명했다그런데—“한간호사 왜이래 졸았어?? 콜이라니까?”나를 이상하게 보는 동료 간호사는 눈짓과 손짓에서나는 천천히 병원 달력을 보았다."지금이 몇년도 몇월 몇일이예요?!"심각한 서나의 표정에 동료 간호사는 진짜 이상하다는 듯 재촉했다"2020년도 12월 20일이잖아! 왜이래 진짜??빨리 회장님께 가보라니까"회장님.심장이 크게 뛰었다.2020년도. 정확히 4년전으로 돌아 왔다.그리고ㅡ주광렬 회장님이 입원하고 있던 서광병원.주홍민을 만나보라는 회장님의 제의를 받았던 다음날이다.기억하는 이유 달력에 표시된 주홍민과의 만남 날짜가 적혀있는걸 보고 떠올렸다.서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네 가볼게요”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엘리베이터를 타서그대로 주저앉았다살아 있다.아직 그를 만나지 않았다.아직 사랑하지 않았다.아직 속지 않았다.아직 아이도 없다.하지만 이번엔 절망이 아니었다.공포와, 깨달음과,동시에 온기회.엘리베이터 거울을보았다 거기에 비친 내 얼굴엔 홍민에게 맞아서 든 멍도, 찢어진 입술도 창백함도 없었다.배를 더듬었다.아무 흉터도 없었다.아무것도 잃지 않은 몸.나에게 왜 이런 기회가 생겼는지 의문을 갖고싶지않았다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는 것, 기회가 생겼고 이 기회를 어떻게 써
일주일이 지났다.세성그룹 CEO 아내 타이틀은 꽤나 지쳤다그간 병원에는 여러사람들이 왔다갔고 그들을 상대하는 건 나 혼자 아니,나를 생각해 쫓아내기도 하고 수습해주던 우리 병원 식구들 뿐이었다.일주일 만에 마주한 햇빛이 눈부셨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했고그 눈부신 햇빛을 손으로 가려 그늘을 만드니, 그 그늘이 햇빛보다 지금 나에게 더 잘 어울린다 생각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주홍민은 차 안에서 짧게 말했다.“타.”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고가 났던 교차로를 지나면서 미세하게 떨리는 내몸과질끈 감는 내 얼굴을 보고도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집 안은 그대로였다.거실 한쪽에 쌓인 나의 아이에 흔적들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직도 남아있었다흘깃 시선을 두던 홍민은 심드렁한 말투로“이따가 정리해. 원하면”라고 가볍게 떨어졌다.서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저녁이 되자 홍민은 서재로 들어갔다.누구랑 통화를 하는 듯 문틈새로 말들이 새어 나왔다침실로 들어가려 지나가던 서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한마디가 스쳤다“…애새끼만 죽었어 쯧..”그녀는 본능처럼 그 자리에 멈췄고, 문틈바구니로 나오는 그의 말에숨을 쉴 수 없었다“원래는 같이 뒤졌어야 했는데...그 년이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어서한꺼번에 처리할려고 했지 명줄도 긴지 피곤하게 됐어.”잠시 웃음.“나도 이제 새 출발하고 제대로 회사 키워봐야지 할아버지도 요양병원으로 넣어버렸고 이제 쓸모 없는 년 언제까지 끼고 살아”덜컹-“당신 지금...내.. 내가 제대로 들은게 맞아..?”홍민이 돌아봤다.놀람은 짧았고, 곧 지워졌다.“뭐야? 미쳤어?”“당신이야? 정말로? 다 당신이 한거야?”그는 천천히 휴대전화를 끊고 내려놓았다.“그래.”너무도 담담했다.“왜… 왜 그런 짓을 했어…?”그의 입가가 비틀리면서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넌 진짜 생각이 없어.”“그건 우리 아이였어!!!니가!!!니가!!! 어떻게!!!!
사고 후 3 일째 되는 날이었다.나는 그가 오늘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덜하니까.오후가 기울 무렵, 병실 문이 열렸다.노크는 없었다. 늘 그랬다. 그는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라 여는 사람이었다.주홍민.내 남편이자 자신의 아이를 잃은 사고난 아내를 3일만에 보러 온 사람역시 그는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구김 하나 없는 수트, 흐트러짐 없는 머리, 과하지 않은 향수. 아이를 잃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말끔했다.나는 힘든 몸을 반쯤 일으켜 기대 앉아 있다가 그를 바라봤다.“왔어?”그는 병실 안을 둘러봤다. 꽃바구니, 과일 상자, 차트.마치 거래처 회의실을 점검하듯 무심히 훑어본 뒤 내게 시선을 내렸다.“좀 어때.”“괜찮아.”그는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정신이 없어서 지금 왔다 미안.”부하에게 사과하듯 사무적인 말에 나는 묻지 않았다.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사고 당일 밤,수술이 끝난 뒤,내가 깨어났을 때.왜 그는 없었는지.“알아. 바빴겠지.”멍든 가슴을 손바닥으로 훑으며 진정한 뒤 나도 건조하게 대답했다.대답을 들었지만 역시 관심 없다는 듯 그는 의자를 끌어 앉으며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마치 이제야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한다는 표시처럼.“사고 처리 거의 마무리됐어.”그의 첫 번째 주제는 그것이었다사고의 마무리. 허탈하고 예상스러웠다“운전자 쪽 과실 인정될 거야. 보험사에서도 연락 왔고. 언론 타는 일은 없을 거고.”다음은 언론.나는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다행이네.”그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괜히 시끄러워지면 서로 피곤하잖아.”단전에서 올라오는 울컥함을 삼키려 고개를 숙였다그의 시선이 잠시 내려왔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올라갔다.“그리고 의사랑 얘기했어. 회복만 잘 하면 다시 가능하대.”의사라면 도윤이겠지.. 내 안위보다 다시 가질 수 있냐는 그 물음에 도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나를 동정했을까?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추적이고 습한 아스팔트를 왜인지 수평선처럼 누워 바라보고 있다그때 그 위로 흐르는 나의 붉은 선혈이 마치 저 너머의 바다처럼 일렁이는 듯했다사고...윙윙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소리치는 고함이 뒤통수를 지나 아스라이 사라질 때 나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그날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저녁이었다.비는 조용히 내렸고, 공기는 눅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병원에서 나와 집 가는 길에 습관처럼 배 위에 손을 얹고 걸었다. 걷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를 위해서 라면 내가 힘든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초음파 화면 속에서 희미하게 보여줬던 미소, 의사에게 보셨냐며 방방거리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살풋 웃음이 나다가도"다음엔 보호자랑 꼭 같이 와. 아이 웃는 거 같이 보시면 좋잖아~"라는 도윤의 말이 떠올라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쓴 내를 애써 삼켜낸다.이 핑계 저 핑계로 둘러댔지만 나는 한 번도 홍민 씨와 같이 병원에 온 적이 없었다.근무하는 병원에 소문이 나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르고횡단보도 섰다.그래,횡단보도에 섰고⋮신호는 초록불이었고⋮차박차박 비 오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고,무언가 빠르게 다가왔고⋮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으며,몸이 중심을 잃었다.눈을 떴을 때,천장은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희었다.기계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고 있었는데역시 사고를 당한 사람의 몸을 대변하듯 몸은 무겁고 둔했으며 하복부에 묵직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움직이려 하자 누군가 내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나를 눕혔다.나는 말을 하려 했지만 찰나에 대신 손이 먼저 움직였다.배를 더듬었다.붕대가 감겨 있었고, 온기는 없었다.그 짧은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누구의 잘못인지도, 왜 그런 일인지도 모른 채.설명도 없이, 예고도 없이.입을 달싹이던 도윤은 끝내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무거운 침묵 속에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갔다.나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 베개를 적셨다.소리는 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