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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각배
나의 조각배
Penulis: YOON

1화

Penulis: YOON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3-03 12:08:13

추적이고 습한 아스팔트를 왜인지 수평선처럼 누워 바라보고 있다

그때 그 위로 흐르는 나의 붉은 선혈이 마치  저 너머의 바다처럼 

일렁이는 듯했다

사고...

윙윙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소리치는 고함이 뒤통수를 지나 아스라이 

사라질 때 

나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날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저녁이었다.

비는 조용히 내렸고, 공기는 눅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병원에서 나와 집 가는 길에 습관처럼 배 위에 손을 얹고 걸었다. 

걷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를 위해서 라면 내가 힘든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초음파 화면 속에서 희미하게 보여줬던 미소, 의사에게 보셨냐며 방방거리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

살풋 웃음이 나다가도

"다음엔 보호자랑 꼭 같이 와. 아이 웃는 거 같이 보시면 좋잖아~"

라는 도윤의 말이 떠올라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쓴 내를 애써 삼켜낸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둘러댔지만 나는 한 번도 홍민 씨와 같이 병원에 온 적이 없었다.

근무하는 병원에 소문이 나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르고

횡단보도 섰다.

그래,

횡단보도에 섰고

신호는 초록불이었고

차박차박 비 오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고,

무언가 빠르게 다가왔고

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으며,

몸이 중심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천장은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희었다.

기계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고 있었는데

역시 사고를 당한 사람의 몸을 대변하듯 몸은 무겁고 둔했으며 하복부에 묵직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

움직이려 하자 누군가 내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나를 눕혔다.

나는 말을 하려 했지만 찰나에 대신 손이 먼저 움직였다.

배를 더듬었다.

붕대가 감겨 있었고, 온기는 없었다.

그 짧은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누구의 잘못인지도, 왜 그런 일인지도 모른 채.

설명도 없이, 예고도 없이.

입을 달싹이던 도윤은 끝내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무거운 침묵 속에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갔다.

나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 베개를 적셨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눈물이 쉴 틈 없이 나오는 상황에 숨 쉬는 것도

겨우 버티고 있을 지경이었다.

머리에 숨이 꽉차 어지러울 만큼 눈물이 나고 

나의 심장은 애석하게도 여전히 뛰고 있었지만,

내 안에서 함께 뛰던 또 하나의 박동은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차라리 내 심장이 멈췄으면 ..간절히 되뇌이며 주먹으로 가슴을 계속 내려쳤다

쿵쿵

울음 소리와 함께 울리는 주먹소리만 울리는 이 새벽은

지나치게 고요했으며,

그 고요가

무엇보다 잔인했다.

---------------------------------

새벽 내내 울다 지쳐 겨우 잠에 들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천장이 아니라 눈물이 고여 흐릿한 시야뿐이었다.

"서나야...”

익숙한 목소리였다.

잠을 설친 듯 낮게 잠긴 음성.

김도윤.

같은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그리고—나와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수술방에서 누구보다 냉정한 표정을 짓는 그가, 항상 나를 보면 장난치기 바빠 서로 투닥거리던 우리가 지금은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고 나는 침대에 누워 황망히 그만 쳐다 볼 뿐이었다.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애써 평정을 가장한 얼굴 그러나 밤새 잠을 못 잔건지 푸석한 피부에 갈라진 입술, 붉게 충혈 된 눈.

누가 환자인지 가운으로만 구분 할 수 있을 정도의 행색이었다.

나는 그를 멀뚱히 바라봤다.

입부터 목구멍까지 쩍쩍 갈라져 겨우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평소와 달랐다.

병원 복도에서 장난스럽게 “한 간호사”라고 부르던 톤이 아니었다.

“사고로 복부에 직접 충격이 있었어. 출혈이 심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태아 심음은 안 잡혔다.”

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그를 보지 않았다.

분명 어제만 해도 초음파 보며 서로 웃었는데...

'야, 벌써 자식 손주까지 생각하는 얼굴이야.'

그때 나는 어떻게 알았냐며 웃었고,

그는 괜히 더 머쓱해하면서 맥박 수치를 설명했었다.

지금은 아무 수치도 없다.

“거짓말.”

갈라진 입에서 낮게 새어 나왔다.

김도윤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거짓말을 못 한다.

“미안해.”

그 한마디가 모든 걸 확정 지었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감정이 뒤섞여 앞뒤를 구분할 수 없어 눈물이 터지지 않았다.

대신 숨이 가빠졌다.

“나… 신호 지켰어.”

“알아.”

“차 멀리 있었어.”

“알아, 서나야.”

괴로운 듯 인상을 쓰며 대답하던 그는 침대 곁에 앉았다.

지금은 의사라기보다 친구의 얼굴이었다.

“비 때문에 제동이 밀렸어. 운전자도 제정신이었고. 그냥… 사고래...”

떨리는 그의 음성에서 나오는

그냥 사고.

그 단어가 이상하게 공허했다.

나는 배를 세게 움켜쥐었다.

통증이 올라왔지만 놓지 않았다.

“나 때문 아니지.”

그가 즉각 대답했다.

“절대 아니야.”

단호했다.

그의 성격을 아는 나는 그 어조가 진심이라는 걸 안다.

“너 아무 잘못 없어.”

그는 수술방에서 수많은 산모를 봤다.

살리고, 잃고, 울고, 위로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수술대 위에서 내 배를 열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수술 등 아래에서 멈춰 있던 그 작은 생명을.

“선생님”

의미심장한 어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이 잘 갔어...?아프지 않게 

잘... 보내줬어...?”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응...잘 보내줬어...내가...걱정마 너가 더 걱정이야...자궁에 손상은 있었지만, 회복 경과 봐야 해. 내가 지켜볼게.”

내가 지켜볼게.

무엇보다 내 안위를 먼저 우선하는 그 대답이 퍽 위로 되는 말인데...나는 왜 잘 보내줬다라는 말이 손으로 심장을

 짓누르듯 날아와 박히는 걸까

누군가의 위로를 받기엔 아무도 없는 고요한 병실과 내가 처한 이 상황에 몸서리가 쳐져 허탈할 뿐 있었다.

김도윤은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차라리 그 침묵이 오히려 고마웠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복도에서 신생아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짧고 힘찬 소리.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야.”

그가 낮게 불렀다.

“울어도 돼.”

그한 마디에,

견디고 있던 것이 무너졌다.

숨이 뒤틀렸다가 가슴이 수축했다 하지만 느낄 새는 없이 울음을 뱉어 낼 뿐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내 뱉는 이 소리는 울음이 아닌 포효에 가까웠다

“나… 걔한테 말했는데… 지켜준다고…”

문장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해괴한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누가 들어도 간신히 알아 들을 그말 끝에, 도윤이 떨어지는 내 눈물을 지나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네 잘못 아니야.”

고개를 푹 숙인 그의 입에선

중얼거리 듯 그 말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도윤이 말을 반복해도,

배 위에 올린 손에 온기가 남아 있어도 

사라진 심장 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또, 조용했다.

끔찍하게 조용했다.

내가 지르는 비명에 속에 묻힌

쓸쓸한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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