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밤이 다시 찾아왔다.
화려한 외관과 무관하게, 황제의 침소는 늘 차갑고 축축한 어둠 속에 잠겼다.
황제는 서재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그 유능함은 오직 낮의 가면을 위한 것이었다.
일을 끝낸 그의 정신은 곧장 심연으로 추락했다.
레위의 처소에는 흑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침대가 놓였다.
그는 그 침대에 기댄 채 술과 진정제가 담긴 은쟁반을 노려보았다.
독한 술은 그의 혀를 태웠고 진정제는 신경을 마비시켰다. 이 두 가지 물질만이 그의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막았다.
그의 눈동자는 아이아스와 똑같은 밝은 하늘색이었으나, 피로와 고통으로 빛을 잃고 텅 비었다.
마치 고요한 얼음 호수 아래 모든 생명체가 질식해 죽은 것처럼.
눈 밑 흉터는 짙은 그림자가 되어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공허한 눈빛은 그의 이성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장이었다.
“내가... 널 어떻게 해야 했지, 유리디체.”
그는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메말랐다.
황제는 가득 채운 술잔을 들어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불타는 듯한 감각이 잠시나마 그의 마음속 공허함을 채워주었다.
술잔을 내려놓았을 때, 눈앞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윤곽이 아른거렸다.
유리디체.
그녀의 머리칼은 밤의 벨벳처럼 짙었고 길게 물결쳤다.
아델의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달랐다.
아델의 얼굴이 순수한 햇빛이라면 유리디체의 얼굴은 달빛처럼 차가운 그림자였다.
회색 눈동자는 그를 향한 절대적인 멸시와 경멸로 빛났다.
“영원히 너를 저주한다, 레위.”
환청이 귓가에 울렸다.
레위는 괴로운 신음과 함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는 이 환영이 진정제에 취한 자신의 뇌가 만들어낸 허상임을 알았지만, 그 목소리의 생생함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거짓말 마라! 나는 널 사랑했다! 너를 그 더러운 지옥에서 구원해 내려고 했지!”
레위가 소리쳤다. 그의 외침은 텅 빈 처소에 메아리쳤고, 황제의 위엄을 산산조각 냈다.
환영 속의 유리디체는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구원? 당신의 더러운 욕심을 구원이라 부르나? 당신의 손길은... 선황의 손길보다 더 역겨웠어.”
레위의 몸이 경련했다.
16년 전의 기억.
선황의 학대와 강압적인 삶에서 유리디체를 구출해내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자신.
그러나 결국 그녀에게 행했던 폭력적인 강간과 소유.
그녀의 증오는 정당했다. 그 증오가 그녀를 발코니의 난간으로 몰아세웠다.
그는 또다시 술잔을 들었다. 이제는 진정제를 털어 넣을 차례였다.
약을 삼키지 않으면 이 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의 정신이 조금씩,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에게 남은, 삶의 유일한 이유는...
아델이었다.
아델만큼은 이 비극적인 저주를 물려받지 않아야 했다.
이 제국과 바꿔서라도 그녀에게는 행복만을 주어야 했다.
그는 겨우 술과 진정제의 힘으로 잠에 들었지만, 여전히 악몽이 계속 되었다.
유리디체의 끊임없는 비명 소리와 함께 그가 겪었던 모든 고통과 죄책감이 뒤섞여 끝없이 반복되는 끔찍한 밤이었다.
아버지가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는 그 시간.
황태자 아이아스는 자신의 처소에서 검은색 실크 로브를 걸쳤다.
그는 레위와 달리 단 한 모금의 술도, 단 한 알의 약도 삼키지 않았다.
아이아스는 그런 의존을 경멸했다. 그의 정신은 철저하게 냉철했고, 그의 몸은 단단하게 절제되었다.
그러나 그 절제는 오직 낮 동안의 완벽한 황태자 역할을 위한 것이었다.
밤이 되면 그의 내면에 갇혀 있던 뜨거운 갈망이 그를 인도했다.
아이아스는 자신의 침실에서 나와 그림자처럼 복도를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훈련된 사냥꾼처럼 조용했고 그의 밝은 하늘색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났다.
그의 목적지는 언제나 하나였다.
아델의 침실.
아이아스는 아델을 대할 때 언제나 완벽하게 자상하고 다정한 오빠를 연기했지만, 이 밤의 의식은 그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유일한 일탈이자 금지된 욕망의 해소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아델의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실내에는 옅은 백합 향이 감돌았다.
아델은 새하얀 레이스 이불을 덮고 깊이 잠들었다.
흑발이 베개 위로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그 머리칼은 어머니의 흑발을 떠올리게 했지만, 아델에게서는 증오의 그림자 대신 순수한 평화만이 느껴졌다.
아이아스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달빛이 아델의 얼굴을 비추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 길고 짙은 속눈썹,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붉고 부드러운 입술.
그의 손이 떨렸다.
그는 숨을 죽이고 어둠 속에서 그의 내면을 잠식하는 갈증을 느꼈다.
이 갈증은 황위, 권력, 황금이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오직 아델의 존재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근원적인 깊은 욕망이었다.
아이아스는 천천히 손을 뻗어 사랑스러운 여동생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아델.
나의 아델.
그의 입술이 그녀의 보드라운 뺨에 가까워졌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그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지로 억눌렀다.
이성이 그에게 경고했다.
이 선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다.
아버지가 결국 어머니를 잃었듯이 자신도 아델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그는 대신 자신의 긴 손가락을 아델의 붉은 입술에 가져갔다.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아래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아델은 꿈 속에서도 편안해 보였다.
“미하엘 폰 밀라이터.”
그는 증오를 담아 그 이름을 읊조렸다.
미하엘은 아델의 약혼 상대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 선량하고 쾌활한 미남이 아델의 남편이 될 가능성. 그 생각만으로도 아이아스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
“아무도 널 데려갈 수 없어. 너는 내 것이야, 아델.”
그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사랑 고백이 아니라 소유권을 주장하는 계약과 같았다.
이 밤의 금지된 접촉은 아이아스에게는 달콤한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그는 이 순간을 통해 자신의 냉철한 가면을 유지할 힘을 얻었다.
충분히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의 따뜻한 입술을 하염없이 만져 자신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한 후, 아이아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깨기 전에 이 죄악의 장소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그의 뒷모습은 냉랭하고 완벽한 황태자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손끝에는 여전히 입술의 부드러운 감촉이 남았다.
철모르는 어린 아리아드네에게 황궁은 거대한 설탕 과자로 만든 집 같았다.아침에 눈을 뜨면 시녀들이 달려와 엄마가 골라준 예쁜 드레스를 입혔고, 아이아스는 매일같이 진귀한 보석과 외국에서 들여온 이국적인 장난감들을 그녀의 발치에 쏟아부었다.어린 황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다.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침을 흘리며 탐내는 비단 드레스, 정교하고 아름다운 인형, 진짜 집만큼이나 커다란 인형의 집, 반짝반짝 빛나는 값비싼 보석 장신구...아리아드네의 드레스는 방 한 칸을 가득 채울 정도로 넘쳐났다. 아델은 매일매일 딸에게 다른 드레스를 입혀가며 인형 놀이를 즐겼다. 아리아드네는 같은 드레스를 두 번 이상 입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귀족들도 사기 힘든 값비싼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진주 장신구가 어린아이의 목과 팔에 무거울 정도로 주렁주렁 걸쳐졌다. 인형의 집과 인형은 또 어떤가. 아이아스는 아예 황녀궁에 그녀 전용의 커다란 장난감 방을 하나 만들어주었다. 아리아드네는 그 화려한 장난감 방에서 매일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귀한 설탕과 꿀을 아낌없이 써서 만든 과자도 넘쳐났다.그녀가 가지지 못한 것은 단 하나. 친구 뿐이었다.아리아드네는 친구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아델은 탐탁치 않아 했다.“아리아드네. 엄마가 있는데 굳이 친구가 필요하니?”공작 가의 저 아이는 예쁘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백작 가의 저 아이는 성격이 되바라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작 가의 저 아이는 어미의 신분이 미천해서 싫었다. 아델은 아리아드네가 친해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다 쳐냈다. 황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그래서 아리아드네는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장난감 방에서 혼자 인형 놀이를 해야만 했다. 혼자 하는 놀이는 별 재미가 없었다. 아리아드네는 금방 인형 놀이에 흥미를 잃었다.“아리아드네 황녀님은 정말 축복받으신 분이세요. 원하시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으시잖아요.”젊은 시녀 하나가 눈을 빛내며 그녀를 부러워했다. 아리아드네는 시
황궁을 집어삼킬 듯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황제의 집무실은 미약한 촛불 하나에 의지해 기괴한 평온에 잠겼다.번개가 칠 때마다 창백하게 드러나는 두 사람의 실루엣만이 이곳이 산 자의 공간임을 증명했다.황제, 아이아스는 거대한 집무용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의 하늘색 눈은 어둠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났으나, 평소의 냉랭하고 오만한 기색 대신 피로에 젖은 나른함이 감돌았다.그리고 그의 무릎팍에는 제국의 유일한 꽃 아델이 마치 제 안방인 양 편안하게 기대어 앉았다.아이아스의 커다란 손이 아델의 새까만 흑발을 천천히 빗어 내렸다.그의 손길은 지독하리만치 자상하고 다정했다. 제국의 신료들이 본다면 기절초풍할 만큼.그 무심하고 냉정한 황제가 오직 한 여자에게만 허락한 유일한 온기였다.“아델. 오늘 아리아드네가 너를 보고 울더구나. 네가 또 그애를 괴롭힌 모양이지?”“어머, 오빠. 난 그저 아리가 너무 예뻐서 만져준 것뿐이야. 오빠도 알잖아. 내 손길은 좀... 아프다는 거. 괴롭힌 게 아니라구.”아리아드네를 향한 아델의 사랑은 일반적인 모성애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그녀는 전혀 자애롭고 헌신적이지 않았다. 제가 안고 싶을 때만 아리아드네를 안아줬고, 제가 예뻐하고 싶을 때만 딸을 예뻐해줬다.아이가 조금만 투정을 부려도 흥미를 잃고 싸늘하게 떼어냈다. 그럴수록 아리아드네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다.아이아스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여동생에게 그 사실을 지적하지는 않았다.그녀의 관심과 사랑을 애걸하는 것은 어차피 그도 마찬가지였기에.아이아스는 재떨이에 담뱃불을 비벼 껐다.독한 술과 약에 의존하는 아버지를 경멸했던 일이 전생의 일처럼 아득했다.아델의 생각대로, 그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아버지를 닮아갔다.그도 아버지처럼 무언가에 의존했다. 술과 담배 없이는 하루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가장 의존하고 중독된 건 아델이었다.아이아스의 무릎 위로 올라와 앉은 아델은 여전히 소녀처럼 해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는 황녀궁의 대리석 복도에는 기이한 침묵과 함께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이질적으로 섞여 들었다.이제 겨우 세 살이 된 아리아드네는 아델이 입혀준 겹겹의 레이스 드레스에 파묻혀 정원의 장미 꽃잎을 만지작거렸다.천사처럼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리아드네.아리아드네가 매일 입는 드레스와 머리 모양은 늘 그녀의 친모인 아델이 결정했다. 아델은 인형을 가지고 놀 듯, 도자기 인형보다 예쁘고 귀여운 딸을 꾸미는 일에 몰두했다.오늘 아리아드네가 입은 레이스 드레스도, 사실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입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장식이 많아 불편한 옷이었다. 양어머니 레오노라와 유모는 그 점을 조금 염려했지만, 정작 친엄마인 아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 드레스가 제일 예쁘잖아? 아리는 이걸 입어야 더 예뻐.”레오노라는 아델을 거역할 수 없었다. 레오노라는 조금 칭얼거리는 아리아드네를 달래가며 화려한 드레스를 입혔다.“그것 봐, 얼마나 예뻐. 아이아스 오빠도 좋아할 거야.”아델은 흡족하게 웃으며 딸의 토실토실한 뺨에 연신 입을 맞췄다. 아이는 엄마의 키스가 좋은 듯 그저 헤헤 웃었다.인형처럼 귀여운 아이가 꽃잎을 만지는 그 풍경을 지켜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었다.하나는 차갑고도 소유욕 어린 하늘색 눈, 다른 하나는 즐거움으로 반짝이는 회색 눈.아이아스는 천천히 아리아드네에게 다가갔다.그는 훤칠하게 큰 키를 숙여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었다.평소 제국의 신료들 앞에서는 얼음처럼 차갑고 무심한 황제였지만, 아리아드네 앞에서만큼은 자상하고 다정한 연기가 제법 능숙했다.“우리 예쁜 아리, 낮잠 잘 시간이란다.”그는 아리아드네의 외숙부이자 양아버지로, 아리아드네에게는 '아바마마'라고 불렸다.하지만 사실 아이아스는 이 아이의 친부였다.아이아스는 아이의 오동통한 뺨을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그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이 아이는 금단의 죄악이 빚어낸 결과물인 동시에 아델과 자신을 잇는 유일하고도 영원한 연결고리
마침내 아델의 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싹텄다.아이아스의 아이였다.아델의 수태 소식은 황궁의 공기를 일순간에 환희로 바꾸어 놓았다.아이아스는 제국의 황제로서가 아닌, 아델을 집요하게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미칠 듯이 기뻐했다.레오노라와 미하엘 역시 자신들이 숭배하는 아델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에 질투를 넘어선 기묘한 동질감과 기대에 휩싸였다.겨울의 끝자락에 아델은 고통스러운 산고 끝에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을 낳았다.아이아스는 아기를 처음 본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전율했다.칠흑 같은 흑발과 은색에 가까운 고요한 잿빛 눈동자, 그리고 눈부시게 새하얀 피부. 아이는 아델을 그대로 복제해 놓은 듯한 완벽한 인형이었다.아이아스는 자신의 조카이자 친딸인 이 아이에게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그는 아리아드네를 황제와 황후의 양녀로 입적시켜 제국의 황녀 지위를 주었다. 아델을 향한 자신의 영원한 소유욕을 증명하는 선언이었다.아델은 아리아드네를 예뻐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어머니의 모성애와는 결이 달랐다.아델에게 아리아드네는 사랑스러운 딸이기 이전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최고급 인형이자 자기애의 연장선이었다.아델은 아기를 안고 까르르 웃으며 어르다가도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면 금방 흥미를 잃고 차갑게 표정을 바꾸었다. “레아, 애가 우네. 데려가서 달래줘.” 아델은 귀찮다는 듯 레오노라에게 아기를 넘겨버리고 자신은 거울 앞에 앉아 미모를 가꾸는 데 열중했다.오히려 양어머니가 된 레오노라가 아리아드네에게 헌신적인 모성애를 보였다. 레오노라는 아델이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소중히 보살피고 아기를 돌보며 행복을 얻었다.출산 후 아델의 몸은 더욱 물이 올랐다. 하얀 젖가슴은 더욱 풍만해졌고 그녀의 피부는 생명의 기운을 머금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아이아스는 아리아드네를 잠재운 밤이면 아델의 침실로 달려가 그녀의 변함없는 육체를 탐닉했다.“아델... 아이를 낳고도 넌 여전히 나를 미치게 하는구나.” 아이아스는
연회가 다가오는 황궁은 분주했다.아델은 연회 때 착용할만한 보석을 찾기 위해 황실 보물고를 방문했다.금색과 은색의 보화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그곳에서 아델의 시선은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천으로 덮인 커다란 그림에 머물렀다.그것은 예전에 그녀가 아이아스에게 떼를 써서 가져오게 했던 어머니, 유리디체의 초상화였다.아델은 천천히 천을 걷어냈다.캔버스 속에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아델의 요염한 생동감과는 정반대로 여전히 깊은 수렁 같은 우울함과 고통에 절어 있었다.레위와 아이아스는 늘 어머니가 아델을 낳고 기력이 쇠해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해왔다.하지만 아델은 눈치 챘다. 미쳐버린 아버지 레위의 발작과 그가 보여준 집착을 보며,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을.아델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차가운 캔버스 위 어머니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 당신은 약해서 죽은 거예요.” 아델은 혼잣말을 내뱉었다.그녀는 어머니처럼 소유당하고 부서지는 존재가 되기를 거부했다.제국을 지배하는 황제는 아이아스였지만, 그 아이아스를 지배하는 자는 아델 자신이었다.아이아스, 레오노라, 미하엘. 제국에서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그 세 남녀는 매일 같이 아델의 침대 위에서 그녀의 발치를 기는 충직한 개들에 불과했다.“나는 당신처럼 나약하게 죽지 않아. 나는 이 제국을 영원히 지배할 거야.” 아델은 일말의 미련도 없이 초상화를 다시 두꺼운 천으로 덮어버렸다.어둠 속에 갇힌 어머니의 우울한 눈빛을 뒤로한 채 아델은 여왕의 걸음걸이로 보물고를 나섰다.그날 밤 제국 극장은 아델 황녀와 아이아스 황제의 방문으로 유례없는 열기에 휩싸였다.상연되는 작품은 아델 황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연애담 연극이었다. 미모의 황녀는 민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가슴팍이 깊게 파인 짙은 와인색 드레스를 입은 아델은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어깨를 매혹적으로 드러내며 등장했다.틀어 올린 흑발 사이사이에 박힌 수백 개의 진주 장식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달
아이아스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의 마음은 단 한 순간도 평온하지 못했다.미하엘을 아델의 명목상 남편으로 세운 것은 자신의 결정이었음에도, 아델이 미하엘의 남근을 받아들이고 그의 정액을 삼키는 광경을 볼 때마다 아이아스의 심장은 질투라는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는 듯했다.그는 정무에 몰두하며 그 불타는 독점욕을 억누르려 했으나, 서류 더미 너머로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요염하게 웃는 아델의 얼굴 뿐이었다.아델은 그런 아이아스의 상태를 영리하게 간파했다.물론 미하엘의 거친 물건이나 레오노라의 섬세한 혀도 그녀를 즐겁게 하지만, 그녀에게 가장 근원적인 쾌락과 안정감을 주는 존재는 역시 자신의 첫 남자인 아이아스였다.그녀는 제국의 지배자를 자신의 발치에 묶어두기 위해 가장 은밀한 유혹을 준비했다.깊은 밤, 촛불만이 일렁이는 황제의 집무실.아이아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때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검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아델이 나타났다.“오빠, 아직도 이 딱딱한 종이들과 씨름 중이야?”아이아스가 고개를 들자 아델은 매혹적으로 웃으며 입고 있던 로브의 끈을 풀었다.스르륵 소리를 내며 로브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안에서 눈부시게 새하얀 나신이 드러났다.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오직 검은 로브 하나만을 걸치고 황궁의 긴 복도를 지나온 것이었다.아이아스는 숨을 멈췄다.책상 앞으로 아델이 성큼 다가왔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손을 휘둘러 제국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서류들을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그리고는 황제의 책상 위에 올라앉아 아이아스의 얼굴 바로 앞에서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아델의 다리 사이, 핑크빛으로 달아오른 보지가 아이아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이미 집무실로 오는 내내 상상만으로 잔뜩 젖어버린 그녀의 구멍은 오빠의 것을 갈구하듯 파르르 떨리며 벌름거리고 있었다.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이 폭포처럼 흘러넘쳐 값비싼 목재 책상을 검게 적셨다.“오빠, 이것 봐... 오빠 생각만 해도 이렇게 젖어버려.”아델은 투정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