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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Penulis: 주 한잔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아령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그가 세상에 드러날 기회를 갖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후 그녀는 권세 곁을 떠돌며 하나하나 힘을 얻기 위해 온갖 수모를 견뎌냈다.

그 힘으로 소씨 가문의 뿌리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임 씨와 그녀의 남편, 자식들을 모조리 아령의 어머니 앞에 무릎 꿇게 만들기 위해서.

솔직히 말해, 아령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뭐가 남았단 말이냐?”

“저하, 예전에 제게 말했죠. 목숨까지 내걸어도 절 돕겠다고요.”

“그 말… 거짓이었나요?”

아령은 말하면서도 스스로 우스웠다.

남자란, 다 똑같았다.

겉으론 여자의 미색을 탐하고, 달콤한 말로 속삭이면서도,

막상 그 말 한마디에 움직여 줄 남자는 정말이지… 없었다.

약이 담긴 양고기 탕을 사용하지 아니고서야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니!

아니, 그마저도 부족했다.

남자의 강철 같은 심장은 약조차도 꿰뚫지 못했다.

그 늙은 자가 그 증거였다.

그자는 양고기 탕에 독이 들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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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5화

    “대인, 소인이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그럼 하지 말거라.”“대인, 다 같은 사내이고 한창 혈기 왕성하실 연세가 아니십니까. 마님께서 곁에 계시지도 않고, 설령 계신다 한들 대인께서는 마님을 아끼는 마음에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시지 않습니까. 마님께서 이미 연경이를 골라주신 것도 다 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일 텐데, 이리 계속 참기만 하시다가 만에 하나 몸이라도 상하시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손해가 아니겠습니까?”소항은 물끄러미 소 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라는 무언의 질문이었다.소 대장이 말을 이었다.“마님께서도 대인을 탓하지 않으실 겁니다. 마님뿐만 아니라 가문의 어르신들도 늘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가주가 되어서 어찌 도련님 한 분만 두겠느냐고요. 소인이 지금 당장 참한 양갓집 규수들을 찾아오겠습니다. 대인께서는 그저 소 씨 가문을 위해 자손을 귀히 여긴다 생각하시고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소항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소 대장을 보았을 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소 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대인이 그 왕 부인이라는 여인에게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만약 마님이, 대인이 자기 자식보다 나이가 많은 여인을 마음에 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소 대장 자신이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날 오후, 소항과 소 대장이 군영에서 돌아오자마자 소 대장은 아담하고 영특해 보이는 처자 하나를 소항의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본인은 바깥채를 지나 문 앞을 지키고 섰다.방 안.열일곱 혹은 열여덟쯤 되어 보이는 소녀는 아버지가 당부했던 말을 되새겼다. 그녀가 모셔야 할 분은 영남 소 씨 가문의 가주이자, 이곳 영남에서 하늘과도 같은 권세를 가진 사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그를 잘 모시기만 한다면, 자신의 아버지와 가족 모두가 벼락출세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소녀는 사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아무 말이 없자, 그녀는 전전긍긍하며 입을 열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4화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털끝만큼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횃불을 들고 있으면 거머리 떼를 대부분 쫓을 수 있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무조건 주인님과 마님께 횃불을 들려 드렸어야 했다.소항이 길게 탄식했다. 어스름한 어둠 속이라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수년 만에 처음으로… 춘몽을 꾸었구나.”“예? 뭐라고요?”소 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대인, 한창 정정하실 연세이니 남녀 간의 정사를 꿈꾸는 것이야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소 대장이 말을 마쳤으나 소항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설마 마님을 꿈에 뵌 것인가? 아니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혹시 마님께서 보내주신 연경 낭자를 보신 것입니까?”소 대장이 조심스럽게 살피며 물었다.“연경 낭자라면 부인께서 친히 고르신 사람이지 않습니까. 주인님께서 거두신다 해도 사내로서 첩을 두는 일은 흔한 일이니 부인께서도 나무라지 않으실 겁니다.”소항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지었다.“연경이가 아니다.”“그 아이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씀이십니까?”묻고 난 소 대장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낮에 주인이 얼굴을 붉히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 방에서 막 나선 사람은 바로 왕 부인이었다.“설마… 왕 부인을?”소항이 눈을 치켜뜨며 소 대장을 쏘아보았다. 소 대장이 차마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으나, 그의 가치관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대인, 그 왕 부인은 이미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여인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소 대장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소항은 소 대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에 마음을 터놓았다.“나도 모르겠다. 그저 왕 부인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사이에 무언가…”“두 분 사이에 무엇이 있단 말씀입니까?”소 대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소항이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진단 말이지.”“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3화

    소우연은 이육진을 마주 안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그가 말한 '애간장이 타들어 가던 나날들'이라는 말에 담긴 깊은 진심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보다 더 절절한 말을 내뱉기는 쑥스러워 마음을 가다듬던 찰나, 이육진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물고 늘어졌다.“연아,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라고 말해다오.”소우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폐하, 제 마음속 정인은 언제나 폐하뿐이었습니다.”그제야 이육진은 마음이 놓이는지 안색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더니 이내 엄한 표정을 지으며 당부했다.“그자가 진정으로 딴마음을 품은 것이라면 반드시 내게 즉시 고해야 한다. 여차하면 영이에게 군대를 보내 그놈들을 모조리 소탕하라 이르면 그만이니.”“그리 서두를 것 없습니다. 제 나이가 몇인데, 예전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할 무력한 여인인 줄 아십니까?”“허면 그 하찮은 무공 실력이라도 어디 한번 보여주겠느냐?”소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폐하와 겨루어 제가 어찌 이기겠습니까!”“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이육진은 소우연을 품에서 놓아주더니 가볍게 대결 자세를 취했다.“자, 어서 나를 공격해 보거라!”소우연은 기가 막힌다는 듯 그를 보다가, 살며시 다가가 그의 귓가에 소곤거렸다.“정말 여기서 무예를 겨루시게요? 밖에서 누가 보기라도 하면 의심만 더 살 겁니다.”이육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더는 고집을 피우지 못했다.“걱정 마세요. 그 자는 임설을 무척 아끼는 듯하니 제게 딴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아마도…”소우연은 말을 다 맺지 않았으나, 이육진 역시 이미 그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다.어스름한 등불 아래서 이육진은 소우연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물안개가 어린 듯 촉촉한 그녀의 눈동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맑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애틋하게 만들었다.이육진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에 붙어 있던 인피면구를 벗겨냈다. 그러자 숨겨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2화

    “용음촌이라 하셨습니까?”“음, 용 대인이 그렇게 지었다. 그 이름이 가장 좋다 하더군.”이육진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소우연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부군 같은 진룡께서 머무시는 곳이니, 과연 용이 울부짖는 땅이라 할 만하네요.”이육진은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며 덩달아 미소 지었다.“그리 말하니 차라리 황서촌이라 바꾸는 게 낫겠구나.”소우연은 그저 웃을 뿐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마을 이름이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까. 소우연은 이육진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왜 그러느냐,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내가 한참을 떠들었는데... 오늘 진이와 함께 소항을 치료하러 갔던 일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이냐?”이육진이 묻자 소우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진이는 오늘 몸이 좋지 않아 저 혼자 다녀왔습니다.”“혼자 다녀왔다고?”이육진은 마치 경보라도 울린 듯 눈을 부릅떴다. 그 시선이 너무 강렬해 소우연은 몸이 다 근질거릴 지경이었다.“왜 그렇게 저를 보시는 겁니까?”“그게…”이육진은 생각했다. 소항이 비록 소우연의 문중 형제라 할지라도, 정작 소항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지 않는가. 따지고 보면 소항은 소우연보다 두 살이나 어렸다.“무엇을요?”소우연이 다그치듯 묻자 이육진은 머뭇거리며 말을 아꼈다. 소우연은 그가 무슨 엉뚱한 상상을 하는지 단번에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설마 그 사람이 제게… 딴마음을 품기라도 할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소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뭐라고?”이육진의 기세가 순식간에 거칠어졌다. 젓가락을 탁자에 탁 내려치는데, 하마터면 밥그릇과 접시들이 모조리 박살 날 뻔했다. 소우연이 서둘러 그를 붙잡았다.“왜 이리 흥분하시는 거예요!”“감히 그놈이!”“목소리 좀 낮추세요. 남들이 듣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이육진은 가슴을 들썩이며 화를 삭이려 애썼다.“연아, 왜 그런 소리를 하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1화

    “이게 다 주익선 때문이에요. 괜히 오라버니를 따라 엉뚱한 걸 배워서는…”이진은 못마땅한 듯 투덜거렸다.소우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과거를 회상했다. 예전에 진이와 연희가 출산할 무렵, 이육진이 주익선에게 무언가 일러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육진의 수작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 딸을 아끼는 마음에 산고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았던 부성애였으니, 그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진아, 그 사람도 다 너를 아껴서 그러는 게 아니냐.”“저도 알아요.”이진은 울지도 웃지도 못할 표정으로 답했다. 그녀 역시 주익선의 마음을 알기에 그를 더욱 깊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면 설령 정견이 부딪히는 일이 있어도, 주익선은 언제나 그녀가 싫어할 만한 부분은 기가 막히게 피해 가곤 했다.“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딸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는걸요!““부질없는 소리 마라…”이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더는 할 말이 없는지, 배를 감싸 쥔 채 입을 다물었다.소우연이 다급히 물었다. “아직도 속이 좋지 않으냐?”“아뇨, 훨씬 나아졌어요. 다만 약간의 불편함이 남아 있을 뿐이에요.”“그래.”소우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 영남 땅은 경성만큼 춥지는 않았으나, 골수까지 파고드는 듯한 특유의 습한 냉기가 있었다. 진이는 이곳 기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소우연은 별다른 말 없이 진이를 품에 안고 등을 다독여 주었다.“어마마마, 정말 좋아요.”이진은 소우연의 품에 파고들며 나지막이 웅얼거렸다.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이육진과 용강한, 주익선 등이 새로 거처할 부지를 정하고 돌아왔다. 소우연은 그제야 이진의 방에서 나왔다.이육진은 소우연을 보자마자 곧장 그녀를 데리고 제 방으로 향했다. 용강한은 그저 빙그레 미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소항의 암위들에게 모조리 포착되었다. 암위는 지체 없이 소 대장에게 달려가 그 세세한 광경을 보고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20화

    소대장이 안으로 들어서던 찰나, 마침 방을 나서던 소우연과 어깨를 스치듯 마주쳤다.소우연이 그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방금 침술 처치를 마쳤습니다. 식사는 계속해서 담백한 것 위주로 챙겨 주십시오.”소대장도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왕 부인, 안심하십시오. 잊지 않고 잘 챙기겠습니다.”“알겠습니다.”소우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소대장이 점심으로 준비한 흰 쌀밥과 닭백숙 한 그릇, 파를 썰어 넣은 달걀부침 한 접시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훅 끼쳐왔다.“대인, 바람이 이리 찬데 창문을 열어두시면 고뿔에 걸리십니다.”소대장은 상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 창가에 서 있는 소항은 마치 일부러 찬 바람을 맞으려는 듯 보였다.소항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소대장이 문과 창문을 닫도록 내버려 두었다.“대인, 어찌 그러십니까?”소대장은 주인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오른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방금 나간 왕 부인에게서는 별다른 기색을 느끼지 못했건만, 대체 주인은 왜 얼굴을 붉히며 창가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단 말인가.'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왕 부인 혼자만 왔지. 딸아이는 같이 오지 않았고.' 소대장은 나름대로 짐작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소항은 길게 탄식하며 탁자 앞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차려진 음식들을 보니 도무지 입맛이 당기지 않았다. 그 모습에 소대장의 의구심은 더욱 깊어만 갔다.한편,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소우연은 잠시 이진의 상태를 살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점심 식사를 주문했다.“진아, 일어날 수 있겠느냐?”소우연은 여전히 딸을 '진아'라고 불렀다. 지금 쓰고 있는 가명인 '이소진'에도 같은 '진' 자가 들어가니 크게 무리는 없었다.이진은 이불속에 푹 파묻힌 채 웅얼거렸다. “어머니, 저 밥 먹고 싶지 않아요.”“입맛이 없는 것이냐, 아니면 그냥 일어나기가 싫은 것이냐?”“여긴 너무 추워요. 영남 땅은 춥지 않다고 들었는데 다 거짓말이었나 봐요.”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47화

    “여인은… 참, 쉽지 않구나.”이육진은 책상 너머로 먼 시선을 던지며, 진심 어린 탄식을 내뱉었다.해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이영이 안으로 들어왔다.“왜 이제야 돌아오느냐. 온종일 네 외삼촌을 괴롭힌 것이냐?”황제의 낮은 물음에, 이영은 눈을 껌뻑이며 대답했다.“현명루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요.”잠시 주춤하더니, 손에 안고 있던 심이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덧붙였다.“그리고…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정말 가끔 가는 거예요.”“그 많은 책을 왜 읽느냐. 네가 도를 닦겠다는 것도 아닐 터인데.”“마음을 닦는 건 왜 안 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972화

    이후 강원보는 더는 궁 안의 무의미하고 고된 나날을 견딜 수 없었다.벼르던 끝에, 그는 궁을 나서 사부 수현을 찾았다.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희망이 있었다.사부라면 다시 한번, 그를 궁으로 끌어줄 수도 있으리라 믿었다.하지만 돌아온 말은 냉정했다.“난 이제 힘이 없다. 궁으로 돌아갈 생각은 마라. 차라리 여기서 내 곁에 머물며 말년을 함께 보내자꾸나.”남은 생을 수현 곁에서 소박하게 늙어가는 삶. 혹은 궁에 남아 발에 차이며 치욕을 견디는 삶.강원보는 끝내 후자를 택했다.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금성을 만났다.금성은 그에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941화

    “그만하거라.”소우연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이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네 말도 일리는 있다. 본래 폐하께서도 요즘 나날이 밋밋하다 여기셨는데, 이런 자그마한 비밀까지 내가 모두 알아버리면, 오히려 폐하께서 실망하시지 않겠느냐.”간석은 숨을 돌리듯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황후마마의 말씀이 지극히 옳습니다.”그는 괜스레 웃음을 지으며, 황제 폐하께서도 기뻐하시겠다며 맞장구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스무 명의 호위무사가 도착했다.가장 앞에 선 이가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신 장우주, 황후마마께 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028화

    소우연은 태극구를 말끔히 닦아 이육진의 손바닥에 다시 쥐여주었다. 극한의 한기와 열기로부터라도 그의 몸을 보호해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했다. 도술의 영역은 이제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그녀는 문득 생각이 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문이 꿇어앉아 기도를 드리고 자책하던 일들을 말이다. 그녀는 입술을 열어 중얼거렸다.“오라버니, 제발 어서 깨어나세요. 깨어나 저를 꾸짖든, 경문을 꾸짖든 해주세요.”그리고 그 고충도 말이다.예전에 용강한이 그랬다. 이 고충은 본인의 피로만 길러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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