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달칵, 구급상자를 들고 지혁이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지혁은 당연하다는 듯 주아의 발밑바닥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수영 선수 시절부터 굳은살이 박인 그의 단단하고 넓은 손바닥이 주아의 차가운 발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구두는 적당히 높은 거 신으라니까.”
“사진 예쁘게 나와야 하잖아. 평생 한 번인데.”
지혁은 대꾸 대신 소독 티슈로 쓸린 상처를 조심스레 닦아내고 밴드를 붙였다. 손길은 아주 조심스러웠지만, 발목을 쥔 그의 손아귀에는 주아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쥐는 힘이 실려 있었다.
15년 동안 서로의 민낯과 흑역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대학 입학식 날 사람들 틈에서 휘청이던 날에도, 첫 연재가 망해 서럽게 울던 병실에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오늘 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침대와 발끝에서 느껴지는 체온은 이전의 그 어떤 우정과도 결이
지혁의 젖은 목소리가 주아의 입술 위로, 그리고 드러난 쇄골과 목덜미 아래로 흩어지며 깊은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주아의 몸에 지혁의 단단하고 묵직한 체중이 실릴 때마다 침대 가죽이 작게 삐걱이는 소리가 정적을 때렸다.친구라는 안전한 껍질은 마침내 두 사람의 피부 아래에서 완전히 바스러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서로의 몸에 닿는 손가락 마디 하나, 살결이 맞부딪치며 퍼지는 뜨거운 마찰음은 이제 더는 우정이 아닌, 평생 서로만을 탐하겠다는 가장 원초적이고 단단한 결속의 선언이었다.밤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의 호흡은 하나의 일정한 비트처럼 얽혀들었고, 신혼방의 스탠드 불빛마저 완전히 꺼진 뒤에도 어둠 속에서는 지혁의 집요한 손길과 주아의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이어졌다.***부엌에서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탁, 탁. 일정하게 칼날이 도마와 부딪치는 소리. 잠시 뒤 서너 번 더 이어지는 둔탁한 파찰음. 지혁이 아침마다 주아를 위해 사과를 깎는 소리였다.주아는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이불 밖으로 나왔다. 온몸의 마디마디가 뻐근하고 허리 뒤쪽이 찌릿했지만,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샌드위치 냄새가 차가운 거실 공기를 따뜻하게 녹여주고 있었다.부엌 주방 가스레인지 앞에 회색 반소매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지혁이 서 있었다.어젯밤의 그 짐승 같던 열기는 어디로 갔는지, 지혁은 언제나처럼 묵묵하고 무심한 얼굴로 주아의 소금빵과 구운 토마토를 접시에 나누어 담고 있었다.주아는 말없이 뒤로 걸어가 지혁의 넓은 등판에 제 뺨을 대고 백허그를 했다.지혁의 단단한 허리 근육이 주아의 팔끝에 닿자 흠칫 굳었다가, 이내 아주 깊은 한숨과 함께 누그러졌다. 지혁은 들고 있던 뒤집개를 내려놓고, 제 허리를 감싼 주아의 작은 손을 뒤로 뻗어 꽉 쥐어 잡았다.
달칵, 구급상자를 들고 지혁이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지혁은 당연하다는 듯 주아의 발밑바닥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수영 선수 시절부터 굳은살이 박인 그의 단단하고 넓은 손바닥이 주아의 차가운 발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구두는 적당히 높은 거 신으라니까.”“사진 예쁘게 나와야 하잖아. 평생 한 번인데.”지혁은 대꾸 대신 소독 티슈로 쓸린 상처를 조심스레 닦아내고 밴드를 붙였다. 손길은 아주 조심스러웠지만, 발목을 쥔 그의 손아귀에는 주아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쥐는 힘이 실려 있었다.15년 동안 서로의 민낯과 흑역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대학 입학식 날 사람들 틈에서 휘청이던 날에도, 첫 연재가 망해 서럽게 울던 병실에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밤을 지새웠다.하지만 오늘 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침대와 발끝에서 느껴지는 체온은 이전의 그 어떤 우정과도 결이 달랐다.“지혁아.”“응.”“너 손 진짜 뜨겁다.”주아가 어색한 정적을 깨려 발가락을 웅크리자, 지혁이 고개를 들어 주아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의 길고 짙은 눈매에 서려 있던 다정함 너머로, 본편 5화 소파 위에서 보여주었던 그 거칠고 원초적인 수컷의 열기가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다.“추우니까 그렇지. 넌 365일 발이 차냐.”그는 밴드를 다 붙인 뒤에도 주아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쓸어 올려 드레스가 벗겨진 주아의 부드러운 종아리와 무릎 뒤쪽을 천천히 짚어왔다.“권지혁.”“나 이제 안 참아.”지혁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15년 동안 참았으면, 이제는 안 봐줘도 되잖아.”주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 지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아의 위로 상체를 겹쳐왔다. 주아의 가녀린 어깨가 침대 헤드와 부드러운 매트리
대기실의 조명은 너무 밝았다.흰색 생화가 가득 채워진 대기실 안쪽, 거울 앞에 주아가 앉아 있었다. 오프숄더 디자인의 실크 드레스는 가녀린 쇄골 라인과 목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단정하게 묶어 올린 머리 아래로 가느다란 목덜미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주아는 거울 속 제 모습이 어색해 자꾸만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늘 모니터 앞에서 편한 후드티나 셔츠를 걸치고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자판을 두드리던 일상에서 가장 멀리 도망쳐 온 옷이었다.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대기실 문이 열렸다.짙은 남색 예복을 차려입은 지혁이 들어섰다. 평소 센터에서 회원들을 지도할 때 입던 티셔츠도, 외근 나갈 때 입던 세미 정장도 아니었다. 단단한 어깨와 곧은 등판의 실루엣을 정교하게 살려낸 턱시도가 지혁에게 맞춤옷처럼 어울렸다.지혁은 문손잡이를 잡은 채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했다.“야.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봐.”주아가 긴장감을 감추려 일부러 퉁명스레 말을 건넸다. 그제야 지혁의 긴 다리가 움직였다. 주아의 의자 옆에 멈춰 선 그의 시선은 여전히 드레스의 목선과 주아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잘 어울려서.”1년 전, 소개팅 옷을 골라주던 소파 앞에서의 대답과 똑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무심한 척 삼키던 눈빛과 달리, 지금 지혁의 눈에는 소유욕과 깊은 애정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었다.“귀걸이가 자꾸 고개가 비뚤어지네.”주아가 거울을 보며 귓불에 걸린 작은 다이아몬드 장식을 만지려 하자, 지혁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로 다가왔다.거울 속에 두 사람의 실루엣이 겹쳤다. 187센티미터의 커다란 지혁이 몸을 굽혀 주아와 눈높이를 맞추자, 주아의 작은 어깨가 그의 넓은 품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갔다.“가만있어.”
지혁의 운동센터 공동대표인 박현우와 로맨스팀 한서영 팀장, 그리고 주아와 지혁이 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참이었다.“자, 여기 6년 차 베테랑 로맨스 PD와 15년 차 순애보 남사친의 영원한 장기 계약 증서를 올립니다.”주아가 화사한 은박이 박힌 청첩장을 식탁 가운데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박현우가 기다렸다는 듯 먼저 청첩장을 낚아챘다.“이야, 드디어 이 날이 오네. 권지혁이 고등학교 때부터 가방 앞주머니에 그 파란 실팔찌 보물단지처럼 모셔두던 걸 내가 직접 봤는데. 장하다, 권지혁.”“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현우야.”지혁이 정갈하게 썰린 모둠 사시미 접시를 주아 쪽으로 당겨놓으며 무심히 대꾸했다.그는 주아가 좋아하지 않는 생강 초절임과 쪽파를 젓가락으로 꼼꼼히 골라 제 접시로 옮기고 있었다. 15년의 시간 동안 몸에 완전히 배어버린, 숨 쉬듯 당연한 다정함이었다.한서영 팀장이 그 모습을 턱을 괸 채 아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며 맥주잔을 가볍게 흔들었다.“근데 권 대표님, 솔직히 물어보는 건데 말이죠. 아무리 오래된 소꿉친구라고 해도, 소개팅 대화 연습을 핑계로 소파에서 키스부터 진하게 갈 가르쳐 주는 남사친이 세상에 어딨어요?”“쿨럭!”맥주를 삼키던 박현우가 격하게 사레가 들려 기침을 쏟아냈다.주아는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어져 물컵을 꽉 쥐었다. 정작 질문의 당사자인 권지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평온한 얼굴로 잔을 채웠다.“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다른 사람 소개팅 코칭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어머, 그럼 우리 주아한테만 특별 맞춤형
사내 연애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후, 권지혁은 로맨스 웹소설팀에서 일종의 ‘실존하는 S급 남주’로 통했다.주아가 야근하는 날이면 회사 로비에 차를 대놓고 묵묵히 기다리거나, 팀원들 몫까지 간식 상자를 들고 찾아와 조용히 내려놓고 사라지곤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두 사람의 연애가 늘 평탄하고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한 지 겨우 서너 달이 채 되지 않았던 지난봄, 두 사람은 주아의 ‘야근’ 문제를 두고 아주 크게 부딪친 적이 있었다.그날도 공개작 마감 조율 때문에 주아가 나흘 연속으로 새벽 퇴근을 하던 시기였다.지혁은 밤마다 주아의 어깨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다 못해 허리 통증까지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며 속을 태웠다.결국 참다못한 지혁이 주아 몰래 한서영 팀장에게 사적으로 연락해 주아의 주말 근무나 과도한 야근 일정을 다른 PD와 조정해 줄 수 없겠느냐고 청탁 섞인 부탁을 건넸던 것이다.사무실에서 우연히 팀장의 서류 더미 사이로 그 통화 내역을 전해 들은 주아는 머리끝까지 화가 머리 위로 치솟았다.그날 밤, 지혁의 집 현관문을 거칠게 닫고 들어온 주아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식탁 앞에 서 있는 지혁을 쏘아붙였다.“내 일정을 왜 네가 나서서 조율해? 심지어 우리 팀장님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서?”“너 나흘 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했잖아. 밥도 거르고 속 쓰리다고 약만 찾으면서.”지혁이 식탁을 짚으며 주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러니까 나한테 먼저 물었어야지! 내가 힘들다고 투정 부린 건 너한테 위로받고 싶어서였지, 내 일자리를 뒤에서 네 마음대로 뺏으라는 뜻이 아니었어.”“너한테 쉬라고 백번 말해 봐야 안 쉴 거 뻔히 아니까 그랬어. 그럼 뻔히 쓰러져가는 걸 옆에서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소리야?”“보고만 있으라는 게 아니잖아!
사무실의 공기는 언제나 건조하고 미지근했다.오후 2시, 론칭을 앞둔 신작의 예약 배너 이미지 시안을 검수하는 이주아의 눈이 모니터 안쪽을 사섭게 파고들었다.웹소설 PD의 하루는 독자들의 아주 미세한 피드백 하나, 배너 글자체의 각도 하나를 잡아내는 사소하고 피곤한 조율의 연속이었다.“선배님, 시안 3번으로 결정하면 마케팅팀이랑 조율은 제가 할까요?”옆자리 신입 PD가 의자를 당기며 조심스레 묻자 주아가 마우스를 가볍게 딸각였다.“아니, 디자인팀이랑 시안 확정은 내가 직접 할게. 대신 예약 배너 문구 수정한 것만 마케팅팀에 바로 공유해 줘.”“네, 알겠습니다!”신입이 의자를 뒤로 밀며 대답하는 순간, 파티션 너머로 단정한 단발머리의 한서영 팀장이 고개를 내밀었다.“이 PD,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연락 왔던데. 어떤 잘생긴 분이 너 앞으로 종이 봉투 하나 맡겨 놨다고.”주아는 키보드 위에 올렸던 손가락을 일순간 멈췄다.물어보지 않아도 그 ‘잘생긴 분’이 누구인지 뻔했다.로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주아의 입가가 미세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지하 1층 안내 데스크 옆, 커다란 통유리창을 등지고 서 있는 권지혁은 멀리서도 튀었다.짙은 회색 반소매 티셔츠에 편안한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지만, 수영으로 다져진 넓은 어깨와 반듯한 체격은 로비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바쁘다면서 직접 온 거야?”주아가 다가가자 지혁이 들고 있던 하얀 종이 봉투를 건넸다.봉투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남은 소금빵 두 개와 투명한 용기에 정성스럽게 깎아 담은 사과가 들어 있었다.“근처 스포츠 브랜드 미팅하러 가는 길이야. 네가 아침에 사과 남기고 갔길래.”지혁의 어조는 늘 그렇듯 무심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