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대화는 해보신 거예요? 싫다고.”
“나한테만 특별한 건 줄 알았던 게 사실 아니었어….”
시아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렀다. 도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휴지를 뽑아줬다. 시아가 민망해져 버렸다.
“자꾸 도윤 씨 앞에서만 우네?”
시아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버렸다. 도윤이 시아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대리님, 어디 다른 데서 울지 말고 제 앞에서만 우세요. 아셨죠?”
시아가 무슨 의미냐는 듯 쳐다봤다.
“너무 못생겨져서요. 위험해요.”
시아가 피식 웃으며 도윤을 쳐다봤다.
“너어…. 고마워.”
시아는 정말로 도윤이 고마웠다. 항상 말하지 않아도 옆에서 묵묵히 있어 주던 게 떠올랐다. 오늘마저도 그는 말없이 따라와 주었다. 도윤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
“그 형 소방관이잖아요.”
“그러니까.”
“알고 만난 거 아니였어요?”
도윤이 웃었다.
시아도 같이 웃었다.
“그러니까!”
둘은 손을 잡고는 언제 울었냐는 듯 키득거렸다. 시아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지훈과 이야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도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밥이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아를 떠나보낸 도윤은 편의점으로 들어가 담배를 한 갑 샀다. 오랜만에 끊었던 담배를 한 개비 피우며 시아가 사라진 곳을 보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짝사랑, 생각보다 힘드네.”
도윤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집에 도착한 시아가 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저녁에 중요한 이야기 좀 해요.’
‘시아 씨 회사 로비에서 기다릴게요.’
다음 날 시아는 전투태세로 오랜만에 치명치명한 섹시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일단 기선부터 제압하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도윤이 눈을 찌푸렸지만 시아는 개의치 않았다. 도윤이 시아에게 한마디 했다.
“식사할 때 고개 숙이고 하지 마요. 절대!”
시아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일단 알았다고 했다.
‘딩.’
[퀘스트 : 프로젝트 이름에서 여자주인공 이름 빼기]
[성공 시 : 과장 승진 / 실패 시 : 결별]
이놈의 퀘스트가 주야장천 시아의 이별만 기다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남주와 너무 멀어졌어.]
[빨리 돌리지 않으면 큰일 날지도 몰라.]
프로젝트에서 이름을 어떻게 빼냐? 위로 검토가 몇 번이나 들어가는데 되겠냐고. 시아가 어이가 없었다. 실패하라고 준 퀘스트가 틀림없었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는 주여 과장이 반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넋 놓고 실패할 수도 없었다.
일단 첫 보고서에서 주여의 이름을 빼고 올렸다.
바로 반려됐다.
‘젠장, 어떻게 하라고.’
하릴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시아는 결국은 넋 놓고 퀘스트에 실패했다.
‘딩.’
[퀘스트 실패 : 결별]
‘이게 결별이야? 아직 헤어진 것도 아니잖아.’
시아는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그때 지훈에게서 먼저 문자가 와 있었다.
‘시아 씨, 미안해요. 다인이가 다치는 바람에 대신 근무를 서게 됐어요. 내일 봐도 될까요?’
싫었다.
싫지만 헤어지는 건 더 싫었다.
시아는 ‘네.’ 하고 짧게 답장을 보내고는 기운 없이 집으로 걸어갔다.
[!경고! 시스템이 고장 납니다. !경고!]
붉은색 경고창이 시아의 앞을 가렸다. 시아가 손을 휘저어 보았지만 경고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아는 불길함을 느끼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경고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아는 붉게 가려진 시야로 잘 보이지도 않는 화장실을 더듬거리며 재빨리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전철을 타고 멍하니 있는데 내려야 할 곳을 한 정거장이나 지나쳐 버렸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시아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발은 반대편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어?’
멈추려 해도 다리가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아도 모르는 사이에 지훈이 일하는 소방서에 도착해 있었다.
‘나 왜 이러지?’
경고창이 눈앞에서 붉게 깜빡였다.
시야 너머로 다인이 지훈의 허리를 감싼 채 절뚝이며 걷는 것이 보였다.
[경고! 시스템이 고장 납니다. 복구하십시오.]
시아의 발이 저벅저벅 다인을 향해 움직였다.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이 먼저 올라갔다.
짝―.
시아가 다인의 뺨을 내리쳤다.
“시아 씨!”
지훈이 시아의 손목을 잡으며 소리 질렀다.
시아의 눈에 뺨을 맞은 다인의 입꼬리가 순간 이상하게 비틀린 것 같았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시아 씨!”
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시아를 다그쳤다.
“난… 나는 내가 한 게….”
시아는 변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눈물이 툭 떨어져 나와 말문이 막힌 상태였다.
다인이 시아를 손으로 툭 밀쳤다.
“뭐 하는 거예요. 다쳐서 부축 좀 받은 것뿐이에요!”
“시아 씨, 무슨 일이에요. 일단 다인이한테 사과하세요.”
지훈이 시아에게 말했다. 지훈이 이 사태에 꽤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시아의 눈앞에는 경고창이 불길하게 번쩍여 댔다.
“지훈 씨, 우리….헤어져야 할 것 같아요.”
[결별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지훈의 얼굴이 당황으로 얼룩졌다.
“그게 무슨!”
시아가 눈을 질끈 감고 미친 것처럼 소리 질렀다.
“지훈 씨, 저는 악녀고요. 영웅놀이 질색하는 사람이에요. 지훈 씨랑 저랑은 맞지 않은 것 같네요! 그러니까 제가 먼저 차는 거요!”
말은 가시처럼 뾰족하게 날을 세웠지만 떨어지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악녀인데 행복하려니까 이렇게 탈이 나잖아.’
지훈이 시아의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대화하려고 했다.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손목을 꽉 붙잡았다. 시아가 작게 신음을 흘리자 그제야 손의 힘이 느슨해졌다.
시아는 그의 손을 털어 버리고 뒤돌아 걸었다.
지금이라도 자신을 잡으러 오면 정말 다 말해주리라.
그래서 일부러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이번엔 시스템창 때문이 아니라 차오르는 눈물이 앞을 가려 세상이 잘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비상벨이 울려 댔다.
지훈은 멀어지는 시아를 붙잡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긴급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훈 씨랑 저랑은 맞지 않네요.’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끝나고 다시 천천히 이야기해 보면 될 일이라 여긴 지훈은 결국 시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응급 상황이 먼저였다.
시아는 끝내 와주지 않는 지훈에게 섭섭함이 밀려와 그저 끅끅대며 나오려는 울음을 참고 걸었다.
회사를 향해 걸었지만 들어갈 자신은 없었다.
이태가 말했다.“아니, 우리가 간다고 했는데 시아 씨가 못 가게 했잖아요.”“네?”시아의 눈이 떨렸다.문득 기억 속에서 이태의 바지춤을 잡고 뒤로 자빠지는 장면이 떠올랐다.‘젠장!’시아가 이불을 이빨로 앙하고 물어당겼다. 도윤이 물을 달라고 외쳤다. 시아는 두 남자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생수 한 병씩 따다 바쳤다. 이태가 부장이니까 이태에게 먼저 줬다. 옷은 어제 클럽에 간 복장 그대로였다.‘뭔 일 난 건 아닌가 보군.’셋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게임을 시작했다.“그러니까… 어제 일 기억나시는 분?”한숨 자고 일어났던 이태만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혹시 무슨… 아니야, 안 들을래.”시아가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도윤도 손으로 귀를 막으며 에베베거렸다. 이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도 말할 생각 없거든?”그때 도윤의 머릿속에 시아를 향해 좋아한다고 소리치며 고백하는 장면이 스쳤다.‘악! 설마.’도윤이 다급히 시아의 눈치를 봤다. 다행히 기억이 안 나는 눈치였다. 이태가 도윤의 상태를 보고는 한 번 더 피식 웃었다.‘뭔가 기억이 나는 모양이군.’시아의 기억도 다시 한 조각 스쳐 지나갔다.“나도 좋아하거든?”뭘? 무슨 소리를 한 거야, 신시아. 정신 차려, 빨리. 무엇을, 누구를 좋아한다고 한 거지?이태 말고는 제정신인 사람이 없었기에 이태가 총대를 멨다.“해장하러 가시죠.”불타는 금요일이 지나고 혼란의 토요일 아침.셋은 콩나물해장국을 먹으러 가게로 들어갔다.다들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인처럼 앉아 있었다. 이태는 그 모습이 웃겨 혼자 쿡쿡대다가 먼저 음식을 한술 떴다. 전날 먹었던 술이 씻겨 내려가는 듯 개운했다.시아와 도윤은 한술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머리만 쥐어뜯고 있었다.시아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주며 이태가 말했다.“시아 씨, 속 버립니다. 어서 드십시오.”시아가 맞닿은 손에 괜히 혼자 화들짝 놀라 손을 뒤로 뺐다. 어제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됐다.‘부장님한테 고백한건 아니겠지?’“아… 네. 감
시아는 계란말이 하나를 도윤의 입에 넣으며 조용히 말했다.“닥.쳐.”모두가 시아를 수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시아는 호호 웃으며 상황을 대충 무마했다. 도윤은 계란말이를 우걱우걱 씹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시아를 쳐다봤다. 퇴근 시간이 되어 삼삼오오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시아는 두리번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몸에 딱 붙는 검은색 짧은 원피스로 갈아입고 화장을 고쳤다. 머리까지 단장한 뒤 사람들이 거의 다 나갔을 즈음 살금살금 사무실로 옷을 놓으러 돌아왔다.도윤이 사무실 문에 기대 삐딱하게 서 있다가 시아를 보며 말했다.“와! 그렇게 입고 어디를 가려고요?”때마침 지나가던 이태도 시아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렇게 안 어울리나?’살짝 상처받은 시아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도윤에게 말했다.“클럽 간다. 왜?”오늘 입고 온 옷은 곱게 봉투에 담아 자리에 올려두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최대한 섹시해 보이려고 골반도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줬다.이태가 계속 시아를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입을 내밀었다.“뭐... 뭐요. 안 섹시해도 입을 거예요.”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던 이태가 짧게 말했다.“혼자 갑니까?”“그런데요?”“기다리십시오.”부장실에서 퇴근 준비를 마친 이태가 그대로 시아를 따라 나섰다.“제가 같이 가겠습니다.”도윤도 냉큼 합세했다.“저도 갈 거예요.”시아가 기겁했다.직장 상사랑 직장 후배랑 클럽 간 썰.잠깐만 생각해도 끔찍했다.시아는 뛰다시피 도망쳤지만 이태와 도윤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따라붙을 뿐이었다.‘아니, 저 새끼들 왜 저래!’시아는 범죄자에게 쫓기듯 뒤를 한 번, 앞을 한 번 보며 계속 걸었다.다행히 입구에서는 시아만 들어갈 수 있었고, 양복 차림의 두 사람은 가드에게 막혔다.시아는 킬킬 웃으며 손을 흔든 뒤 클럽 안으로 사라졌다.직장 상사와 춤출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시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스피커 가까이 다가갔다.오랜만에 울려 퍼지는 강한 비트에 몸을 맡겼다.잡생각은 모두 날아갔다.
‘이상하다.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어제 일이 중간부터 아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런 게 블랙아웃인가.’시아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손으로 한 번 훑고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깜짝 놀라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하고, 헤어진 다음 날도 똑같이 지옥철에 몸을 맡겼다.기분 탓일까. 한층 지옥 같아진 지옥철에서 탈출하듯 빠져나와 회사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는 권이태 부장이 타고 있었다.가볍게 목례를 하고 들어선 시아는 젖 먹던 용기를 짜내 말했다.“어제는……. 감사했습니다.”“아닙니다. 오늘은 괜찮습니까?”“아… 네.”의외로 담백하게 대화를 마친 권 부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시아는 어쩐지 그게 그의 배려 방식인 것 같아 팔뚝을 긁적였다.자리로 돌아간 시아가 도윤에게 말을 걸었다.“도윤! 어제 네가 나 데려다줬어?”도윤이 시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네라고 대답했다.“야, 너 왜 나를 안 봐? 나 뭐 실수했어?”‘기억 못 하시는구나….’사실 키스를 받아준 자신도 잘한 건 없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도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시아의 눈을 마주쳤다. 눈동자가 스르륵 입술로 내려갔다. 도윤은 혼자 새빨개져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저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요.”시아는 알았다며 뭐 사다 줄까 같은 말을 계속 걸었다. 도윤은 그저 혼자 가만히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시아가 숙취 해소제를 사다 주며 마시라고 했다.도윤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시아에게 고백하리라고 다짐했다.그때 주여가 시아에게 다가왔다.“대리님, 저 다 들었어요…. 제가 다 미안해요.”“아니에요. 좋은 분이었어요, 호호. 과장님도 이 일로 저 어색해하지 마세요.”시아가 안 괜찮았지만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주여에게 말했다.도윤이 시아에게 오늘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대리님, 그러면 다음 연애는 언제 하실 거예요?”시아가 비장하게 말했다.“내 인생
지훈이 황당해하며 말했다. 그의 손이 커피컵을 만지작 거렸다. “정말 이렇게 끝낼 거예요, 시아 씨?”“네.”시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지훈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데요?”시아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시스템 때문인가? 아니면 아까 다시 잡으러 안 와서?“지훈 씨가 너무 상냥해서요.”“네?”지훈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지훈 씨가 모두에게 너무 상냥해서, 제가 기다리는 사람 하기는 싫어서 그래요.”지훈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약속 몇 번 늦은 것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몇 번이라니. 매번이지. 안 온 날도 있잖아요.시아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우리 생각보다 더 안 맞았었나 봐요. 몇 번 아니고 매번. 그리고 마지막엔 비상벨에게 달려갔죠.”지훈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입을 다물었다.“미안해요. 미안…합니다.”다 끝난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툭 하고 떨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 비참해 보일 것 같아 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갈게요. 잘 가세요.”지훈이 일어나는 시아의 손목을 잡았다.“다인이는…정말 아니에요. 그것만은 알아주세요 시아씨.”시아가 눈물을 툭툭 흘리며 손을 뿌리치고는 도윤에게로 다가갔다. 도윤이 거침없이 시아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지훈을 쏘아보았다. 안겨있는 시아를 보는 지훈의 눈에 물이 고였다. 도윤이 일부러 더 해맑게 시아에게 말을 붙였다.“맛있는 거 사줘요, 신 대리님.”시아가 울면서 웃으며 도윤에게 말했다.“응. 다….다 사줄게.”도윤이 조심히 시아를 에스코트해 멍하니 서 있는 지훈을 지나쳐 회사 밖으로 나갔다. 둘은 갈비집 하나를 찾아 들어가 앉았다.“오늘은 술을 마셔야겠지?”시아의 말에 도윤이 낄낄대며 맞장구를 쳤다.“돈 엄청 나올 각오 하세요.”시아는 소주잔을 가득 채워 한 번에 털어 넣었다. 안주 먹을 시간도 없이 다시 잔을 채웠다.“대리님, 고기 한 점에 한 잔.”그러면서 익은 고기를 시아의 앞접시에 하나 놓아줬다. 시아는 야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한 발 한 발이 무거웠다. 억지로 회사를 향해 걸었다. 멀리 회사 건물이 보였다.늦은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울지 않고 들어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발은 꾸준히 움직여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 있었다.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회사 로비는 한산했다.고개를 숙인 채 엘리베이터에 탄 시아의 옆에 누군가가 섰다.익숙한 향이 났다.“무슨 일 있습니까?”이태가 커피를 들고 무심한 듯 시아에게 물었다.시아는 그 말에 다시금 왈칵 감정이 올라와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더 푹 숙였다.“바로 부장실로 따라오세요.”이태가 사무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시아에게 말했다.시아는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바로 부장실로 향했다.부장실에서 기다리던 이태는 시아가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여 얼굴부터 확인했다.퉁퉁 부은 것이 울었음에 틀림없었다.이태가 다시 고개를 들어 시아에게 말했다.“무슨 일이 있습니까? 제가 도와줘야 하는 상황입니까?”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이태가 다시금 물었다.“그러면 오늘 지각과 관련 있는 겁니까?”시아는 말없이 멈춰 있었다.‘딩.’[퀘스트 - 권이태 품에 안기기][성공 시 - 권이태 호감도 +1 / 실패 시 - 눈병]‘시발!’이 와중에도 퀘스트를 하라고 하다니. 정말 개같은 악녀들이다.[우리는 신시아파요.][아프지 마요.][치킨마요.]시아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데 멀쩡하게 지껄이는 악녀들을 보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왔다.다시금 눈에서 눈물이 새어 나오려 해 끅끅대며 울음을 참았다.이태는 눈앞에서 가늘게 떨며 울음을 참는 시아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일이 있길래 죽어도 안 하던 지각을 한 것일까?그리고는 천천히 다가가 시아를 안아 등을 토닥여 주었다.“이건 회사 복지입니다. 그러니까 마음껏 우십시오.”시아는 이태의 품에서 조금씩 소리 내어 울었다.그의 양복 재킷을 잡고 그 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이태는 자신의 품 안에서 잘게
“대화는 해보신 거예요? 싫다고.”“나한테만 특별한 건 줄 알았던 게 사실 아니었어….”시아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렀다. 도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휴지를 뽑아줬다. 시아가 민망해져 버렸다.“자꾸 도윤 씨 앞에서만 우네?”시아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버렸다. 도윤이 시아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대리님, 어디 다른 데서 울지 말고 제 앞에서만 우세요. 아셨죠?”시아가 무슨 의미냐는 듯 쳐다봤다.“너무 못생겨져서요. 위험해요.”시아가 피식 웃으며 도윤을 쳐다봤다.“너어…. 고마워.”시아는 정말로 도윤이 고마웠다. 항상 말하지 않아도 옆에서 묵묵히 있어 주던 게 떠올랐다. 오늘마저도 그는 말없이 따라와 주었다. 도윤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 “그 형 소방관이잖아요.”“그러니까.”“알고 만난 거 아니였어요?”도윤이 웃었다. 시아도 같이 웃었다. “그러니까!”둘은 손을 잡고는 언제 울었냐는 듯 키득거렸다. 시아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지훈과 이야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도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밥이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시아를 떠나보낸 도윤은 편의점으로 들어가 담배를 한 갑 샀다. 오랜만에 끊었던 담배를 한 개비 피우며 시아가 사라진 곳을 보고는 혼자 중얼거렸다.“짝사랑, 생각보다 힘드네.”도윤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집에 도착한 시아가 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내일 저녁에 중요한 이야기 좀 해요.’‘시아 씨 회사 로비에서 기다릴게요.’다음 날 시아는 전투태세로 오랜만에 치명치명한 섹시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일단 기선부터 제압하고 보자는 생각이었다.도윤이 눈을 찌푸렸지만 시아는 개의치 않았다. 도윤이 시아에게 한마디 했다.“식사할 때 고개 숙이고 하지 마요. 절대!”시아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일단 알았다고 했다.‘딩.’[퀘스트 : 프로젝트 이름에서 여자주인공 이름 빼기][성공 시 : 과장 승진 / 실패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