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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1.09.2026 17:28:33

막사 밖은 이미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으로 휩싸여 있었다.

벨모어와 블랑이 소란의 진원지로 걸음을 옮겼을 때, 진영 한가운데에는 꼿꼿하게 선 드라켄의 사절단과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는 엘런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낯빛이 창백하게 질린 타티아나가 서 있었다.

“카시안 황제 폐하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서연합 제 2황자 전하의 부인을 무사히 돌려보내셨습니다. 약조하신 대로, 제국의 블랑 백작을 넘겨받고자 합니다.”

사절의 흔들림 없는 선언에 엘런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자비? 하! 이제 제게 쓸모가 없어진 헌신짝을 던져주고는, 내 패를 내놓으라고? 카시안은 내가 그딴 얄팍한 수에 속아 넘어갈 거라 생각하더냐!”

“전하. 폐하의 뜻을 모욕하신다면…….”

“닥쳐라! 적진 한가운데로 기어들어 온 주제에 감히 주둥이를 놀려? 당장 저 놈들의 목을 쳐서 드라켄의 막사로 던져버려라!”

엘런이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허리춤에서 은빛 권총을 뽑아 들었다.

철칵-.

정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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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65

    타티아나의 젖은 목소리가 엘런의 귓가에 나직하게 내려앉았다. 어젯밤, 그가 그녀의 몸을 짓누르며 내뱉었던 바로 그 끔찍한 비웃음이었다.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소름이 번졌다. 욕정에 마비되었던 엘런의 뇌리가 단숨에 차갑게 식었다. 이것은 유희가 아니었다.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한 그가 입을 쩍 벌려 호위병을 부르려던 찰나였다.“읍, 으읍-!”블랑이 억센 손아귀로 뭉쳐둔 두꺼운 천을 엘런의 입안에 우겨 넣고 턱을 거칠게 틀어막아 버렸다. 찢어질 듯한 비명은 입안에서 맴돌다 끔찍한 파열음으로 부서졌다.덜컹! 덜컹!쇠로 된 간이침대가 엘런의 처절한 발버둥에 요란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막사 밖의 경비병들에게 그 소리는 그저 격렬하고 변태적인 정사의 흔적으로 들릴 뿐이었다.결박된 두 팔의 근육이 터질 듯 팽창하고, 눈가리개 아래로 공포에 질린 핏대가 솟구쳤다. 엘런의 명치를 짓누르고 올라탄 타티아나는 한계까지 치켜든 단검을 꽉 쥐고 있었다. 어젯밤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허벅지에는 엘런이 남긴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했다.수천 번 되뇌었던 살의가 칼끝에 응집되었다. 타티아나의 눈동자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시퍼런 광기가 번뜩였다.“죽어.”푹-!소름 끼치는 파열음과 함께, 타티아나의 단검이 엘런의 목구멍 깊숙이 파고들었다.“커윽, 으으읍……!”뜨거운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타티아나의 창백한 뺨과 드레스를 붉게 적셨다. 엘런의 거대한 몸뚱이가 고통으로 펄떡이며 침상을 부술 듯 요동쳤지만, 블랑이 틀어막은 입술 새로 새어 나가는 것은 기괴한 쇳소리뿐이었다.타티아나는 칼자루를 쥔 손에 체중을 싣고 더 깊게, 더 잔인하게 칼날을 비틀었다. 어젯밤 자신이 겪어야 했던 그 끔찍한 유린과 질식의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주듯, 그녀의 두 손에는 지독한 원념이 서려 있었다.점차 엘런의 펄떡이던 발버둥이 잦아들었다. 침상 기둥을 부여잡고 핏줄이 터지도록 당겨지던 두 팔이 마침내 무력하게 툭 떨어졌다. 막사를 가득 채웠던 끔찍한 진동이 멎고, 오직 기도가 끊어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64화

    “하! 이 계집이 단단히 미쳤군. 감히 내가 네년 밑에 묶이라고?”“끝까지 들어봐요.”살기 등등한 엘런의 반응에도 블랑은 여유롭게 웃으며 그의 단단한 어깨를 쓸어내렸다.“어차피 나 같은 연약한 계집이 묶어봤자, 전하의 힘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내가 어설픈 주인 흉내를 내다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때는 당신이 이 가는 밧줄을 끊어버리고, 겁 없이 주인 행세를 한 이 건방진 노예를 마음껏 벌주면 되잖아요.”엘런의 눈매가 움찔했다. 블랑의 붉은 입술이 조롱하듯, 그러나 몹시 매혹적인 호선을 그렸다.“주인 흉내를 제대로 못 내서, 분노한 진짜 주인에게 잔혹하게 짓밟히고 길들여지는 노예. ……전하의 취향에 딱 맞지 않나요?”그 순간, 엘런의 눈동자가 기괴한 욕정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단순히 반항하는 여자를 짓누르는 것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그래, 기꺼이 네년의 그 시시한 장단에 놀아나 주지.’“하, 건방진 계집. 좋아. 네년이 감당하지도 못할 짓을 벌인 대가가 얼마나 끔찍한지 똑똑히 가르쳐주마.”엘런은 실소를 터뜨리며 거칠게 제복의 벨트와 넥타이를 풀어 바닥에 던지고는, 기꺼이 두 팔을 뒤로 뻗었다.그 광경을 숨죽여 지켜보던 타티아나의 눈동자에 짙은 경외와 서늘한 자각이 스쳤다. 평생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유린했던 저 끔찍한 인간을, 블랑은 혓바닥 하나로 너무도 유려하게 옭아매고 있었다.‘저게 카시안이 선택한 여자…….’만약 드라켄에 남아 저 여자와 총애 다툼을 벌였다면 뼈도 추리지 못했을 것이다. 타티아나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소름 속에서 냉혹한 현실을 직시했다.‘오늘 밤 이 사냥이 끝나면, 기꺼이 저 여자의 발밑에 엎드리자. 무슨 짓을 해서든 저 여자의 사람이 되어야만 나와 내 아들이 살아남아.’그것은 벼랑 끝에 내몰린 어미이자, 막 살의에 눈을 뜬 그녀가 본능적으로 직감한 완벽한 복종 선언이었다.그때, 허공을 가르며 블랑의 나른한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타티아나. 평소 전하께선 어떻게 손목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63화

    잠시 후, 거친 발소리와 함께 막사의 휘장이 걷히고 엘런이 들어섰다. 회의 내내 벨모어에게 또다시 무시를 당하고 온 것인지, 그의 미간에는 신경질적인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다.타티아나는 본능적으로 돋아나는 소름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놓인 서늘한 와인 잔을 들어, 완벽하게 길들여진 순종적인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전하…….”완전히 굴복한 듯, 미세하게 떨리는 타티아나의 목소리에 엘런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는 턱을 치켜들며 타티아나가 내민 잔을 받아 들었다.“그래. 이제야 누구 밑에서 기어야 하는지 주제 파악이 좀 되나 보지?”타티아나는 치밀어 오르는 살의를 눈웃음 아래로 완벽하게 감춘 채, 엘런의 가슴팍에 조심스레 뺨을 기대었다.“……당신의 기분을 좀 풀어드리고 싶어서, 낮에 블랑 백작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요.”“뭐? 그 계집과 네년이 무슨 할 말이 있다고.”엘런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타티아나는 짐짓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그녀가…… 어제 이곳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매우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그럴 만도 하죠. 이곳에 붙잡혀 와서는 내내 홀로 밤을 보내야 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은밀한 제안을 했습니다. 오늘 밤 이곳에서 함께 전하를 모시는 건 어떠냐고요. ”잔을 쥔 엘런의 커다란 손이 우뚝 멈췄다.“오늘 밤, 셋이 어때요?”그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천박한 허영심과 욕정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그 여자가, 그걸 받아들였다고?”타티아나가 엘런의 목을 부드럽게 감아안으며 쐐기를 박았다.“그럼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걸요. 듣자 하니 당신에게 아주 오만방자하게 굴었다면서요. 이번 기회에 당신 밑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우는지, 당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타티아나의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그 음란하고도 치명적인 제안에, 엘런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낮고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하하하! 네년이 드디어 쓸만한 짓거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62화

    엘런의 막사를 뒤흔들던 잔혹한 파열음과 억눌린 비명이 멎고, 진영 위로 내려앉은 것은 숨이 막힐 듯한 적막이었다.막사 주변을 지키던 병사들의 얼굴은 잿빛으로 굳어 있었고, 타오르는 횃불 아래로 짙은 환멸이 번져 나갔다.“……이게 제국의 사절단을 맞이한 총사령관의 진영인지, 인간 도살장인지.”“사절 하나 제대로 감당 못 해 총질을 하려 들더니, 기껏 분풀이한다는 게 저런 짓거리라니.”“벨모어 전하도 저 꼴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말 한마디 얹지 않으시다니. 이러면 벨모어 전하께서 황위를 이어도 문제 아니야? 더 미쳐서 날 뛸 거 아니야.”수군거림이 바람을 타고 은밀하게 퍼져 나갈수록, 어둠 속에 서 있던 벨모어의 턱 끝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정치적 명분과 위엄을 중시하는 그에게, 엘런의 이 천박한 광기는 서연합의 결속을 바닥부터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독이었다.“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하.”그림자 속에서 블랑이 소리 없이 걸어 나왔다. 달빛을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가 벨모어의 일그러진 옆얼굴을 흥미롭게 훑었다.“저 비효율적인 동생분께서, 전하의 고결한 명분마저 진흙탕에 처박고 있다고.”“……입술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블랑 백작. 너와 드라켄의 협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전하께 먼저 가벼운 성의를 보여드릴까 합니다.”블랑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본격적인 체스를 두기 전에, 전하의 눈길을 거슬리게 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부터 제 손으로 치워드리지요.”“……무슨 수로?”“전하께서는 그저 방관만 하시면 됩니다.”벨모어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블랑을 꿰뚫을 듯 응시했다. 욕망과 의심 사이에서 치열하게 주판알을 튕기던 벨모어는, 이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아침, 진영을 가르는 날카로운 나팔 소리가 막사의 무거운 공기를 갈랐다. 벨모어가 주재하는 긴급 군사 회의 소집령이었다.엘런은 짜증을 내며 군복을 꿰입고는 막사를 거칠게 나섰다.엘런의 발소리가 완전히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61화

    막사의 두꺼운 휘장이 닫히자마자, 엘런은 타티아나를 거칠게 침상 위로 팽개쳤다덜컹, 쇠로 된 간이침대가 요란한 비명을 질렀다.“흐윽……!”“기어코 날 이 꼴로 만들어? 군부 앞에서 내 체면을 바닥에 처박아?”엘런이 숨을 몰아쉬며 단숨에 제 허리춤의 가죽 벨트를 풀어 내렸다. 찰싹, 거친 가죽이 침상 기둥을 때리는 소리에 타티아나의 어깨가 경기하듯 튀어 올랐다.그녀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뒤로 물러서려 하자, 엘런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 앞으로 난폭하게 끌어당겼다.“어딜 피해, 천박한 년이.”“제, 제발…… 엘런……!”“입 닥쳐. 네년의 그 역겨운 주둥이에서 내 이름을 올리지 마.”찌익-!무자비한 악력에 타티아나의 얇은 드레스 앞섶이 단숨에 찢겨 나갔다. 서늘한 공기가 드러난 목덜미와 쇄골에 닿는 순간, 엘런의 묵직한 체중이 그녀의 위를 짓눌렀다.그는 손에 쥔 가죽 벨트로 타티아나의 겹쳐진 두 손목을 단숨에 옭아맨 뒤, 차가운 침상 헤드의 쇠창살에 칭칭 감아 거칠게 버클을 채웠다. 버둥거릴 틈조차 주지 않는 잔인하고 익숙한 구속이었다.“흐으…… 흑, 놓아주세요…….”“묻는 말에나 똑바로 대답해. 카시안 그 개새끼가…… 네년의 어디까지 만졌지?”“……아무 일도, 없었어요. 맹세해요……!”“거짓말하지 마!”엘런이 한 손으로 타티아나의 목덜미를 짓눌렀다. 숨이 턱 막힌 타티아나의 입술 사이로 파리한 비명이 터졌다.엘런의 얼굴이 광기와 변태적인 호기심으로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 놈이 널 손 하나 안 대고 곱게 돌려보냈다고? 네가 다리를 벌리지 않았는데 그놈이 왜 널 살려 보내!”“아, 악……! 아니에요, 제발…… 큭!”“말해. 그놈 밑에서도 이렇게 헐떡였나? 내 밑에서 빌어대던 것처럼, 그 황제 놈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네 그 음란한 몸뚱이를 비벼댔냐고!”엘런의 거친 손이 찢겨진 옷감 사이로 파고들어 그녀의 허벅지를 멍이 들도록 쥐어짰다. 고통과 모멸감에 타티아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엘런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60화

    막사 밖은 이미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으로 휩싸여 있었다.벨모어와 블랑이 소란의 진원지로 걸음을 옮겼을 때, 진영 한가운데에는 꼿꼿하게 선 드라켄의 사절단과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는 엘런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낯빛이 창백하게 질린 타티아나가 서 있었다.“카시안 황제 폐하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서연합 제 2황자 전하의 부인을 무사히 돌려보내셨습니다. 약조하신 대로, 제국의 블랑 백작을 넘겨받고자 합니다.”사절의 흔들림 없는 선언에 엘런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자비? 하! 이제 제게 쓸모가 없어진 헌신짝을 던져주고는, 내 패를 내놓으라고? 카시안은 내가 그딴 얄팍한 수에 속아 넘어갈 거라 생각하더냐!”“전하. 폐하의 뜻을 모욕하신다면…….”“닥쳐라! 적진 한가운데로 기어들어 온 주제에 감히 주둥이를 놀려? 당장 저 놈들의 목을 쳐서 드라켄의 막사로 던져버려라!”엘런이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허리춤에서 은빛 권총을 뽑아 들었다.철칵-.정교한 기계 장치가 맞물리는 서늘한 금속음과 함께, 총구가 사절의 미간을 정확히 겨누었다. 손가락 하나만 당기면 당장이라도 사절의 뇌수가 터져나갈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그러나 엘런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려던 찰나, 묵직한 검집 하나가 튀어나와 엘런의 손목을 강하게 내리쳤다.탕-!!총구가 위로 튕겨 오르며 굉음과 함께 허공으로 오발탄이 날아갔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엘런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서연합 소속의 노장(老將)이었다.“전하, 총을 거두십시오! 아무리 전시라 해도 사절을 해치는 것은 대륙의 불문율을 어기는 짓입니다. 연합의 명예를 깎아내리고 동맹국들의 비난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이러십니까!”“비켜라! 저놈들은 적이다!”“명분을 잃으면 전쟁에서도 지는 법입니다. 부디 이성을 찾으십시오!”주변의 장교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엘런의 앞을 가로막자, 엘런은 분통이 터진 듯 짐승 같은 괴성을 내질렀다.사절단이 빈손으로 물러서지도, 그렇다고 총을 든 광인에게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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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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