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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作者: 애월섬
“두고 봐, 절대 서현주는 아닐 걸. 만약 맞으면...”

“맞으면 어쩔 건데?”

옆에서 누군가가 신나서 물었다.

“나 본선 진출했는데 만약 서현주가 붙으면 그냥 자진해서 포기할 거야.”

“헐, 그 정도로 확신해?”

“당연하지.”

서현주는 고개를 돌려 그 말을 한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담담했고 표정에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그 순간, 장미연이 고개를 들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객석을 훑었다.

“조용히 하세요. 지금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단호하고 묵직한 한마디였다.

그녀는 손에 든 명단을 내려놓고 마이크 스탠드를 잡았다.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죠. 루체 피아노 콩쿠르는 절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됩니다. 이번 예선의 결과 역시 오직 실력으로 평가된 것입니다.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 혹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루체 콩쿠르에는 ‘빽’이 없습니다.”

“물론 결과에 이의가 있는 분들은 언제든 조직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원회와 심사위원들이 직접 확인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드릴 겁니다.”

서현주는 그 말이 허울뿐인 설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루체 피아노 콩쿠르가 이렇게 권위 있는 대회로 자리 잡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정이나 청탁, 금품 수수 같은 일은 없었고 진짜로 공정, 공평, 공개를 지켜온 대회였다.

장미연의 단호하고 자신감 있는 어조에 서현주는 마음속으로 이미 어떤 예감을 느꼈다. 마지막 한 자리는 자신의 것일 거라고.

하지만 이름이 좀처럼 나오지 않자 객석은 점점 조용해졌고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장미연을 바라봤다.

장미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객석의 맨 뒷줄을 바라봤는데 그곳에 단 한 사람만 앉아 있었다.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배척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맨 뒷줄에 앉은 사람은 서현주 혼자였다.

장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발표했다.

“예선 64등, 마지막 본선 진출자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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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천지 차이라는 것이다.서현주는 그 차이를 알기에 더욱 무력함을 느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면서 물었다.“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데요?”연지훈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돌려 비어 있는 그릇을 바라보았다.“너의 행동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어.”서현주는 움찔하고 말았다.연지훈은 다시 고개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유감이야.”서현주가 연지훈의 말을 곱씹을 새도 없이 그가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이 손짓은 마치 방금 김민준이 그녀의 목을 조르려던 모습과 똑같았다.서현주는 동공이 흔들리면서 뒤로 물러섰지만 뒤꿈치가 소파 모서리에 부딪히고 말았다.갑자기 균형을 잃은 그녀는 바닥에 쓰러질 뻔했지만 반응이 빨라서 소파 등받이를 붙잡은 덕분에 이마가 부딪히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다행히 이 방에 카펫이 깔려 있어 넘어져도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서현주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 순간을 떠올렸다. 연지훈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가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조금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서현주는 아직 일어나기 전에 곁눈질로 연지훈이 소파 쪽에서 걸어와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걸 눈치챘다.서현주는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연지훈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그렇게까지 겁먹었어?”서현주는 마치 얼굴에 뺨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그녀는 소파 등받이를 짚고 바닥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연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라 한 적 없는 것 같은데.”서현주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뭘 하려는 건데요?”서현주는 그래도 일어나려 했다.적어도 연지훈이 이렇게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연지훈은 갑자기 움직이더니 한걸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억지로 카펫에 앉혔다.서현주는 몸부림쳤지만 188cm인 연지훈의 힘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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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20분 동안 마사지한 서현주는 손이 뻐근해지기 시작했고,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미세하게 떨릴 정도였다. 두 팔을 오랫동안 공중에 들고 있으니 마치 무거운 물건이 팔에 매달린 듯 당장 내려놓고 싶었다.서현주는 입술을 꽉 깨물고 조금만 더 참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잠시 멈추었다.“좀 괜찮아졌어요?”그녀는 자신의 약한 모습이 통했으면 했다.연지훈은 김민준과 달랐다. 김민준은 아직 유이영에게 묶여있는 미친개라서 그래도 어느 정도 이성이 남아있었다.하지만 연지훈은 아무도 속박할 수 없는 짐승과 같아서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았다. 살을 뜯어내거나 가죽을 찢어야만 그만두는 성격이었다.서현주는 아직 힘없는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그녀는 연지훈, 유이영과 거리를 두고 싶을 뿐, 당장 연지훈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다.연지훈 마음속에 있는 유일한 사람은 유이영이었고, 서현주가 이번에 CCTV영상을 공개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유이영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은 거나 마찬가지였다.연지훈과 김민준이 유이영을 위해 나서는 것은 그녀가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이 일은 그녀가 충동적으로 벌인 건 맞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이미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김민준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선수를 때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연지훈은 김민준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연지훈은 한참 후에야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계속해.”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연지훈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또 10분이 지나고, 서현주는 팔이 몹시 저리고 아팠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마디에서 삐걱거리는 녹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이 손을 내려놓았다.서현주는 진작에 연지훈이 미간을 찡그리지 않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았다. 두통에 시달리는 환자의 모습 같지는 않았다.그녀가 손을 내려놓자 연지훈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꽉 잡더니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서현주는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턱을 연지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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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지훈이 복도 저편에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오자 서현주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이상함을 감지한 장미연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서현주 앞을 가로막았다.“연 대표님.”연지훈은 김민준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였다.그는 이번 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주요 후원자로 비중이 90%가 넘었다. 즉 이곳 대부분 물자와 지출은 전부 연지훈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이었다.지난 대회에서도 주최 측이 연지훈에게 후원을 요청하려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연지훈은 그들은 만나주지도 않았다.이번 대회는 유이영이 참가해서 먼저 나서서 후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원래 주최 측은 이미 신심을 잃고 다른 후원자를 찾으려던 참이었다.연지훈과 접촉해본 사람들은 그가 일에 엄격하기로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먼저 연락하자 주최 측은 깜짝 놀라 여러 번 확인한 끝에야 본인이 맞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연지훈이 큰손이라 이전 대회 선수들이 한 번도 머물지 못한 6성급 호텔에 이번 대회 선수들은 편안히 묵을 수 있었다.어쩌면 일부 선수들에게는 평생 단 한 번 있을 6성급 호텔일지도 모른다.연지훈은 주최 측에서도 지위가 높았다.김민준, 장미연의 체면도 세워줘야 하는데 연지훈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그를 마주한 장미연은 순간 작아지는 느낌이었다.원래 떠나려 했던 사람들은 연지훈이 오는 것을 보자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조심스럽게 구경하고 있었다.연지훈은 장미연 바고 앞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서 있었다.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장미연이 아니라 서현주였다.연지훈이 왜 찾아왔는지는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주최 측은 그들에게 연지훈을 반드시 잘 돌보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었다.장미연은 손바닥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연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장 선생님.”서현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녀는 참가 선수로서 연지훈이 루체 피아노 콩쿠르에서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장미연은 확실히 국내외에 많이 알려진 피아니스트지만 연지훈에게는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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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장미연이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면서 엄숙한 눈빛으로 주위를 훑었다. 그 시선은 특히 그녀와 김민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녀의 목덜미와 김민준의 뺨에 있는 선명한 빨간 자국이었다. 딱 봐도 어떻게 남은 흔적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장미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죠?”서현주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김민준이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장 선생님, 이 일은 상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장미연의 표정은 확 변하고 말았다.김민준은 배경도 탄탄하고 가문의 세력도 대단했다. 그는 가업과는 무관한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했지만 집안 어른들이 그를 아껴서 그가 졸업하기 전부터 의약 시장을 개척해두었다. 만약 김민준이 언젠가 의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바로 가문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었으면 했다.김민준이 가족 기업에서 활동하지 않더라도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대주주 명단에 들어가기도 했다.김민준의 가문을 생각하면 장미연뿐만 아니라 루체 피아노 콩쿠르 주최 측도 그를 신경 써야만 했다.서현주는 차분한 눈빛과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장 선생님, 이번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그녀는 김민준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저 사람이 노린 건 바로 저예요.”장미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유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영 씨가 말해봐요. 어떻게 된 일인지.”유이영은 장미연에게 김민준과 서현주가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알려줄 리가 없었다. 정말 말했다가는 누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하지만 장미연의 눈빛이 너무 날카롭고 엄격해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장 선생님, 그게...”김민준은 유이영의 손목을 잡고 자기 뒤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장 선생님, 이영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두 사람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장미연은 화가 나서 약간 머리가 아팠다.“지금이 몇 시인데 얼른 돌아가세요. 내일 아침에 경기 안 할 거예요?”김민준은 어두운 눈빛으로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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